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웨이(Google Way)>에는 구글 부사장1
인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메일엔 그저 3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을 뿐이다. 메이어는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궁금해진 그녀는 이 사람이 예전에도 메일을 보냈는지 찾아봤다. 과연 그 사람은 이전에도 비슷한 메일을 보냈다. 33, 53 등 역시 숫자만 적힌 메일이었다. 어떤 메일에는 “61, 점점 무거워지네요. 그렇지 않나요? 13이면 안 될까요”라고 쓰여 있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메이어는 결국 메일을 받기 시작한 날이 구글 홈페이지를 바꾼 날이고 숫자들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글자 수임을 알게 됐다. 메이어는 홈페이지를 간단하게 바꾸려는 의지는 갖고 있었으나 단어까지 세어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 이후 구글은 홈페이지에 28개 이상의 단어는 싣지 않는다. 각양각색의 잡다한 정보를 게재하는 다른 검색 사이트와 달리 현재 구글 홈페이지는 단순함과 깔끔함, 그 자체다.
복잡하게 하는 게 쉬울까? 간단하게 하는 게 쉬울까? 당연히 복잡하게 하는 게 쉽다. 간단함이란 자신감과 철학의 다른 말이다. 경쟁사가 제품에 100개의 기능을 넣을 때 자사 제품에 10개의 기능만 넣는 것은 사업상 엄청난 도전이다. 도매상, 영업부서, 소비자 등이 모두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하면서 당신 회사 제품은 기능이 적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단순함은 복잡함을 추구하는 회사를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다.
10개의 메뉴로 승부하는 식당과 1개의 메뉴만 고집하는 식당이 있다고 하자. 10개의 음식을 모두 맛있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10개의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두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10개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효율화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100명이 다르게 주문하는 10개의 메뉴를 엉키지 않게 관리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1개의 메뉴는 10개의 메뉴로 고생하는 식당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1개의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그것만 파고들면 된다. 1개의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하기도쉽다. 재료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1개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효율화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100명이 주문하는 1개의 메뉴를 관리하는 일도 쉽게 가능하다. 그것만 주문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1개의 메뉴만 파는 식당보다 10개의 메뉴를 파는 식당이 훨씬 많다. 왜 그럴까? 1개를 파고든다는 것은 9개의 메뉴를 찾는 고객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바로 선택이다. 선택은 의사결정의 마지막 과정이다. 더불어 그 선택이 가져올 책임과 위험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냥 그런 10개의 메뉴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탁월함을 버리고 평범함을 택하는 과정이다. 쉬운 길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평범한 99명의 식당주인과 경쟁하는, 좀 더 치열한 길로 접어든 것이다.
손에 든 게 많아서 결정하지 못하겠다면 일단 버려라. 그리고 남은 게 있다면 또 버려라. 그리고 다시 한번 버리자. 그리고도 남은 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이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신승환 작가
필자는 고려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개발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리스타트> <당신의 인생에 집필을 더하라>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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