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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모바일 트렌드의 키워드는 ‘무(無)의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무언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무한하다는 뜻이기도 한 ‘무’는 모바일과 IT 산업 발전과 더불어 중요한 화두가 됐다. 사람의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인(無人)’을 비롯해 사람의 감각을 대체하는 ‘무감각(無感覺)’, 정보와 거래량이 무한대로 확장하는 ‘무한(無限)’,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유선을 완전히 대체하는 ‘무선(無線)’, 소유가 아닌 연결이 주된 ‘무소유(無所有)’,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대체되는 ‘무정부(無政府)’ 등 6개 축으로 구성된 무의 시대는 모바일과 IT 산업의 발전을 낳고 있다.
11월11일,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光棍節) 하루 동안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28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놀라운 실적 뒤에는 하루에 1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무인 창고 로봇의 역할이 컸다. 200대의 무인 로봇은 24시간 쉼 없이 물류센터 이곳저곳을 오가며 고객의 주문 상품을 찾아 포장대로 옮겨왔다. 인공지능과 통신 기능이 탑재돼 있어 로봇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일감을 배분하기에 인간이 별도로 통제를 할 필요도 없다.
2018년 모바일 트렌드의 키워드는 ‘무(無)의 시대’다. 무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무한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무인(無人)’을 비롯해 사람의 감각을 대체하는 ‘무감각(無感覺)’, 정보와 거래량이 무한대로 확장하는 ‘무한(無限)’,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유선을 완전히 대체하는 ‘무선(無線)’, 소유가 아닌 연결이 주된 ‘무소유(無所有)’,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대체되는 ‘무정부(無政府)’까지. 모바일과 IT 산업의 발전은 이러한 여섯 축으로 구성된 ‘무의 시대’를 만들고 있다. 앞서 설명한 알리바바 물류 센터의 로봇은 무인의 개념과 무한대, 무감각, 무선이 합쳐져 나온 결과다.
무인 자동차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최근 트렌드 속에 자동차 산업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차와 자동차가 등장하는 ‘기계화(1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 이후 20세기 초에 전기의 발명으로 ‘공업화(2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등장한 것이 포드자동차의 대량 생산 시스템이다. 이어 20세기 후반에 열린 ‘정보화(3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계장치인 자동차를 점차 전자장치로 바꿔놓는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동차는 어떻게 변할까? 앞으로의 자동차는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돼 자동차와 인간,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교통 시스템 간의 끊임없는 교감을 이루게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도로의 정체를 피할 수 있고 위험한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다. 급기야는 자동차가 인간을 대신해 주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인식·판단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인간이 동력장치를 움직이기 시작한 18세기 이래 3세기 만에 인간은 손에서 그 동력장치를 움직이는 운전대를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무인과 무선, 무한대의 개념이 혼재된 것이다.자율주행차에서는 이처럼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모든 행위가 자동화된다.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차량 내외부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 차량과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행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 안전하게 차를 조작, 운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센싱과 측위, 그리고 차량의 제어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술 수준이 완벽하지 못해 자동차 운행 전반에 걸쳐 운전자의 감각이나 개입이 상당 부분 필요하지만 인공지능 기술과 보다 개선된 센서의 도입을 통해 운전자의 개입을 점차 줄이고 있다. 알리바바 물류 창고의 로봇이 서로 연결되듯 도로 위의 자율주행차들도 서로 연결된다.
자율주행차가 만드는 변화 중 주목해야 할 점은 자동차 내의 공간과 시간이 새롭게 정의될 것이라는 점이다. 운전대를 내려놓은 순간 자동차 안의 탑승자는 더 이상 운전에 감각과 신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이동하는 시간이 새로운 여가 시간이 된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는 1989년 펴낸 저서 『그레이트 굿 플레이스(The Great Good Place)』에서 ‘제3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1의 공간인 가정과 제2의 공간인 직장 외에 개인이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제3의 공간은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휴식이 필요하고,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현대인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찾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제 자동차가 제3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사람이 ‘운전자’가 아닌 ‘사용자’가 됨으로써 운전 말고 뭔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이동의 수단’을 벗어나 ‘움직이는 개인의 공간’을 제공한다.
무선의 시대2018년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모바일의 핵심 인프라인 네트워크의 진화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5세대 이동통신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다. 3세대 이동통신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고 4세대(LTE) 이동통신은 유선 인터넷에 버금가는 빠른 속도로 영상과 게임 콘텐츠의 모바일 시대를 이끌었다. 5세대 이동통신의 도입은 이를 넘어서 VR(가상현실), AR(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열어줄 것이다. 기존 유선 인터넷보다 최대 100배 빠른 속도로 본격적인 ‘무선’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속도뿐만 아니라 실시간에 가까운 저지연성(Low latency)은 찰나의 순간이 중요한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현재 LTE 스마트폰 실측 시 응답속도는 0.03∼0.05초(30㎳∼50㎳)이다. 고속도로에서 움직이는 자동차의 속도를 보통 시간당 100㎞로 본다면 이는 초당 27m를 이동하는 속도이다. 이는 LTE망과 연동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람을 발견해 인지하고 멈추는 데 0.81m에서 1.35m를 더 이동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LTE망을 자율주행 자동차와 연동하면 자동차가 멈추는 거리에서 추가로 1m를 더 진행하게 된다. 앞에 사물이나 사람이 있을 때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5G가 도입돼 지연시간이 0.001초(1㎳) 이하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자율주행 자동차의 자체 지연 거리에 불과 2.7㎝만 더해진다. 사실상 ‘무지연’을 구현하는 셈이다.
5G는 단순히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연결해 ‘즉시성’을 구현하는 것이 5G의 진정한 의미다. 이렇게 빨라진 통신속도와 응답속도를 바탕으로 클라우드와 연동된 인공지능 서버가 ‘실시간’ 연동되는 기술은 사회 전반으로 스며들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게 되는 새로운 ‘공기’ 같은 네트워크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