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예정됐던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가 11월로 연기됐다. 1단 로켓에 들어가는 고무 링이 파손돼 있는 게 발사 직전에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복잡한 기계지만 고무 링과 같은 단순한 부품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1986년 공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은 고무 링이 파손돼 연료가 누출됐기 때문이었다. 2003년 지구로 귀환하다 공중 폭발한 컬럼비아호의 비극도 외부 연료 탱크의 단열재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서 날개에 부딪혀 손상을 입혔기 때문이었다.
컬럼비아호, 챌린저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 사건이 주는 교훈은 단지 작은 부분 하나라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만은 아니다. 컬럼비아호 폭발 사건 이후 NASA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더욱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NASA의 관리자들은 사실 우주왕복선 프로젝트가 시작된 초기부터 단열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큰 사고 없이 수십 차례의 발사에 성공하자 이 문제는 심각한 결함이 아니라 매번 발사할 때마다 유지 관리만 잘하면 되는 사소한 문제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같이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있지만 단지 운이 좋아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때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현상을 두고 컬럼비아대 사회학자 다이앤 본(Diane Vaughan)은 ‘편차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deviance)’라고 불렀다. 정상적이지 않은 현상이 지속되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현상을 점차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본이 편차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쓴 건 챌린저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한 <챌린저호 발사 결정>이라는 저서에서였다. 인지 오류는 성공적인 결과가 이어질 때 더 쉽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결과가 성공적이면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결과 편향·outcome bias)이 있다.
하버드대의 프란체스카 기노 교수와 개리 피사노 교수는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에서 이러한 인지 오류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다. 사람들은 성공을 하면 그 이유가 자신들의 전략과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우연과 같은 외부적 요인의 영향은 과소평가하게 된다. 둘째,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이다. 성공은 자기 확신을 강화시키고, 이는 변화와 학습의 필요성을 무시하게 만든다. 셋째, ‘원인에 대한 질문 회피 증후군(failure-to-ask-why syndrome)’이다. 결과가 훌륭하면 이유를 깊이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연한 성공에 도취돼 잠재적 문제를 무시하는 바람에 큰 실패에 직면하는 비극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심한 압박감을 느끼면 과거의 경험과 현상에 기초한 직관에 의존하게 돼 편차를 정상화하기 쉽고 결과 편향에 쉽게 좌우된다고 한다. 압박감이 클 때일수록 자신의 결정을 돌아보고 자문을 구하려 노력해야 한다. 성공에 이르게 된 단계마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당연히 필수적이다. 이때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의 시점과 환경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성공은 대부분 과거의 전략 때문이지 현재의 결정 때문이 아니다. 내부 조직원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자진해서 알리면 이를 고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문제 제기를 장려하고 보상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불황이 길어지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우연한 성공을 경계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미리 점검하는 리더의 자세가 더욱 절실한 때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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