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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53

한 분기 만에 영업손실 10배 ‘회계절벽’ 수주산업 특성 알아야 ‘분식’판단 가능하다

최종학 | 189호 (2015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를 두고 분식회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는 1) 손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가 늦게서야 공개했는지, 또는 2) 손실을 부풀려 실제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과장했는지 여부다. 기본적으로 회계상 수익 인식은 1) 고객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했거나 현재 제공하는 과정에 있어야 하고 2) 재화나 용역제공의 대가로 현금을 수취했거나 미래에 현금을 수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이 두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수익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수주산업이라고 통칭하는 조선업이나 건설업에 대해서는 1) 2)의 시점이 언제 충족했는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공사진행기준이라는 방법이 수익인식에 사용된다. 이 공사진행 기준을 수익인식 방식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가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 7월 대우조선해양이 2015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마자 큰 논란이 발생했다.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분기 매출액이 44860억 원, 영업손실 43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2분기 매출액은 16564억 원, 영업손실은 무려 3399억 원에 달했다. 매출액이 60% 이상 대폭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가 무려 매출액의 두 배 정도에 달했다. 이익 예측치를 발표하는 애널리스트들을 포함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규모의 손실이었다.

 

이 뉴스가 공개되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단 하루 만에 30% 정도 급락했다. 뉴스가 알려지기 직전 13000원 정도였던 주가는 7월 말 7000원 정도 수준까지 폭락했다.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언론들은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감독 책임을 둘러싸고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파장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에서 나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분식회계 여부 조사계획을 발표했다.1 만약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의도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 난다면 대우조선해양의 투자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해서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다면 회계법인에 대한 소송도 제기될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산업은행은 1998년 금융위기 이후 파산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이었는데 2000년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오랫동안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었다. 2008년에 대우조선해양을 약 63000억 원에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화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에 실패했다.2 그동안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사장을 선임하고, CFO를 파견하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에 대한 보고를 주기적으로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손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림 1>을 보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의 매출액은 약 2년 동안 계속 하향하는 추세인 데 반해 대우조선해양은 일정한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2015 2분기 매출액이 갑자기 급감한다.

 

대우조선해양 측에서는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2조 원대 이상의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서 적자가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규 선박의 주문량이 거의 0으로 폭락하자 조선 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양 플랜트란 바다 밑에 매장돼 있는 석유나 가스 등의 자원을 발굴해 시추하는 데 사용되는 설비다. 한때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자 각국의 석유회사들이 바다 밑에 매장돼 있는 석유나 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대규모로 해양 플랜트를 발주했고, 국내 조선 3사가 이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해양 플랜트 분야가 우리나라 조선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풍부했다. 그랬던 해양 플랜트 사업 분야가 부메랑이 돼 조선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분식회계 가능성에 대한 논란

 

대우조선해양 사건과 관련해 언론들은 연일빅 배스(big bath) 회계처리일 것이라는 추측 보도를 내놨다. 빅 배스 회계처리란 미래에 대한 추정을 변경해서 당기에 한꺼번에 많은 비용을 기록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3 빅 배스 회계처리가 반드시 분식회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식회계를 통해 빅 배스 회계처리를 하는 경우는 종종 존재한다. 분식회계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근거는 (1)손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가 늦게서야 공개했는지, 또는 (2)손실을 부풀려 실제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과장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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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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