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사업화 전략
Article at a Glance
기술 사업화와 관련해 대부분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국에서 먼저 사업화를 성공시킨 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한국의 기술거래 시장은 애초에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시제품 생산을 통해 상업성을 검증한 후 국내로 유턴해 들어와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이른바 ‘선(先)해외 진출, 후(後) 국내 사업화’ 모델을 적극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제라이센싱협회(LESI·Licensing Execu-tive Society International) 같은 국제적인 기술거래 전문가 네트워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자사 IP를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중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장롱특허’가 전체의 72%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소관하는 25개 출연연이 2015년 6월 보유한 총 특허 개수는 3만6414개인데, 이 중 2만6063개가 미활용 특허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에만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 최근 3년간 특허 휴면율은 2013년 66.4%에서 2015년 71.6%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국내 R&D 사업이 질보다 양적 평가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기술이전 등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평가 없이 마구잡이로 질 낮은 특허까지 출원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특허 관련 실무를 다년간 담당해온 필자의 경험상 ‘장롱특허’ 문제는 비단 정부 출연연에만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은 물론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개발은 됐지만 사업화 가능성이 낮아 실질적으로 사장된 특허 비율은 상당히 높다. 이는 기술사업화가 그만큼 어렵고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술 사업화와 관련해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은 어떻게든 한국에서 먼저 사업화를 성공시킨 후 해외에 진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접근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기술 거래시장은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 사업화가 활성화되기에는 내수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다. 기술 금융시장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최근 투자 환경이 개선되긴 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국내에 진정한 의미에서 모험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이나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는 아직까지 10개 미만에 불과하다. 누구나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저 통상의 담보 대출만 하려는 안전 지상주의 투자자들에 의해서는 결코 기술 거래가 활성화될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기술 가치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수요 공급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의 기술 거래 시장은 수요자가 극히 일부 기업으로 한정돼 있지만 기술을 공여하려는 주체는 출연연, 대학, 개인 발명가 등으로 넘쳐나는 ‘공급 초과’ 시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술 수요자(기업)들이 막대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갖게 돼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지 않아도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대기업은 ‘NIH 증후군(Not-Invented-Here Syndrome,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이나 연구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조직문화)’으로 외부 기술에 대해 평가절하하기 일쑤다. 이처럼 기술가치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하지않기 때문에 좋은 기술들이 대기업 문턱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아웃소싱(outsourcing)에 대한 수요가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설령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이전해온다 해도 역량 부족으로 인해 실제 제품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Overseas First, Domestic Later”
무엇보다 먼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일은 시야를 넓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기술 사업화 장터를 확대하는 일이다. 즉, 해외에서 먼저 사업화를 한 후 국내로 유턴(U-turn)해 돌아오는 (Overseas First, Domestic Later)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기술력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거나 망설이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사라져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시장 자체가 작고 거래 당사자들의 범위가 좁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아 적정한 대가를 받으려면 우리도 하루 빨리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효율적인 양산을 위해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건 일리가 있지만 양산 이전 단계에 기술의 상업적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단계에서까지 국내에 머무는 걸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니, 고집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의 미성숙한 기술 거래 시스템하에서 기술 사업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우수한 해외 파트너를 발굴해 시제품 제작 및 펀딩을 한 후 검증된 기술을 가지고 다시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인 사업화를 전개하는 게 효과적이다. 일단 해외에서 시장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투자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전략적 제휴 기회도 생겨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사업화를 못했는데 어떻게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할 수 있겠느냐며 지레 겁먹기 쉽다. 하지만 한국의 기술력 수준은 글로벌 경쟁 업체와 비교해 보더라도 꽤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글로벌 지적재산권(IP) 라이선싱 전문가들의 모임인 국제라이선싱협회(LESI·Licensing Executives Society International) 같은 체계적인 기술 거래 전문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면 최소한의 비용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
1965년 미국에서 창립된 비영리 연합체인 LESI는 현재 생명과학, 하이테크, 소비재, 화학·공학·환경·소재 및 산·관·학 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술 이전 및 지적재산권 라이선스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현재 기술 관련 기업체 임직원, 대학이나 연구소의 기술이전 담당자, 변리사, 변호사, 컨설턴트 등 전 세계 32개국 1만2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다. 한국에도 LES 지부(한국라이센싱협회)를 설치해 놓고 각국에서 지재권 관련 라이선싱 이론 및 실무에 관한 각종 교육(예: CLP(Certified Licensing Professionals) 교육 프로그램) 및 국제 기술전문가들과의 교류 행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런 공인된 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행사를 적극 활용해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타진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즉, CLP 인증을 받은 국제 공인 기술 전문가들에게 접촉해 기술이전 거래 성사 시 일정 보수를 제공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는 등의 접근을 취한다면 해외 기술 수요자 발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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