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력 외신이나 한국 거주 외국인 등 제3자의 시선에서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묘사한 글을 보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다 답답해 종료 3초 전 문을 연다’ ‘식당에 가면 일단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이 뭔지 묻는다’….
이런 특성은 한국인의 성실함과 빠른 위기 대응력으로도 이어져 ‘경제 한류’의 맥락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컨대 2011년 9월 29일 자 뉴욕타임스는 ‘연결성은 좋지만 경쟁력은 글쎄(Connected, yes. competitive, mayb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속도에 대한 한국인의 강박이 초고속 인터넷망 확대 등 ‘연결’이 핵심인 인프라 구축에는 눈부신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지만 조급성이 낳은 부정적 결과 역시 적지 않다고 분석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와 달리 ‘빨리빨리’ 정신이 결국 한국 경제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석들도 있었습니다.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은 2012년 발간한 저서 『K-전략』에서 스피드를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첫 번째 요인으로 꼽으며 한국의 모델은 자본 우위에 기초한 전통적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수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원유가 나는 나라에서 원유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인구가 많은 국가에선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부존 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일어난 기적은 현재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자 하는 ‘성공 의지’ 자체가 자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남다른 의욕과 열정은 긍정적으로는 ‘빠른 성과’ ‘극단적 효율성’으로, 부정적으로는 ‘졸속 추진’이나 ‘부실 결말’이란 결과를 낳아 왔습니다.
한국식 경영 환경 또는 경영 기법을 아우르는 ‘K매니지먼트’는 외부 환경과 시대 변화에 따라 DNA가 이미 적잖이 변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14년 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도 과연 한국에서 여전히 통용되는 가치인지 고개를 갸웃대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근면한 문화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은 얼마나 생산적으로 일하는지보다 얼마나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적은 휴가를 사용하는지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계산한다….’ DBR에도 젊은 직원 눈높이에 맞는 조직문화 변화, 보상 체계와 동기부여에 대한 솔루션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과거 ‘K매니지먼트’ 성공 방정식 요소 가운데 유통기한을 다한 재료들, 그리고 이를 잘 걸러내 다시 멋진 요리로 빚는 지혜가 절실한 조직이 매우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를 맞아 DBR이 새로운 규범을 찾아야 할 ‘K의 가치’에 돋보기를 들이댄 것은 올해가 대내외적 환경부터 경제 여건까지 긴장을 놓기 어려운, 그야말로 대혼란·대격변기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과 시점에서 한국 기업 자체에 대한 SWOT(강점·약점, 기회·위협)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않으면 더욱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해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먼저, 한때는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한국식 ‘사람관리’를 분석하고 경직된 위계질서는 타파하되 강한 유대 관계와 배려라는 미덕은 살리는 ‘한국식 공동선(善)’ 추구 방법을 살펴봅니다. 또한 대체로 높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고비용 서비스 구조에 대해 고객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재벌기업의 역할에 대한 제언도 들어봅니다.
K매니지먼트의 근간을 이루는 자산이 많이 써도 닳지 않는 ‘성공 의지’라는 점은 대혼란 시기, 마음먹기에 따라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K’의 힘을 믿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가능성을 제시하는 지혜들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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