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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52

알리바바 美 상장 부른 차등의결권 우리는 배척만 하고 있어야 하나?

최종학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7.3% 지분만으로 회사 경영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주당 의결권을 복수로 허용하는 차등의결권 제도 덕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는 제도인데 최근 삼성그룹에 대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 사태가 벌어지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며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증자를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유능하지 못한 대주주의 경영권 독점과 전횡을 막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장점을 내세우며 도입을 주장하거나 단점을 부각시키며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때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 세계 경제 분야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뉴스 중 하나는 중국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 상장(initial public offering·IPO)일 것이다. 919일 상장가는 68달러였으나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폭등해서 거래 첫날 종가는 94달러에 이르렀다. 상장 결과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약 2300억 달러(250조 원) 정도로 평가됐다. 전 세계 기업들 중 시가총액 기준 14, IT 기업들 중에는 애플에 이은 2위다.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700억 달러를 월등히 능가하는 규모다.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 마윈 회장은 주식 7.3%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상장을 통해 평가된 마윈 회장의 주식 가치는 약 22조 원으로 산출된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주식 이외에도 약 10조 원 정도로 평가되는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산 중 대부분은 알리페이(모바일 결제업체로 알리바바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의 주식이다. 이를 합치면 마윈 회장의 자산 규모는 32조 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무일푼으로 창업한 사람이 10년 만에 중국 제1의 부를 가지게 됐으니 대단한 성공이다. 경탄의 눈으로 마윈 회장을 바라볼 만하다. 더구나 이런 일이 중국 같은 특수한 사회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중국에서는관시(關係)’가 없는 사람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성공하기 힘들다. 모택동(마오쩌뚱)의 사회주의 혁명동지들의 손자뻘 일가들이 중국 상장기업의 70% 정도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들이 중국 고위급 정치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명문 대학도 가문의 배경이나 부가 없으면 실력만으로 입학하기 어렵다. 마치 중세 유럽의 귀족사회처럼 소수의 지배계층에 의해 국가의 정치권력과 부가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사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실상이다.

 

어쨌든 이런 계급사회 국가 중국에서 마윈 회장은 돈이나 배경 없이 맨 주먹으로 창업해 성공을 이뤘다. 그는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박해받던 반혁명분자 집안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재수를 했고 대학 입시에서는 삼수를 해서 항저우사범대에 겨우 입학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키는 160㎝도 안 될 정도로 작고 얼굴에는 광대뼈가 튀어나와 잘생겼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사람의 외모와 능력은 반비례하는 것 아니냐”고 답하곤 했다고 한다. 두둑한 배짱이다.

 

마윈 회장과 손정의 회장의 성공

 

그는 겨우 학교를 마친 후 항저우에서 영어교사 생활을 했다. 그런데 안정적이고 편한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1 그에게는 다른 중국인들이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영어였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던 1970∼1980년대에는 영어만 잘해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유창한 영어회화 실력이 거의 기본처럼 통하지만 당시에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었다. 알리바바가 창업되던 중국의 1990년대 말이 1970∼1980년대 한국과 비슷했다. 영어교사로 일하며 영어에 능통했던 그는 영어번역 사업을 시작했으나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 실패했다. 그 후 통역과 보따리 상인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다가 새롭게 발달하는 인터넷을 접하고 서양 문물에 남보다 빨리 눈을 떴다. 의뢰인의 통역 업무를 위해 미국 출장을 하던 중 인터넷 상거래 분야가 이제 막 생겨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존닷컴(amazon.com)과 같은 사례를 본 것이다.

 

 

 

알리바바의 최고 경영자 마윈 회장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에 착안해 그는 1999년 자신의 항저우 아파트에 인터넷 상거래 회사를 세운다. 집 컴퓨터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흔한 인터넷 쇼핑몰 같은 조그마한 규모의 회사였다. 18명의 친구들이 출자한 8000만 원 정도가 회사의 자본금이었다. 부르기 쉽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라는 동화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정했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기 위해 중국적이지 않으면서 모든 국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름을 택했다. 처음에는 B2B 사업으로 중국 업체가 생산한 물품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분야에 주력했다. 초기 사업모델이 성공하자 B2C C2C 거래를 중개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마윈 회장이 아니다. 1대 주주는 한국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회사 소프트뱅크, 2대 주주는 미국 야후다. 마윈 회장은 3대 주주다. 그러니 알리바바의 상장 때문에 소프트뱅크나 야후도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약 200억 원을 투자해서 알리바바의 지분 35% 2000년 인수했다. 그 지분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팔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 지분가치는 현재 80조 원 정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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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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