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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욕망의 스위치

김현진 | 443호 (2026년 6월 Issue 2)

정신분석학의 대가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인간 문명의 역사를 욕망과 통제의 역사로 봤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더 먹고, 더 소유하고, 더 큰 쾌락을 추구하려는 존재이며, 문명은 이러한 충동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과정 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통찰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역시 이런 욕망을 이용해 성장해 왔습니다. 식품 기업은 더 달고 더 짠 음식을 만들고,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를 더 오래 붙잡아 두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광고와 마케팅은 인간의 결핍과 불안을 자극해 왔습니다. 현대 소비사회의 역사는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데 성공한 ‘욕망 더하기(+)’ 기술과 비즈니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맥락에서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등장은 매우 낯설고도 거대한 사건입니다. 이 약물들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니라 먹고 싶은 욕구, 즉 갈망 자체를 줄이는 ‘욕망 빼기(-)’ 기술입니다. 심지어 식탐뿐 아니라 술·담배·도박 같은 중독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옵니다. 기존의 다이어트가 ‘먹고 싶은 나’와 ‘참아야 하는 나’ 사이의 소모적인 싸움이었다면 GLP-1은 애초에 그 싸움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해 줍니다. 처음부터 덜 먹고 싶어지는 상태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비만 치료제는 단순한 의약품을 넘어 인간의 갈망을 조절하는 ‘욕망의 스위치’가 됩니다.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동시에 덜 먹기 시작하면서 사회 전체의 칼로리 소비 총량이 줄어드는 ‘칼로리 디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됐습니다. GLP-1 주사제가 빠르게 퍼지고, 복용이 쉬운 경구용 알약까지 더해지며 진입장벽이 낮아진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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