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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비대면 시대의 게임 비즈니스 전략

“우울한 시대, 결핍과 욕구를 채워라”
게임 산업은 끊임없는 ‘소통’ 중

위정현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비대면 시대 게임 산업의 성장은 단순히 온라인 기반의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매개로서 사람들의 결핍과 욕구를 채워 주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맞은 콘솔게임의 대표주자인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은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한편,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주변과 나누고 자랑하고 싶은 과시와 연결의 욕구를 건드린다. 또 비대면 상황에서 관객층을 확장하고 있는 e스포츠도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상호작용을 촉발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게임 비즈니스에서 배울 점은 바로 이 같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제품과 고객의 공진화(co-evolution)에 있다.



코로나 시대의 욕구를 반영한 게임

게임은 비대면 시대에 성장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다. 게임 분야 시장 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0년 2월 전 세계 모바일 게임의 다운로드 건수는 40억 건을 돌파해 작년보다 40%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앱 다운로드 건수가 2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게임의 놀라운 성장세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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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 시대 감염 위험으로 PC방이 주춤한 사이 콘솔게임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 인기를 끈 콘솔게임은 사람들의 결핍을 파고들었다. 콘솔게임 열풍을 대변하는 닌텐도 스위치의 ‘동물의 숲’이 대표적이다. 동물의 숲은 대표적인 힐링 게임으로 불린다. 남을 이기기 위해 돈을 내고 애써야 하는 과금형 게임에 질릴 무렵 출시된 이 게임은 코로나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경쟁자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걱정하고,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아이템에 수십만 원씩 쏟아붓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동물의 숲에서는 그저 마을의 동물들과 대화하고 농사를 짓거나 쉬면 된다. 일종의 방치형 게임인 셈이다. 사과를 따고, 낚시하고, 밤하늘을 보는 아기자기한 액션과 힐링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다. 이처럼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던 이들이 게임 자체의 즐거움을 찾게 되면서 소소한 재미를 위한 노하우를 수십 년간 쌓아온 닌텐도의 콘솔이 각광받게 됐다.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는 시대가 왔다는 증거다.

또한 동물의 숲은 ‘욕구의 게임’이라는 특징도 가진다. 이 게임은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재된 욕구를 건드렸다. 동물의 숲에서 만든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함께 플레이하는 지인들에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다. 마치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인 싸이월드처럼 자기가 꾸민 공간을 타인과 비교하고 ‘관계성’ 속에서 즐기는 콘텐츠인 것이다. 아무리 섬을 잘 꾸며도 남이 봐주지 않으면 재미가 줄어든다. 동물의 숲에서 벌어지는 콘테스트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코로나 때문에 자신을 밖에서 과시하기 어렵고 타인과도 관계 맺기 힘들다는 제약 속에서 동물의 숲은 이런 억눌린 욕망을 해결해 줬다.

그 결과 동물의 숲은 일본에서만 출시 후 3일 동안 188만 장이 판매됐고, 영국에서도 출시와 동시에 게임 인기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3월 한 달에는 무려 500만 개가 판매돼 콘솔게임 사상 월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출시 당일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졌고, 응모 방식으로 온라인 판매에 나선 이마트의 사이트가 구매권 당첨자 발표를 앞두고 다운되기도 했다.

날개 단 e스포츠 중계와 플랫폼

게임 승부를 관전하는 e스포츠도 코로나 여파로 전통적인 프로스포츠 경기가 멈춘 사이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e스포츠는 오프라인 스포츠와 달리 굳이 대면해 경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본래 비대면 속성을 가진다. 네트워크 지연만 해결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이 e스포츠만이 가진 특징이자 매력이다. e스포츠 선수들이 경기할 때도 유럽이나 미국 등지의 글로벌 팬이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관전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나 축구 같은 경우 경기 후 시간이 경과한 뒤 팬이 녹화된 경기를 다시 찾아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e스포츠는 다르다. 관중들이 생중계만 보는 게 아니라 선수의 플레이 기술이나 명승부를 다시 보고 배우기 위해 동영상이나 비디오 클립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프로스포츠는 시청자가 직접 플레이하는 경우가 드문 데 비해 e스포츠는 본인이 게임을 볼 뿐만 아니라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는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런 점에서 e스포츠는 일반 프로스포츠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훨씬 더 큰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e스포츠 중계를 향한 높은 관심을 한국 사회에 극적으로 알리게 된 사건을 하나 꼽으라면 2004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개최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이다. 2004년 7월17일, ‘SKY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전에서는 ‘한빛 스타즈’와 SK텔레콤 ‘T1’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무려 10만 명의 관중이 몰리면서 이 결승전은 ‘광안리 대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같은 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렸는데 이 경기의 관중은 1만5000여 명이었다. 전통적인 프로스포츠와 e스포츠 규모를 대조해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로부터 15년 후인 2018년,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2만6000명의 롤 팬들이 주경기장을 가득 메워 e스포츠의 열기를 입증했다. 특히 행사 시작과 함께 증강현실(AR)로 재현된 게임 속 가상 걸그룹 케이디에이(K/DA)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케이디에이 소개 후 미국 싱어송라이터 매디슨 비어와 자이라 번즈, 한국 걸그룹 ‘아이들’의 멤버 미연과 소연이 등장해 AR 캐릭터와의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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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보는 게임’을 향한 관심은 최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코로나 상황이 온라인 기반 비대면이라는 e스포츠의 특성과 결합하면서 오히려 관객층을 더 확장하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인종, 국경,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인간과 인간을 잇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e스포츠도 코로나 초기에는 오프라인 경기장 폐쇄로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곧 온라인 중심의 경기 운영에 집중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2020년 5월25일 서울에서 열린 ‘2020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결승전은 이런 변화를 보여줬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500명 규모의 경기장에 대전팀 ‘T1’과 ‘젠지’ 소속 선수 10명과 스태프뿐이었고 좌석에는 관중 대신 사람 모양의 입간판만 세워졌지만 이날 SNS와 인터넷 생중계로 이 게임을 본 사람은 무려 1787만 명에 달했다.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이 중 한국인은 70만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700만 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한 경기 평균 시청자 숫자 22만 명의 81배가 넘는다. 온라인으로 이동한 e스포츠 중계가 가지는 산업적 잠재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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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중계 열풍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액티베이트(Activate)에 의하면 글로벌 기업들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올해 e스포츠에 약 2500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메이저리그(MLB)의 스트리밍 방송업체 밤테크(BAMTech)는 e스포츠 방송 송출권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3600억 원을 지불한다고 한다. 이런 게임 중계에 대한 열풍은 플랫폼 기업을 게임 스트리밍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미 아마존이 현금 1조 원에 인수한 중계 플랫폼 트위치의 가치는 M&A 당시보다 훨씬 더 커졌다. 세계 최대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조차 게임 분야에 있어서는 트위치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며 유튜브의 아성을 유일하게 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플랫폼이 있다면 트위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존과 구글이라는 두 플랫폼 공룡이 게임이란 영토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트위치는 TV처럼 관중들에게 일방적으로 경기 장면을 송출하는 수동적인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중계 캐스터(caster)라는 새로운 역할을 등장시킴으로써 쌍방향 소통의 매개이자 마케팅 도구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유력한 캐스터가 중계하는 것만으로 초창기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구글 유튜브, 아마존 트위치, 마이크로소프트 믹서에 이어 최근에는 페이스북도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경쟁에 가세했다. 2020년 6월에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공개했다. 게이머가 게임 플레이 영상을 라이브로 중계하면 사용자가 모바일 앱에 접속해 해당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페이스북 월간 사용자 수(MAU) 25억 명 중 약 7억 명이 이 게임 콘텐츠와 연관돼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페이스북 앱의 피지 시모(Fidji Simo) 총괄은 “게임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우선순위가 됐다. 게이밍이야말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엔터테인먼트 형태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소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상호작용하게 하는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게임이다 ”라고 그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e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든 기업들

e스포츠의 인기에 힘입어 식품업계, 스포츠용품 업계 등에서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최근 농심은 아예 e스포츠 구단을 인수했다. 2020년 1월 롤 구단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해 다음 해부터 한국 라이엇게임즈가 운영하는 e스포츠 LCK에 출전한다. 또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1’은 BMW그룹과 스폰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BMW그룹이 국내 스포츠 구단과 스폰서십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1은 롤의 세계 챔피언인 ‘페이커’ 이상혁을 포함한 프로게이머 50여 명이 소속돼 있고 롤 등 복수의 종목 10여 개 팀을 운영하고 있는 구단이다. T1 선수들은 BMW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BMW X7 등 차량 지원을 받는다.

농심이나 BMW가 주목한 점은 다름 아닌 e스포츠 팬의 특성이다. e스포츠의 글로벌 팬은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으며, 특히 국내 e스포츠 경기를 향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다. 예를 들어, LCK의 일평균 시청자는 463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62%가 해외 시청자다. 따라서 기업은 e스포츠 스폰서가 됨으로써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수억 명에 달하는 젊은 시청자에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맨체스터시티, 발렌시아CF 등 유럽 명문 축구단들이 최근 잇달아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e스포츠의 시장성과 마케팅 가치를 인식한 것이다.

비대면 시대 게임 비즈니스 전략

그렇다면 이 같은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변화는 비대면 시대 한국의 기업과 산업에 어떤 교훈을 주는가? 이들 산업이 지닌 특성을 검토해 보면서 살펴보기로 하자. 게임 산업의 첫 번째 특징은 고객과 시장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제품의 진화이다. 게임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마케팅 도구가 된 것도 결국 이들이 고객과의 쌍방향 소통의 매개이기 때문이다. [그림 2]는 온라인게임 개발 과정에서 유저가 참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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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개발은 게임 기획과 프로토타입 개발에서부터 시작한다. 게임 유저의 참여는 개발과정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 단계부터다. 클로즈 베타 이후 공개적으로 다수의 유저를 모아서 테스트하는 오픈 베타를 거치면 상용화된다. 이후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이렇듯 개발과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유저들은 끊임없이 게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게임 맵의 구조부터 게임 내 NPC(Non Player Character) 의 강약, 분포 등 게임 전반에 관여하며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 마스터는 이런 요구를 수렴해서 게임에 대한 반응을 검토하고 기획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게임 기획자는 게임 내 구조를 수정해 클로즈 베타에서 업데이트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목소리를 낸다.

굳이 코로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산업에서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고객과의 소통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고객들의 결핍과 욕구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조직과 제품의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유저와 게임 마스터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제품의 진화를 보여주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시장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제품과 고객의 공진화(co-evolution)이다.

둘째, 게임 산업은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해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지배력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1998년 첫 서비스 후 20여 년간 6800만 개의 캐릭터를 형성했다. 2019년 기준 누적 매출이 8조 원에 이를 정도로 회사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리니지도 출시 당시에는 하나의 게임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초기 제품의 성공으로 확보한 유저를 기반으로 리니지는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 리마스터, 리니지2M 등 다양한 시리즈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제품군을 구축했다.

글로벌 K팝 스타인 BTS를 보유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동일하게 ‘제품의 플랫폼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게임과 유사하게 BTS라는 단일 아티스트, 즉 제품을 통해 시장에 들어온 다음, 여러 곡을 연이어 내놓으며 제품군과 팬덤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위버스’라는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 플랫폼에 BTS가 아닌 다른 K-POP 스타들을 얹어 새로운 제품을 위버스의 유저풀에 침투시켰다. 이런 형태의 ‘단일 제품 성공 – 플랫폼화 - 다른 제품 론칭 - 플랫폼 확장’이라는 프로세스는 게임 산업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의 전형이다. BTS뿐만 아니라 카카오그룹 역시 유사한 제품군을 가지고 플랫폼 전략을 취한 사례다. 카카오톡으로 성공을 거둔 뒤 여기에서 확보한 이용자를 기반으로 카카오게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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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특징은 조직 구조와 조직문화다. 게임 산업은 유연한 조직 구조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특징으로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게임사들의 조직 구조와 문화는 제조업이나 금융업의 위계적인 조직과 달리 자유롭고 수평적이다. 카카오그룹도 한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전 직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책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게임 산업의 이 같은 조직 구조와 문화는 오늘날 젊은 세대들의 지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전통적인 산업 내 기업들은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원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경우 1년 내 조기 퇴사율이 10%에 육박할 정도다. 이는 새로운 세대가 지향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과 현재 기업들 간 괴리가 초래하고 있는 문제다.

네 번째 특성은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열성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저들은 자신의 게임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확장한다. 게이머들은 자발성에 기반해 게임 플레이를 한다.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게임을 중단시키려고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누구도 게임을 하라 떠밀지 않고 오히려 만류하지만 유저들은 정기적으로 또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게임에 접속해 레벨업을 위해 노력한다. 게임 산업은 바로 이런 유저의 자발성과 열성을 원천으로 자란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철저하게 밑바탕에서 자생적으로 올라온 산업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런 자발성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게임을 하는 것을 넘어 ‘보는’ 스포츠의 형태로 만들어내고, 게임 방송 중계를 시작하고, 이렇게 많은 경기장과 구단과 팬을 형성한 e스포츠의 종주국도 한국이다. PC방 고객을 대상으로 라면 한 박스 걸고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대항전이 지역, 전국 단위로 커져 현재의 e스포츠가 됐다. 철저하게 유저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원동력으로 삼아 팬덤 형성, 선수 배출, 구단 운영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다른 산업들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게임이 잡초처럼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과 e스포츠는 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을 촉진하고, 자발성과 열성을 이끌어내며 비대면 시대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체 ‘왜 이렇게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어떤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 기업들이 게임 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떻게 고객이 제품과 일체감을 느끼도록 할 것인지, 충성도 높은 유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기업들이라면 게임 산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위정현 |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UCLA Visiting Professor, Brighton University International Visiting Fellow,
    - 콘텐츠경영연구소장,
    - 일본 온라인게임부회 부회장, 한국전략경영학회 이사, 한국게임학회 고문으로 활동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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