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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미래, 공장에 있다

이선용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완전히 다른 미래, 공장에 있다
31년을 공장에서 살았다. 처음 입사해서 업무를 익히고, 승진을 하고, 그렇게 임원이 됐다. 그리고 부사장으로 퇴임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공장은 산업의 심장이었고, 혁명의 근원지였다. 최근 ‘인더스트리 4.0’,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맞물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가 엄청나게 새로운 것처럼 논의되고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접하고 있던 필자 입장에서 지금의 혁명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1984년 반도체 공장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때만 해도 모든 제조 방식, 즉 물류, 생산, 수율과 품질관리 등은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도체 공정은 제품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공정 수만 해도 400여 개에 이르고, 이를 위한 설비 역시 공정을 기준으로 최대 수십 대씩 있으며, 설비 대당 관리해야 할 설비 항목 수는 100여 개에 달한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수작업으로는 도저히 관리하기 어려운 시대가 금세 도래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 생산에서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 컴퓨터가 생산 공정의 최적화 조건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생산과 수율, 그리고 품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1990년부터는 지금의 사물인터넷(IoT) 개념인 설비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설비의 각종 센서로부터 나오는 INPUT 시그널을 초 단위로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설비의 이상 유무를 조기에 발견해 품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생산 공정 및 설비 상태가 실시간 모니터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수율 및 품질, 물류 관리가 최적의 조건으로 자동화돼 있다. 이는 현재의 빅데이터 개념이다. 지금 당장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라인에 가보면 생산라인에서 직접 작업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결국 현재까지 첨단 공장에서 혁신을 거듭해 온 것들이 지금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스마트팩토리,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이름은 없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거의 유사한 개념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만들어온 셈이다.

많은 경영전문가가 ‘공장의 미래’와 ‘제조업의 혁명’을 말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다만 그들이 ‘실제 공장’을 얼마나 아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공장에 미래는 와 있었다. 다만 그게 널리 퍼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완전히 다른 미래가 어떤 것일지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다시 한번 한국의 첨단 산업 공장에서 이뤄진 혁신에 대해, 그 혁명 과정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 정치의 난제를 풀 수 있는 오래된 지혜가 고전에 있고, 리더십의 가장 핵심적인 교훈이 역사에 있듯이 4차 산업혁명의 ‘오래된 미래’는 지금 그곳, 공장에 있다.   



이선용 화동 이노텍 기술 및 경영 고문

필자는 광운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1984년부터 2011년까지 27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제조팀장 및 제조센터장을 거쳐 환경안전, Facility, 시스템을 총괄하는 인프라 기술 센터장을 지냈다. 전무로 반도체에서의 경력을 마친 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4년간 삼성 디스플레이(OLED/LCD)에서 부사장으로서 제조센터장 및 생산, 환경안전, 퍼실리티, 시스템을 책임지는 총괄 단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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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이선용

    1984년 ~ 2011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제조팀장 및 제조센터장
    2011년 ~ 2015년 4년간 삼성 디스플레이(OLED/LCD)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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