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Article at a Glance
몇천 개의 사물에서 수집되던 데이터가 수억, 수조 개의 사물에서 수집되고, 1시간마다 수집되던 데이터가 1초마다, 혹은 실시간으로 수집되면 과거에 불가능하던 일이 실현되는 등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은 바로 이 ‘데이터’를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단, 적용 분야가 넓은 만큼 IoT 전략은 분야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일반 소비자용 IoT의 경우는 현실 데이터를 다양한 소스로부터 수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서비스를 보급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누려야 한다. 반면 산업현장의 IoT는 정밀한 분석을 통해 정확도 100%에 가까운 결과를 낼 수 있는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곧 세상을 뒤바꿀 것같이 소란스럽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임일 교수가 ‘4차 산업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 원고는 임 교수의 저서 의 내용에 최근 현황을 덧붙여 작성했습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은 가전제품, 혹은 공장의 기계와 같은 사물에 네트워크 기능이 추가되면서 이들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네트워크 모듈과 통신 비용이 내려가면서 더 많은 사물이 IoT를 통해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HIS에 따르면 IoT에 연결되는 기기의 수가 2015년 150억 개에서 2020년에 300억 개, 2025년에는 750억 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2020년이면 IoT 장비,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가 약 500조 원에 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IoT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바둑이나 날씨와 같이 공개된 데이터의 경우는 상관없지만 고객의 제품 구매, 생산공정 현황, 환자의 진료 기록과 같이 비공개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은 향후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IoT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IoT 비즈니스 사례
IoT는 단순히 다양한 사물이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게 되는 것 이상의 영향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Nest)라는 회사를 보자. 네스트의 대표적인 제품은 <그림 1>에 있는 것과 같은 디지털 온도 조절기이다. 다른 온도 조절기와 다른 점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 사용자의 온도 조절 행동과 그에 따른 히터, 에어컨 등의 사용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는 점이다. 구글이 32억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하고 이 회사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구글이 자신의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회사를 왜 인수하는지 의아해 했다. 그 의문은 구글이 에너지 산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곧 풀렸다.
구글은 네스트를 통해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력회사에 가치 있는 컨설팅을 벌일 계획이다. 나라를 불문하고 각 전력회사들에 에너지 수요 예측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장기 수요예측이 가능해야 발전소 건설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단기 수요 예측에 따라 발전설비의 운용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에너지 수요 예측 방법은 ‘거시적(macro) 방법’이 주를 이뤘다. GDP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에 날씨와 같은 추가 변수를 고려해서 수요 예측을 했었다. 그런데 네스트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면 ‘미시적(micro) 예측’이 가능하다. 각 전기 사용자의 전기 소비 패턴이 분석 가능하고, 이를 통해 개별 사용자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사용자의 에너지 수요를 합하면 전체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시적 예측으로는 불가능한 지역별, 도시별 수요 예측도 가능해진다. 구글은 이를 사용해서 서로 경쟁하는 전력회사에 가격 정책 등을 비롯한 다양한 컨설팅을 해줄 계획이다. 구글이 지불한 32억 달러는 네스트라는 회사의 기술이나 자산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에 대한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력이 2020년까지 현재의 전력 계량기를 ‘스마트 미터(smart meter)’로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1
스마트 미터가 설치되면 전력 계량기가 자동으로 전력 사용량을 측정해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보내게 된다. 당장 검침원이 매달 방문해서 계량기를 읽을 필요가 사라지는 효과도 있지만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가 쌓이면 위에서 설명한 네스트와 유사하게 전력수요 예측과 관련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산업의 예를 들어보겠다. 얼마 전부터 통신사에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하는 스피커를 출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NUGU)와 KT의 기가지니(Giga-Genie) 등이 그것이다. LG U+도 곧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스피커는 TV와 인터넷에 연결돼서 음성으로 TV를 조작하거나, 음악을 틀어주거나, 날씨 확인, 웹 검색, 치킨 배달 등을 할 수 있다. 음성인식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음성 정보가 클라우드에 전송돼서 해독돼야 하기 때문에 통신회사는 사용자가 이 디바이스를 통해 실행한 모든 사용 정보를 갖게 된다. 기존 통신산업에서 통신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사용자의 통신정보(누구와 언제 문자나 통화를 했다)와 위치정보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서 통신회사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네이버나 구글 같은 회사는 사용자의 검색 정보와 쇼핑(네이버 쇼핑) 정보 등이 풍부해 사용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잘 분석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타깃 광고를 통해서 많은 수익을 냈다. 즉, 정확한 타기팅 능력이 구글이나 네이버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앞으로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가 널리 보급되고 사람들이 이를 사용해서 TV도 시청하고, 음악도 듣고, 쇼핑도 하고, 웹 검색도 한다면 통신사들이 네이버나 구글보다 오히려 고객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도 있다. 네이버나 구글은 자신들의 사이트로 사용한 데이터밖에 없지만 인공지능 비서 스피커에는 네이버나 구글의 사용 데이터는 물론이고 TV, 음악 소비 정보, 쇼핑 정보, 심지어는 날씨 확인 정보까지 남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통신사가 네이버나 구글보다 맞춤형 광고를 더 정확하게 제공할 능력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TV 프로그램이나 음악의 소비 패턴에 대한 분석과 컨설팅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네이버나 구글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광고의 주도권을 통신사가 일부 가져오는 등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물론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기업도 이러한 위협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서 비슷한 경쟁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새로운 변화와 산업 재편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도 결국은 데이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IoT 비즈니스 분야
앞으로 IoT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크게 스마트홈, 공공 부문, 산업 현장이다. 우선 스마트홈 분야에서는 각 가정에 홈서비스를 위한 중심 기기가 자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려보는, 집에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조명이나 음악, 에어컨 등이 최적화되는 것이 이런 서비스에 해당할 것이다. 여기서 중심 역할을 할 기기는 위에서 설명한 스피커형 인공지능 비서나 네스트와 같은 에너지 조절 장치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또한 문이나 창문을 비롯해서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서 방범이나 에너지 최적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IoT가 큰 역할을 할 부문은 공공 서비스다. CCTV나 교통 센서와 같은 수많은 공공 디바이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수집된 정보가 AI를 통해서 실시간 분석된다면 교통이나 안전과 같은 공공 서비스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비정상적인 소음이 들리거나 섬광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경찰이나 안전본부에 통보해주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특정 도로에서 교통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는 등의 현상이 발견되면 AI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근처 CCTV를 연결해서 관리자에게 영상을 보여 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가장 근접한 자율주행차의 카메라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스마트홈을 통해 각 가정의 에너지 소비 정보를 취합(물론 정보활용 동의를 받고), 지역별 에너지 수요 예측과 에너지 정책수립 등의 공공 목적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IoT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산업현장이다. 앞서 설명했던 인더스트리 4.0도 결국 다양한 제조설비 간, 생산되는 제품과 제조설비 간의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교환이 전제돼야 한다. 정형화된 제품을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제조 분야뿐 아니라 플랜트나 건설현장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IoT가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에서 중요한 자재에 RFID나 소형 통신모듈을 붙이면 필요한 자재가 제시간에 배달됐는지 확인하거나 필요한 자재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등의 작업이 훨씬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회사가 수집한 데이터가 가치를 가지려면 더 많은 디바이스가 보급될수록 좋다. 사용자가 늘어나야 ‘규모의 경제’에 의해 디바이스의 원가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 더 정확한 타기팅 및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서 한 사용자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에게 “좋은 음악 좀 틀어줘”라고 했을 때 그 상황에 맞춰서 그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잘 골라서 틀어주는 서비스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서비스가 있을 수 있다. 사용자들이 이러한 정확도의 차이를 체감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더 정확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즉, 디바이스를 더 많이 보급한 회사)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면서 정확한 서비스에 사용자가 쏠리고, 그 서비스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서, 더 정확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IoT 디바이스 제공회사에는 더 많은 디바이스를 보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더 많은 디바이스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디바이스의 가격을 낮추는 것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사용자가 디바이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다양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음악을 듣고 TV를 조작하는 정도의 기능으로는 몇 번 호기심에 사용해 보도록 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을 유도할 수는 없다. 한 디바이스로 TV, 에어컨, 히터,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조작할 수 있고 치킨을 포함한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등등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연동해야 한다. 자신의 디바이스가 한 가정에서의 데이터 수집 플랫폼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아마존의 에코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 중요한 것은 음성인식을 포함한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기술도 음성인식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변이 시끄럽거나 발음이 조금 이상하면 인식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아직은 고도의 AI가 적용되지 않은 관계로 복잡한 명령은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성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험이 몇 번 반복되면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디바이스의 보급을 위해서는 서비스 종류의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 제휴와 사용 편의성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둘 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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