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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신인류의 꿈

김현진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얼마 전 Z세대인 후배와 나란히 휴대폰 신제품을 구입했을 때, 뭔가 마음이 헛헛해지는 차별 대우를 경험했습니다. 후배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Z세대 고객 특전으로 유명 패션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스페셜 에디션’과 이어폰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다른 세대에겐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도 아니었어’라며 정신 승리를 해보지만 확실히 다른 고객층을 서운하게 해서라도 기업들이 구애를 아끼지 않는 소비의 주역은 Z세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Z세대도 이제 저 같은 기분을 느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곧 Z세대의 조카나 어린 동생뻘인 ‘알파세대’가 소비 지형도를 바꾸는 주역으로 급부상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초저출생률로 시름하는 우리나라에선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2025년이면 알파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면서 베이비붐세대를 뛰어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가 될 전망입니다.

아직은 독립적 소비자로 보기 힘든 이들을 ‘소비를 주도할 다음 세대’로 명명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세대는 이미 고가의 명품 시장마저 주름잡는 ‘VIB(Very Important Baby)’이자 부모 및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들에 이어 부모 주변의 미혼 지인들까지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하는 ‘텐 포켓’의 주인공들입니다. 특히 출산율이 낮아 더욱 귀한 존재가 된 한국의 알파세대는 이미 가정 내 모든 소비 여정에서 ‘숨은 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니라 인공지능 스피커를 부르는 ‘알렉사’였다는 이야기가 이 집단을 대표하는 에피소드로 전해질 정도로 알파세대야말로 최초의 ‘순수 디지털 원주민’입니다. 세대에 속한 구성원 전원이 디지털, 더 나아가 가상(virtual) 현실의 세계를 경험하며 태어난 첫 세대인 만큼 ‘신인류’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이에 세대명 또한 알파벳 X, Y, Z에 이어 새롭게 인류사의 한 바퀴를 연다는 의미로 시작의 기호, 알파(α)로 명명됐습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한 세대라는 점도 이들의 특성과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자기주도적 학습력, 많은 정보 속에서 올바른 지식을 판별해내는 디지털 리터러시, ‘다름’을 존중하는 포용력까지 모두 이 세대를 구분하는 키워드들로 꼽힙니다. 팬데믹으로 소중한 일상을 잃는 경험을 어려서부터 했기에 태생적으로 ‘활동가’적 기질을 띨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눈길이 갑니다. 이들은 환경보호, 채식, 다양성 등 ESG적 가치들에 MZ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행동으로도 실천합니다.

알파세대의 부모로서 가장 공감한 이들의 특성은 ‘업에이저(upagers)’였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빨라진 신체적 성숙도와 더불어 왕성한 정보력을 갖춘 이들에 대해 ‘알파세대’를 명명한 맥크린들연구소 측은 “과거 어떤 시대의 어린이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잼민이(철없는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게 싫다며 격식 있는 어투로 인터넷 댓글을 달고, 브루노 마스의 ‘카운트온미’(2010년 발표), 풀스가든의 ‘레몬트리’(1995년)를 최애곡으로 꼽으면서 “비틀즈 시대 노래가 참 좋더라”라고 아련한 눈빛으로 말하는 우리 집 어린이만 보더라도 노련한 검색력을 기반으로 한 알파세대의 초시공간적 취향을 느끼게 됩니다. 알파세대를 키우는 주변 부모들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는 걸 보면 인류는 확실히 진화하고 있는 걸까요. 또한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에서 생산자로 활동하는 등 기존 세대보다 이른 시기에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경험도 소비자로서뿐 아니라 창작자로서 이들의 미래 활약상을 기대하게 합니다.

한편 세대 구분이 특정 세대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만들고 편견을 조장할 수 있기에 ‘구분’이 아닌 ‘이해’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아직은 꼬마들인(심지어 일부는 탄생 전인) 알파세대의 꿈을 이해하고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게 돕는 것이 기존 세대의 의무이자 사명이라는 비장한 생각도 듭니다.

또 하나! 눈썰미가 빠른 독자분들이라면 이번 호 표지가 뭔가 낯설다고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글날을 맞아 10월 2호 DBR 표지와 제호를 한글로 꾸몄습니다. DBR의 달라진 ‘얼굴’도 눈여겨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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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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