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스위스 세인트갈렌대 연구진은 코로나19 발병과 정부의 격리 조치가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유럽우주국 유럽환경위성이 수집하는 대기오염 물질의 일일 위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배출 가스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올해 1, 2월 중국 제조업은 실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진은 동시에 지역 뉴스, 소셜미디어 데이터들을 분석해 일부 중국 기업이 바이러스로 인한 업무 교란을 성공적으로 완화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 기업들의 대처를 보면서 1) 원격 근무를 위한 인프라를 개발해 재택 효과를 극대화하고 2) 사업 쇼크에 대비해 현금이나 대안 업체 등을 확보하고 3)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지역사회를 도와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2020년 3월9일,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온라인 판에 실린 스페셜 기사인 ‘How Companies Can Respond to the Coronavirus’를 번역한 것입니다. |
전 세계 리더들은 현재 두 가지 걱정에 휩싸여 있다. 첫째는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업이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전례 없는 고통과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잠재적 주범으로 신종 감염병을 지목해 왔다. 그런데 2019년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가 글로벌 재해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조직이 실제로 이 질병에 의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는 기업의 관리자들에게는 이 글로벌 전염병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1438건의 전염병을 추적하면서 “유행성 전염병은 인명 손실을 가져오면서 경제까지 황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에볼라와 메르스 등 이 기간에 발병한 많은 전염병은 다행히 지역 수준에서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도시화와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가 결부되면 전염병 같은 생태학적 위험이 대규모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필자들은 지난 1월부터 중국 정부가 단행한 격리 조치가 중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검토해 왔다. 이 두 이해관계자 집단이 위기관리의 최전선에서 보인 대응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의 관리자들도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다른 조직들도 이 같은 도전에 직면하는 게 시간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와 글로벌 무역에 미친 영향필자들의 첫 번째 임무는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격리 조치가 중국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스위스 세인트갈렌대의 기업가정신 및 혁신을 위한 글로벌연구소(GCEI)에서 수행한 본 연구 프로젝트는 인공위성 데이터와 디지털 추적 데이터 등 원격 감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사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가 중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려 한 것이다.
본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과 정부의 격리 조치가 중국 경제에 미친 국가적, 지역적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의 유럽환경위성(Tropospheric Monitoring Instrument)이 수집하는 대기오염 물질의 일일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왔다. 이산화질소 같은 배출가스는 대류권 수명이 짧기에 이런 물질의 양적 변화를 확인하면 제조업같이 오염물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일상적인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출가스 데이터는 오랫동안 특정 경제 활동의 변화를 계량화하는 유용한 지표로 사용돼 왔다. 간단히 말해 대기오염 물질의 감소는 제조업의 둔화를 뜻한다.
배출가스 데이터를 보면 지난 1, 2월에 중국 제조업이 실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 분석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이산화질소 배출량은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을 봉쇄하기 시작한 1월24일부터 많은 지역에서 선별적 ‘일자리 복귀’를 선포한 2월21일 사이에 38%나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 동부 지역의 코로나 진원지로 가까워질수록 더 극명해진다. 후베이성의 배출량은 53% 감소했으며 최악의 피해를 입은 우한시 주변의 산업 도시들은 배출량이 85%까지 급락했다.
이 같은 생산 활동의 급격한 저하는 경제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줄까? 배출량 데이터를 달러로 환산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그러나 분석 기간을 보수적으로 봐도 배출량이 38% 감소하면 중국 제조업이 2156억 달러의 손실을 입는다는 게 필자들의 추산이다. (필자들은 이를 추산하기 위해 중국 31개 성의 이산화질소 배출량 데이터를 2018년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받은 2차 산업에 기인한 지역 내 총생산 데이터와 비교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에 미친 실제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에서는 2월 중순부터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중국 전체 배출량은 후베이성 봉쇄령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말까지 코로나 발병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게다가 많은 글로벌 대기업과 국가 경제가 중국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둔화된 생산 활동이 미치는 영향에는 무역 파동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고객사들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질 생산 일정의 지연 등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