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디자인 융복합 개발 전략

직관적 소비의 시대, 디자인이 중요! 기술+디자인 처음부터 함께 보호를…

202호 (2016년 6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제품 개발이 모두 끝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하는 프로세스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선행 디자인이나 특허, 상표권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디자인적 요소는 브랜드 및 기술과 통합될 때 차별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은 특정 제품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때 기술 자체에 대한 특허뿐 아니라 디자인권으로 중복 보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컬러, 사운드 등 비전형적(untypical) 요소에 대한 디자인 권리까지 주장하고 있다.

 

 

오늘은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따라 출근길에 우산을 들고 나왔지만 정작 하루 종일 햇볕이 쨍쨍한 맑은 날씨로 인해 무겁고 큰 우산을 들고 다닌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다. 그러다 문득, 우산살이 망가지지 않는 우산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조사해보니 한 해 동안 망가져서 버려지는 우산살이 파리 에펠탑을 20개는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그래서 필자는공기구조(air structure)’의 우산을 생각했다. 우산살 대신에 공기를 넣어 콤팩트한 형태의 우산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여기에 감성적인 요소를 더해 내부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까지 달아놓으면 야간에도 은은한 분위기 연출은 물론 안전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선행 특허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의 우산에 대한 특허가 존재했다. 특허 분석을 한 덕택에 필자는 무턱대고 필자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필자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우산 제작에 착수했다면 지금쯤 선특허권자와 법적 분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브랜드-디자인-기술의 통합적 접근 필요

 

지금은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같은 방법론으로 인해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디자인을 제품 개발이 모두 끝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하는 프로세스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삼성과 애플 간 소송전에서 잘 드러나듯 디자인은 창의성과 혁신이 생명인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 기업 간 첨예한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선행 디자인이나 특허, 상표권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제아무리 자체적으로 창작한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 전 잡지나 카탈로그 등 간행물에 게재됐거나 각종 전시회나 박람회에 출품된 경우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로 디자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기본적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제품 홍보와 영업 목적으로 여기저기 공개해놓고는 뒤늦게 디자인 출원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이나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에 대해 전략적으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실제로 이런 사실을 모르고 공개된 디자인을 출원해 디자인 권리까지 인정받았지만, 자사 디자인을 도용해 카피 제품을 만든 경쟁사와의 분쟁에서 정작 자사의 디자인 권리가 무효화돼 분쟁에서 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카탈로그 제작 전이나 전시회·박람회 출품 전에 미리미리 출원을 해놓거나 만약 이미 공지가 됐다 하더라도 공개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디자인 출원을 하면 신규성을 상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공지 예외 규정을 적극 활용해 디자인 권리 보호에 나서야 한다.

 

물론 이런 선제적 디자인 관리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을 적극적인 IP(지식재산) 관리대상으로 보고 접근할 때 가능한 일이다. , 선행 디자인은 물론, 상표, 실용신안 등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을 통해 창작 디자인의 가치를 파악하고,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발맞춰 디자인의 권리 등록 진행 절차도 함께 따라가줘야 한다. 이에 더해 전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뤄질 때 강력한 디자인 IP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차별화된 가치는 브랜드와 디자인, 기술이 일원화될 때 창출되기 때문이다. ,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이 기술적 측면은 물론 디자인적 측면에서도 완전히 통합될 때 고객들은 제품에 대해 신뢰하게 된다.

 

브랜드와 디자인, 기술이 완벽하게 통합된 사례로 애플의 맥북(Macbook)용 전원 어댑터인 맥세이프(Magsafe)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처음 개발된 애플의 맥세이프(Magsafe)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다 충전 줄에 걸려 노트북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제품이다. , 전원 코드를 자석으로 연결해 간편하게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고 외부 충격에도 안전하게 분리 가능한 자석 전원 커넥터였다. ‘Think Different’의 가치를 지향하는 애플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에 부합하는 제품이었다. , 애플은 사용자 행태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기존 전원 케이블의 문제점을 파악했고, 마그네틱 방식을 통해 전원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노트북(맥북)은 물론 주변기기(어댑터)의 부품(마그네틱 커넥터) 하나하나까지 디자인하는 애플의 섬세함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애플은 이 부품에 대해맥세이프라는 상표는 물론 부품 디자인 및 특허권까지 모두 출원했다. 한마디로 애플은 제품을 디자인한 게 아니라 ‘IP’를 디자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1)

 

 

 

 

전략적 디자인 개발의 중요성

 

오늘날 기업에 디자인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 기업의 디자인 업무가 외부의 디자인 전문 회사로 넘어감에 따라 디자인 개발 업무 역시 단순히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을 이해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전략적인 디자인 개발은 디자인 기업이 디자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전략적인 디자인 개발을 위한 방안으로는 고객 기업이 진행하는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브랜드, 비즈니스 목표, 잠재적 문제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이해, 내부 직원 및 외부 고객에 대한 이해, 기업의 성장 의도와 혁신 성과 분석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기업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로드맵 개발 등이 활용되고 있다.

 

디자인을 권리화시키는 측면에서의 방법론도 여러 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IP 융복합 프로세스다. (그림 2) IP는 특허, 디자인, 상표, 저작권 등으로 말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선행 특허 리서치는 시장 분석을 통해서는 얻기 힘든 통찰까지 드러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디자인 권리에 대한 분석을 해보면 경쟁기업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파악 할 수 있고, 시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더라도 개발하려고 하는 경쟁사 제품의 기술 로드맵을 그려볼 수 있다. 상표권의 경우엔 제품군별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 제품의 아이덴티티 및 사업의 확장성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처럼 특허 데이터에서 드러난 디자인 전략, 기술개발 전략, 브랜드 전략들이 기업의 초기 R&D 시점에서부터 융합될 때, 기업은 신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공 확률까지 높일 수 있다.

 

 

 

 

 

21세기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디자인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게 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 특허와 더불어 디자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날로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특정 제품(혹은 부품)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때 기술 자체에 대한 특허뿐 아니라 디자인권으로도 중복 보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는 데서 드러난다. 어떤 기술은 필연적으로 특정 형태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 형태를 지닐 때 기술적 우위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권리 보호를 동시에 진행하려면()개발 후() 디자인프로세스를 지양하고 제품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상표 출원 측면에서도 동작, 소리, 색채 등 비전형적(untypical) 요소에 대해서도 더욱 세심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전형적 상표 요소를 간과해 상표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색채는 상표 분쟁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요소다. 실제로 유럽의 전동공구 전문업체 힐티(Hilti)는 자사의 고유 컬러인 레드 컬러를 유럽 특허청에 등록하고 유사한 컬러를 사용하는 경쟁사들에 경고장을 보낸 바 있으며, 프랑스의 럭셔리 슈즈 디자이너 브랜드인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역시 자신들의 시그너처 디자인인레드솔(red sole, 빨간색 구두 밑창)’에 대해 특허를 내고 이브생로랑(Yves Saint Laurent)과 소송전을 벌였다.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은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지각심리학의 선택적 심리개념을 잘 나타내고 있는 위 글은 읽는 이의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글자의 순서가 뒤죽박죽돼 있더라도 인간의 뇌는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인지하기 때문에 의미 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텍스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에도 동일한 조건이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어떤 물건을 살 때 여러 가지 기능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져보고 구매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체를 통째로 보고 한번에 직관적으로 판단해 버린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의 소유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급자인 기업 역시 복합적인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직관적으로 소비자들의 매력을 끌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혁신을 위해 오로지 기술에만 집중하는 접근을 지양하고 브랜드와 디자인을 한데 융합해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생각해볼 문제

1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 관련 IP 현황은 어떠한가?

체계적인 디자인 권리 보호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기울이는 노력은 무엇인가?

2 우리 회사의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에는 디자인 권리 보호를 위한 프로세스가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융합돼 있는가?

3 우리 회사의 조직은 브랜드 마케팅, 연구개발(R&D), 제품 디자인 등 여러 부서가 긴밀히 협력하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이관태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전문위원 gunbaraki@kista.re.kr

 

필자는 강원대 건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대에서 건축전문대학원 석사 학위를, 홍익대에서 디자인공예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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