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금융회사의 도전 과제와 기회 요인

금융회사의 ‘진짜 실력’이 수면 위로
고객 관리-업무 방식 혁신 계기로 삼아야

295호 (2020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눈에 띄지 않았던 금융회사의 ‘진짜 실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기업 가치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단기적인 위기관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특화된 고객 경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또 온라인 영업 채널을 강화하고, 하향식으로 이뤄졌던 본사의 업무 방식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리스크 관리 및 자산 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환경의 특수성을 기회로 삼아 기존 예산 편성을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하고 디지털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자.


코로나19 발병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글로벌 보건에 경종을 울렸던 여러 전염병 사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속한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전염병 관련 리스크가 자산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국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발 빠른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기간과 바닥 지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는 이번 상황은 과거의 경제 위기와는 달리 바이러스가 위기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 위기는 모두 정부의 부채와 외환 관리 실패 혹은 금융기관의 탐욕에서 발생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된 경우였고, 발생 원인과 경로가 유사했기에 정책 당국의 해법도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는 금융 기능의 와해로 실물경제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마비가 왔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 위기가 먼저 발생해 금융시장 충격으로 전이된 특이한 케이스다. 많은 이의 기대와 달리 조기 종식 혹은 V자형 반등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경제 전문가의 중론이다. 과거 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수요와 공급망이 동시에 붕괴됐다. 그래서 수요 진작을 위한 정부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리고 유가 폭락과 초저금리 기조라는 글로벌 거시 변수로 인해 시장이 너무 겁을 먹어서 정책 당국의 약발도 잘 듣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는 국내 금융업계 전반의 경기 하강을 초래했다. 전통적인 대면 영업이 곤란해졌고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 기조, 심화되는 한미 환율 격차는 금융기관의 자산 운용과 리스크 관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인도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 관계자와 대화해보면 코로나19가 금융업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나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금융기관의 단기적 재무 성과는 크게 타격 받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식별하기 어려웠던 금융회사의 ‘진짜 실력’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주가치 창출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코로나19 위기가 어떻게 금융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촉발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경영진은 장단기적으로 어떤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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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염병 위기를 통해 본 코로나19의 영향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을 거라고 판단된다. 최근 20년 동안 코로나19와 비견되는 대규모 전염병이 몇 차례 있었으나 당시 국내 금융기관 영업성과 및 수익성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전파력 및 치사율 측면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는 신종플루와 메르스(MERS)의 중간 수준에 속한다.

금융업권 중에서 전염병 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평가받는 보험업의 실제 데이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보험업은 실제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가 하락이 가장 컸던 산업 분야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전염병 사례이자 보험사 관점에서 수요 하락,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와 특성이 유사한 메르스 상황도 단기적 영향이 미미했다. 생명보험업을 예로 들면, 운용 자산 및 전체 보험료 측면에서 기존 보유 계약 의존도가 높은 보험업의 특성으로 인해 메르스와 같은 위기가 보험영업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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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의 신규 계약 영업만 봤을 경우 메르스의 피크 시점에는 전월 실적 대비 약 3%p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주로 대면 영업인 설계사 채널의 부진에서 기인했다. 설계사 채널의 신계약 규모는 전월 대비 10% 줄었지만
2∼3개월 뒤에는 기존 실적을 회복했다. 또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객의 계약 해지나 전속 설계사 이탈의 변화량도 크지 않았다. 손해보험업 역시 동 기간의 매출 하락은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마케팅 비용 절감 및 사고 빈도•심도 하락으로 손익이 개선된 회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금융업권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중장기적 변화는 클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업권 전반의 동일한 충격이 아니라 준비된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 간의 양극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BCG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둔화기에 이기는(winning) 기업은 그 이후에도 승자로 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미국 시장을 예로 들면, 전체 기업 중에 14%만이 불황기에도 매출 성장 및 영업이익률 증가를 시현했다. 이때의 성과 격차가 향후 경제 성장기에도 좁혀지지 않을 사업 체력으로 비축되고, 이로 인해 업권의 판도 변화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웰스 파고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 웰스파고는 비교적 건실했지만 중형•지방 은행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불황기에서의 공격적 M&A와 우량 고객 유치 마케팅으로 현재 웰스파고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 중에 하나로 성장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역시 금융기관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특화 고객 경험 관리, 영업 모델, 본사의 업무 방식/문화, 리스크 관리 및 자산 운용 등 포스트 코로나19 전략의 수립 및 실행 경쟁력에 따라 ‘진짜 실력’의 격차가 도드라질 전망이다. 물론 코로나19가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이전부터 진행되던 근본적 트렌드 및 시대적 요구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촉발된 거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단기적 위기관리

단기 위기관리는 당면한 코로나19 환경에 대응하고 사업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술적 대책이다. 많은 금융기관이 이미 위기관리 모드에 들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음 6단계를 기반으로 한다.

1. 직원 안전 관리: 직원 위생, 시설 접근 및 이동에 있어 보수적인 원칙을 적용하고,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는 직원을 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직원들에게 그들의 안녕이 경영진의 최우선 순위임을 재확인시키는 것이다.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의 활용을 가속화하고 직원들이 적절한 도구의 사용에 익숙해지도록 지원 해야 한다.

2. 지배구조 강화: 위기관리 대책 실행 및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담당 팀을 지정하는 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금융기관이 위기관리 지배구조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코로나19 특성을 감안해 보다 명확한 위기관리 지배구조의 정립이 필요하다.

3. 사업 연속성 보장: 기존 사업 계획을 검토해 코로나19 위기 상황하에서의 핵심적인 운영 분야를 구별하고, 이 부분의 중단을 방지하는 비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IT 부서, 콜센터 등 운영 후선 업무의 급증과 재택근무에 따른 사이버 리스크 방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4. 신속하고 신중한 고객 지원: 고객에게 절실하며 대의에 부합하는 고객 지원 방안을 발굴해서 시행해야 한다. 그 예로 아시아 대형 은행들은 최근 부동산 대출에 대해 6개월 원금 상환 유예를 제안하거나 무역 대출에 대해 만기를 연장했다. 또 보험사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보장 확대 및 추가 보장 급부 제공을 결정했다.

5. 스트레스 테스트 및 유동성 관리: 코로나19 확산의 범위와 속도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 분석을 신속하고 빈번하게 실시하고, 이에 따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유관 사업 영역에 미칠 파급 효과는 물론이고, 통화 및 재무 정책이 미칠 영향 역시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저금리 기조 및 신용경색이 MMF 및 국채 레포(Treasury repo)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을 이해해야 한다.

6. 비용 절감 프로그램 수립: 나아가 금융기관은 장기적 경기 하락 및 매출 감소를 대비해야 한다. 최소 5∼10% 수준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비용 절감 이니셔티브 발굴 및 실행 체계를 고안해야 한다. 특히, 기존에 수익성이 저조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획득하지 못한 중소형 금융기관에 시급하다.

이탈리아의 은행 그룹인 인테사산파올로은행(Banca Intesa Sanpaolo)는 단기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기민하게 운영한 선도 사업자 중 하나다. 코로나19 위기 발생과 동시에 외부 자문기관과 협력해 재무적•운영적 영향을 분석했고, 임직원은 물론 주주 및 정책 기관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임직원의 80∼85%가 재택근무 또는 원격 근무 중인데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업무가 집중될 수 있는 IT 콜센터 부문에서 협력 및 용역 업체들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또, 재택근무, 원격 근무 장기화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리스크 대응 체계를 원점에서 점검하고, 이에 대한 주주와 규제기관의 불안감을 미리 잠재웠다. 이로 인해 직원과 주주를 안정시켰음은 물론이고, 고객의 만족감도 높여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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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화 고객 경험 관리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국민의 눈과 귀를 독식하는 곳은 전통적인 미디어나 인터넷 포털 사업자다. 그런데 코로나19에 대한 차별적인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면서 이를 편리한 UI/UX로 담아내는 금융기관 사업자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의 알리페이와 핑안보험이다. 알리페이는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코로나19 특화’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고객 접점에 전면 배치했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는 물론, 의료 서비스의 효과적 공급을 위한 지도 서비스, 의료인 대상 무료 보험 제공 서비스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했다. 나아가, 어느 정도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된 다음에는 중국 지역별, 고객 유형별 (일반 국민, 소상공인, 환자, 의료기관 등)로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중국 고객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의 품질 못지 않게 대응 속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알리페이는 2020년 1월20일 중국 정부의 공식 대응 이후 한 달 사이에 약 20개의 코로나19 관련 신규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런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알리페이 내 인하우스(In-house) 인력에 의존하지 않고, 전략적 파트너십 및 외부 개발자의 단기 소싱 등이 가능한 에코 시스템 모델을 구축한 덕분이었다. 핑안보험은 이전부터 중국 내 선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굿 닥터’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객은 ‘굿 닥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Q&A 및 원격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고객은 AI 콜센터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본인의 염려와 증상을 문의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핑안보험이 강력한 AI 인력•인프라와 헬스케어 데이터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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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모델: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

모든 산업의 대면 영업 채널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산업과 달리 특히 보험업은 전속 설계사 채널의 생존 논리와 전통적인 경영 관습에 사로잡혀 영업 채널의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영업 및 고객 관리 활동의 일부가 이미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을 접목하는 영업 모델이 대두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온라인 플랫폼 성장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중국의 예를 들면,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코로나19 관련 보장 상품을 온라인으로 출시해 온라인 상품과 플랫폼에 대한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타이캉생명보험은 코로나19에 따른 질병,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1년짜리 단기, 소멸형 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특별한 심사를 하지 않으면서 보험료도 저렴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캉 온라인은 2020년 1∼2월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푸르덴셜보험과 텐센트보험도 코로나19 관련 무료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온라인 상품에 대한 고객 인지도를 높였다. 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 내 건강보험 성장에는 크게 두가지 요소가 기여했다. 첫 번째는 고객의 리스크 보장에 대한 인식 향상이다. 두 번째는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일련의 긴급 서비스와 프로모션 활동이다. 여기에는 온라인 무료 건강 진단/자문 및 심리 상담, 짧은 영상(보험지식 교육, 보험상품 알림)을 통한 SNS 친화적 건강보험 상품 프로모션이 포함된다.

온라인 특화 보험사와 달리 대면 영업 중심 보험사의 단기 실적은 코로나19로 일부 영향을 받고 있다. 일부 설계사가 자발적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온라인 판매에 나섰으나 오프라인 채널의 영업 부진을 완전히 호전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전통적인 보험사들이 온라인 역량 혁신을 통해 옴니채널 영업 모델을 채택하는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영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 및 옴니채널 관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첫째, 설계사의 디지털 영업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미래의 옴니채널 모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전통적인 보험사, 특히 경쟁력 있는 전속 설계사 채널을 갖춘 보험사들은 오프라인 조직을 옴니채널 마케팅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중국의 유명 백화점 기업인 인타임리테일그룹은 온라인에서 화장품, 의류 등 오프라인에서 팔던 제품을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했다. 이러한 새로운 영업 모델은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한 명의 판매원이 오프라인으로 6개월 동안 응대한 고객 수를 온라인으로 단 3시간 만에 응대한 것이다. 이 판매원이 한 번의 온라인 라이브 쇼에서 창출한 매출은 오프라인 점포의 일주일 매출에 맞먹었다.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 직원이 직접 참여하다 보니 해당 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높았고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졌다. 이는 보험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수한 설계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일 것이다. 그러려면 디지털 영업 활동에 필요한 도구와 온라인 콘텐츠로 설계사 채널을 무장시키고 설계사의 SNS 활용 친숙도 및 온라인 마케팅 역량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둘째, 옴니채널 고객 컨택트 센터를 구축하고 다양한 고객 접점을 발굴 및 관리해야 한다. 현재 보험사의 텔레마케팅 채널과 콜센터 직원들은 전화 응대 및 단순 상담 역량만을 갖고 있고, 전문적 판단 및 고객별 맞춤형 후속 조치를 취할 능력은 부족하다. 미래에는 보험사의 옴니채널 컨택트 센터가 다양한 고객 접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기존 텔레마케팅, 콜센터와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다각화된 접촉 채널이다. 전화, 모바일 앱, SNS, 영상통화 등의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고객과 상호 작용한다. 둘째는 통합된 서비스 및 영업과 다양한 책임 분장이다. 고객, 상품, 기능 등에 따라 영업 활동 및 서비스 책임을 구분해 전문성과 맞춤화를 강화한다. 셋째, 전문적인 비즈니스 역량 개선이다. 고객 서비스 시스템에 내장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담당 직원의 역량을 개선해야 한다. 이들이 고객과의 1차 접점으로서 고객의 단순한 요청사항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재연결 및 커뮤니케이션의 반복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고객 관점에서 온라인 보험상품 소구력 및 UI/UX 개선 기반 고객 경험을 향상시켜야 한다. 전통적인 보험사의 온라인 채널은 낮은 우선순위, 온라인 상품 구색 부족, 부정적 고객 경험 등의 많은 요인으로 인해 대부분의 온라인 고객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고객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업은 고객이 온라인에서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 다양화는 물론, 전담팀을 배정해 온라인 플랫폼의 설계와 운영을 최적화해야 한다. 또 반복적으로 온라인 고객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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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의 업무 방식과 문화 혁신

본사의 업무 방식과 기업 문화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은 관료주의 문화와 하향식(Top-down) 업무 방식에 익숙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비상업무 계획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유연성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원격 근무 및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면서도 보안 안정성을 담보하는 통일된 디지털 도구가 없는게 현재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정부 가이드라인 및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추기 위해 재택근무, 화상회의, 교대 근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조직 내 각 부서들이 서로 다른 방식과 플랫폼으로 데이터 전송 및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업무 속도 및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또, 급변하는 상황에 걸맞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유연한 현장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도 여전히 상급자의 의사결정만을 기다리거나 복잡한 보고 및 승인 체계로 인해 탄력적 경영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선도적인 디지털 기업들은 진보된 원격근무 관리 시스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 간소화된 보고 및 승인 프로세스 등으로 유연한 업무 방식에 익숙하며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경영진/주주 관점에서의 사업 연속성 보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신속하고 신중한 고객 대응을 가능하게 하며, 나아가 직원 보호에 대한 강력한 믿음 전파와 조직원의 상호 신뢰로 이어진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겪은 업무 지연 및 의사결정 공백의 교훈을 바탕으로 임직원 전반의 디지털 업무 역량을 더욱 제고함으로써 업무 협업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불필요한 문서 작업 방지 및 보고•승인 체계를 간소화하는 등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하드웨어 개선보다 더욱 중요한 게 근본적 소프트웨어, 즉 업무 방식과 문화 혁신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조금 더 가속화됐을 뿐 자율성과 상향식(Bottom-up) 권한•책임 위임 트렌드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금융업은 전형적인 인재(talent) 산업이기에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를 외면하는 사업자는 인재 이탈 및 갈등으로 인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밀레니얼세대는 보상, 승진 등과 같은 외적 동기 못지 않게 업무 자율성 및 책임 의식에서 오는 몰입감 등 내적 동기를 직업•직장 선택의 중요한 잣대로 판단한다. 애자일(Agile)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로 무장한 금융기관과 그렇지 못한 곳과의 기업가치 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등에 코로나19 극복 직후는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겨진다.

리스크 관리 및 자산 운용

당면한 초저금리 기조 및 글로벌 차원의 자산 가치 붕괴는 모든 금융기관에 생존의 이슈다. (그림 2) 과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대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이 가장 상이하고 심각한 이유도 투자 성과 하락 및 ALM(Asset-Liability Management)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대다수 국가의 채권 금리가 낮고, 채권과 주식의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현재의 투자 환경에서 보험사의 전략적 솔루션은 그리 많지 않다. 선진 자본 규제에 준하는 엄격한 ALM 정책을 지키며 부채(보유계약)와 투자 자산과의 실질 듀레이션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해온 보험사에는 일정 부분 숨쉴 여유가 있겠지만 ALM을 무시하고 고금리 채권 매각 이익 등으로 나쁜 수익의 단맛에 취한 보험사들에는 지옥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초저금리 기조, 널뛰는 환율 및 신용 스프레드 등은 한동안 보험사가 감내해야 하는 뉴노멀(New Normal)의 진화 버전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공격과 수비의 보강이 모두 필요하다.

공격 측면에서 해외 투자 및 대체 투자 전문성 내재화가 시급하다. 보험사가 선호하는 듀레이션과 감내 가능한 신용 리스크를 감안하면, 투자처가 국내로는 불충분하다. 그러나 알짜 해외 채권 및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는 고도의 전문성 및 검증된 네트워크를 가진 소수의 인력에 의해 좌우되는 전형적인 이너 서클(inner circle) 영역이다. 보험사가 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도 증권사/자산운용사에 육박하는 성과 보상 체계를 기반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단순히 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닌 우량 딜 소싱 등 투자은행의 영역까지 일부 관여하는 투자 전략의 진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해외 특화 자산운용사 인수 및 전략적 투자•제휴도 단행해야 한다. 일본 선도 보험사인 제일생명이 극도의 제로 금리 환경에서도 자산운용 수익 개선에 성공한 배경에는 다수의 해외 선도 자산운용사에 대한 인수/투자 및 역량 내재화가 자리잡고 있다.

위와 같은 치열한 공격은 든든한 수비 보강을 전제로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국내 보험사가 국내 감독 규제 이상의 엄격한 내부 관리용 자본 정책을 만들고, 이에 근거하는 ALM 정책과 다양한 리스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스트레스 테스트 프레임워크를 설계해 운영해야 한다. 또 이러한 것들이 자산 운용과 일부 리스크 조직에만 통용되는 복잡한 외계어에서 머무르지 않으려면 CEO와 CFO, 나아가 이사회까지 투명하고 신속하게 정보가 공유되는 거버넌스와 체크 앤드 밸런스(Check & Balance)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및 손익 산출/관리는 과거에는 수작업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복잡한 업무였는데 최근 글로벌 선도 보험사인 알리안츠, 악사, 푸르덴셜 등은 이러한 업무를 디지털로 수행하는 인프라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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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를 위하여

몇 차례의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선도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옥석을 가리는 절호의 기회임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위에 언급한 단기 위기 대응 및 중기 생존 전략은 물론이거니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 기업 가치 제고를 가속화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크게 보면 3가지 이니셔티브가 활발하다. 첫째, 원점에서 기존 비용구조 및 예산 설정/집행 방식을 점검하고, 유의미한 과제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며, 비효율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Zero-based budgeting)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자원 비축은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업 가치가 급락한 동종 업체 M&A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이미 기회를 놓친 국내 금융기관에는 특히 의미가 크다. 둘째, 코로나19 환경의 특수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다. 예를 들면, 정부 당국의 권고 및 사회적 대의에 부합하기 위해 많은 은행이 기존 대비 광범위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을 집행하고 있다. 기존 거래가 많지 않고, 수익성이 박한 고객군이기에 내키지 않는 은행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중소기업 고객 기반을 저비용으로 대량 확보해서 보다 정확한 신용 리스크 평가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은 최근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업 기회를 어떻게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비정형 정보들을 접목시킨 대안적 신용평가의 경쟁력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셋째, 디지털 사업 모델 혁신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금융기관의 영업 모델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다. ING 및 BNP파리바은행 등 다수의 글로벌 선도 은행이 일찌감치 추구했던 지점 운영 모델 혁신과 애자일 경영 방식이 중소형 은행과 타 금융업권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러한 3가지 포스트 코로나19 전략 이니셔티브의 결과물이 5년 뒤에는 혁혁한 성과 격차를 야기할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금융기관의 존재 의의를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의 타이캉과 선샤인보험은 자사의 병원을 개방해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켰고, 은행과 증권사도 대면 접촉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온라인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과거 동일본 대지진 때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고 유가족에 적절한 고객관리를 적시에 제공했던 보험사와 그렇지 않은 보험사는 이후 신규 영업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많은 국내 금융기관이 빠르고, 단호히 움직여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해 더욱 성공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필자소개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 jang.kwonyoung@bcg.com
필자는 보험 및 금융업계 구조조정, 인수합병, 디지털 사업 모델 혁신 등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보험•금융 부문 전문가다. 최근에는 국내 선도 금융지주 및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보험사와 금융기관의 턴어라운드 및 디지털 사업 모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수학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0호 Ontact Entertainment 2020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