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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AI 솔루션도 구축형 아닌 ‘구독 시대’

권순일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는 인공지능(AI)이 발생시킬 잠재적 가치가 3조5000억∼5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중 금융 업종을 AI가 가치를 창출할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금융업은 디지털 자산 활용에 익숙하고 다수의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 업종 대비 AI 도입이 용이하다. 최근 공공 클라우드(Public Cloud)에 대한 금융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AI 전문 기업과의 협업도 용이해졌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의 한국 금융사는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위 25% 기업과 하위 50% 기업은 성과 면에서 거의 3배 차이가 난다. 이런 성과 차이는 데이터 반출이 어려운 금융사의 구조적인 한계 외에도 잘못된 문제 정의, 비효율적인 도입 방법을 선택하는 데서 기인한다. AI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활용 사례(Use Case)를 선택하거나 풀려고 하는 문제가 모호하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 역량을 가졌어도 AI 도입은 실패한다. 현재 AI 기술은 문제와 적용할 업무를 구체화했을 때 그 효과를 보기 용이하다.

잘못된 도입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사업 모델에 중요하고 업계 지식이 많이 필요한 영역은 내재화를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은 전문 파트너를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 AI를 도입하려면 모델 개발, 파이프라인 구축,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다수의 고급 AI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AI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AI 전문 기업이 아니라면 AI 산업의 급격한 기술 변화에 맞춰 연구 개발 및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다. AI 학습을 위한 GPU 등 인프라 설비 역시 주요한 허들 중 하나다. 내재화해야 할 영역과 AI 전문 기업을 활용할 문제를 잘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선도 금융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 문제를 인지하고 접근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디지털 혁신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인터넷 은행들은 물론 4대 금융지주는 앞다퉈 외부 AI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AI 전문 회사인 신한AI를 출범했다. 깊이 있는 업계 정보가 필요한 리스크 관리와 서비스 기획 등의 영역에는 내재화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 정보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문자 인식, 검색 등의 업무는 AI 전문 기업에 맡기는 방향으로 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AI 솔루션과 파트너사 선정 및 계약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단기 성과가 아닌 지속적 성능 확보가 가능한 솔루션, 그리고 이를 구현하고 최신 기술을 업데이트하며 관리해줄 인재를 보유한 파트너사를 선정하고 있다. 계약 방식도 지속적인 성능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구축형 프로젝트가 아닌 구독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AI 전문 기업들도 금융사의 특징인 자체 서버 환경, 높은 성능 요건을 만족하면서도 쉽게 AI를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령, 업스테이지의 AI팩은 최소한의 코드를 작성하거나 코드 작성 없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전공 지식이 없는 개발자 한두 명만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전처럼 수십억 원의 구축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솔루션 이용료를 내는 것만으로도 AI를 도입,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트너사가 개발한 사전 학습 모델을 통해 기존 대비 최대 25% 수준의 데이터만으로도 상용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파트너사를 통한 종합 AI 솔루션 도입은 금융사가 인적, 내적 역량을 핵심 서비스에만 집중해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급격한 기술 발달과 인프라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산업군의 금융사들도 AI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이런 흐름 가운데 AI 도입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개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AI 시대, 생존을 넘어 업계를 주도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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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업스테이지 Biz 총괄 soonil.kwon@upstage.ai
필자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경영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와 캐나다의 AI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 엘레먼트 AI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컨설팅 및 디지털 &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했다. 지난해 초 업스테이지에 합류해 사업 전략 및 고객사 대상 AI 사업 개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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