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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경영

종교에서 배우는 ‘고객 경험 경영’의 진수

최선미 | 86호 (2011년 8월 Issue 1)
 

경영은 물질세계에 논의의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종교는 정신세계의 영역에 속한 초월적 가치를 다룬다. 경영이 생산, 소비, 부가가치, 이익 등의 현상 세계를 다룬다면 종교는 구원, 해탈, 행복, 이타적 행동 등의 초월적 영역을 다룬다. 경영과 종교는 언뜻 보면 극과 극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하다. 그러나 종교와 경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교류해왔다. 기업 경영에 종교적 가치가 어떻게 반영돼야 하고, 또 왜 반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많았고, 고등 종교의 가르침 속에 숨겨진 경영의 비밀이 탐구되기도 했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나 등이 그런 종류의 책이다. 경영의 일반적 원칙들이 어떻게 종교기관의 경영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최근에는 새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을 종교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도 전개되면서 다양한 비영리 종교단체의 성공 사례가 경영학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21세기의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에 들어서면서 종교와 경영은 본격적인 상호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적 반응이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소비의 경험적 가치가 창출하는 경제적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제조기업과 서비스기업 모두는 감성적 호소력과 경험적 가치를 극대화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경제 시대의 도래는 1990년 후반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소개된 <경험경제 시대>란 책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 선구적인 연구에서 저자는 놀이공원(Amusement Park)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적 체험, 즉 경험 상품적 요소가 발전해 공산품과 서비스상품에 반영될 것이며 앞으로 경험경제가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공산품과 서비스상품은 보다 큰 개념의 경험상품의 한 구성요소 정도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경험상품이 고안돼야 하며, 어떻게 개발돼 고객에게 제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경영학적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험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접근방법도 발표되지 않았다. 필자는 경험경영의 가능성과 방법을 종교의 가치 창출 방식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초월적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의 영역에서는 이미 경험경영의 진수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경험비즈니스인가?
21세기 경제를 주도할 경험 비즈니스의 실체는 무엇인가?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의 편익 이상의 그 무엇을 누리고 소비하고 싶어 한다.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진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삶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를 찾고 있다. 이들은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기업들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플러스 알파를 추가로 창출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예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기 위한 과정으로 귀속시켜 마케팅함으로써 급변하는 소비자 욕구에 대응하고 있다. 이 플러스 알파가 바로 고객경험(Consumer’s Experience)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고객경험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로 창출해온 부가가치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과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 고객경험은 어떻게 경영할 수 있을까?
 
한번 가정해 보자. 오늘도 긴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괜찮은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와인이라는 제품의 기능만 필요하다면 귀가 길에 쉽게 들를 수 있는 동네 가게에서 와인 한 병을 구매하면 된다. 와인 가격에 거품이 많이 빠진 요즘 3만 원 정도면 소매점에서 괜찮은 와인 한 병을 살 수 있다. 지갑을 열고 3만 원을 지출한 뒤 와인병을 들고 막상 집으로 오면 이미 3만 원을 지불한 경제 활동의 진정한 목표 달성이 그리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근사한 와인잔에 마셔야 제격인데 플라스틱 컵뿐이면 기분을 잡치게 된다. 와인과 함께 즐길 만한 치즈 같은 안주는 있는지 한참 수선을 떨어야 한다. 모든 게 준비됐는데 막상 와인 따개가 없다면? 와인 한 병으로 이루고자 했던 경제활동의 목적은 ‘대략난감’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돼 와인의 기능을 한껏 즐기려면 그냥 와인바로 가면 된다. 하루의 긴장을 모두 풀고 편히 쉬게 만들어주는 아늑한 분위기와 고급스런 와인 잔에 멋있게 와인을 따라주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다. 여기서 우아하고 편안하게 앉아 와인을 마시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떤 와인바에서는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특정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준 대가로 와인 가격의 2배를 청구한다. 즉 일반 동네 가게에서 3만 원만 지불하면 소비할 수 있었던 와인을 6만 원을 주고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와인바의 무엇이 이런 추가적인 경제 가치를 창출한 것일까? 바로 특정한 서비스의 편익이다. 하지만 이제 서비스의 편익 수준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와인바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편안하게 와인을 즐기는 것 이상의 그 무엇, 즉 차별화된 플러스 알파의 소비경험을 원하게 됐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고색창연한 사찰에서 은은한 풍경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우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은근하게 후각을 자극해오는 향냄새까지 즐기며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잘라 만든 테이블에 올려진 각양각색의 동양 음식과 더불어 멋진 와인 한 잔을 마신다고 상상해보라. 거기다가 동양의 문화를 전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서양 사람이 이 경험을 하고 있다면? 이런 이색적이고 특별한 환경과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그 서양 사람은 와인 한 잔에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을까? 실제로 이런 곳이 있다. 바로 서구 여러 나라의 주요 도시에 자리 잡고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부다바(Buddha Bar)란 레스토랑이다. 이곳에 가면 가게에서 3만 원, 일반 와인 바에서 6만 원이면 마실 수 있었던 와인이 10만 원, 혹은 그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저녁이면 대기시간 2시간 이상의 장사진을 이룬다. 실제로 필자가 가본 파리의 부다바는 금요일 저녁 대기시간이 무려 3시간이나 됐다. 원래 제품(와인)의 기능에 대한 가치 3만 원, 6만 원짜리 와인바, 10만 원이 돼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부다바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른 어떤 와인바가 제공할 수 없는 부다바만의 차별화된 와인 소비의 경험 때문이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차별화된 경험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제품의 기능이 제공하는 부가가치와 서비스 편익을 통해 얻는 부가가치를 넘어선다. 이것이 경험경제의 핵심이고 21세기 기업들이 경험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실질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경험경영의 구체적 실체는 무엇인가? 고객경험을 어떻게 경영한단 말인가? 경험을 경영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가? 보다 효과적인 경험경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험경영의 프레임워크
경험경영에 대한 첫 저술이자 경험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지침서인 의 저자인 조셉 피네(Joseph Pine)와 제임스 길모어(James Gilmore)에 따르면 경험이란 “제공자가 창출해놓은 상황 속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과 일정 기간 동안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얻게 되는 지식 및 감성”이다. 이러한 경험의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 고려돼야 할 필수적인 디자인 요소로서 저자들은 △상황(맥락) △고객의 역할(참여) △시간을 제안했다.
 
주제로 선정된 특정 경험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고객으로부터 기대되는 행위와 활동이 일어나도록 디자인된 물리적 환경, 즉 서비스 세트가 필요하다. 그 세트 안에 포함되는 모든 장비와 도구, 시설구조는 각각 어떤 식으로 고객 경험 창출에 기여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돼야 한다. 고객이 어떤 동선으로 세트 안에서 움직이면서 세트의 요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어떤 감각적 자극을 받아,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가 주도면밀하게 계획되고 디자인에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경험을 주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블트리호텔(Doubletree Hotel) 체인은 가정집의 거실같이 디자인된 로비에서 오후 3시 이후면 쿠키를 굽기 시작한다. 호텔 체크인을 위해 로비에 도착하는 고객들은 쿠키냄새를 맡으면서 어릴 때 학교 갔다 돌아오면 엄마가 간식으로 구워주던 맛있는 쿠키를 연상하고 이는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경험 경영에 있어서 종업원의 역할은 이러한 물리적 환경에서 고객이 따라야 할 규칙에 익숙해지도록 안내하고 고객이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격려해 각 고객이 원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존 제품생산이나 서비스 전달과 달리 경험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나 종업원이 아니라 고객 자신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경험 창출을 위해서는 고객이 스스로의 역할을 잘 해내도록 도와주고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상되고 기대되는 고객의 역할 또한 세심하게 미리 디자인돼야 한다. 경험이 일어나는 특정 시간 동안 종업원은 고객을 적극적으로 격려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소극적으로 지켜보기도 하는 역할 간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 자신이 주어진 경험의 상황 속에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소비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경험의 상황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놀이공원에 갔을 때 범퍼카를 직접 운전하면서 내가 상황을 통제해보기도 하지만 지쳤을 때는 가만히 앉아 공연을 지켜볼 수 있게도 해야 한다. 즉 강약의 조화가 다이내믹하게 이뤄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고객의 다양한 역할을 최적으로 조합한 사례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탈장수술 전문 숄다이스병원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이라는 주제의 고객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환자의 역할이 세밀하게 디자인되고 유도된다. 환자들이 병실에서 혼자 외롭고 지루하게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실에 TV를 없앴다. 대신 다른 환자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오락실을 설치했다. 기존 병원처럼 각 병실로 식사 배달을 해주지 않고 카페테리아에서 다른 환자들과 어울려 식사하게 한다. 심지어 신규 환자들에 대한 병원 소개 및 수술에 대한 안내를 이미 수술을 끝낸 환자들에게 맡김으로써 신규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기존 환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통해 소속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숄다이스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라 휴가지에 와서 멋진 친구를 사귀고 간다는 기억을 공유한다. 매년 열리는 ‘환자 동창회’에 3000명 이상 참여하고 있는 이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은 성공적인 경험경영의 실체를 보여준다.
 
경험 디자인의 세 번째 필수 요소는 시간이다. 경험이란 순간적으로 체험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기억과 함께 창출된다.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면 당장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경험 경영이 추구하는 것은 지금 당장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영속적인 기대심리다. 지금 느끼는 좋은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 아니라 이 서비스의 만족감에 시간이란 요소를 부여해 이를 장기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을 때 적절하게 경험의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경험의 강도가 조절되고 최적으로 조합되면 기억은 오래 남게 된다. 또한 적절한 순간에는 그 경험의 시간을 포착해 고정된 느낌으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스릴이 넘치는 번지점프를 경험하고 나오는 출구에서 본인의 공포에 질린 모습이 재미있게 포착된 사진이 근사한 액자에 담겨져 선물로 주어진다면 이 선물은 고객을 위한 배려임과 동시에 고객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상기되고 싶은 경험경영의 새로운 가능성이 된다. 경험의 진정한 가치는 경험을 하는 동안이 아니라 경험을 한 이후에 발생한다. 따라서 경험이 일어나는 시간뿐만 아니라 경험이 일어난 후에 어떻게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경험할 때는 정말 좋았지만 경험한 후에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험보다는 막상 경험할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좋은 기억이 나는 경험이 더 가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또 다시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경험을 원하도록 만든다.
 
종교경험의 프레임워크
성공적인 종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성직자들은 경험 경영의 프레임워크와 유사한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황(맥락)과 고객의 역할(참여), 시간 요소의 적절한 디자인과 관리를 통해 종교적 체험의 극대화를 유도한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높이 솟은 고딕 건물의 위용이 우리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보통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 높은 공간은 초월의 세계에 대한 우리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높은 제단으로부터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천국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다. 청각의 호소이다. 성당 안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면 후각이 자극된다.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 제목과 함께 피워 올려진 촛대에서 나는 촛농 타는 냄새가 우리를 독특한 종교 체험의 가능성으로 이끈다. 초파일날 사찰에 가도 마찬가지다. 일주문에서부터 일렬로 늘어선 울긋불긋 달린 연등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은은한 풍경소리와 저너머 대웅전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는 니르바나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러한 독특한 상황(맥락)에 노출된 신도들은 본인의 판단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깊은 종교적 체험으로 유도된다.
 
경험경영에서 고객의 역할(참여)이 핵심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종교에서도 고객의 역할이 강조돼왔다. 모든 종교는 신도의 자발적이며 주체적인 영적 체험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성공적인 종교단체의 운영은 구성원의 종교적 체험의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우스베링턴(South Barrington)에 위치한 윌로크릭교회(Willow Creek Community Church)가 대표적인 사례다. 윌로크릭교회는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중산층 교회의 대표적 모델로 소개돼왔다. 최근 한국 교회에서 환영받고 있는 이른바 열린 예배(Seeker’s Worship)의 전형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교회이다. 윌로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Bill Hybels) 목사는 전통적인 교회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지금까지의 교회는 담임 목사의 능력에만 집중하고 신도들에게 충분한 영적 체험과 참여의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도들은 수동적인 종교체험의 소비자로 남게 돼 그들의 잠재적 역량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이것이 교회의 원활한 종교적 기능 수행과 교회 성장에 가장 큰 방해요소라고 지적했고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자 훈련(Discipleship)과 소그룹 모임(Small Group Ministry)을 도입했다. 시카고 근교의 중산층 신도들에게 충분한 종교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평신도’로 불리는 일반 신도들이 스스로 목회에 참여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고안됐다. 윌로크릭교회는 신도 각 개인의 종교적 자질과 목회적 강점을 발견해 개발시키고 극대화시킴으로써 종교경험의 주체가 목회자에서 신도 개개인으로 옮겨지게 했다.
 
또 윌로크릭교회는 신도들의 주체적인 목회 참여와 종교 경험의 기회를 증대시키기 위해 자원봉사(volunteer)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그의 저서인 <자원봉사를 통한 혁명(The Volunteer Revolution)>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교회에서 그렇게 신도들을 부려먹는 데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질문할 정도로 신도들의 자원봉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윌로크릭교회는 IT 기술지원 부서에서부터 교회방문자 환영, 무료급식소 운영, 이중 언어 사용자들(주로 스페인어와 영어)의 교육부서 봉사, 저소득층 법률 자문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거의 모든 활동을 신도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운영하고 있다. 윌로크릭교회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신도들에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신도들은 자신의 재능을 나누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게 된다. 윌로크릭교회는 신도들이 교회 내의 단순한 관람자(Spectator)에서 참여자(Participant)로 전환될 때의 영적인 파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즉 신도들을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 와서 설교를 듣고 돌아가는 수동적인 고객이 아닌 주체적으로 종교 경험을 창출하는 교회의 주역으로 바꾼 셈이다.
 
윌로크릭교회는 찬양, 광고, 연극, 설교, 다시 찬양으로 이어지는 예배의 순서를 세심하게 디자인해 신도의 적극적 참여와 소극적 경청의 배합을 효과적으로 이뤄낸 것으로 유명하다. 무려 7095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윌로크릭교회의 예배당은 미국 내에서도 큰 규모로 꼽히는 할리우드의 코닥극장(Kodak Theater)의 두 배나 되는 크기를 자랑한다. 거대한 극장을 방불케 하는 윌로크릭교회의 예배공간은 그 안에서 종교행위에 참여하는 신도들을 압도하는 시설과 음향을 가지고 있다. 전자기타와 드럼 연주로 경쾌한 찬양이 시작되면 좌우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에는 찬송가 가사가 비춰진다. 8대의 카메라는 예배에 참여하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보여줘 다른 참여자들에게 감동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사람, 두 손을 들고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포착되면서 예배 참여자들은 초월적인 종교체험을 공유하게 된다.
 
소극적인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예를 들면 윌로크릭교회의 예배공간에는 십자가가 없다. 처음 교회를 방문한 소극적인 참여자에게 십자가라는 상징기호는 너무 많은 것을 부담지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윌로크릭교회의 목사들은 전통적인 목사 복장이나 정장 차림을 가급적 삼가고 청바지에 셔츠 같은 평상복을 입는다. 역시 소극적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이다.
 
경험경영의 마지막 필수요소인 시간 차원에 있어서 종교 경험과의 유사점은 무엇일까? 불교인구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스리랑카를 통해 살펴보자. 스리랑카는 자국 국기의 네 귀퉁이에 표현된 보리수잎을 통해 불교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불토국(佛土國)인 스리랑카에서 불교는 곧 생활이다. 어느 마을이든 한복판에는 보리수가 있고 그 아래에 부처님을 모신다. 집안에도 부처님을 모시고 아침, 저녁으로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삼귀의(三歸依)나 불경을 암송한다. 경조사가 있으면 반드시 사원을 찾으며 집안에 아픈 환자나 돌아가신 분이 있으면 스님을 모셔 법문과 의식을 청한다.
 
이러한 일상의 신앙생활 이외에 스리랑카 불교는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스리파다(Sri Pada)순례로도 유명하다. 스리파다산은 스리랑카 중부에 있는 2243m의 높은 산으로 ‘아담의 정상(Adam’s Peak)’이라고도 불린다. 원래 뜻은 ‘부처님 발’이다. 산 정상의 바위에 발바닥 모양의 홈이 파여 있는데 스리랑카의 불자들은 이것이 부처님께서 남기신 족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불교도들은 정상을 향해 쌓아올린 1만 개의 계단을 오르며 그들의 깊은 신앙심을 표현한다. 산악도시 라트나푸라(Ratnapura)에서 도보로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스리파다 순례길은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무려 1만 개의 계단을 올라야 정상에 이를 수 있는 이 고행의 길은 신심이 두터운 이들에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머리 위에 무거운 공양물을 얹거나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묵묵히 순례에 참여한다. 나이 많은 노모를 부축하거나 업고서 산을 오르는 그들을 보면서 그 경건함과 순수한 믿음에 감동을 받게 된다. 스리랑카인들에게 10시간에 걸친 산 정상까지의 순례 시간은 그 자체가 부처님에게 올리는 공양이고 자신과 가족을 생각하는 수행의 과정이다. 스리랑카인에게 불교가 큰 힘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가족단위의 순례의 경험이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했던 감동의 성지 순례는 참여했던 모든 불교도의 신심을 고양시킬 뿐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도 심어준다. 이들에게 종교는 의식인 동시에 감동을 함께 나눴던 공동체다. 또 정서적인 면과 심리적인 면에서 능동적 참여자가 되는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통해 스리랑카의 불자들은 초월적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함께 땀 흘리며 찍었던 가족사진 한 장이 이들에게는 가족애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증표가 된다.
 
종교가 경험경영에 주는 영감
경영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 이익을 추구하지만 종교는 신도들의 체험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경험경영의 시대에 상이해 보이는 경영과 종교가 합일점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인간(소비자 및 신도)에게 보다 효과적인 물리적 편리와 정신적 위안, 나아가 행복감을 제공하는 노력에 동참하게 됐다. 종교의식이 추구하는 예배의 경건함을 통해 우리는 경험경영이 추구하는 상황(맥락)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된다. 초월의 의식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종교 건물이나 예배 환경을 통해 기업들은 궁극적인 고객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공간이 어떻게 활용돼야 할 것인가를 배울 수 있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종교단체의 모델은 대부분 전문 성직자가 아닌 일반 신도들을 조직화하고 이들을 종교 활동의 적극적인 주체로 삼고 있다. 아무런 물질적인 보상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자발적인 신도들의 존재는 경영자들에게는 경이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경험경영이 종교로부터 배워야 할 또 다른 점이다. 고객의 역할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유도했을 때 기업이 의도하는 고객경험이 가장 성공적으로 창출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종교를 통해 찾을 수 있다.
 
끝으로 종교적 체험은 시간의 속박을 초월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는 과거에 제공된 용역에 대한 기억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종교적 체험의 만족도는 천국(기독교)이나 열반의 세계(불교) 같은 미래적 가치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의 고통이나 슬픔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종교가 가진 힘이다. 앞으로의 경험경영은 과거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미래의 가치에 대한 기대까지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영이 종교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경험경영의 진수다.
 
최선미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sc128@yonsei.ac.kr
최선미 교수는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프랑스 에섹 경영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에서 강의 우수 교수상을 수차례 수상했으며 등의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르네상스 창조 경영>이 있다.
 
  • 최선미 | -(현) 연세대 경영대학 부교수
    - 미국 코넬대 경영대 교수
    -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경영대 교수
    - 프랑스 에섹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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