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장인 제프리 가트너 교수는 지난 4월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린 국제경영대학협회(AACSB) 연례 총회의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세계 경제 위기의 출발점이 된 미국의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경영대학의 잘못된 교육도 금융위기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경영대학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경영자들이 비윤리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가트너 교수는 지나치게 많고 과도하게 세분화된 경영대학의 교과 과정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영대학들도 경영자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앞다퉈 대학의 비전과 미션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윤리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자를 배출하는 데에는 못 미치고 있다. 고작 기업 윤리 및 사회적 책임 관련 과목을 개설하거나, 일반 강의 계획표에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고 시간을 할애해 중요성과 개념 및 사례를 소개하는 정도다. 행동의 변화는 경험과 연습에 의해서만 이뤄진다. 사회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다시 봉사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경영대학이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실행해보고 윤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경험을 시켜야 윤리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리더를 기를 수 있다.
필자는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이번 학기부터 우리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지역 사회의 저소득층 어린이를 가르치는 봉사 프로그램을 정규 과목으로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지역의 한 초등학생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아이의 입에서 “제 장래 희망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거예요!”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4인 가족의 수입이 최저 생계비 130만 원에 못 미치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다. 그러면 110만 원의 현금과 교육 급여 등의 혜택이 있다. 아이는 그 내용을 잘 모르면서도 평소 부모의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듣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게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이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과학자, 기업가, 대통령으로 바꿔줄 수 있다. 평생 저소득층에서 벗어나지 못할 한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일에 참여하는 거야말로 얼마나 고귀하고 참된 일인가. 이것이 바로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일 아니겠는가.
이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 대학은 흥미로운 교육 콘텐츠 제공자, 아이들을 모으고 교육 장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 자치단체와 초등학교, 아이들의 교재와 간식을 후원해줄 수 있는 기업들을 모으고 조직화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대학생 자원봉사팀 ‘반디플러스’가 밤낮없이 발로 뛴 덕에 이 프로그램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4인 1조의 대학생들은 10개 조를 구성해 저소득층 어린이 200명을 20명씩 맡는다. 우선 영어 노래, 율동, 영어 연극, 한자 랩 등을 가르친다. 학기 말에는 우리 대학 내에서 어린이, 학부모, 후원 기업, 협력 기관들을 모두 초청해 발표회와 축제의 자리도 만든다. 아이들이 영어 한 글자, 한자 한 글자를 더 배웠다는 걸 축하하는 게 아니다. 한 어린이의 미래를 바꾸고, 한 대학생이 봉사 정신을 가진 리더와 경영자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한 걸 축하하는 자리다.
필자는 우리 대학의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다른 경영대학들과 공유하길 간절히 희망한다. 이 프로그램의 모든 시스템과 노하우를 공유할 준비도 기꺼이 돼 있다. 현장에서는 반디플러스 학생들이 기꺼이 지원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하나로는 미약한 반디의 불빛이 모여 이 사회를 비추는 불빛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