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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지구 대기권 밖 새로운 비즈니스

쓰레기 청소부터 주유소까지
우주 속 서비스 시장, 본격 가동 시작

박시수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주 속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주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전 세계 50개 이상의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시장 규모가 44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주 속 서비스는 크게 5가지 영역이 부상하고 있다. 우주 내 조립 및 생산, 인공위성의 수명 연장, 적극적 우주 쓰레기 제거, 라스트 마일 운송, 우주 상황 인식이다. 우주 속 서비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산업적 잠재력은 물론 향후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 아래 우주 내 서비스, 조립과 생산에 대한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관심이 우주 내 서비스 관련 민간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소련 냉전 시대의 1차 우주개발과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개발을 구분하는 주요 잣대는 비용과 효율성이다. 과거에는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그 때문에 우주개발의 비용과 효율성에 대한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250억 달러(현재 가치로 약 240조 원)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었다. 당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예산은 미연방 정부 전체 예산의 4%를 넘기기도 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주개발의 셈법과는 거리가 멀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개발은 철저히 비용과 작업의 효율성, 수익성을 따진다. 막대한 규모의 민간 자본이 우주산업으로 유입된 이유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까지 우주개발에 뛰어들게 한 동인이기도 하다.

효율과 수익에 대한 추구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탄생을 유도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 발사체가 대표적인 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10년 세계 최초로 부분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 발사체 ‘팰컨 9’을 개발했고, 경쟁사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발사체 시장의 60% 이상을 휩쓸고 있다. 그리고 스페이스X의 이러한 성공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대한 세계적 경쟁을 촉발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유럽, 인도 등 우주개발 선진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위해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11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주도하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선행 연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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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발사체 덕분에 우주에 접근하는 비용이 절대적으로 낮아진 지금, 지구 대기권 밖에서는 효율과 수익성을 위한 또 하나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5월 우주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 유로컨설트는 ‘우주 속(in-space)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50개 이상의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시장 규모가 44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보고서는 우주 내 서비스를 크게 5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 ▲우주 내 조립 및 생산 ▲인공위성의 수명 연장 ▲적극적 우주 쓰레기 제거 ▲라스트 마일 운송1 ▲우주 상황 인식2 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맥시 푸토 애널리스트는 “우주 내 서비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제대로 된 시장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검증된 서비스와 제품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초기 고객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은 시장에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많지만 발사되는 로켓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 결과 인공위성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주 내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가까운 미래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에서 물건을 생산하다

지난 5월 미국 우주 기업 나노랙스(Nanoracks) 는 ‘우주 속 생산’을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 한 가지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가 만든 특수 절삭 장비가 우주에 있는 소형 무인 우주선 안에서 금속 막대를 절단한 것이다. 절단과 용접은 금속물 제조에 꼭 필요한 기술로, ‘우주 속 절단’이 가능하게 되면 지구에서 우주로 물건을 발사하지 않고 우주에서 직접 생산할 길이 열리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위한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나노랙스의 실험은 지난 5월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소형 무인 우주선 ‘아웃포스트 말스 데모-1(Outpost Mars Demo-1)’ 내에서 진행됐다. 우주선 안에는 로켓 상단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내식 합금(corrosion-resistant metal) 막대가 담겨 있었고, 이 막대는 ‘프릭션 밀링(friction milling)’이라는 절삭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팔에 의해 절단됐다. 작업에는 약 1분이 소요됐다.

이 실험에는 절삭 외에 달성해야 할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절삭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 가루가 우주선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유출되면 이미 수만 개의 크고 작은 우주 쓰레기가 떠돌고 있는 지구 궤도에 새로운 우주 쓰레기를 양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었다. 회사에 따르면 다행히 우주선 밖으로 유출된 금속 가루는 없었다. 회사는 절삭 대상으로 내식 합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주 쓰레기가 되고 마는 로켓 상단을 주재료로 물건을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주 환경 보존과 수익 모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선행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로켓 발사 시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분리되는 1단 추진체는 발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나 지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지구 대기권 밖까지 날아가는 로켓 상단, 주로 2단 추진체는 인공위성의 사출을 마친 후 지구 대기권으로 바로 재진입하지 못하고 상당 기간 지구 주변을 배회하는 우주 쓰레기가 된다. 전 세계에서 발사되는 로켓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 쓰레기가 되는 로켓 상단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버려진 로켓 상단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운 나노랙스는 추가 실험을 통해 ‘우주 속 절단’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일본의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3D프린터와 태양광을 이용해 우주에서 인공위성 안테나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생산하는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쓰비시는 새로운 액체 레진을 개발했다. 이 액체는 태양광에 노출되면 서서히 굳어가는 성질이 있다. 미쓰비시는 우주 환경과 비슷한 실험실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16.5㎝ 길이의 인공위성 안테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성능 실험에서 기존의 위성 안테나와 동일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인공위성의 안테나 크기와 길이는 로켓의 페어링이나 위성 버스 크기에 제약을 받는다”며 “이 기술을 사용하면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 수명 연장하는 ‘우주 주유소’

위성의 수명 연장을 돕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고도 1000㎞ 이하 지구 저궤도에 있는 위성의 수명은 평균 5년이고 3만6000㎞ 높이 정지궤도에 있는 위성의 수명은 8∼15년 정도다. 위성 1기의 가격은 아무리 저렴해도 최소 수억 원대이고 고성능 대형 위성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발사 비용은 별도다. 이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위성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는 위성 운영자 입장에서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니즈에 맞춰 탄생한 비즈니스가 ‘우주 주유소’다. 정확한 명칭은 ‘우주 속 재급유(in-space refueling)’다. 우주에 올라간 인공위성은 태양열 전지판을 통해 발전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로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자세 제어와 고도 유지 및 변경 등 추진력 기반의 기동에는 위성의 연료통에 충전된 화학연료가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료통에 화학연료가 바닥나면 위성은 원래 자세와 궤도에서 이탈하고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우주 주유소의 역할은 이 연료통을 재충전해주는 것이다. 이 고민을 영구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핵 추진 인공위성과 우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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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수 기업이 ‘우주 주유소’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그중 두각을 보이는 곳은 미국 스타트업 오빗 팹(Orbit Fab)이다. 2018년 창업한 이 회사는 우주에서 고객 위성에 연료를 주입하는 데 필요한 주유구 포트 ‘RAFTI(Rapidly Attachable Fluid Transfer Interface)’를 개발했고, 이 포트가 장착된 첫 주유소 위성이 2021년 6월 지구 저궤도로 올라갔다. 두 번째 위성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정지궤도로 발사될 예정이다. 첫 위성에는 약 50㎏의 주유용 ‘히드라진(위성 추진 연료의 일종)’이 실렸고, 두 번째 위성에는 히드라진 약 100㎏이 실릴 예정이다. 두 번째 위성은 발사 후 정지궤도보다 약 300㎞ 더 높은 곳에서 머물다가 고객 위성이 다가오면 하강 및 도킹해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오빗 팹은 향후 10년 안에 저궤도와 정지궤도로 주유소 위성 수십 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주유 서비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벌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오빗 팹은 일본의 우주 쓰레기 청소 위성 제작, 운영사인 아스트로스케일과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3월에는 미국 공군 등과 12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미 군사위성이 RAFTI 포트를 통해 우주에서 주유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오빗 팹은 지난 8월 주유 서비스의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했다. 1회 최대 100㎏의 히드라진 충전이 가능하고 가격은 2000만 달러다. 회사는 재충전 연료의 다양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10월 초 미 우주군과 2025년 고도 3만6000㎞ 정지궤도에 있는 우주군 위성에 히드라진을 충전해주는 조건으로 1330만 달러 규모의 4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오빗 팹의 우주 주유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도 자체적으로 주유소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위성은 중국 국영 항공 우주 기업인 중국 항천과기그룹(CASC) 산하에 있는 상하이 우주비행기술연구원(SAST)이 개발하고 있으며 시제품은 2021년 10월 중국에서 열린 한 에어쇼에서 대중에게 공개됐다. 자체 레이더와 센서를 이용해 고객의 위성에 접근한 후 로봇 팔로 고객 위성에 도킹해 연료를 충전하는 방식이며 최대 1.3t의 주유용 연료를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하는 우주 쓰레기 청소 분야

우주 쓰레기 청소도 요즘 뜨고 있는 ‘우주 속 서비스’ 분야다. 사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서비스로 그 배경에는 우주에 대한 난개발이 있다. 과거에 발사된 로켓과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을 포함한 수만 개의 크고 작은 우주 쓰레기들이 이미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현재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유럽우주국(ESA)이 9200t, 미국 우주 감시 네트워크가 9900t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지름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3만4000개, 1∼10㎝ 크기의 물체가 90만 개, 0.1∼1㎝ 쓰레기는 1억2800만 개로 추정된다. 이 쓰레기들은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시속 2만8440∼4만320㎞ 속도로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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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수년 내 전 세계에서 수천 기의 인공위성이 우주를 향해 추가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성이 계속 발사되고 궤도의 혼잡성이 증가하면 어느 순간 우주 쓰레기끼리 충돌해 새로운 우주 쓰레기를 만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언젠가 궤도상의 우주 쓰레기들로 인해 우주 탐사가 불가능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채택한 ‘사용 후 저궤도 위성 소멸 시간 단축’에 관한 규정은 이러한 궤도 내 혼잡 증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이번에 통과된 규정에 따르면 고도 2000㎞ 이하 저궤도에서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회사는 위성 운영이 종료된 후 5년 안에 위성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시켜 소멸시켜야 한다. 기존 규정은 25년이었다. 위성 폐기 기간을 5분의 1로 줄인 것으로 위성 제작과 운영 방식에 있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신설된 규정이 2년 후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규정은 미국 국적의 인공위성은 물론 미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위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이 인공위성 미사일 요격 시험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5월 인공위성 미사일 요격 시험 중단을 선언했고 그 후 캐나다와 뉴질랜드, 일본, 독일, 영국, 한국 등이 동참을 선언했다. 요격 시험 한 번에 보통 수천 개의 우주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쓰레기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0년 넘게 지구 주변을 맴돌며 위성과 국제 우주정거장, 유인 우주비행의 안전을 위협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자국 위성을 대상으로 미사일 요격 시험을 실시했고 그 결과 지구 저궤도에 약 1500개의 우주 쓰레기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우주 쓰레기 제거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은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이다. 이 회사의 첫 기술 검증 위성 ‘ELSA-d’는 지난해 3월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이용해 지구 저궤도로 올라갔고, 현재 관련 기술을 검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위성은 우주 쓰레기와 청소부 역할을 하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이 두 부분이 우주에서 분리돼 서로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접근해 도킹하는 연습을 반복 진행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부분이 우주 쓰레기에 도킹한 후 지구 대기권으로 함께 재진입해 산화하는 형태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게 된다.

이 두 위성은 지난 4월 시험에서 최대 1700㎞까지 멀어졌다가 159m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청소부 위성에 있는 엔진 8기 중 4기가 고장 난 상황에서 달성한 결과로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의 신뢰성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지난 5월 유럽우주국(ESA)과 영국의 위성통신 기업 원웹으로부터 1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같은 달 유럽우주국과 2024년 추진할 폐인공위성 제거 작업에 대한 계약도 체결했다. 영국우주국(UKSA)과는 2026년 진행할 또 다른 우주 쓰레기 제거 작업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선점 노리는 미국

지금까지 언급한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산업적 잠재력은 물론 향후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시각을 반영한 국가 전략 보고서가 지난 4월 공개됐다. 작성자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로 A4지 10장 분량의 이 보고서 제목은 ‘우주 내 서비스, 조립과 생산에 대한 국가 전략’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을 꾸준히 채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주 내 서비스, 조립, 생산과 관련된 기술과 제품 개발은 우주에서의 지속적인 경제 활동과 인간의 체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 기관들은 민간과 협력해 관련 기술과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관련 역량이 성숙하면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시스템의 궤도 내 임무 수행 능력과 유연성, 운영 지속성,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복구하는 복원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한편 우주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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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우주개발 방향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금보다 더 많은 인공위성과 탐사선을 우주로 보내길 원하고 있다. 또 우주로 발사된 위성과 탐사선이 지금보다 더 먼 우주까지 도달해 오랫동안 고장 없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길 바라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위성 또는 탐사선을 우주로 보내는 데 드는 총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위성과 탐사선을 우주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재사용 발사체 덕분에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이 우주에서 위성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한 6가지 구체적 활동을 제시했다. 우선 관련 연구개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확장성이 큰 인프라에 대한 연구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 관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관련 인재 육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정부가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와 관련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야 한다”라며 “그래야만 정부가 관련 수요를 갖고 있다는 시그널을 산업계에 꾸준히 보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이런 지속적인 시그널은 관련 역량 강화를 위한 민관산학연 ‘동맹’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이런 전략에 가장 크게 환호한 단체는 각종 우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모임인 ‘콘퍼스(CONFERS)’였다. 이 단체는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우주 속 상업 활동에 대한 국제 표준과 모범 사례를 개발, 발굴하고 이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운영을 총괄하는 브라이언 위든 국장은 미국 우주산업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우주 관련 산업이 그러하듯 이 분야에서도 정부는 가장 큰 고객”이라며 “미국 정부가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관련 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민간 산업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국가안보와 정부 주도 우주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의 회원 명단을 보면 어떤 기업이 이 분야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주요 회원에는 세계적인 항공 우주 기업인 에어버스와 일본의 우주 쓰레기 처리 회사 아스트로스케일, 스위스의 우주 쓰레기 처리 회사 클리어스페이스, 다국적 보험회사인 악사, 인공위성과 우주선에 장착되는 각종 센서를 개발하는 MDA, 인공위성 제작 및 운영사인 맥사테크놀러지, 우주 인프라 기업 레드와이어 등이 있다. 영국의 우주 인터넷 회사 원웹과 우주 주유소 회사 오빗 팹, 우주 택시 서비스를 준비하는 모멘터스도 가입돼 있다.

미국 우주군도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민간과 협력해 관련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2021년 11월부터 ‘오비털 프라임’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우주 쓰레기 처리를 비롯한 우주군에 필요한 각종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주군은 지난 5월 초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주 속 제조 및 서비스 관련 기술, 제품 개발에서 협력할 125개 기업을 선발했다. 우주군은 이들이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선정하고 향후 2년 내 1∼2개의 최종 우주 내 제조 및 서비스를 발굴해 실제 우주에서 시연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지국장 parksisoo@naver.com
필자는 미국 우주산업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의 서울 특파원으로 아시아와 중동 국가의 우주 관련 정책, 산업, 국가안보를 취재하고 있다. 우주산업 관련 정보 수집 및 분석 회사인 스페이스레이더의 창업자이자 CEO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인공지능을 이기는 영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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