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DBR 3기 독자패널 양천호
(프로티비티 risk & Compliance 팀 리더)
“DBR 98호 스페셜리포트의 ‘돌발적 CEO공석? 후배육성 잘됐다면 두렵잖은 사태!’ 기고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일반적인 주식회사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승계 계획의 중요성과 주요 포인트에 대해 잘 다뤄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많은 대기업들의 경우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일반적인 주식회사 형태라고 하기에는 오너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상당수 재벌기업들에선 2세, 3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미 후계자가 내정돼 있는 재벌 기업들의 경우 예정된 후계자로의 안정적인 리더십 이양과 권력 이양 이후 주요 직무자의 내정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궁금하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내정된 오너 가문 구성원으로의 안정적 승계를 위해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내정자들이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고 CEO로서 전체를 관망하며 균형 있는 조직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승계 이전에 재무/자금, 마케팅/영업, 생산/R&D 등 3개 분야의 핵심 직무를 골고루 경험할 수 있게끔 경력관리를 해줘야 한다. 각 핵심직무의 중요 사항을 이해하고 주요 실무를 경험하는 데 최소 2년 정도가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역급으로 진입한 후에는 최소 6년 정도의 경험축적 및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 둘째, 2∼3세 본인만의 승계준비가 아니라 최고경영진에 오른 이후 함께 팀을 이뤄 일할 핵심 멤버들의 승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2∼3세가 일정 기간 같이 일하며 팀워크를 쌓을 수 있는 멤버(CFO, CHO, CMO, CSO 후보자)들을 함께 육성, 그들이 CEO가 됐을 때 신속히 조직을 장악하고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일찌감치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승계 준비기간 중 한번쯤은 이른바 ‘시련의 계절’을 겪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조직 내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업무, 개척이 쉽지 않은 시장 진입 업무, 1등을 따라 잡아야 하는 업무 등을 부여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성공을 유도함으로써 조직과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조직 내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미래 리더로서의 인정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해 줘야 한다. 넷째, 본사로부터 일정 기간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연구소, 해외지사 관리 또는 해외시장 개척 등의 업무를 부여해 본사가 아닌 지사나 현장의 문제와 이슈를 이해하고 현장의 관점, 지사의 관점으로도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다섯째, 아무리 암묵적으로 내정된 후계자가 있다 하더라도 공식적이고 투명한 승계계획과 체계를 갖추고 운영해야 한다. 2∼3세도 승계에 필요한 과정을 다른 우수 인재와 경쟁하며 거쳤다는 사실을 구성원들도 인정할 수 있어야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승계 후 조직장악이 용이하다. 따라서 내정 여부에 관련 없이 상시 승계계획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상시 승계계획을 갖추는 것은 경영 영속성 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의 필수요소 중 하나다.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상시적으로 사전에 육성하는 방법으로서의 유용성도 높다. 따라서 아무리 조직 내 내정된 CEO의 후계자가 있다 하더라도 상시 승계계획 프로그램과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재육성의 기본 틀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승계를 당연시 여기는 내정자에게도 긴장감을 주며 자기개발의 노력을 더욱 유도할 수 있다.
DBR 3기 독자패널 이지훈 (CVA 컨설턴트)
“DBR 98호 스페셜리포트 ‘일회성 이벤트는 노! 승계 시스템을 구축하라’ 기고문을 읽다가 떠오른 질문이다. 기업의 쇠퇴기에 보다 적합한 아웃사이더를 CEO로 영입 시 CEO 기존 기업역량 및 문화 교란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변화 관리 포인트가 무엇인가?”
김선혁 고려대 경상대학 교수
“기업의 쇠퇴기에 아웃사이더를 CEO로 영입하는 경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최고경영진 승계 이후 영속성과 조직변화라는 두 가지 원칙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슈다. 조직 쇠퇴기에 아웃사이더를 CEO로 영입한다는 것은 새로운 CEO가 강력한 주도권을 갖고 조직에 보다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직이 핵심적으로 보존해야 할 기존 가치나 철학을 계승할 수 있는 영속성의 이슈가 중요하다. 이와 같은 영속성과 조직변화의 동시 달성을 위해서는 강력한 조직 변화를 추진하는 아웃사이더와 조직의 기존 가치를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사이더(혹은 아웃사이더일지라도 조직의 기존 가치와의 높은 적합성을 갖고 있는 경우)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진 승계 역시 최고경영자 1인의 승계가 아닌 경영진, 팀으로서의 경영진 승계 관점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웃사이더를 CEO로 영입하는 경우에도 기존 가치를 계승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가능하도록 경영진 구성을 해야 한다. 최고경영진의 교체 시에 일정 기간을 둬(신구 경영진의 겹치기 기간) 기존 경영진과 새 경영진이 함께 협력적인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는 것 역시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최고경영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중 ‘톱 매니지먼트 섀도(top management shadow)’라는 프로그램 있다. 이는 예비 최고경영진이 일정 기간 동안 기존 최고경영진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함께 동행하며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마치 기존 경영진의 그림자(shadow)처럼 밀착해 관찰하게끔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영진은 최고경영진 위치에서의 생활과 업무를 미리 간접 경험할 수 있고 기존 경영진은 조직의 핵심 가치와 문화를 전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진을 아웃사이더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신구 경영진의 교체가 조직 발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승계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결국 경영진 승계 프로그램의 일상화, 체계화가 성공의 열쇠다.
DBR 3기 독자패널 조현철(코엑스 컨벤션팀장)
“DBR 97호 ‘Mind Management’ 코너 ‘가치관 혼재 시대에 벙커로 남지 않으려면’이라는 양창순 원장님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 올바르고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칫 독선과 오만을 낳을 수도 있어 경계가 필요하지만 보편 타당한 상식과 도덕적인 기준 등을 고수하는 것마저도 자칫 독선적으로 비춰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양창순 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
“말씀하신 것처럼 보편 타당한 상식과 도덕적인 기준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는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 중 하나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있어서 사회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그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그런 분들이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비춰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아는 한,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은 남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그런 분들이 더욱 많아져서 좀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은 다르지 않겠는가 하고 말씀하셨는데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다만 흑백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은 옳으며 그 옳은 것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다 틀렸다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그들은 인간관계에서 경청과 공감, 배려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채로 자신이 올바르다고 여기는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일이 생길 때 그런 사람을 오만하고 독선적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는 없다. 이번 글에서 경계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얼마 전에 클라이언트 한 분이 흑백논리의 흑과 백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온 적이 있다. 그때 필자의 대답이 ‘자유’였다. 그러자 그 분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고 했다. 흑과 백 사이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색조가 존재한다. 인간관계에서도 흑백논리를 떠나 그와 같은 다양성을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좀 더 건강해지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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