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사장과의 그리스 해외 출장은 최고경영자(CEO) 관점에서 사업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신 사장과 글로벌 시장을 둘러보며 서구 문명과 이 문명을 일군 고대 영웅들의 업적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 시대에 스티브 잡스와 같이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이 마케도니아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과 같은 영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알렉산더는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장악한 군주였다. 그가 진정 성공한 지도자일까? 여러 전투에서 승리하며 영토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로 확장해나갔지만 제국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가 재위 13년간 무려 10년간을 원정하며 건설한 마케도니아 대제국은 그의 사후 세 나라로 갈라지고 말았다.
기업이 신제품이나 신시장을 계속 개척한다고 해서 과연 성공한 것일까? 해답은 기업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주변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의 전략을 논의해보면 찾을 수 있다.
이번 출장 내내 신 사장은 회사의 핵심에 기반을 두고 어떻게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기에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대단했고, 뭐든지 다 하면 된다고 믿었지만,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제3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현명한 리더였다.
사업의 핵심을 그림 한가운데 점으로 표시하고, 어떤 기준으로 사업을 주변으로 확장하려고 했는지, 과거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대안은 무엇인지, 경쟁자가 추구하는 주변은 무엇인지, 신기술로 확장 가능한 대안은 무엇인지 등 모든 대안을 하나의 도표에 그려보도록 신 사장에게 조언했다. 이렇게 ‘핵심 주변도(Core & Adjacency Map)’을 그려놓고 보면 빠진 것은 무엇인지, 가장 그럴 듯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장 일변도의 정책이 가지는 치명적인 약점도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신 사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핵심과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 될 주변을 찾아야 하군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에게 도표를 완성하고 나면, 각각의 대안에 잠재 시장 규모, 핵심 경쟁력에 의한 차별적 우위 정도, 예상되는 경쟁 강도, 핵심과 주변의 관계,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발전 가능성, 실행 가능성 등을 대상으로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보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가장 매력적인 대안의 윤곽이 정리될 것이라고.
편집자주 서비스 경영과 생산관리, 물류 등을 연구해온 김연성 인하대 교수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서비스경영>,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