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재계 신년사 분석

97호 (2012년 1월 Issue 2)



2012년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가 밝았다. 기업의 리더들은 신년사를 통해 저마다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화두로 제시하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밝혔다. DBR은 주요 그룹 대표들의 신년사 내용을 요약하고 전략, 조직, 재무/회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신년사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올 한해 경영 흐름을 조망하고 주요 그룹 오너들의 관심(attention) 자원 분배의 기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년사 분석은 의미를 가진다.

 

 

[표1] 주요 기업 신년사 요약

 

 2012년은 패러독스와 양수겸장의 해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검은 용이 비구름과 폭풍우를 휘몰아치며 승천하는 것 같은 역동적인 해라는 임진년 2012년은 우리 경제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CEO들에게도 극도로 도전적인 해로 인식되는 것 같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는 악화일로에 있는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안과 침체, 중동의 민주화 바람과 정세 급변, 범세계적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 그리고 국내에서는 북한의 권력교체, 우리나라의 총선과 대선,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반기업 정서 등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극도로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요소들이 새해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우리 CEO들의 신년사에 나타난 2012년에 대한 상황 인식과 대응 전략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결연한 대응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 CEO들의 신년사는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하나같이 1)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가중으로 인한 위기 2)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공격적 성장과 내실 강화의 동시 추구 3)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경쟁력과 사회공헌의 동시 달성이라는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인식에서 새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성장과 소비위축이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과 겹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극소수 강자의 시장지배력은 더 강해지고 어중간한 경쟁력의 대다수 중간 수준 기업들은 생존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눈앞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그야말로 숨도 쉬지 않고 납작 엎드려 비용절감에 전념하는 긴축 경영을 시도하나 이런 전략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게다가 미래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위기 후에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에 나타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위기 대응 전략은 이런 일반적 추세와 정반대로 위기를 오히려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의 기회로 삼아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는 접근이 대부분이다. 고도의 자원 리스크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기존 경쟁우위의 방어가 어렵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보다 먼저 창조해야 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위기대응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공격적인 21세기형 성장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이번 신년사에서 우리 기업의 CEO들은 대부분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또 기존 사업과 상품에서의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끊임없이 향상하면서 동시에 창조적 혁신을 시도하며 성장과 내실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언뜻 볼 때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바로 21세기 초경쟁 환경의 가장 중요한 경영모델인 패러독스와 양수겸장 경영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우리 기업들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즉 비용효율성이나 품질차별화 등 어느 한 가지 경쟁전략에만 선택과 집중하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었던 20세기 산업사회와 달리 21세기 초경쟁 환경은 효율성과 혁신,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 현지화와 글로벌화, 분권적 자율성과 전사적 통합조정 등 과거에 상호모순적 양자택일 옵션으로 간주했던 복수의 전략적 목적들을 동시에 극대화할 것을 요구한다. 21세기는 패러독스를 창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양수겸장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지배하는 시대이며 이번 신년사는 바로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모든 CEO들이 기업경쟁력과 성과 극대화와 더불어 사회공헌과 상생이라는 정반대의 이념적 가치들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시위를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기업 정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20여년간 극단적 시장주의를 추구해온 신자유주의 이념의 부작용이 이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져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과 공헌은 무시하고 수익극대화만 추구하면 된다는 식의 전통적 경영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성장과 경쟁력 추구라는 전통적인 기업의 가치를 사회공헌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요구와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지난한 과제다. 글로벌 1위 기업도 하루아침에 생존 위기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단순히 자신의 이익추구를 일정 부분 자제하겠다는 식의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한 전통적 접근은 자칫 경쟁력 저하와 위기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지탱 가능한 21세기형 자유시장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의 상호모순적인 이념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그야말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양수겸장적 접근법이 요구된다. 경쟁력과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가까이 접근한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선진 기업들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이 어려운 과제를 과연 어떻게 풀지는 임진년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업사이징, 신흥시장, 신규사업, 선도자 전략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새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들의 신년사 내용을 분석해 보는 것은 이들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일단 올해 신년사에는 유난히 대외적인 환경의 불확실성과 위기를 강조하는 문구가 눈에 많이 띈다. 물론 이러한 위기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지만 새해에는 유로존의 재정위기 외에 김정일 사망 후 대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가계 부채나 청년 실업과 같은 구조적인 경제문제와 더불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 및 경제적 환경의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년사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우리 기업들은 한편으로 경기침제와 저성장을 우려하면서도 여전히 신사업 강화, 신제품 출시, 신시장 진출 등 안정보다는 성장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경기에는 기업들이 각종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시키고 경비나 원가를 절감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전략에 주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핵심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업사이징(upsizing)’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 삼성에서 한화까지 재계 순위 10대 그룹의 신년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위기를 언급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다만 투자를 통해 각 기업들이 주력하는 전략의 내용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에 주력했던 기업들은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강조했다. 침체가 예상되는 내수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롯데, 한진, CJ그룹은 해외 시장 중에서도 중국, 동남아, 남미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등신흥시장(emerging market)’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어차피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선진국 시장이 금융위기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보다는 신성장 동력을 강조한 기업들도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은 빠른 시간에신규 사업(new portfolio)’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예컨대 SK그룹은 하이닉스반도체,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 신세계그룹은 복합 쇼핑몰과 온라인 사업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조기에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철강을 중심으로 작년에 인수한 현대건설을 3대 핵심성장 동력으로 강조했고, GS 그룹은 유통, 건설 외에 에너지 전문회사 GS에너지 출범을 통해 신성장 동력인 에너지 사업에 특화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CJ그룹도 기존의 식품 & 식품서비스, 신유통,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생명공학 외에 지난해 인수한 대한통운을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끝으로 소수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추종자(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선도자(first-mover)’ 전략을 선언했다. 작년에 애플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던 삼성을 비롯해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위상을 굳힌 현대자동차, 3D TV LTE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한 LG, 비록 규모에서는 아르셀로미탈에 뒤지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포스코 등이 선도자 전략을 강조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은 이제 선도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빠르게 따라가던 추격 전략을 버리고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로 글로벌 시장에 자리매김하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렇듯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대표 기업들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지금까지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2) 다운사이징, 선진국 시장, 기존 사업, 추종자 전략이 아니라 업사이징, 신흥시장, 신규 사업, 선도자 전략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위기와 기회: 2012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올해 임진년은 임진왜란 직전의 시대상과 비견할 만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2012년 기업 리더들의 신년사를 재무 및 회계 측면에서 요약한다면위기와 기회라고 부를 수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재정위기,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장기적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기업의 리더들이 신년사에서 이런 경기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북한 관련 위험 때문에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심해진 상황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선진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 내부의 리스크나 현금 수준 관리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위기상황별로 미리 대응책을 준비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온 우리 기업들은 이런 위기를 헤쳐가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다. 손경식 CJ 회장은이러한 경영 환경이 우리 그룹에 어려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전의 기회를 준다고 표현했고, 신격호 롯데 회장도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말들만 듣고 주저하기보다는 위기 속에 찾아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 달라고 말했다. 그룹 회장들의 신년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위기라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기회를 보다가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신년사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허 회장은침체일수록 기업들이나 산업 분야별로 허실이 분명히 드러나게 되므로 GS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투자는 이럴 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올해에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며이런 기회 속에 긴 안목으로 시야를 넓히고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위기 속에서도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는 과감히 단행돼야 한다. 우리는 적어도 10년 안에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야 한다는 말로 새로운 투자를 강조했다. 거의 모든 그룹의 회장들이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나 새로운 진출, 투자 확대 등을 얘기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경영범위가 이미 국내 시장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본인에게 위험은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기회일 수 있다. 위기 상황 속에서는 많은 경쟁기업들이 투자를 늦출 것이다. 또 기술을 갖고 있는 유망한 기업도 현금관리의 실패로 도산의 위험에 처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과감한 신규 투자나 M&A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 숫자를 봐도 불황기에 이뤄진 M&A의 성공 가능성이 호황기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나 M&A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획, 인수가치 평가, 자금 조달과 인수 후 통합 과정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 확보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표현처럼한국인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2012년 새로운 위험과 기회를 맞아 한국 기업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말한 것처럼 어려운 환경이지만 투자와 성장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1597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전장으로 달려나가서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그로부터 415년이 흐른 2012년 다시 돌아온 임진년에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화려한 승전고를 울리기를 기원해 본다.

 

 

 ‘신시장 창출과 동시에사회적 관심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신제품 마케팅을 통한 새로운 시장 확보와사회공헌 마케팅을 통한 따뜻한 기업이미지 확보가 내년도 주요 기업의 마케팅 화두로 해석된다. 혁신적 신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과 고객의 마음을 조기에 장악하고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공헌 활동을 통해 대승적 기업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주요 기업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마케팅 키워드는신제품개발(NPD: New Product Development)’이다.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해 혁신적 신제품, 신서비스를 창출해 시장을 선점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의 극심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최근 마케팅 환경하에서는 기존 제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조차도 어렵다. 쉽게 모방한 경쟁사들이 치고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사 제품에 가 있는 소비자의 시선을 뺏어오기 위해 더 자극적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마트에 가거나 TV홈쇼핑을 틀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이 난무한다.

 

이러한 기존 제품 영역에서의 극심한 경쟁은 여러 가지 비효율을 낳고 미래 성장에 대한 장밋빛 예측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경쟁자의 모방이 힘든 혁신을 담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 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미래의 성공이 담보된다.

 

신제품 개발의 성공을 위해 올해 주요 기업들은 한결같이 도전정신과 역발상 사고를 내세우고 있다. 혁신적 신제품을 내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이 이제껏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다가가기 위한 결연한 의지의 도전정신이 필수적이다. 새로움(Newness)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이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제품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는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혀 새로운 발상, 기존의 틀을 부정하고 때로는 정반대의 콘셉트를 내놓는 역발상적 사고가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일부러 양립 불가능한 역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 새로운 제품 콘셉트 실현 기술이 탄생할 수 있다.

 

한편 올해 주요 기업들은 외적으로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면서 신제품 마케팅을 통해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려 하지만 동시에 내적으로는 우리 사회 내부의 어려운 곳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공존공생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기업 발전의 영향력자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을 할 때 그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이미지는진정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진정성이 기반이 된 기업의 성장 활동은 소비자들에게 호의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업의 영속은사회적 인정의 기반하에서 가능하다. 사회적 책임, 공익을 대승적 관점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고 사회적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두 가지 마케팅 키워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의 경우 밖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을 바라보며 마케팅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기업들도 많다. 시장의 경우 좀 더 외연을 넓혀가기 위해 글로벌시장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때로는 신제품의 첫 출시 지역을 해외시장에 두는 식의 역발상도 필요하다. 신제품의 아이디어가 해외 시장, 해외 고객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많이 탄생할 것이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 또한 세계시장을 바라볼 때보다 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사람과 관련해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외부에 있는 사람, 즉 고객이 중요하다. 하지만 내부의 직원 또한 사람이고 사람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지며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내부 직원의 만족과 행복을 높이는 마케팅이 앞으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내부 직원의 행복을 통한 일의 몰입이 일어날 때 창의적 아이디어 기반의 신제품이 탄생할 것이다. 내부 직원이 행복해야 그들을 통한 사회적 마케팅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내부 직원의 행복이 신제품 마케팅과 사회공헌 마케팅의 첫 출발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위대한 리더의 말에는이야기그림이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마음에 남는 말이 있고, 귀로 흘리는 말이 있다. 가슴을 울리는 말이 있고, 읽어도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말이 있다. 소설이나 시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현장에서 CEO가 발표나 연설, 전 직원에게 보내는 메모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하기 쉽고, 가슴에 묵직하게 남으며, 손과 발을 움직이게 만드는 말들은 힘이 있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주요 기업들은 CEO들의 신년사를 발표한다. 하지만 기억에 남고, 화제가 되며, 직원들이 리더의 비전에 감동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신년사를 좀처럼 보지 못한다. 모두중요한 말이고옳은 말이지만울림이 있거나 주위 동료나 친구에게우리 CEO가 보낸 신년사인데 너도 한번 꼭 읽어봐라고 하고 싶은 메시지는 찾기 힘들다. 신년사와 같은 리더의 메시지는 담고자 하는 내용(what)도 중요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 즉 어떤 그릇인지(how)도 매우 중요하다. 2012년 국내 CEO 신년사 분석을 통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을 파워풀 하게 만드는 두 가지 패러다임을 살펴보자.

 

진술문 vs. 스토리

만약 한국 기업의 신년사에서 기업 이름만 모두 지운 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맞춰 보라고 하면 거의 못 맞출 것이다. 왜 그럴까? 옳은 말을 나열하는 일반적 진술문으로 이뤄져 있고 그 기업에만 해당하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신년사는 거의 붕어빵 형식으로 “(성장)해야 하며, (투자)할 것이고, (변화)하기 바란다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fact)은 정보를 전달하는(inform) 역할을 하지만 거기에 그친다. 반면 이야기(story)는 영향력을 행사(influence)한다. 최근 리더십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진정성(authenticity)’을 리더십 커뮤니케이터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자신만의 리더십 스토리를 알고 활용하는 리더십으로 풀어낼 수 있다.

 

좋은 예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인사말을 한 문단도 아닌 한 문장으로 짧게 끝내고는 바로 자신은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고 졸업식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처음이라고 자기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파워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째, 자신의 입양과 대학 중퇴, 둘째, 자신이 창업한 애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넥스트, 픽사에 이어 다시 애플로 복귀한 스토리, 셋째, 암 진단과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뒤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이야기. 그는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의 전환점, 사랑과 상실, 죽음과 삶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신제품 출시 프레젠테이션 역시 항상 비교와 비유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올해 국내 CEO 신년사에서 스토리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신년사 대신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임진년과 임진왜란을 비교하거나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몰입의 즐거움을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를 인용해 비유한 정도다. 그나마 이 두 사례도 그 기업만의 독특한 스토리로 보기는 힘들다.

 

개념 중심의 단어 vs. 이미지 중심의 단어

미국의 엠리치(Emrich), 브라우어(Brower), 펠드만(Feldman), 가랜드(Garland) 팀은 대통령의 연설문에 나타난 단어들의 특성과 리더십에서 카리스마와 위대함의 상관계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들은열심히 일하자”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좋은 생각이 있다” “고민해보자라고 할 것을땀을 흘리자” “길을 찾아보자” “꿈이 있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등으로 표현한다. 전자의 유형을 개념(concept) 중심의 단어라고 하고 후자를 이미지(image) 중심의 단어라고 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취임 연설 등을 분석한 결과 카리스마와 위대함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은 대통령들은 그렇지 않은 대통령들에 비해 이미지 중심의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예를 들어, 리더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존 F 케네디는함께 별을 탐험하고, 사막을 정복하며, 질병을 뿌리 뽑고, 해저 깊이 탐색하며, 예술과 상업을 장려합시다와 같이 탐사, , 사막, 해저 등과 같은 이미지 중심의 단어를 사용한다. 반면 낮은 리더십 평가를 받은 지미 카터는최근 우리의 실수를 기회로 국가의 기초 원칙으로 되돌아가 헌신하는 기회로 삼도록 합시다. 우리가 정부를 경멸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와 같이 거의 개념적 단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위대한 리더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리더의 비전을 자신의 마음에 그릴 수 있도록 소통하며, 따라서 이미지 중심의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결론지었다.

 

기업 CEO의 예를 들어보자. 1991년 코카콜라의 CEO였던 브라이언 다이슨이 행한 연설이다. 그는 인생을 저글링(juggling)에 비유했다. “삶을 다섯 개의 공을 가지고 저글링하는 게임이라고 상상해보세요. 각각의 공을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이라고 이름 짓고, 여러분은 그 공을 모두 떨어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일이라는 공은 고무로 돼 있습니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튀어 오릅니다. 하지만 가족, 건강, 친구, 영혼이라는 4개의 공은 유리로 돼 있습니다. 떨어뜨린다면 산산 조각이 날 것이고, 되돌릴 수 없으며, 예전과 같아질 수도 없습니다라며 삶에서 균형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012년 국내 기업 신년사를 검토해보면 그림 중심의 단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념적 단어를 활용한 진술문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극소수이긴 하나 그림 중심의 단어를 쓴 몇 가지 예는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 5년 이후를 기대할 수 없다” (구본무 LG 회장); “1분에 한번씩 웃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 “누군가 강을 볼 때 누군가는 그 끝에 펼쳐진 바다를 떠올리고…”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위대하다” (김승연 한화 회장); “[예측이 힘든 금년 경기는] 마치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도에 그친다. 메시지에서 이미지 중심의 단어를 더 활발하게 활용해 비전이 직원들에게 그림으로 그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권은 물론 기업에서도소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소통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자고 목청 높여 주장은 하면서도 신년사를 통해 본 리더의 소통은 개념적이고, 관념적이며, 그 스타일에 있어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0년간 CEO 신년사를 꺼내어 한번 읽어보라. 직원에게 신년사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틀에 박히지 말고 개방적이고 혁신적 사고를 하라고 주문하기 이전에 신년사에서부터 틀을 깨보는 것은 어떨까? 고객 만족을 주장하기보다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신년사에 인용해보면 어떨까? 혁신을 외치기보다 작년에 있었던 가장 혁신적인 사례를 하나 인용해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위기라고 말만 하지 말고 CEO가 위기를 느낀 경험을 나누면 어떨까? 직원들이 수첩에 간직하며 가끔씩 펼쳐보며 각오를 다지게 하는, 혹은 직원들을 위한 내부 메시지이지만 시민들에게도 힘을 주는 그런 리더의 메시지를 언제쯤 접하게 될까. 비전이란 말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이야기와 그림은 메시지를보고’ ‘느끼게만든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