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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방법론 略史

인식의 오류 극복해야 옳은 결단 가능

안재현 | 41호 (2009년 9월 Issue 2)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퇴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퇴임 후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이 정말 편했는데…”라고 답했다. “전혀 그립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의사결정의 어려움”이라고 털어놓았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막강한 권력을 쥐고 원하는 모든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런 미국 대통령도 의사결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당면한 문제로 머리털을 쥐어뜯고 싶어 하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의사결정의 오류
경영자들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가치의 상충, 목표의 불명확성, 문제의 모호성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 순간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고독한 사람들이다. 신상품 시판에서부터 신기술 개발, 생산 시설 확충, 인수합병(M&A)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결정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제대로 된 의사결정 체계와 훈련을 기반으로 내리는 결정은 극히 소수란 사실이다.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경험에 의존해 내려진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 과정에는 적지 않은 오류가 있기 때문에 경험과 직관(intuition)에 의한 의사결정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물을 인지하고 해석한다. 이 때문에 소위 ‘의사결정 오류(편향)’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이유다.
 
의사결정 오류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할 때, 사전에 주어진 정보(초기 값) 때문에 비합리적인 후속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학자들은 이를 ‘닻 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는 닻을 내린 곳 주변에 배가 머물듯,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 닻’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DBR TIP ‘닻 내리기 오류의 사례’ 참조)
 
많은 심리학 연구들은 ‘닻 내리기 효과’ 외에도 많은 인지 또는 인식의 오류를 밝혀냈다. 또 다른 예인 ‘현상 유지 오류(status quo bias)’에 의하면 사람들은 사전에 주어진 대안이 최선이 아니더라도 사후에 그것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최적의 대안이 선택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미끼 효과(decoy effect)’는 제3의 변수(미끼)에 따라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어떤 사람에게 대안 A와 B가 주어졌다고 하자. 그는 2가지 중 하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이때 그에게 A보다 훨씬 좋지 않은 대안 A1을 주면 A를 쉽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A와 B의 비교라는 이성적 판단 과정을 무시하고서 말이다.
 
DBR TIP 닻 내리기 오류의 사례
 
필자는 지난 10년간 KAIST의 경영자 대상 강의에서 수강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다음과 같이 질문해왔다.
 
A그룹: 1990년 8월 기준 한국의 총 사육 돼지 수가 100만 두 이상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시오)
 
B그룹: 1990년 8월 기준 한국의 총 사육 돼지 수가 1000만 두 이상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시오)
 
후속 질문은 “당신의 판단으로는 그 숫자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다. 그 추정을 위해 경영자들은 재미있는 방법을 다수 동원한다. 한국의 농가 수와 돼지를 키우는 농가의 비율, 사육 농가의 평균 돼지 사육 숫자 등을 이용하는가 하면, 가정과 직장에서 먹는 돼지고기의 월평균 양과 돼지 한 마리의 무게, 가구 숫자 등으로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10년간의 강의에서 한 번의 예외도 없이 B그룹의 추정치가 A그룹의 추정치보다 3배 이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첫 번째 질문에서 주어진 사육 돼지 수가 A그룹에는 100만 두(A그룹의 닻)로, B그룹에는 1000만 두(B그룹의 닻)로 다르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경영자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비이성적 인식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러한 깨달음이 향후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됨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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