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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기술 진화와 전략

IoT 플랫폼 구축, 아직도 시작 안 했나요?

이병주 | 254호 (2018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술은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분리된 활동으로 이해하는 기존 경영학의 체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종래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 등을 연결해 전체 생태계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IoT 플랫폼 진화 방향에 맞춰 플랫폼 구축 전략을 수립해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제조업 혁신이 핵심이다. 자연스레 제조업 위주의 한국 기업도 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기술에 기반한 IoT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주시하고 있다. IoT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란 IoT 기술을 통해 설계, 제조, 판매 과정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이하 IoT 플랫폼으로 약칭).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제조업체들도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나선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IoT 플랫폼 도입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의 도약 등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인건비 상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IoT 플랫폼에 대한 고객 니즈
그러나 IoT 플랫폼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반대로 많은 기업이 IoT 플랫폼 도입과 관련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막연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감에 플랫폼 업체를 만나 보기도 하고, 일단 도입하면 비용이 줄어들겠지 하는 희망에 제품과 사업의 적합성을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IoT 플랫폼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1990년대 후반 전사적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가 확산될 때 많은 기업이 혼란스러워하며 적지 않은 비용을 낭비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IoT 플랫폼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의 요구를 현장에서 들어보면 그들의 니즈를 크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느냐다. 이는 IoT 플랫폼을 도입하려는 대부분의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다. 과거 ERP 시스템 역시 1970년대 부품관리소프트웨어(MRP, 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에서부터 1980년대 제조관리(MRP Ⅱ, Manufacturing Resources Planning)를 거치며 발전했다. 여기에 재무, 회계, 인사 등의 시스템이 전사적으로 연결되면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줬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와 고객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까지 연결돼 회사 테두리를 벗어난 영역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IoT 플랫폼은 이런 관리의 영역을 공장에서 서비스까지 확장시키는 것이므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둘째, 센서들을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IoT 플랫폼을 기존 시스템과 호환성 있게 통합·운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ERP 구축에서도 호환성을 확보하지 못해 커다란 비용을 치른 경우가 많다. 1999년 허시(The Hershey Company)는 Y2K 위험 방지 및 관리 효율성 증가를 위해 한 업체로부터 ERP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SCM 및 CRM 시스템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새로 구축된 ERP가 기존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아 그 해 핼로윈 기간에 1억 달러어치의 키세스초콜릿을 배송하지 못했다. 이 일을 계기로 주가가 8%나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셋째, 적용 직후부터 성과 측정이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2001년 맥도날드는 본사와 전 세계 지점들을 인트라넷으로 연결해 실시간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ERP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본사 매니저가 특정 지역의 매출이 떨어질 경우 즉시 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핵심 장비인 그릴에 센서를 달아 온도까지 실시간 관리하고자 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의 3만여 매장을 연결하는 데 초기 비용으로만 1억7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IT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아서 실시간 성과 측정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 밖에도 단기, 중기, 장기계획을 통한 단계적 적용으로 초기 투자비를 줄일 가능성이 있는지가 주요 요구사항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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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플랫폼이 가져올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이런 답변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제조업체들이 IoT 플랫폼으로부터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IoT 플랫폼의 가치를 기존 ERP의 효능처럼 생산성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이는 기존 경영이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IoT 기술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경영학은 기업 활동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경영 구루인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이를 생존부등식으로 표현했다. 기업이 최소한의 자립을 이어가려면 생존부등식을 만족해야 한다.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은 원가보다 높아야 하고, 상품의 가치는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기업은 이 부등식의 차이를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한다. 즉 상품의 원가를 최대한 낮추거나 상품의 가치를 최고로 높여야 한다. 전자를 생산성이라 부르고 후자를 창조성이라 부른다. 기업은 두 개의 수레바퀴, 즉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생산 활동과 창조성을 늘리는 판매 활동으로 굴러간다. 요컨대 기존 경영학은 생산 활동과 판매 활동을, 개발과 마케팅을 구분해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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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IoT 플랫폼은 이런 기존 경영학 체계를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한다. 기존 경영학이 기업을 생산과 판매 두 부분으로 나눠서 이해한 이유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분리된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oT 기술이 제품에 장착되면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는 분리되지 않고 처음부터 연결된다. 고객에게 판매된 제품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이미 판매된 제품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가치사슬이라고 불리는 기업의 일련의 활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기존 경영학의 개념이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종래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관련 생태계까지 바라볼 줄 아는 관점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그려야 한다. 세계 1위의 농기구 전문 제조업체 디어사(Deere & Company)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어사는 IoT 플랫폼 기업인 PTC의 솔루션을 활용해 제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를 한 결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게 됐다. 과거에는 디어사의 브랜드인 ‘존디어’ 트랙터를 고객에게 판매했다. 제품의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었다. 다양한 전자장치를 부착한 스마트제품을 출시해 사용자가 트랙터를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IoT 플랫폼을 구축한 이후, 제품 개발 방향이 확장됐다. 트랙터에 센서와 통신장치를 달아 다양한 데이터를 양산하게 됐다. 이제 존디어 트랙터는 역시 디어사에서 만드는 경작기, 콤바인, 파종기 같은 다른 농기구와 통합돼 농기구 시스템을 구성한다. 여러 종류의 농기구에서 나오는 데이터들이 모여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농기구들의 마력을 환경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 특정 지역에 적합한 제품, 가령 바퀴의 폭이나 크기 등을 달리한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IoT 솔루션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기구 시스템은 날씨 같은 농장 환경 정보 시스템, 파종 최적화 시스템, 농사에 필요한 관개를 최적화하는 관개 시스템과 더불어 농장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게 된다. 디어사는 IoT 플랫폼을 구축한 이후 시스템들의 시스템으로 서비스가 확장됨으로써 농업 기계의 실제 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점에 즉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제품 기반의 제조업체에서 솔루션 기반의 고객 파트너로 전환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제품에 관한 지식을 고도화하는 데 중심을 뒀으나 이제는 농장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 역량이 됐다.

이처럼 IoT 플랫폼은 제품 개발과 판매를 연속선상에서 생각하게 하고, 제품에서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한다. 제조업체는 IoT 플랫폼을 활용해 서비스 업체로 전환할 수 있고, 제품 판매에서 플랫폼 사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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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플랫폼 진화 방향
IoT 플랫폼의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진화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일반적인 IT 플랫폼이 발전해 나가는 방향은 크게 하드웨어의 보급, 소프트웨어와 OS의 표준화, 인프라의 성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처음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일부 사용자들만 열광하고 대중은 신기술에 관심이 없다. 신기술이 대중에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가격이 하락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이 쉬워져야 한다. 즉 OS가 표준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관련 인프라들이 성장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혁신적인 UI, UX가 등장하고 킬러 앱이 자리 잡는다.

지금까지 IoT 플랫폼은 초기 제품이 개발되는 단계였다. 센서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데이터 표준과의 호환성, 빠른 처리 속도, 다른 시스템과의 연결성 등 기본적인 성능이 매우 중요했다. 현재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IoT 플랫폼을 비교하면 이 같은 성능을 탑재한 PTC, IBM, GE Digital 등의 제품이 비교적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향후 IoT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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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플랫폼의 기술력과 성능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업이 IoT 플랫폼을 활용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산업이나 사업모델, 핵심 역량 등에 따라 활용할 영역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IoT 플랫폼으로 특정 기업의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PTC 같은 이 분야의 선도기업은 고객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플랫폼을 제공한다. PTC의 IoT 플랫폼 ‘싱웍스(ThingWorx)’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코딩을 하지 않고 드래그 앤 드롭(Drag and Drop)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해 고객 스스로 원하는 앱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성능 경쟁의 핵심은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이 IoT 플랫폼 안에 탑재돼 있느냐와 이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UI/UX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IoT의 UI/UX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이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IoT 플랫폼은 현실 세계의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서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즉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 현실 세계는 3차원인 반면에 우리가 접하는 평면 스크린은 2차원이다 보니 3차원 정보를 2차원 정보로 축약해 표현하는 과정에서 인지적 부하가 많이 일어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실제 사물이나 환경에 디지털 정보를 직접 포개서 표현하는 AR 기술이나 실제 사물과 똑같은 형태의 모습을 재현하는 VR 기술은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여준다.

끝으로, IoT 플랫폼 업체들 사이에서도 궁극적으로 솔루션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은 IoT 플랫폼을 활용해서 기업이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지 모른다. 앞으로 수년간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과거에 없던 수많은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산업마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내서 자주 사용하는 솔루션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IoT 플랫폼 업체들은 고객들이 자체 개발한 앱의 효과를 분석해 산업마다 즐겨 사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쓰는 것보다 완성된 제품을 가져다 쓰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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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플랫폼 구축 전략
따라서 기업들은 IoT 플랫폼의 진화 방향을 고려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구축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전략에는 공통적으로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첫째, 빨리 시작하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큰 규모의 투자를 하지 말고 작게 시작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가면서 점차 규모를 확대하는 게 현명하다. IoT 기술 발달에 따라 수많은 제품과 관련 생태계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양산하게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데이터가 많아도 이를 가치 있는 분석으로 이끌어내야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런 데이터 분석 역량은 데이터 분석의 시행착오가 많을수록 비례해서 축적된다. 따라서 경쟁사보다 먼저 시작하는 게 좋다.

둘째, IT 및 데이터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담 인력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IoT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제조업체가 많다 보니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나 IT 관련 인력 양성에 소홀했다. 시스템은 외주에 의존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제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IT, 특히 데이터 분석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쌓아온 소중한 제조 노하우를 서비스 노하우로 전환시켜서 사업을 선도할 수 있다.

전통 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이런 방향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설비 관리와 에너지 최적화 솔루션 분야에서 시장 지위를 선도하기 위해 IoT 플랫폼을 도입했다. 경쟁사보다 빠른 도입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인력 양성이었다. 현대중공업은 IoT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전담 인력을 양성, 노하우를 이전받게 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의도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고객의 요구사항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기존 솔루션 서비스의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신제품 개발기간을 단축하려고 한다. 새로운 시대, 먼저 움직이는 자가 기회를 잡을 것이다.

필자 소개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이병주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LG경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창의성, 변화관리, 리더십 등을 연구했다. 이후 생생경영연구소를 설립하고 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애플 콤플렉스』 『촉』 『3불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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