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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일본의 로봇 전략

로봇 강국 일본 ‘로봇은 인간의 친구’ 로봇 수요 많은 한국,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우광 | 252호 (2018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은 일찍부터 로봇 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 왔다. 제조업이 발달하며 현장의 생산설비와 에너지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였고 자연스럽게 로봇을 일찍부터 도입해 사용했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수요도 로봇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또한 로봇을 인간의 친구로 여기고 서로 돕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로봇 발달에 도움을 줬다. 여기에 국가가 로봇 산업을 중점 육성 분야로 정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면서 일본의 로봇 산업은 한층 더 힘을 얻었다. 세계에서 가장 로봇 밀도가 높으면서도 로봇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가 세계 최고다.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사용되는 로봇 대수를 나타내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로봇을 사용하는 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 1만 명당 사용되는 로봇은 2016년 기준 631대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 74대와 비교하면 8.5배에 이르는 밀집도다. 일본의 303대를 크게 웃돈다. 제조 강국답게 전기전자 및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로봇을 많이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2025년이면 필요한 일자리 3개 가운데 하나는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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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세계 각국의 로봇 밀도(2016년 기준, 단위: 대)

우리나라의 로봇 밀도가 높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제조업이 강하다. 전기, 자동차, 조선, 해운, 건설 등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둘째, 사람보다 기계를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동화와 기계화에 익숙하며 적극적이다. 셋째,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생산 현장에서 일할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로봇 수요가 다른 어떤 곳보다 크지만 로봇 산업의 경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 3월 한국로봇협회와 광운대에서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각국의 로봇산업 경쟁력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로봇 선진국인 일본, 미국, 독일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 후진국이라고 치부해 왔던 중국보다도 부품을 제외한 각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세계 최고의 로봇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일본과 비교하면 어떨까. 일본은 2014년 아베 총리가 OECD 이사회에서 “일본은 로봇에 의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겠다”고 밝힌 후 국가 전략(일본재흥전략)의 일환으로 2015년 ‘로봇 신전략’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한층 더 강화시키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일본이 생산한 로봇의 수출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수출이 많이 되고 있으며 중국, 미국, 한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는 점이 일본 로봇 산업의 특징이다. 한국의 수출 비중이 20%에 불과하고 그나마 수출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로봇 산업 경쟁력 1위인 일본 산업의 실상과 향후 전략을 살펴보면서 국내 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얻어 보기로 하자.

제조용 로봇 대국 일본
전 세계 제조용 로봇 수요의 50% 이상을 일본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을 ‘로봇 대국’이라고 부른다. 더욱 정확하게는 제조용 로봇 강국이다. 로봇은 크게 제조용과 서비스용으로 구분된다. 2016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3억5000만 달러로 이 중 64.4%인 131억4000만 달러가 제조용 로봇이다. 일본의 제조용 로봇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다. 2015년 기준 일본의 제조용 로봇 생산 대수는 약 24만 대, 생산액은 6806억 엔이다. 서비스 로봇 생산액은 639억 엔으로 제조용 로봇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일본의 로봇 산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조용 로봇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본로봇공업회 통계를 보면 2017년 일본의 제조용 로봇 생산 대수는 24만 대며 생산액은 8776억 엔이다. 금액 기준 2016년 대비 25%가 증가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40%, 미국 18.2%, 독일 8.4% 순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이 7%로 4위다.

일본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산업은 전기전자(39.7%), 자동차(26.6%), 기계(7.5%) 순이다. 일본의 전자·자동차 산업이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는 이유로 제조 과정의 자동화·기계화를 꼽을 수 있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분야에서 전체 로봇의 66%를 수요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1985년 일본의 제조용 로봇 가동대수는 9만3000대로 세계 제조용 로봇 가동대수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세계 로봇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로봇이 친근한 일본 사회
일본의 로봇 산업은 일찍부터 발달한 편이다. 1970년대 초반 공장 작업용으로 미국에서 로봇을 도입한 것이 시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생산 현장에서 도장, 용접, 조립 등을 수행하는 제조용(일본에서는 ‘산업용’으로 표기) 로봇 개발에 주력했다. 1980년대에는 공작기계 등 전용기기가 전자화되면서 제조용 로봇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2차례의 석유 위기를 경험한 일본 기업들은 생산설비와 제품의 에너지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여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로봇 산업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 1980년 이후 엔고불황이 있었던 1986년을 제외하고 버블붕괴 직전인 1991년까지 일본의 로봇 산업은 매년 20%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자동차·가전·반도체 등에서 세계 최강의 제조기술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본이 제조 현장에 로봇을 적극 도입한 데는 에너지 효율화라는 이유 외에 노동력 부족이라는 또 다른 요소가 작용했다. 산업의 발전 속도를 노동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1980년대 일본의 전자·자동차·기계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부족해졌고 업계 전반에서 이를 로봇 도입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로봇 도입 대수가 많아진 것도 2000년대 이후 한국 산업 규모가 급성장한 덕분이고, 최근 고속 산업 발달을 겪고 있는 중국이 인건비 증가로 로봇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 역시 동일한 이유에서다. 일본이 앞서 겪은 현상들이다.

이처럼 일본이 앞장서서 로봇 도입에 나선 데는 경제 산업적 이유뿐만이 아니다. 일본 특유의 로봇관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볼 수 있듯 로봇을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로봇과 인간은 대립했고 패권을 잡기 위해 경쟁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철완(한국에서는 우주소년) 아톰’을 이 분야의 대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1960년대 나온 이 작품에서 텐마 박사는 아들이 죽자 아들을 닮은 로봇 아톰을 만든다. 아톰은 엄청난 힘과 7가지 초능력을 가지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달려들며 인간을 돕고 상생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일본이 로봇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일찍부터 로봇과 함께 사는 사회를 그려왔던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일본의 로봇 과학자 중에는 아톰에 대한 동경을 품고 진로를 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인식은 일본의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개발로 이어진다. 일본은 일찍부터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1973년 와세다대에서 개발된 WABOT-1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로봇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휴머노이드 분야가 한층 확대됐다. 1995년 경제산업성에서 메이커, 유저, 게임산업 등으로 구성된 R-Cubed(Real-time Remote Robotics)를 통해 인간이 원격 조작하며 공존하는 휴머노이드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적극적이다. 혼다가 1986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아시모(ASIMO)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소프트뱅크가 페퍼(Pepper)를 출시해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국가 핵심 전략으로 로봇 혁명을 추진
2015년 아베 정부에서 발표한 ‘로봇 신전략’은 일본이 안고 있는 고령화, 인프라 노후화 등의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의 강점 분야인 로봇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는 의지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① 일본에 세계 로봇 이노베이션의 거점 구축 ② 세계 제일의 로봇 활용 사회 구현 ③ IoT 시대 일본이 로봇을 통해 세계 리더의 역할 수행 등의 목표를 세웠다. 굉장히 크고 원대해 보이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까지의 5년을 집중 실행 시기로 정하고 ① 관과 민이 총액 1000억 엔의 로봇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② 로봇 산업의 규모를 연간 2조4000억 엔으로 확대하며(2014년 당시 6500억 엔) ③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쿠시마에 새로운 로봇 실증 필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한 세부 실행 전략 역시 촘촘히 마련해 민관 합동의 로봇 산업 육성에 힘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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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일본 ‘로봇 신전략’의 중점 분야


주요 로봇 기업의 특성
2016년 세계 7대 로봇 기업 중 5개가 일본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야스카와전기, 화낙, 가와사키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야스카와전기는 제조용 로봇 생산대수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1915년 창립된 100년 기업으로 2017년 매출이 4485억 엔, 종업원 수가 1만5000명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100년도 넘은 오래된 기업이 로봇 산업에서 세계 1위 타이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기업에서 만든 일본 최초의 전동식 제조용 로봇 ‘MOTOM'은 세계 각국의 자동차 및 전자기업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및 전자기업 중에 이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이 업종에서 널리 쓰이는 로봇이다. 2013년 야스카와전기는 일본 기업 최초로 중국에 제조용 로봇 전용 공장을 개설해 화제가 됐다. 일본은 로봇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에 매우 민감하며 해외 생산비율이 매우 미미한 수준을 보인다. 야스카와전기의 중국 공장 설립이 화제가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야스카와전기는 늘어나는 주문량과 수요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최근에는 공장의 무인화, 스마트폰 제조용 로봇 시장 진출 등 앞서가는 전략적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

화낙은 1972년 후지쓰로부터 스핀오프(spin-off)한 기업으로 일본에서는 비교적 젊은 기업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용 로봇 중 다관절 로봇 분야에서 세계 톱이다. 특히 자동차 용접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화낙의 2017년도 총 매출은 7266억 엔이지만 NC공작기 등 공장자동화 분야를 제외하고 로봇 분야에 한정하면 매출이 2278억 엔으로 집계된다. 작은 규모가 아니다. 화낙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해외생산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으나 최근 로봇의 IoT를 위해 개방형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반도체 클린용 로봇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50년의 경험과 실적을 가진 회사다. 일본 로봇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참여해 높은 경쟁력과 자금력,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로봇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로봇 산업 구조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기업 3곳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화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화낙은 제조업용 IoT 오픈 플랫폼인 'FIELD System‘을 구축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비단 로봇과 중앙시스템뿐만 아니라 공장 전체의 IoT와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화낙은 NC 장치(Numerical Control unit), 자동차 조립용 다관절 로봇, 스마트폰 제조용 로봇 드릴 등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다. 전 세계에 보급된 화낙 로봇만 400만 대에 달한다. 이를 활용해 공장의 IoT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화낙의 전략이다. NC 장치, 로봇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더라도 IoT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전부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화낙은 ’Open & Global' 전략을 선택했다. 비밀주의로 일관하며 국내 생산에만 집중했던 화낙은 센서와 통신기술 습득을 위해서는 미국 록웰, 정보를 수집하는 네트워크 기기와 하드웨어는 미국 시스코, 수집된 정보를 클라우드에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처리하는 에지 해비(Edge Heavy) 구축을 위해서는 시스코 및 NTT, AI 개발을 위해서는 도쿄대 출신의 벤처 프리퍼드네트웍스와 협력해 제조현장의 IoT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화낙 플랫폼의 특징은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과도 연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오픈 플랫폼을 조성하고 누구라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화낙 플랫폼에 접속하고 자사 IoT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기업이 많을수록 데이터 자산이 풍부해져서 실제 효용이 높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 플랫폼 공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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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일본을 포함한 세계 로봇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일본 기업들의 향후 전략
일본 기업들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대체로 ① 수요 부문을 확대하는 판매처 전략 ②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 시장 공략 ③ 협동 로봇 개발에 의한 이용 기회 확대 ④ IoT 추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판매처 개척을 위한 전략은 크게 2가지다. 이미 보급이 확산된 자동차·전자에 더해 중견·중소기업에 로봇 도입을 촉진하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로봇이 별로 활용되지 않았던 분야, 예를 들면 3품(식료품, 화장품, 의약품) 산업 같은 산업에도 로봇 도입이 촉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중국 시장은 인건비 상승, 품질 향상 니즈 확대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의 10대 중점 분야 중 하나로 로봇이 선정되면서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도입은 2014년 5만7000대에 불과했으나 2020년 15만 대, 2025년 26만 대가 도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16년 4월 로봇산업 발전계획을 공표하며 시장 규모 확대, 코어부품의 기술 개발, 응용 분야 확대 등을 천명했다. 이를 배경으로 일본 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통한 현지 생산 확대, 제품 라인업 확충, 시스템 구축 능력 강화, 현지 기업과의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협동로봇의 개발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동작이나 작업이 가능한 로봇으로 사람과의 협조 또는 공존이 가능한 로봇을 말한다. 사람과의 접촉을 감지하면 동작을 중지하거나 속도를 줄여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제조용 로봇에 비해 가격이 싸고 조작하기 쉽기 때문에 좁은 생산현장에서도 도입이 용이해 중소기업에서의 도입이 기대되는 분야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로봇의 모터 출력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이 분야는 서구 기업들에 비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한 분야로 일본 기업들은 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IoT 대응이다. 현재 일본은 화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로봇에 의한 플랫폼 구축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즉 제조용 로봇에서 가동 상황 등에 대한 데이터 확보 →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해석한 후 가동을 최적화하거나 보수 서비스 등을 실행해 전체 공정의 효율화에 기여 → 타사 제품의 로봇, 타 분야의 로봇 등에 적용을 확대해 로봇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설비의 가동 상황을 파악하고 보전하며 공통 수주와 발주, 생산의 최적화, 장인기술의 데이터화 등도 함께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시사점
세계 최고의 로봇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시장 변화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다. 로봇 산업은 향후 고성장 산업일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용 로봇 주도에서 서비스 로봇 등으로의 수요가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제조용의 경우도 자동차·전자 일변도의 수요에서 삼품산업, 협동로봇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 또한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거의 반도체 산업처럼 산업구조가 격변할 때 기민하게 대응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상황에 맞는 전략 변화다. 향후 로봇의 위상에 걸맞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제조업이 부흥해 로봇 수요가 왕성했을 때 로봇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과오라 할 수 있다. 과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최근의 로봇 산업 구조 변화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로봇은 단순히 노동력을 대체하는 역할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기로 부상했다. 로봇을 단순한 생산설비의 도입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첨단 IT 기기라는 관점에서 보고 로봇 산업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


셋째, 로봇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과 전략적 추진이다. 일본의 로봇 전략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국가가 로봇 전략을 주도하고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합심해 총체적으로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일개 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일본의 각종 사회적·경제적 과제를 로봇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향후 로봇 산업의 비전과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이에 부응해 새로운 로봇의 개발과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그동안 한국의 로봇 수요가 상당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로봇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할 때부터 로봇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리고 수요가 가장 많은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자 재빨리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고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반면 우리 정부나 기업은 제조용 로봇 도입이 왕성해진 2000년을 전후해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했고 결국 최근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정부는 로봇 산업 관련한 국가적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기업들은 주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했지 자체적인 기술 개발이나 산업 육성에 미온적이었다. 일본의 로봇 산업은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어 규모나 자금력 차원에서 차이가 크다. 로봇 산업의 경우 상당한 자본과 기술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 침체로 인해 로봇 산업 규모가 축소될 때도 기술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었다면 오랜 기간의 침체 속에서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로봇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은 단기간에 끝날 변화가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로봇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야 한다. 기업들도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일본은 기존 제조용 로봇에서 벗어나 협동로봇이나 서비스로봇 등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에는 잘 나서지 않던 해외 생산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자동차·전자 산업에서 봤듯 산업의 변혁기에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일본 기업과의 협력 또는 우리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기술 개발, 제품 개발, 시장 개척 등 로봇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이우광 농심 사외이사 wklee1952@gmil.com
필자는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주로 일본 경제와 산업·기업 등을 연구하며 일본연구팀장, 해외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현재 농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일본 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 비결, 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등이 있다.
  • 이우광 |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저자
    wklee@kj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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