한국형 턴어라운드 모델

120호 (2013년 1월 Issue 1)

 

사람은 누구나 행복과 성공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인생사에서 항상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습니다. 기업도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원합니다. 그러나 장기간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매우 드뭅니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 결과, 조사 대상 2374개 업체 중 10년 동안 연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5% 이상 성장한 기업은 5개에 불과했습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이라도 오직 0.002%만이 지속적 성장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기업들은 어느 순간 하향세를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이나 시장 환경 변화, 경쟁자 출현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수도 있고 인재 유출이나 조직 내 갈등, 리더십 부재 등 내부 요인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외부와 내부 요인이 결합해서 기업의 위기가 확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경쟁 강도가 치열해지고 규제가 완화되는데다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전례 없는 극도의 불확실한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가 바로 그 이듬해에 적자의 수렁으로 빠지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어려움이 생겼을 때 기업들이 보통 정반대의 두 가지 대응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기업은 혁신하는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합니다. 과거의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며 과거의 역량이나 지식에 대해 과감하게 폐기학습(unlearning)하는 용기도 보입니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경직성(rigidity)을 강화합니다. 과거 방식대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외부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기존 전략을 더 강화하는 형태의몰입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 경향을 보입니다.

 

위기를 맞으면 대부분 조직이 변화를 시도할 것 같은데 경직성이 더 강화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례는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19세기 말 격변기에 일본이 과거의 전략을 버리고 과감한 개방을 선택한 반면 조선은 쇄국정책을 더 강화한 사례입니다. 조선의 사례처럼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외면하는 것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경직성 대응이 조선의 사례처럼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위기의 원인이 내부에 있으면 오히려 응집력을 강화해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외부에 있으면 이런 대응은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감한 전략 변화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위험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위기에 새로운 학습과 실험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출발로 볼 수 있습니다.

 

DBR은 경기 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 파괴적 환경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한국형 턴어라운드(turnaround) 사례들을 모았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경영학자들이 턴어라운드 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서양 기업들의 사례와 서양 기업에 맞는 솔루션들이었습니다.

 

턴어라운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서구의 이론들은 한국적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진돗개의 독특한 특성을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보통 동물들은 공동생활을 한 지 하루 이틀 안에 서열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돗개는 패배에 승복하지 않아 매일 싸움을 되풀이합니다. 집단의 서열에 잘 순응하지 않은 한국인들의 기질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 상황도 있다고 합니다. 외부에 사냥감이 있을 때 진돗개들은 협력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달성합니다. 턴어라운드의 요체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으면 그 어떤 현란한 경영이론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한국형 턴어라운드 모델 수립에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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