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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마켓: 코로나 시대, 결핍과 광고

효율적이고 공감받아야 살아남는다

박지환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모두의 일상이 변했다. 기업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구성원들의 업무 방식을 바꿨고 비즈니스 전략을 새로 짰다. 특히 고객들의 결핍을 찾아내 이를 채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여러 광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기업이 인류를 응원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그 희망을 위해 자신들이 여기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집행했다. 언택트를 넘어서서 ‘온택트(online과 untact의 합성어)’로의 흐름도 눈에 띈다. 기업들의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통해 코로나19 시대의 흐름을 들여다본다.



언택트의 시대의 응원 : 불안

코로나19 발생 초기, 사람들은 파편적으로 흩어지며 개인화된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 하지만 개인화된 삶에서는 고립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원인도 모르고 치료 방법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그 이유라면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는 등을 다독이며 우리의 가능성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렇기에 하이네켄, 폴크스바겐, 이케아, 삼성전자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기업이 희망을 담은 인류애적인 메시지를 구성해 전 인류를 응원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페이스북은 ‘We are never lost if we can find each other. (우리가 서로를 찾는다면, 결코 길을 잃지 않을 거예요)’이라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풀어냈고, 나이키에서는 홈트레이닝하는 사람들의 개인 영상 위에 ‘This is our chance. Play for the world(지금 이 상황이 우리가 세계를 위해 플레이할 기회다)’라며 집 안에서 머무를 것을 권유했다. 한편 애플은 집에서 애플 제품을 창의적으로 쓰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Creativity goes on(창의성은 계속될 겁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의 촉박함 때문인지,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힘들어서인지 (실제 해외 곳곳이 록다운됐을 땐 광고 촬영도 중단됐다) 음악의 톤(감동적이고 잔잔한 피아노곡)이나 쓰인 소스 영상들(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는 개인들의 콘텐츠)이 별로 차별화되지 못하고 비슷한 경우들이 꽤 있었다. 심지어 어떤 유튜버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광고의 톤앤드매너가 다 똑같다며 여러 브랜드의 광고를 재편집한 콘텐츠를 포스팅하면서 브랜드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이 브랜드들이 일제히 이런 신파 같은 광고 영상들을 선보인 것은 맥락이 다른 상황 속에서라면 소비자의 마음이나 행동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조금 신선한 시도를 한 광고들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보스(Bose)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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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e - Keep Noise]

보스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광고함에도 ‘KEEP NOISY(시끄럽게 하세요)’라는 다소 생뚱맞은 슬로건으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격리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하루 종일 매일 같은 노래를 듣는 내 이웃에게
매일 아침 6시마다 아코디언을
연습하는 내 이웃에게
(지이잉) 9단계까지 있는
믹서기에 집착하는 내 이웃에게
정말로 본인이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내 이웃에게
자정이 넘어야 청소기를 돌리는 내 이웃에게
디제이처럼 매일 디제잉을 하는 내 이웃에게
(시끄러운) 홈트레이닝을 막 시작한
내 이웃에게
서라운드 사운드로 전쟁 영화만 보는
내 이웃에게
그 이웃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정말 기쁩니다.
당신들이 괜찮다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계속 시끄럽게 하세요.
보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심각하지 않다. 신파도 없다. 소소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이 되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화룡점정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제품! 노련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광고가 위력을 발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광고의 역사 속 셀 수 없이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중, 제작된 지 20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회자되는 광고가 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을 상징하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지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가 집행했던 광고다. 2002년 2월 미국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슈퍼볼 중간 광고에 방영됐으며 내레이션 한마디, 카피 한 줄 없다. 그저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천천히 달리는 클라이데스데일(‘Clydesdale’- 버드와이저 로고 속 말의 종류)들이 보인다. 도시로 들어온 이들이 브루클린 브리지를 지나 멈춘 곳은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배터리파크(Baterry Park),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사라진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광고는 끝난다. 이 시기 뉴욕에서의 광고 촬영은 예민한 사항이었기에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뉴욕 시장에게까지 허가를 받아야 했던 대규모 촬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들 사이에 회자되며 9•11 10주년이었던 2011년 고화질의 광고 영상으로 다시 온에어되기도 했었다(잊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추가된 버전이었지만).

이렇듯 크나큰 절망에 빠져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겐 말뿐인 희망이라도 필요하다. 불안한 마음은 자그마한 위로의 말에도 큰 감동을 받기 마련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모든 성공한 광고가 그렇듯 응원을 위한 광고도 응원의 역할을 날카롭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진짜 응원이 아니라 겉멋을 부리며 응원하는 시늉만을 한다면 불안을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절망이 짙을수록, 불안이 클수록, 그 시간이 길수록 더욱 그렇다. 평소엔 리모컨을 꾹꾹 눌러 대며 광고를 피해 다니는 사람이라도, 그런 순간이라면 말 한마디 없는 광고에서 느껴지는 응원과 위로에 마음을 열 테니 말이다.

위기는 위트를 부른다 : 분노

전 세계의 삶 속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대두된 말이 있다. 그 말은 바로 ‘코로나 블루’ 코로나19로 인해 행동에 제약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우울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제는 심지어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앵그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장기화된 무기력증과 우울함이 극에 달하면서 분노에 찬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초반에는 다들 걱정과 불안에 조심했지만 삶을 제약하는 것들이 점차 당연해지면서 이전의 삶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우울감과 지루함, 나아가 분노가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지루하고 화나는 제약들로 채워진 일상에 광고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웃음이 됐다.

[좀 떨어져 주실래요? : 사회적 거리 두기]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수많은 광고판 중 코카콜라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코카콜라의 로고가 좀 이상하다. 물결치며 다닥다닥 붙어 있던 코카콜라 로고 속 타이포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알리기 위해 ‘Staying apart is the best way to stay united(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브랜드 로고에 변형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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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명한 로고 중 하나인 맥도날드의 아치 로고도, 아우디 로고 속 겹친 4개의 원도 서로 거리를 두며 거리 두기를 알렸다. 네이버, 다음, 야놀자 등 국내 기업들도 로고를 활용해 거리 두기를 적절히 표현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했고,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게시물로 회자되기도 했다.

한편, 독일의 버거킹에서는 재미있는 기브어웨이(Giveaway)를 제작했는데 버거킹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둘레 2m짜리 종이 왕관을 선물한 것이다. 커다란 왕관을 쓰고 있으면 사회적 거리가 저절로 띄워지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버거킹을 방문한 고객에게 종업원이 다가가 거리 두기를 요청한다면 대부분은 아마 잘 따르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분명 코로나 ‘앵그리’를 분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제약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가 됐다. 분명 비용이 많이 든 마케팅은 아니었겠지만 우리나라의 각종 커뮤니티까지 그 사진이 퍼진 것을 보면 시의적절한 시기에 웃음을 선사한 캠페인임이 분명하다.

[COMEBACK HOME : 집에서 머무르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이 많이 쓰였지만 외국에서는 ‘STAY HOME’이란 슬로건이 더 자주 쓰였다. 해외에서는 이 슬로건이 들어간 광고들이 하루에도 몇십 개씩 쏟아졌는데 대부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생활상을 이야기하며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기회를 집 안에서 기다리자는 식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 광고였다. 하지만 글로벌 케첩 브랜드인 하인즈의 선택은 달랐다. 사람들이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어지도록 전에 없던 새로운 퍼즐을 하나 만들어 17개국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다. 100㎝×70㎝ 사이즈에 570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 평범해 보이지만 일반 퍼즐과 비교해 극악의 난도를 가진 퍼즐, 그들이 만든 퍼즐은 오직 빨간색 조각으로 이뤄져 있었다. 집 안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채우길 바라는 마음을 엉뚱하고 재미있는 발상으로 승화한 것이다. 참여 방법도 간단했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Heinzketchuppuzzzuffuzzle를 태그하고 이 퍼즐을 누구와 함께 완성하고 싶은지 자신의 피드에 업로드하면 끝. 응모한 사람 중 57명을 선발해 퍼즐세트를 전달하는 것이다. 온라인 캠페인과 극악무도한 난도의 퍼즐은 점차 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고, 하인즈는 고객의 요청으로 퍼즐을 추가 생산해 24.99달러에 판매하기까지 했다. 물론,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식량기부단체에 전달했다.

[그대로 멈춰라 : LOCKDOWN]

해외에서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외출을 막는 록다운(이동제한령)이라는 규제가 있었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상황, 그때 버거킹이 재미있는 디지털 광고를 집행한다.

#1 늘 그렇듯 장엄한 음악에 버거킹의 상징인 왕관이 보인다. #2 버거킹의 왕관을 한번 훑어주고 난 뒤, #3 화면 안으로 들어온 손이 왕관을 들어 올리고, #4 왕관 안에 있던 먹음직스러운 와퍼가 보일 거라 생각한 그 순간, #5 모자이크 처리된 와퍼가 보인다. 그리고 뜨는 카피 한 줄, LOCKDOWN WHOPPER, Censored to reduce cravings. (락다운 와퍼, 배고픔을 줄이기 위해 자체 검열했습니다). 오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와퍼를 보고 배가 고파질까 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메시지다. 영상 속 햄버거를 먹고 싶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올까 걱정했는지, 철저하게 계산된 영상인지는 제작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으나 집 안에 갇혀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록다운이 풀릴 날에 대한 기대감을 심고, 나아가 록다운이라는 우울한 상황을 웃음을 유발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대단한 캠페인이다. 아마, 이 광고를 본 사람이었다면 록다운이 풀렸을 때 가장 먼저 버거킹으로 달려가지 않았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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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있는 광고를 제작할 땐 선을 잘 타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늘 화를 낼 준비가 된 사람들 앞에서 선을 넘는 위트는 화를 내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적절한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에겐 호감을 느끼지만 무리수를 투척하는 사람에겐 불쾌함을 느끼는 것처럼 광고도 마찬가지다. 여기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 모르지만 선을 넘어선 브랜드가 있다.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코로나’다. 미국 출시를 앞둔 코로나 탄산수의 론칭을 위해 해변 위 코로나 캔과 함께 ‘곧 상륙한다’는 카피로 영상 및 인쇄 광고를 진행했었는데 이 광고는 3월 초, 즉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던 순간이었기에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기에 충분했다. 담당자는 코로나를 마시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낸다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머도 결국 공감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일상생활 속 위트 있는 상황이나 뇌리에 박히는 말장난으로 만들어지는 광고들이 많다. 코로나19를 직접적인 위트의 소재로 삼는 광고는 없지만 힘든 시기에 웃음을 주는 광고를 만들겠단 노림수가 깔려 있음은 자명하다. 웃음을 유발하는 광고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게 만든 전환점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웃음이 메말라버렸던 시절, 1997년 IMF 시절이다. 분명 그전에 재미를 위한 광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미디어의 발달, 콘텐츠의 다변화 등 광고의 위트가 강조된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절을 기점으로 영상 광고의 주류가 유머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내는 제 1방향성은 위트를 가미하는 광고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 사람이 너무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세상에 웃음이 넘쳐난다면 웃음 없는 광고가 주류가 되는 날도 곧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믿음은 말로 쌓을 수 없다 : 불신

코로나19의 시대는 불신의 시대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모두를 의심한다. 혹시 내 옆의 누군가가 확진자가 아닐까, 멀리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 흠칫 놀라며 실눈을 뜨게 되는 그런 시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의심과 불신의 이면엔 신뢰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인 패닉이 발생한 감염병은 이 세기를 살아가는 누구도 경험해본 적 없기에, 사람들의 신뢰 대상 찾기는 더 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급박하고 힘든 상황이라도 한마디 말에 믿음을 얻을 수 없다. 첫 번째로 말했던 응원 광고는 혼란과 당황스러움의 틈을 응원으로 채웠다면, 불신과 믿음의 경우는 일정 시간이 흐르면서 정신을 차리고, 상황이 실제적으로 와 닿을 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브랜드들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기반으로 캠페인들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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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 사이에서 화장지 사재기 붐이 일어났다. 이에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의 브랜드 중 하나이자 미국의 최대 화장지 회사인 코트넬(Cottonelle)은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다. 미국의 기부단체인 유나이티드웨이 네트워크(United Way Network)와 손잡고 공동체 전체의 상생을 위해 소셜 기부 캠페인 #ShareASquare(한칸나눔)을 진행한 것이다. 캠페인의 ‘키 메시지’는 ‘사재기로 휴지를 쌓는 대신, 너그러운 마음을 쌓자(instead of stockpiling, Let’s stock up of generosity)’. 공동체 전체의 상생을 위한 캠페인이었던 #ShareASquare의 참여 방법은 간단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ShareASquare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물을 공유할 때마다 코트넬 측에서 1달러를 기부해 최대 십만 달러를 기부하는 것이다. 더불어 고통받는 지역사회를 위해 100만 달러 및 100만 롤의 화장지 기부까지 약속했다. 이 캠페인은 세계 곳곳에서 화장지 사재기가 한창이던 3월 초에 시작돼 이슈가 됐고 세계 곳곳의 뉴스에 실리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코트넬이 기부를 약속한 6월1일 이전에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잠잠해지며 그 끝이 애매해지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캠페인은 그저 기부를 위한 캠페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불안감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조급함과 불신을 걷어내고,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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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코로나로 힘든 중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희망으로 같이가게’ 캠페인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매 활로 개척에 신한금융그룹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그런데 따로 온라인 마켓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신한금융그룹이 어떻게 소상공인 온라인 마켓을 열었을까? 정답은 협업에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야심 차게 구축한 온라인 상점 ‘가치삽시다’와 손잡고 ‘가치삽시다. 희망으로 같이가게’ 특별전을 열었다. 구축하기 힘든 결제 시스템은 네이버페이의 결제 시스템을 빌려와 소비자의 구매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 신한은 온라인 플랫폼 하나 없이(물론 신한에도 온라인 플랫폼은 있지만 마켓으로 특화돼 있지 않으므로) 아이디어 하나로 정부와 기업의 힘과 마음을 모아 캠페인을 진행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코로나로 힘든 소상공인들을 돕는 데 모두가 하나 된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돕는 것이지만 사실 이 캠페인의 의미는 광고 캠페인 하나가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에 있다. 괜히 브랜드를 부각하거나 자랑스러운 어투로 반감을 살 필요는 없다. 그런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라면 이미 그 브랜드의 팬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Sooner or later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말했다. “우리는 지난 2개월 만에 2년 치만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내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더 많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뤄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언젠가 코로나라는 괴물의 생명도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예상하듯이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휙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다. 광고의 영역이 얼마나 바뀔지도 궁금하다. 앞서 과거의 예시들을 봤을 때처럼 메시지의 흐름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TV 광고나 영상 중심의 광고에서 형태적으로 차별화된 광고든, 최신의 기술이 접목된 광고든, 작지만 웃음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이든 기존의 것에서 반 발짝이라도 나은 것들이 자꾸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광고라고 부르기 어려웠던 라이브 커머스나 서비스 개발 같은 것까지 광고의 영역으로 슬며시 들어올지도 모른다. 소비자들은 더 깐깐해지고 똑똑해질 것이고, 허상 속의 결핍보단 본인이 직접적으로 겪고 느끼고 있는 결핍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의 내일은 약간은 다른 시대가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필연적 발생 현상이라도 효율적이고 공감됐던 것들은 살아남고, 그러지 못했던 것들은 사라질 것이다.


박지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jihwanc.park@samsung.com
필자는 10년 차 카피라이터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 삼성증권, KT, 풀무원, 포트나이트 등 다양한 분야의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그들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늘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그 속의 빈틈을 찾아내며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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