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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창출의 새로운 원천, CSR

문휘창 | 53호 (2010년 3월 Issue 2)

근대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에서 “개인이건 기업이건 각자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만 하면 사회의 부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세기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1930년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기업이 윤리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사회 전체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때만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베버의 이 주장은 미국의 자본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줬다. 산업 시대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비롯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에 이르기까지 미국 거부들이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되돌려준 배경에도 베버가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더욱 많은 학자와 사회적 지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면서 CSR이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의 CSR 접근법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기존 접근법은 기업과 사회의 관계를 대립 관계로 보고, 기업이 사회에 부정적인 해악을 끼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CSR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나온 견해다. 이 논리대로라면 기업은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일정 수준의 돈과 시간만 기부한 후 CSR에 매진했다고 생색낼 수 있다. CSR을 그저 귀찮기만 하고, 남들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무로 평가 절하하기 쉽다는 뜻이다.
 
CSR에 관한 기존 시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덕적인 의무감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생각으로 기업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어느 정도 공헌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지속적 성장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사회적 환경을 해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유해 물질을 마구 버리면 환경이 파괴되어, 결국 해당 기업에게도 해가 된다는 논리다. 셋째, 기업 이미지다. 현대 경영에서 기업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다는 논리다.
 
3가지 견해의 공통점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기업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사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은 원칙적으로 배타적인 ‘제로섬 게임’이므로, 어느 한쪽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한쪽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견해는 매우 잘못됐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사회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고, 사회를 발전시켜가면서 자신의 이윤을 높이는 조직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일반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할 때와 마찬가지로 CSR 전략도 잘 수립하면 기존 ‘제로섬 게임’을 ‘윈윈 게임’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문과 기업의 경쟁 우위 분야의 접점을 찾아, 사회와 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이때 기업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우선 기업이 행동을 취하면(inside-out), 사회가 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outside-in) 식의 ‘윈윈’ 게임이 성립한다.(그림1)

기업이 속한 업종 특성에 따라 효율적인 CSR 방법도 달라진다. 의료 기기를 취급하는 기업은 헬스케어 CSR에 관심이 많고, 컴퓨터 전문 업체는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사회 공헌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같은 산업에서도 기업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볼보는 튼튼하고 안전한 자동차로 유명하다. 반면 일본의 혼다는 연료를 적게 사용하고, 배기가스 배출도 적은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잘 만든다. 볼보와 혼다 모두 자사의 우선순위를 둔 분야에 남다른 노력을 하면서, 필요할 때 관련 분야에 많은 연구 투자 및 기부를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해당 기업의 이윤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즉 자사에 가장 잘 맞는 분야를 선택하면 기업 이윤도 늘고, 사회적 부가 가치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CSR 분야에 적용해보자.
CSR, 단순 책임에서 벗어나야
CSR을 단순한 책임이 아니라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으로 보면 유용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적용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마이클 포터와 크레이머 같은 학자는 CSR을 반응적(responsive) CSR과 전략적(strategic) CSR의 2가지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의 주장을 기초로 필자가 내용을 재구성한 2가지 접근법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반응적 CSR은 기업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에 해를 줄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의 ‘선한 시민(good citizen)’의 책임을 지고 행동하는 행위를 말한다. 필요에 따라 금전적인 기부를 하고 시간을 내서 사회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기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매우 흐뭇하게 생각한다.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때도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학교 도와주기 프로그램’을 보자. GE는 자신들이 사업하고 있는 도시들에 있는 여러 학교들을 선택해서 매년 100만 달러씩, 5년간 계속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이 있다. GE는 금전적인 기부에서 멈추지 않았다. 임원 및 종업원들이 해당 학교에 가서 필요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학교 직원 및 학생들에게 카운슬링을 해주는 등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해당 학교의 행정 및 학업 성과가 크게 높아졌다. 회사와 종업원 모두가 이 결과에 매우 만족했음은 물론이다.
 
전략적 CSR은 기업과 사회의 관계를 윈윈 게임으로 본다. 즉 기업의 이윤을 높이면서 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이 진정한 CSR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이란 최소 투입(input)으로 최대 결과(output)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가치 창출을 극대화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조직이므로 투입뿐 아니라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결과가 사회 및 기업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략적 CSR을 잘 사용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과거 빠른 속도로 성장할 때 MS는 정보기술(IT) 관련 기술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당시 미국에서만 약 50만 명의 IT 기술 인력이 모자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S는 2년제 전문대학(community college)에 투자해 필요한 IT 인력을 조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대학의 IT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표준화돼 있지 않았고, 강의실 기자재는 낙후되어 있었다. 실력 있는 강사들도 별로 없었다. 결국 MS는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교육 프로그램을 표준화하고, 낙후된 기자재를 모두 교체했다. MS의 일류 기술자들이 직접 학교에 가서 최신 기술을 가르쳤고, ‘교수 개발 프로그램’도 만들어 교수진의 실력까지 업그레이드시켰다.
 
GE와 MS 사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통점은 두 기업 모두 사회에 도움을 주었으며 기업과 사회 모두 꽤 만족했다는 사실이다. 차이점은 GE의 사례에서는 GE가 투자한 해당 지역의 학교들이 주로 혜택을 받았지만, MS의 사례에서는 해당 지역의 전문대학이 받은 혜택보다 MS가 받은 혜택이 더 컸다는 사실이다. 교육시킨 IT 기술자들을 MS가 고용해 인력난에 적극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5000만 달러는 엄청난 비용이다. 하지만 만약 MS가 기업 내에서 이 기술자들을 자체적으로 교육하려 했다면 시설 확보, 교수 채용 비용만으로도 5000만 달러를 훨씬 넘었을 것이다.

사례 연구: 기업과 사회의 상호 ‘윈윈’ 전략
MS의 사례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봉사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림2>처럼 가치 사슬 분석(Value Chain Analysis) 기법을 도입해보면 MS의 사례는 해당 기업의 인적 자원 관리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력 자원 관리에 관한 다른 예를 보자. 세계적인 호텔 체인 업체인 매리어트는 지역 단체에서 추천하는 구직자들에게 어느 정도 수당을 주면서 현장 실습(OJT•on-the-job training)을 시킨 후, 이수자의 90%를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지역 단체가 추천한 구직자들이기 때문에 기업은 처음부터 구직자들을 추려내야 하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더욱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전략도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식품업체 네슬레는 인도의 모가(Moga)라는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네슬레는 자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주요 원료인 신선한 우유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소규모 우유 공급자들이 기르는 젖소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우유의 품질이 떨어졌고, 우유를 운반하는 수단도 열악해서 네슬레가 원하는 고품질 우유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네슬레는 해당 지역에 수의사와 관련 기술자들을 파견, 소를 과학적으로 기르는 방법을 교육하고 관련 인프라도 개선해줬다. 또한 적당한 지점에 냉장 시설이 구비된 집합 장소(collection points)를 설치해 농민들이 그 지점까지만 우유를 가져오게 했다. 그다음부터는 네슬레가 트럭으로 직접 운반해 물류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과거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혔던 모가는 이제 인도 낙농 산업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결과적으로 네슬레도 품질 좋은 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이윤이 크게 증가했다. <그림2>에서 가치 사슬 분석으로 보면 이러한 전략은 조달(procurement) 및 투입 물류(inbound logistics)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해당한다.
 
고급 유기농 식품으로 유명한 미국 식품업체 홀푸드는 가치 사슬을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해 경쟁력을 높였다. 홀푸드는 단순히 유기농 제품을 만드는 데 만족하지 않고 제조 및 관련 시설에 100% 풍력 에너지를 사용한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건강하지 못한 제품은 소비하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친환경적인 단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홀푸드는 ‘가축을 기를 때도 정성을 다해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물동정재단(Animal Compassion Foundation)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고급 유기농 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홀푸드의 여러 전략은 관련 사회 단체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홀푸드의 가치 사슬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윤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네슬레와 홀푸드의 사례는 기업이 CSR을 자사의 고유 전략과 별개 사항으로 볼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즉, 기업의 다른 전략과 마찬가지로 CSR 역시 이윤 창출 전략에 부합하도록 활용해 사회와 기업 모두가 ‘윈윈’해야 한다.
 
기업과 사회를 통합하는 사회적 자본 창출
일각에서는 기업이 CSR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고 하면 달가워하지 않기도 한다. 이들은 “사회에 환원하려면 조건 없이 줘야지, 이익을 챙기면서 주면 기부를 하고도 욕을 먹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기업가는 기업의 돈과 시간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여유 자금이 있다고 해도 이를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게 좋은지, 종업원 복지 개선을 위해 쓸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할지를 심사숙고한 후 결정해야 한다. 어디에 얼마를 사용해야 할지 각 사례에 해당하는 적절한 금액을 산정한 후, 어떤 선택이 사회에 최대한의 도움을 줄지를 계산해봐야 한다. 기업인은 자선 사업가가 될 수 있어도, 기업 자체는 자선 단체가 아니다. 빌 게이츠는 철저한 경영 논리로 돈을 많이 벌었고, 그 자신에게 배당된 돈 대부분을 게이츠 재단을 통해 사회에 기부했다. MS를 통해 사회에 기부한 게 아니다. 경영자와 개인의 관점을 철저히 구별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이윤 창출 논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제로섬 논리’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은 사회에 공헌하면서 반대급부를 제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반대급부가 발생할 뿐이다. 어차피 사회는 손해 볼 게 없다.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이 CSR을 부담이 아니라 이윤 창출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CSR을 사회에 자선을 베푸는 행위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오만해질 수 있다. CSR를 통해 자기 만족뿐 아니라 새로운 경쟁력까지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야 더욱 신중하고 효율적인 CSR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고유한 방법은 지식 창조지만(DBR 46호 ‘지식 창조하는 조직 만들려면’ 참고), 소비자를 활용할 수도 있고(DBR 49호 ‘기업, 때론 소비자 가르쳐야’ 참고), CSR을 통해서도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CSR은 해당 기업과 혜택을 직접 받는 특정 사회 부문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주어 기업뿐 아니라 사회를 한 차원 더 높여주는 새로운 사회적 자본을 창출할 수 있다. MS의 IT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은 MS나 해당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 정보통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네슬레 인도의 CSR 활동도 네슬레와 모가 지역의 우유 공급자, 관련 지역의 낙농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이런 성공 사례가 없다. CSR에 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기업은 CSR의 필요성 정도만 인식하고, 사회는 기업들에게 무조건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과 사회 모두 CSR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기업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CSR 활동에 나설 것이고, 사회적 혜택 또한 더 늘어날 것이다.
 
편집자주 전략 경영 이론의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전에서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전략 경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성과를 내온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코너를 통해 경영 전략 이론의 분석 틀과 그 올바른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고전 이론뿐만 아니라 최신 경영 이론도 함께 소개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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