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에 예술을 허하라!

30호 (2009년 4월 Issue 1)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영업 프로세스를 전 세계적으로 도입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역마다 다른 프로세스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한가? 제조업체는 품질 개선을 위해 최신 표준화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게 더 좋은가, 아니면 직원 교육 및 권한 분산에 더 투자하는 게 현명한가? 외과의사를 간호사처럼, 감시관을 기계공처럼 다루면 품질이 더 나아질까?
 
이는 기업 프로세스 관리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고민하는 문제다. 과학보다는 예술적 성격이 강한 프로세스는 본질적으로 체계화나 표준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표준화해서는 안 되는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예술적 프로세스(artistic process)와 과학적 프로세스(scientific processes)를 어떻게 구별하고 운용해야 할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
 
현재 전 세계 기업 관리자 및 컨설턴트들은 프로세스 표준화를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제조업체들은 도요타 생산 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ㆍTPS)을 본뜬 제도를 통해 품질 및 효율을 엄청나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이 방식이 이러한 성공으로 지나치게 남용돼 적합한지 여부를 따지지도 않은 채 프로세스 표준화를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예술적 프로세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할 3단계 접근법을 통해 과학적 표준화의 거센 물결에 떠밀리는 예술적 프로세스를 구하려고 한다. 예술적 프로세스와 과학적 프로세스는 상반된 것이 아니며 서로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예술적 프로세스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공들인 작업이나 전문적인 일 등을 ‘예술’이라 말한다. 이 일은 프로세스, 투입물, 산출물 모두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적 프로세스는 생산에 투입할 자재가 동일하지 않아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 하는 가변적 환경일 때, 고객이 유일하거나 차별화된 산출물에 가치를 둘 때 특히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이 아닐 때에는 예술적 프로세스보다는 대량 프로세스(mass process)나 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을 하는 쪽이 더 낫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면, 이 회사의 프로세스는 미숙하거나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기업은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104쪽 ‘프로세스 매트릭스’ 참조) 예술적 프로세스가 필요한 상황이 어떤 때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프로세스 매트릭스]
 
이 간단한 툴은 관리자들이 프로세스를 분류하고,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판단할 때 도움을 준다.

대량 프로세스는 산출물의 다양성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표준화 프로세스다. 범위가 좁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산출하기에 적합하다. 이때 직원의 예술적 재량권은 모두 없애야 한다. 대량 프로세스를 폭넓게 도입한 산업은 철강, 자동차, 고객 금융 서비스 등이다.
 
대량 맞춤 생산은 통제된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과학적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작업이다. 델의 개인용 컴퓨터나 BMW의 ‘직접 조립(build your own)’ 차량이 대표적 예다. 제품의 수는 많지만(BMW는 1억3000만 개의 조합을 제공한다), 제품의 다양성은 미리 정해진 부품의 조합으로만 제한돼 있다. 대량 맞춤 생산은 대체로 통제와 다양성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이다. 그러나 “사무실에 어울리는 천 소재 덮개의 분홍색 컴퓨터를 갖고 싶어요”라는 식으로 고객이 진정한 맞춤 생산을 원한다면, 이 방식은 충분한 해법이 아니다.
 
미숙하거나 결함이 있는 프로세스는 고객이 요구하는 일관성 있는 산출물을 생산할 수 없다. 상품에 혁신적인 자재, 기술, 디자인 등을 도입할 때 가끔 프로세스의 통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때 관리자들은 산출물의 다양성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혹은 바람직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다양성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고객들에게 이러한 다양성의 가치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예술적 프로세스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반면 고객들이 이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표준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보잉은 탄소 복합 소재로 제작한 최초의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를 선보일 때 비슷한 행보를 취했다. 즉 동체 제조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기 위해 수차례 시험 비행을 반복했다.
 
예술적 프로세스는 숙련공의 판단력과 직접 경험을 중시한다. 스타인웨이의 피아노 제작,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예술적 프로세스를 선택할 때는 고객들이 정말 산출물의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어떤 관리자들은 대다수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표준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자기 기만에 빠질 수 있다.
 
가변성이 큰 환경 과학적 프로세스에서는 다양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때로는 다양성이 꼭 필요할 때도 있다. 피아노 공명판 제작에 쓰이는 목재가 모두 다르게 생겼음을 생각해보라. 다양성을 줄이는 데 들이는 비용이 이익보다 큰 경우도 있다. 의사가 복잡한 질병을 치료하면서 획일적인 진료 지침을 적용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 상황에서 과학적 프로세스를 적용하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일일이 복잡한 규칙을 만들어 다스릴 수밖에 없다. 이는 직원들의 책임감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그들이 특정 업무의 성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일률적인 해법에만 의존하게 만든다.
 
고품격 서비스로 명성을 얻은 리츠칼튼 호텔도 2006년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리츠칼튼은 수십 년간 직원들에게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고객 서비스 기본 수칙을 엄격히 지키도록 해왔다. 하지만 결국 정해진 수칙들로는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고객들의 연령층이 낮아지고, 계층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리츠칼튼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 기본 수칙의 항목을 늘리는 것 역시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리츠칼튼은 기본 수칙을 12가지 조항으로 단순화하고, 직원들이 판단력과 임기응변 능력을 더 많이 발휘하도록 독려했다. 엄격하게 규정한 프로세스 조항(항상 고객의 짐을 들 것, 호텔 내 위치를 안내할 때에는 방향을 가리키지 말고 직접 모시고 갈 것, ‘좋은 아침입니다,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등의 말을 사용할 것)은 진부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경영진은 이 엄격한 조항들을 보다 느슨한 가치 진술(‘나는 고객들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그들을 리츠칼튼의 평생 고객으로 만든다’ ‘나는 고객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권한이 있다’)로 바꿨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고객 요구를 상세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다. 고객 만족도 또한 크게 높아졌다.
 
[HBR TIP] 예술적 프로세스와 과학적 프로세스의 차이
 
홀과 존슨의 분석 틀은 예술적 프로세스가 기업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예술적 프로세스를 어떻게 집행할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과도 관련이 있다.
 
예술적 프로세스가 적합한 분야와 표준화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사례 수년 동안 리츠칼튼은 직원들에게 고객 서비스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적용했다. 그러나 고객층이 다양화되면서 경영진은 표준 프로세스가 모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고객들이 다양성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고객들은 자신에게 맞는 대우를 받길 원했다. 이 다양성 실현 방법을 획일적으로 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예술적 프로세스의 중요성이 커졌다. 리츠칼튼은 프론트 데스크 매니저, 컨시어지(비행기, 숙박, 레스토랑 예약 등의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전문 서비스 직원), 웨이터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줬다. 반면 객실 청소 및 설비 관리 직원에게는 면밀히 정해진 표준 규칙을 엄수하도록 했다. 그 결과 리츠칼튼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예술가적 직원과 예술적 프로세스는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가?
사례 스타인웨이에서 공명판을 제작하는 일과 피아노를 최종 조율하는 일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작업이다. 스타인웨이는 조율사들이 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일대일 견습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까다로운 피아노 연주자들로부터 받는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이러한 예술적 프로세스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예술적 프로세스와 표준화 프로세스는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
사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을 위해 환자 서비스 표준화에 앞장서왔다. 이 병원은 관상동맥 우회술과 같은 복잡한 수술에는 외과의사의 예술적 판단력을 허용하는 반면, 수술 전후 처치는 상당 부분 표준화시켰다. 두 작업의 평가 기준 또한 다르다. 표준화 프로세스는 엄격한 규칙을 기준으로 측정하고 평가하지만, 예술적 프로세스는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평가한다.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산출물의 다양성 가변성이 높은 환경에서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또 고객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할 때가 많다.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용으로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사례다. 스타인웨이 앤 선스(Steinway & Sons)는 자사의 연주회용 그랜드피아노가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음을 자랑한다. 그들은 이 특성을 자재의 성질과 장인의 솜씨가 제품 속에 풍부하게 깃든 결과로 평가한다. 와인 장인들도 그해 수확한 포도로 가장 독특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그들의 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술적 프로세스는 흔히 품질에 대한 일관된 정의가 없을 때 특히 필요하다.(HBR TIP ‘많은 프로세스가 예술이다’ 참조) 고객들이 독특함이나 다양성을 요구한다면 고객의 개인적 취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가의 일이다. 예술적 프로세스는 과학적 프로세스가 흉내 낼 수 없는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해진 인사말과 의도적인 미소가 최소의 효과를 낸다면, 리츠칼튼 직원이 직접 생각해낸 인사말 한마디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고객을 상당히 만족시킬 수 있다.
 
[HBR TIP] 많은 프로세스가 예술이다
 
수많은 프로세스가 독특한 고객 맞춤형 결과를 낳는 예술적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리더십 훈련 개인의 의사결정 능력과 자기 인식을 개발할 때는 상당한 시간과 일대일 지도가 필요하다.
 
감사 새로운 세계 회계 기준의 방대한 원칙을 적용하려면, 이들 원칙이 각 기업에 대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이해력과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헤지펀드 운용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위험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최종 투자를 결정할 때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고객 서비스 각각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직원들은 ‘수칙에 적혀 있지 않은’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신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어떤 부분을 과감히 삭제할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과 반복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회계 관계 관리 중요한 고객들을 계속 만족시키려면 표준 업무 외에 고객별 맞춤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신규 사업 개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은 정해진 공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산업 디자인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동시에 참신한 디자인도 만들어내려면 풍부한 상상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예술 운용 프로세스
조직 내에서 예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려면 표준화 교육과는 다른 3단계 접근법이 필요하다. 각 단계는 관리자들이 숙고해야 할 다음 질문들로 이뤄진다. 예술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부문은 어디인가? 예술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예술적 프로세스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 우리는 연구 및 컨설팅 경험을 통해 이 3가지 질문의 답을 얻었다.
 
1단계: 예술적 프로세스가 필요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파악하라 우선 당신 회사의 프로세스를 면밀히 분석하고, 예술 또는 과학이 고객에게 가치를 더해줄 부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라. 이를 위해 ‘프로세스 매트릭스’를 활용하라.
 
어떤 기법이나 업무 방식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을 때는 이를 대량 프로세스로 발전시킬지, 예술적 프로세스로 발전시킬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관리자들은 고객들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중시하라고 설득하지도 않고 대량 프로세스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대량 프로세스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해도 성급하게 그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을 때는 혼란스러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예술가적 인력들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 도달한 프로세스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표준화를 강행하면 이러한 성향을 지닌 직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이들은 혼란기를 바로잡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때문에 과학적 프로세스로 방향을 확정하더라도, 그 전에 예술가적 직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줘야 한다.
 
하지만 과학적 프로세스를 확립했거나, 고객들이 다양성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예술적 프로세스를 중시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표준화 프로세스를 도입한 경쟁사가 나타나면 그들이 당신 회사를 앞지를 수 있다.
 
2단계: 예술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개발하라 인프라 개발은 예술가들에게 업무를 실행하고 예술적 기능을 갈고닦을 자유를 주며, 고객 가치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게 한다. 예술적 프로세스의 결과를 평가하고, 예술과 과학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며,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직원들을 교육하려면 반드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과학적 프로세스는 일률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집행하므로 예술적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때 예술적 프로세스의 성공은 외부의 측정 기준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즉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직원들은 그들만의 주관적 기준으로 품질을 평가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객과 피드백을 해야 한다.
 
회사는 이 피드백을 폭넓은 고객층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전문 의료인들은 복잡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모든 환자들과 면밀히 협력해야 하며, 그들이 무슨 중상을 보이는지 완전히 파악하고 처치에 대한 반응을 살펴야 한다.
 
반면 스타인웨이의 그랜드피아노처럼 특정 고객 집단의 피드백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다. 스타인웨이의 피아노 조율사들은 완벽한 음색과 느낌을 얻기 위해 완성된 피아노를 조율한다. 스타인웨이의 최장기 사장이었던 브루스 스티븐스는 ‘스타인웨이의 가장 열렬한 팬이자 가장 신랄한 비평가’라고 칭한 전문 피아니스트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반응을 확인했다.
 
- 예술과 과학 조화시키기 과학적 프로세스와 예술적 프로세스를 모두 활용할 때, 관리자들은 이 2가지가 겹치는 부문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일단 이 프로세스가 예술적이면서 과학적인 성격을 모두 필요로 하는지부터 파악하라. 만약 그렇다면 이 둘을 엄격히 구분해 각각 다르게 활용해야 한다.
 
영업을 보자. 업무 위험성이 낮고 보상도 낮을 때는 표준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위험성이 높고 보상도 높은 업무에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예술가적 영업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보상 체계와 영업 전략이 서로 다른 특성을 요구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때 예술과 과학을 통합하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이며 때로는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응급수술 센터에서는 탈장 치료나 라식 수술처럼 표준화할 수 있는 반복적 수술과 예술적 기술이 필요한 입원 환자의 수술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비용도 줄고 수술도 더 많이 성공할 수 있다. 만약 예술적 프로세스나 표준화된 프로세스 중 하나의 수요가 낮아 2가지를 분리하는 게 경제적이지 않다면, 수요가 낮은 업무를 중단하고 나머지에 집중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지원 프로세스의 예술적 부분과 과학적 부분도 구분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지원 프로세스 그 자체는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원 프로세스는 오로지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인력에게 안정적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HBR TIP ‘예술의 기반이 되는 과학’ 참조)
 
[HBR TIP] 예술의 기반이 되는 과학
 
대다수 상품 및 서비스 생산에는 예술적 프로세스와 과학적 프로세스가 동시에 필요하다. 이때 과학적 프로세스의 산출물을 활용함으로써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직원들은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두 프로세스의 목표와 성공 방식은 서로 다르므로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스타인웨이가 연주회용 피아노를 생산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예술: 고객 중심 매트릭스 피아니스트들로부터 받은 고객 피드백은 예술적 프로세스의 길잡이다. 스타인웨이의 조율사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피아노 줄, 해머, 기타 작동 부품들을 맞추고 조정한다. 피아노의 소리와 느낌을 완벽하게 다듬는 것은 조율사들처럼 숙련된 장인들의 판단력이 필요한 예술이다.
 
과학: 프로세스 중심 매트릭스 스타인웨이는 정확한 기능에 맞는 작동 부품들을 제조하기 위해 컴퓨터가 통제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피아노를 구성하는 많은 부품들은 표준화돼야 한다. 과학적 프로세스를 통해 이 부품을 규격화하면 피아노 조율사들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최대한 줄어든다.
 
최고의 영업 인력들은 고객별 영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고객 관계 관리(CRM) 시스템’을 이용한다. 정보가 빠지거나 잘못되면 이들의 영업 능력은 떨어지고, 실적 평가의 기반인 고객 피드백도 부정확해진다. 스타인웨이의 피아노 조율사들은 줄, 해머, 기타 작동 부품들을 필요로 한다. 이 표준 부품이 없다면 전문 피아니스트 개개인을 위해 완벽하게 악기의 느낌과 소리를 조율하는 일은 훨씬 어려워진다.
 
- 효과적인 훈련 프로그램 구축하기 예술가들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그들은 공식적인 견습 과정 또는 비공식적인 멘터링을 거치고, 인증을 받기 위해 공인 시험을 통과하기도 한다. 이들이 보험 중개사건, 토목 기사건, 소트프웨어 설계자건 간에 이러한 훈련은 단지 신기술을 습득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요구에 대한 이해,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판단력,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에서 모두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개발해야 한다. 예술적 프로세스를 갖춘 회사들은 직원의 예술적 판단력을 증진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스타인웨이는 자사의 조율사들이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들과 교감을 나누기를 바란다.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피아노에 의지하는 마음도 이해하기를 원한다.
 
기업들은 새로운 예술가적 직원들이 그들의 기업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그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숙련자의 견습생 과정이다. 스토리텔링도 좋은 방법이다. 리츠칼튼은 직원들을 감화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각자의 성공적인 고객 서비스 사례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견습생이 고객과 장기간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함께 하기(ride-along)’라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을 활용하건 새내기 직원이 숙련자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스타인웨이의 피아노 조율사들은 독립적으로 일하기까지 13년간의 훈련 기간을 거친다. 리츠칼튼의 데스크 직원, 벨보이, 웨이터들은 처음 1년간 4, 5주의 정규 교육을 받는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직원들은 신규 직원이든 경력 직원이든 모두 매일 15분씩 모임을 갖고, 고객에게 감동을 준 사례를 함께 이야기하며 어떻게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지 토의한다.
 
- 실패 감내하기 예술적 프로세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하지만 다양성은 모든 고객들을 단번에 만족시킬 수 없다. 때문에 회사는 실패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품질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실패에 직면했을 때 재빨리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도 개발해야 한다. 리츠칼튼은 일선 직원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 2000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고 해서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프로세스를 이끄는 예술적 직원과 관리자들은 모두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실패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실패 사례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적은 부문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면, 프로세스를 더욱 과학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3
단계: 예술과 과학의 구분을 정기적으로 재평가하라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와 새로운 기술은 비즈니스 정세를 바꾸고, 예술적 프로세스의 적합성 여부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관리자들은 정기적으로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과학을 예술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기술은 무엇인가? 고객들은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 예술적 프로세스의 비용 대비 효용은 어떠한가? 예술적 프로세스는 어떤 기회들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점점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 때문에 리츠칼튼은 예술적 프로세스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반면 부품 생산 설비의 발달로 스타인웨이는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의료업계의 일부 기업들은 예술적 진단 프로세스를 기술로 대체함으로써 크게 번성해왔다.
 
미닛 클리닉(Minute Clinic)은 수많은 외래 진료 센터에서 직접 개발한 의사결정 지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간호사나 의료 보조원들도 단계별 프로세스를 통해 패혈성 인두염, 방광염, 유행성 결막염 등의 질병을 진단하고 처치할 수 있다. 미닛 클리닉은 예술과 과학을 어떻게 구분할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관련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한편, 환자가 개인적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환자를 대할 때 충분한 자율권을 준다.
 
때로는 예술이 더욱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깨달음 때문에 예술과 과학 사이의 경계가 바뀌기도 한다. 최근 미국 회계업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엄격한 규칙에 기반한 ‘일반 회계 원칙(GAAP)’ 대신 관리자 및 회계 감사들의 판단력을 더 필요로 하는 ‘국제 회계 기준(IFRS)’이 각광 받고 있다. 각국의 회계 기준을 조화시키려는 시도가 이러한 변화의 요인이지만 진정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즉 회계사들과 법률 전문가들이 판단력과 책임감을 발휘하게 하면 규칙을 고수하는 것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구분을 평가할 때 관리자들은 ‘예술의 확산(art diffusion)’에 주의해야 한다. 즉 예술적 직원들의 주변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예술의 자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심장 전문의에게는 예술적 자유가 필요하지만, 수술 전 환자의 처치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원칙을 철저히 지켜 환자가 안정된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
 
현대 프로세스 관리는 다양성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예술과 과학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과학적 접근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융통성, 창의성, 역동성을 향상시킨다. 예술적 프로세스를 제대로 시행하고 운영한다면 기업은 남들이 쉽게 모방하거나 상품화할 수 없는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프로세스 관리는 과학적 표준화와 통제에 의해 이뤄졌다. 이제는 이 한계를 인식하고, 예술적 자유를 보장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조셉 홀(Joseph.m.hall@tuck.dartmouth.edu)은 미국 뉴햄프셔 주 하노버의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 기업행정학과 객원 부교수다. 에릭 존슨(m.eric.johnson@tuck.dartmouth.edu)은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 운영관리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원 글래스마이어-맥너미 디지털 전략 센터 소장이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편집자주 이 기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3월 호에 실린 미국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의 조셉 홀, 에릭 존슨 교수의 글 ‘When Should a Process Be Art, Not Scienc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0호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2020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