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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가뭄 이기는 종자, 홍수 대비용 주택… 기후변화 ‘완화’보다 ‘적응’에 기회 있다

강희찬 |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서론

올해 여름도 한국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월과 7월에는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겪어야 했고 짧은 장마 이후에 8월 하순부터는 집중호우와 두세 번의 태풍으로 전 국토가 수해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가뭄은 주요 상수원에 조류를 증가시켜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집중호우로 인해 토사와 병원성 미생물이 증가해 먹는 물의 안전성을 위협했다. 이외에도 서울 강남구 등 도심지역에서는 하수가 범람해 침수피해가 잇따랐으며 여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피해를 입혔다. 이러한 기상이변 문제는 한반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 고온과 폭설 등을 유발해 사회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는 분야가 민간 비즈니스 영역이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은 해당 사업 분야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원료 수급을 포함한 전체 공급사슬에도 영향을 준다.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지역의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기업 전체의 매출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물론 사전에 기후변화에 철저히 대비한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1 글로벌 기업들의 86%가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처하거나 기후변화에 투자하는 일을 기업 발전의 새로운 기회로 인식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기업 활동에 위기이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측면의 사업기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최근 국내외 탄소규제와 관련해 기후 변화 자체를 완화시키는 분야로 청정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시장 진출 같은 분야의 신사업 영역이다. 두 번째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 전략과 공정을 변경하거나 기후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수요 변화(리스크 관리)에 대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다.

국내외 탄소규제에 대응한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대응(재생에너지, 에너지 절약 제품 및 서비스 등)은 이미 여러 매체와 보고서를 통해 소개된 만큼 본고에서는 논의 주제를 후자와 관련해 효과적으로 대응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시사점을 살펴본다.

 

 

기후변화 영향 대응형 비즈니스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대응(적응)과 달리 기후변화 자체를 완화하는 것과 관련된 부분은 기업 차원에서 달성 목표와 대응 방법이 대체로 단순하다. 따라서 기업들의 투자 우선순위도 대체로 높은 편이다. 기후변화 완화는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최소화하는 등 목표를 명확하게 세울 수 있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들(화석에너지 사용억제 및 효율적 이용,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시장 진출 등)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분야(기후변화 적응)는 영향의 종류와 정도가 기업의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곤 한다. 또 단기적 성과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적응 프로젝트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런 이유로 기후변화 영향 대응 분야에서 확실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우리가 기후변화 관련 기업 하면 떠올리는 GE, Philips, IBM 등도 대부분 기후변화 완화 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영향 대응 분야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체적인 적응 방안을 구축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적 대응이나 시장 창출 방안 등을 기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변화 영향 대응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해 기회를 찾고 있는 분야는 물, 홍수 및 가뭄 관련 리스크 관리, 재난 경보 시스템 개선 등이다. 산업 분야별로 대표적인 기업별 성공 사례를 알아보자.

 

산업 부문별 사례

1)농업 분야

농업은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9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업 분야는 자체적으로 최종 재화인 동시에 음식료품, 농산물 유통, 식당 서비스업, 의류 제조업 및 판매, 인쇄 및 제지 분야 등 많은 분야와 폭넓게 연관돼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분야의 피해는 전 산업 분야의 가치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은 물 공급 부족으로 인해 농업 분야의 부가가치가 2010∼2011년 동안 5∼1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주에서는 2011년 한 해 동안 물 부족이 농업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쳐 총 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로 인해 전체 GDP 1%가 줄어들었다. 기후변화로 농업 부문에 피해가 커지자 이를 줄이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덜 취약한 종자를 개발하거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바스프(BASF)와 몬산토(Monsanto)

BASF는 농업 분야가 혹한, 폭염 등 기후변화에 취약함에 따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998년부터 기후변화 영향을 덜 받는 식품종인 ‘Stress-tolerant plant’를 개발하고 있다. BASF의 식물과학 사업부 주관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당 품종은 영양성분 함량이 높은 종이며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BASF 2007년 몬산토와 바이오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곡물의 친환경성을 제고하고 생산량을 늘렸다. 가뭄 등 기후변화에 저항력이 높은 신품종을 고객사에 공급한 결과, 옥수수, , 밀 등의 곡물 생산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산토도 BASF의 사례와 유사하게 가뭄 저항성 유전자 기술을 통해 물이 부족한 극한 상황에서도 수확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옥수수를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실험재배 결과, 건조한 환경의 미 서부 대평원에서도 수확량이 6∼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산토는 미국 등 아메리카 시장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식량부족이 심각한 지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단순히 종자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식량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 대해서는 가뭄저항성 옥수수를 무상 혹은 해당 국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공-민간 협력으로 진행되는 WEMA(Water Efficient Maize for Africa)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몬산토는 가뭄저항성 기술과 노하우를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프리카 농업기술재단, 게이츠재단, 하워드버핏재단 등 글로벌 투자 기업의 재단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금까지 총 47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가고메식품

일본의 가고메식품은 토마토 가공 식품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1997년에 심각한 경영악화를 겪었는데 그 원인은 주원료인 토마토 수급 차질 때문이었다. 1997년 가고메식품의 주요 토마토 조달지역인 터키는 기록적인 강수량 증가로 토마토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 본래 토마토는 건조성 식물로 강수량과 수확량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고메식품이 대부분의 원료를 터키에서 수입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가고메식품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달 지역을 하나의 국가에서 여러 국가로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특히 한 지역에 대한 수입 의존율을 30% 이하로 유지하고 미국, 중국, 유럽 각지로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최근에는 남반구 지역까지 수입처를 확대했다.

2)물 및 음료 사업 분야

물 분야는 기업에 대부분 위기요인으로 작용한다. 특정 지역 진출 기업이 평판에 매우 민감한 산업(: 음료수) 분야라면 해당 지역에서 평판을 잃을 경우 제품 브랜드에 심각한 타격을 입거나 공장 운영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 회사가 중심이 돼 시작된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CDP)는 매년 기업들의 기후변화 역량에 대해 다양한 조사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물 공급을 경영활동의 주요 위험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설문 조사 대상 기업의 59%가 물과 관련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답했고 3분의 1의 기업은 이미 물과 관련된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피해 규모도 약 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요인에 우려를 보이는 동시에 물 산업을 향후 떠오르는 중요한 비즈니스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2의 기업은 물과 관련된 사업기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약 63%의 기업이 물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이 5∼7년 내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과 관련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은 물 효율 개선과 관련된 기업의 비용절감 공정, 물 절약 및 공급 관련 제품/서비스 영역이라고 답했다.

  

 

지멘스(Siemens)

물 부족 국가인 싱가포르(인구 약 500만 명)는 대부분의 수자원을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자국의 물 공급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Siemens는 싱가포르 수자원관리청과 물 연구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수처리 기법에 대한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충족하는 혁신적인 폐수처리정화시스템을 Kanji 지역에 설치할 계획도 세웠다. 폐수처리 규모가 1 21만㎥인 이 시설은 화학적 처리 없이 생물학적 처리, 역삼투압, UV 공정 등을 갖췄고 도시 물수요량의 20%를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Siemens는 음용수 확보를 위한 담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적인 전기화학적 담수화 기술 도입으로 기존의 담수화 기술 대비 에너지 사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건설업 분야

건설업 부문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경제적 피해를 심각하게 입을 수 있는 영역이다. 기온, 강우, 강설량에 취약해 공사 일정이 지연되거나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기상 악화로 건설기간이 연장되면 경제적 피해를 입으며 이러한 영향은 비단 건축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자재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분석을 통해 추가 보수 공사를 줄이고 인명사고를 예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기상 정보를 참고해 공사일정을 수립하고 날씨에 따라 가능한 작업 일수를 측정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위험을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최근에 몇몇 건축 관련 업체들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세멕스(CEMEX)

멕시코의 대표적인 시멘트 제조 및 건설업체인 세멕스는 멕시코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주택을 건설하는 등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멕시코 북부에 있는 Nuevo Leon주는 매년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는 지역으로 저소득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 허리케인 Alex로 인한 홍수피해가 매우 컸는데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세멕스가 신축 건축물에 대해 기후 대응형 주택을 건설해서 공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세멕스는 저소득층이 건축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미소금융(Microfinance)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함께 지원하고 있다. 이 자금 지원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마다 상환 방법과 기간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세멕스는 멕시코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니카라구아와 콜럼비아 등 중남미 국가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확대했다. 이외에도 세멕스는 빗물이 투과할 수 있는 시멘트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이는 빗물이 투과할 수 없는 면적이 많은 도심지역에서 발생하는 도심홍수에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는 멕시코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 사업에 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전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사히 카세이 홈즈

아사히 카세이 홈즈는 일본의 건설기업으로 홍수 대비용 주택을 선보여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2005 8월 태풍 14호가 일본 열도 곳곳에 피해를 줬는데 시간당 100㎜가 넘는 일본 기상관측 사상 최대의 기록적인 호우였다. 하천이 범람해 홍수 피해가 더욱 커졌다. 일본에서는 태풍뿐만 아니라 돌발적인 집중호우도 증가하는 추세로 일본의 웨더뉴스에 따르면 2008년 도쿄 지역에서만 170회가 넘는 돌발성 호우가 발생했다. 향후에는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대형화와 집중호우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상이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아사히 카세이 홈즈는 홍수 대비용 주택을 선보였다. 홍수 대비용 주택은 3층으로 구성된 단독 주택형태로 1층은 거의 기둥으로만 구성돼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2층부터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구조로 돼 있다. 세전 가격이 4200만 엔(원화로 약 57000만 원)으로 다른 주택과 비교해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수 대비용 주택은 홍수가 나도 가재도구가 젖는 피해를 입지 않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제조업

제조업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제품의 판매 실적이 변동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의류업체는 9월을 예상으로 가을 신상품 기획을 하고 제품을 출하했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더운 여름이 길어지면서 제품 판매 실적이 저조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생산기획, 재고관리, 판매방식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하는 기후에 대비해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료 수급에 있어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미리 고민한 기획 및 재고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표적 의류업체인 갭(GAP)의 경우 청바지 등에 사용되는 면화의 안정적 수급이 관건인데 2011년에 텍사스 지역의 가뭄으로 인한 면화 수확 감소로 순이익이 22%나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

제조업 분야는 기후변화 영향 관련 비용을 최소화해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 이외에 시장의 새로운 니즈를 파악해 이를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음의 예는 기후변화 관련 글로벌 제조업체의 성공사례다.

다이킨공업

다이킨공업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생산업체로 에어컨이 유명하다. 그런 다이킨공업이 최근에 가정용 에어컨 생산과 관련해 큰 고민에 빠졌다. 여름이 매우 무더운 해에는 에어컨 출하가 늘어 품절현상이 발생하고 반대로 여름이 상대적으로 덜 더운 해에는 에어컨 출하가 감소해 재고가 누적돼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에어컨 매출 변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다이킨이 고안해낸 방식은 기획부품조달제품생산출하까지의 총 리드타임을 단축시키는 것이었다. 보통 가정용 에어컨 기획에서 출하까지 1개월의 리드타임이 필요한데 다이킨은 생산 리드타임을 3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실행했다. 리드타임을 단축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판매정보와 기후정보를 바로바로 집계해 생산 공정에 투영하고 생산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부품 조달도 3일 단위로 수정했다.물론 이 과정에서 전체 임직원의 추가 노력과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한 불평도 많았고 하청업체와의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2004년 기준 가정용 에어컨 부문에서 일본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이뤄냈다.

후마킬라

일본의 대표적인 살충제 제조업체인 후마킬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변화에 주목한 뒤 시장의 다변화된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 성공을 거뒀다. 기후변화로 인해 일본에서는 그전에 볼 수 없었던 해충들이 증가했고 해충의 활동 시기도 평년보다 길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바퀴벌레와 개미 신종들이었으며 이들 신종 해충은 활동시기도 한여름인 6∼7월이 아닌 4∼5월로 당겨졌다.

후마킬라는 이러한 생물종의 변화를 파악하고 신종 해충용 살충제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 시기도 2개월 이상 앞당겨서초여름용 살충제라는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 결과 후마킬라 해충용 살충제 품목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5)보험 및 기상 서비스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보험 서비스업과 기상 정보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 영역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일반 보험 상품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보통 기상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는 일반 다른 재해에 비해서 발생빈도는 낮은 반면 한번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보험이 이 시장에 진출할 매력도가 낮다. 뿐만 아니라 일반 보험의 보험금으로는 개인이나 기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복구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상 이변으로 인한 보험서비스는 피해 요인과 결과별로 소비자에게 맞춘 상품이 바람직하다. 최근 몇몇 글로벌 재보험 업체들이 기후 관련 보험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사후적인 처리 분야와는 별도로 기후변화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기상정보 서비스 분야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기후 변동폭이 커지면서 관련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개인들의 기상정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확한 기상정보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에 대비해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고 개인들은 원활한 여가활동을 위해 기상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기상정보 시장 니즈에 대해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는 기상정보를 구매하거나 취합해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정보를 제공하는 산업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스위스 리(Swiss Re)

세계 최대 재보험 회사 중 하나인 스위스 리(Swiss Re)는 기상 리스크 보험을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04년 인도에서 35만 명 이상의 소규모 자작농이 이 보험에 가입했으며 2008년에는 월드뱅크(World bank), 말라위(Malawi)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옥수수 생산 부족분에 대한 파생상품을 개발했다. 스위스 리는 현재 HARITA(Horn of Africa Risk Transfer for Adaptation) 사업을 통해 옥스팸(Oxfam), 에티오피아 정부, 지역 NGO 및 기타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강우에 의존하는 에티오피아 소규모 자작농에게 기상 인덱스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프랭클린 재팬(Franklin Japan)

프랭클린 재팬은 최근 낙뢰 사고가 빈번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진출했다. 특히 낙뢰 리스크가 높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골프장과 공장 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낙뢰 정보를 판매하는 서비스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프랭클린 재팬은 일본 전역 29곳에 전자파 센서를 설치해 낙뢰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있으며 해당 정보가 필요한 소비자에 대해서는 낙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예측 정보를 보내주고 있다.

이외에도 프랭클린 재팬은 낙뢰증명서를 발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낙뢰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회사가 손해보험 회사에 청구할 때 제3의 공인 정보가 필요할 경우 프랭클린 재팬에 요구하면 낙뢰 피해가 발생한 시각과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결론

글로벌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기후에 의한 영향은 산업 전체로 확산된다. 미국의 경우 총 GDP 23%, 캐나다는 25%, 태국은 56%가 기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피해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발굴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 진출에 앞서 우선적으로 자체 기업의 경영활동 관련 기업 리스크를 파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기후리스크 분석을 통해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기업 리스크 분석은 기업의 글로벌화 정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에 진출한 기업의 경우 그 지역 시장에서 공급자이자 수요자인 동시에 고용자로 활동하기 때문에 리스크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단편적인 방법으로는 리스크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시장 분석과 기업의 리스크 평가 과정을 통해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시킬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낸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과 공정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진출한 시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시장의 니즈 변화를 파악해서 이를 재구성한 뒤 다시 기획단계서부터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순환과정을 반복해나가야 한다.

현재는 기후변화의 적응과 관련된 민간 투자가 크지 않다. 그러나 이 분야의 투자는 멀지 않은 미래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분석을 통해 진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강희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기후변화센터장을 거쳐 현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기후변화, 물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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