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Strategy

먹고 마심을 넘어서 감동까지… 중국에서 접대는 사업의 모든 것!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국 비즈니스의 핵심은관시(關係)’고 관시는 곧 접대다. 중국의 접대는 스케일이나 쏟는 정성에서 압도적이다. 때로는 감동을 줄 정도다. 중국에서 접대는친구가 되자는 의미다. 중국 사람들은 친구가 되기 전에는 어떤 비즈니스도 함께하지 않는다. 그래서 접대는 곧 관시의 형성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없듯 중국의 접대는 융숭한 만큼 목적이 분명하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는 것 같지만 접대 자리에서 중국인들은 상대가 어떤 수준의 사람인지, 직위와 신분은 어떤 권력을 수반하고 있는지, 나의 인맥은 어떤 상태인지, 친구가 될 만한 인품이 있는지, 아니면 한두 번 이용하고 걷어차도 될 사람인지를 면밀하게 살핀다. 중국인의 접대 문화는 이런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시험장이다. 내가 무사히 접대 시험을 통과하면 사업상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자리가 된다.

 

 

중국 비즈니스의 핵심이관시(關係)’라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관시를 만들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접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중국 사업에서 관시는 필수라는 말과중국 사람들은 접대로 시작해서 접대로 끝난다는 말은 사실 일맥상통한다. 모든 만남과 관시의 형성이 술자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의 접대 자리와 술자리는 같은 의미다. 음식을 먹는 자리와 술을 마시는 자리가 별도로 있지 않다. 우리처럼 음식을 먹으면서 간단히 술을 하고 다시 2차를 가서 술을 마시는 일은 없다. 중국인이 초청하는 식사 자리는 밥 먹고 차와 술을 마시며 인간관계를 맺는 모든 자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들의 접대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중국 사업의 기본이고 마지막이다. 왜냐하면 중국 파트너와의 모든 사업상 거래는 접대 자리에서 시작이 되고 결말이 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생활에서 먹고 마시는 자리는 중요하다. 우선 필자가 경험한 중국인의 접대 방식을 풀어보겠다.

 

지방 정부의 비교적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우리 부부를 초대한 적이 있다. 부시장급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필자도 다소 긴장이 됐다. 결론은 정반대였다. 술도 별로 마시지 못하는 그 사람의 접대는 나의 중국 생활에서 그 어느 것보다 의미 있는 가르침을 줬다. “! 중국 고위급에 있는 사람들의 내공이 이 정도로 높구나.”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아무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체구가 왜소하고 얼굴도 그다지 잘 생긴 편이 아닌 사람이 남들보다 승진이 빨랐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직위와 신분은 능력을 대변한다. 신분의 상승이 곧 능력을 의미한다. 그 사람의 접대능력을 보면서 충분히 고위직에 있을 자격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가 그 사람이 초청한 장소로 나가기 위해 막 집을 나가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뜻밖에 그의 전화였다. 우리 집 문 앞에 와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당연하다. 그런 고위층 인사가 왜 나를 데리러 친히 우리 집 앞에까지 왔단 말인가? 허둥지둥 나가보니 정말로 그는 우리 아파트 정문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긴장된 얼굴로 급히 나오는 나를 아주 편안하고 기분 좋은 미소로 반겨줬다. “아파트 화단의 꽃이 이쁘네요라는 말과 함께. 어느 새 내 마음도 편안해졌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금방 차를 타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랜 친구처럼 말을 거는 그이의 모습에서 나의 긴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를 뒷좌석에 태우고 자기가 앞좌석에 앉으며 예우를 했다. 중국인들의 접대는 이렇게 자기를 낮추는 겸손에서 출발한다.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낮추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그냥 하수들이 하는 행동도 아니고 아무나 그런 흉내를 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음식점에 도착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안내를 받고 들어간 방 또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벌써부터 그 사람이 준비한 많은동지들이 와 있었다. 소개가 끝나고 그가 좌석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접대 자리는 좌석 배치가 중요하다. 아무 데나 앉으면 안 된다. 출입문에서 안쪽으로 대각선 방향의 좌석이 최고 상석이고 좌우로 차석과 삼석이 된다. 당연히 초대 받은 사람이 상석에 앉고 그 옆 자리는 주빈이 앉는다.우리 부부를 초대했기에 그 사람도 부인과 딸을 대동했다. 다행히 딸이 한국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한국어가 유창했다. 그리고 다른 사업가들이 동석했다. 그중에는 술을 못하는 자기를 대신해서 온 사람도 있고 음식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술잔은 아주 작은 것으로 준비를 해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사실은 필자의 아내가 함께 있는 것을 배려한 것이었다. 아울러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는 즐거운 대화를 하자는 의미이며 오늘은 우선 조금씩 나를 관찰해 보자는 의도도 있는 자리였다. 중국의 음식 주문은 골고루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이 나오면서 술을 곁들이는 방식이며 마지막으로 밥이나 국수로 마무리를 한다. 처음에는 간단한 음식이 나오다가 점점 좋은 음식이 나오는 게 순서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처음부터 금방 배를 채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나중에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오면 배가 불러서 먹질 못한다. 그 또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접대의 달인들은 분위기를 잡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술자리의 주빈으로서 음식을 배려하고 건배를 제의하고 다시 상대를 챙기고 그러다가 잠시 분위기를 반전하는 유머를 적당히 섞을 줄 안다.

 

 

성공한 접대는 감동을 준다.

 

술도 잘 못하는 그 사람이 접대의 달인이었다. 술자리의 흐름과 분위기가 마치 고요한 강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며 편안하고 즐거웠다. 때로는 격정적인 웃음이 만발했고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고조됐다. 흐르는 물이 최고의 선이라고 말한 노자의 말이 여기에 해당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의 접대는 가히 일품이었다. 인위적인 친밀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와 오고가는 술잔의 분위기에서 그렇게 되고 있었다. 통상 접대시간은 아무리 즐거워도 한자리에서 1시간 이상을 앉아 있으면 지루한 법이다. 그러나 부시장은 이런 어쩔 수 없는 상대의 지루함마저도 헤아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를 안내해 식당의 아름다운 내부 풍경을 설명하는 시간이 언제쯤이 적당한지를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식당의 최고 지배인은 초대한 사람의 신분을 고려해 아주 정중하고 따듯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만찬에는 이런 예상치도 못했던 코스가 포함돼 있었다.

 

술자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이미 준비된 차에 타고 있었으며 미리 준비한 선물까지도 손에 들려 있었다. 차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우리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은 여전히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차 안에서 필자는 어느덧 그 사람이 부탁한 임무를 어떻게든 처리해서 그이를 기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이의 부탁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중국인의 접대는 첫째로 단순히 먹고 마시는 차원을 넘어서 감동을 주는 그 무엇이 있다. 이런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고수다. 비로소 중국 사람들이 왜 손님을 잘 접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접대 자리에서 우리의 사업적인 대화는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이미 승부는 끝나고 있었다. 더 이상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수다. 그래서도 안 된다.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에 빠지게 되면 게임은 그걸로 끝이 나는 법이다.

 

중국인의 접대, 융숭하지만 목적이 분명하다

 

중국인의 접대에는 정성과 세심함이 있다. 접대의 세심함은 정성이 없으면 나오기가 힘들다. 장소의 섭외부터 마무리까지 상대를 향한 지극한 정성에서 자연히 세심함이 우러나는 법이다. 세심함은 결국 디테일한 전략을 세워주고 그 전략의 끝은 서로 아낌없이 주고받는 친구 사이가 되는 일이다. 먼저 친구가 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게 중국 사람들의 오랜 전통이고 문화다. 중국인들의 접대 자리는 친구가 되자는 자리다. 친구를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배려하는 일은 당연하다. 더구나 멀리 외국에서 온 친구에게는 그야말로 그 정성이 두 배가 된다. 이 또한 중국인 특유의 기질이고 속성이다. 다른 이유와 배경이 없다. 오로지 사업적인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다. 이걸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사업을 떠나서도 아니다. 중국인들이 무섭다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도대체 이 사람들의 훌륭한 접대를 무슨 의미로 받아야 할지 헷갈린다.

 

중국인들은 쩨쩨하지도 않다. 큰돈을 들여서 거하게 한 턱을 내고도 아주 겸손하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접대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왜 그들은 그렇게 접대에 정성을 쏟는가? 꼭 그래야만 하나? 그냥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대충 밥을 먹고 실질적인 사업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되나? 결론은 안 된다는 것이다.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곳이 중국 땅이다. 왜 그런가? 첫 번째 이유는 중국 사람들의 오랜 농경문화와 가족 중심의 유교 문화 및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일, 특히 계약 같은 사업적 행위는 아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안 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게 중국인들이다. 결국 내가 상대하는 사람은 우리의 친척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접을 하는 건 당연하다.

 

먼저 친구가 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게

중국 사람들의 오랜 전통이고 문화다.

중국인들의 접대 자리는 친구가 되자는 자리다.

 

그러나 중국의 접대가 융숭하고 정성이 깃들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호의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중국식 접대의 숨은 의미는 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상대를 충분히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일은 나중이고 사람이 우선인 사고방식이다. 중국인들의 접대는 일종의 우정의 수준을 보여주는 행위다. 그래서 중국인들의 접대 방식은 계층과 신분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르다. 공무원의 접대와 사업가의 접대와 그냥 친구의 접대는 다르다. 같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접대를 잘 받았다고 중국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그런 접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이런 상대의 접대 성격을 잘 알아야 한다. 언젠가 후난성(湖南省) 창사(?)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만난 중국인은 우리 부부를 최고의 호텔에 묵게 해줬고, 그 도시 최고의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해 줬다. 비싼 음식과 호화스런 인테리어가 약간은 나를 기가 죽게 만들었지만 감동은 없었다. 왜냐하면 상대는 단순히 나에게 진 신세를 갚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중국인은 이럴 때 마음껏 돈 자랑을 한다. 상대의 기를 돈으로 죽인다. 기왕 밥 한번 사는 거 제대로 사는 셈이다.

 

그러나 접대하는 기술만큼은 아주 노련했다. 상대가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맙게 생각하게 할 정도로 능숙하게 대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기와 나는 향후에 별로 사업적으로 연관이 될 것 같지도 않았기에 그 이의 대접은 다분히 일회성의 성격이 강했다. 중국 사업가들의 접대는 융숭하고, 요란하고,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목적이 분명하다. 다만, 고수들은 그런 티를 잘 내지 않는 반면에 하수들은 금방 티를 낸다. 어디를 가나 고수와 하수는 있는 법이다. 우리는 이런 고수들을 만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수 한 명을 만나서 관계를 잘 만드는 일이 열 명, 스무 명의 하수보다 낫다. 또한 우리는 중국 고수들의 접대를 보면서 배워야 한다. 나중에 중국인들을 초대할 때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접대가 성공하면 사업과 관시는 저절로 되는 곳이 중국 사회다. 중국에서 접대는 곧 관시를 만드는 일이고 관시는 바로 접대에서 생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중국 접대문화는 특유의 과시적 성격이 묻어 있다

 

중국인들의 접대문화는 그들 특유의 과시적 성격에서 나온다. 중국인들은 남들에게 자기의 관시(인맥)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는 가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장남에게 아버지의 관시는 승계된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아버지와 장남의 관시를 이용하는 곁가지이자 관시와 접대의 조력자가 된다. 그래서 모든 접대의 중심에는 지도자와 가장, 그리고 장남이 있다. 같은 가족이라도 격과 신분이 다르다. 이것을 차서격국(差序格局·차등적 질서구조)이라 한다. 이 사람들은 부지런히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의 관시를 넓혀나가야 한다. 이런 방법 중의 하나가 누군가를 접대할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일이다. 자기의 힘을 보여 줌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를 접대하려고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 아니다. 그 사람과 함께 온 사람들은 사실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국인들의 접대는 철저하게 지도자 중심이고 보스 중심이다.

 

 

중국의 접대는우리로 시작해우리로 끝난다

 

언젠가 중국 친구가 필자에게 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시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간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종점에 도착하니 두 명의 친구들이 이미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도착한 식당에는 열 명 남짓한 다른 친구들이 모든 식사 준비를 마치고 역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환영인사가 난무하는 시간이 10여 분 지났다. 식사 시간 내내 필자가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필자를 데려간 친구가 다시 그 말을 그 지방의 말로 통역하는 웃지 못할 대화가 시작됐다. 한결같이 친절하고 넉넉하게 나를 대해줬다. 다음 날에는 다시 다른 친구가 나타나서 우리를 대접했다. 관광과 점심 식사였다. 저녁은 다른 친구가 샀다. 중국인들에게는 그들만의 또 다른 접대 방식이 있었다.

 

중국 사람들에게 개인은 별로 의미가 없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중국 사회에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개인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나는 사회가 중국 사회다. 접대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의 만남도 개인적 만남은 거의 없다. 우리들의 만남이다. 먼 곳에서 친구가 오면 우리들은 모두 접대하는 사람이 된다. 상대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모두 접대를 해야 한다. 적절하게 배분해 돌아가면서 접대를 한다. 중국 사람끼리의 합리적인 방식이다. 사람이 많다보니 혼자서 감당하면 힘이 든다.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중국인들에게 우리라는 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접대하는 자리에서도 우리는 계속 존재한다. 나를 대접하는 행위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그들의 협동과 단합과우리 의식이 함께하고 있다. 사업의 경우 그들은 결코 혼자서 결정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 동의할 때까지 의논하고 상의한다.

 

중국 사람이라고 다 접대를 잘할까?

 

중국 사람들이라고 모두 접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모든 사람이 접대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전통은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입력되고 저장돼 왔다는 점이다. 누구나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안다는 것이다. 나에겐 중국 친구 중에 꽤 학력이 높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다 좋은데 접대 기술이 부족하다. 나를 거창하게 접대한다고 말하고는 아주 허름한 식당으로 데려가곤 한다. 중국에는 소위 ‘농자차이(農家菜)’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농촌의 전통 음식을 파는 곳이다. 값이 저렴하고 맛도 그런 대로 괜찮은 곳이지만 실내 분위기는 다소 떨어지는 곳이다. 일단은 내가 접대 받는다는 느낌이 전혀 나질 않는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돈도 아주 많은 편인데도 인색하기 그지없다. 역시나 했더니 친구가 거의 없다. 늘 혼자다. 이런 사람은 높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출세를 할 수 없는 곳이 중국 사회다. 개인의 능력과 학력이 아무리 뛰어나도우리라는 사회에서 벗어나면 죽어도 출세는 안 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의 접대 문화에는 이러한 다양성과 복잡 미묘한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는 이런 자리를 잘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겉으로는 술 마시고 노는 분위기라도 중국인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사람을 먼저 자기 친구로 만들자는 의도에는 상대인 나를 잘 관찰하고자 하는 마음도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를 받은 내가 과연 어떤 수준의 사람인지, 직위와 신분은 어떤 권력을 수반하고 있는지, 나의 인맥은 어떤 상태인지, 친구가 될 만한 인품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한두 번 이용하고 걷어차도 될 사람인지를 면밀하게 살핀다. 접대 자리는 이토록 무서운 내막이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무사히 접대 시험을 통과하면 사업상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술자리 분위기를 잘 맞추는 사람이 돼야 하고, 겸손하지만 무게가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한 잔의 술을 마시더라도 몸에 밴 예의가 우러나와야 하며, 상대를 티 안 나게 존중하는 절제되고 신사다운 행동을 보여야 한다. 중국인의 접대 문화는 이런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시험장이 된다.

 

중국인에게 접대를 받을 때 유의사항

 

1) 접대 장소가 최고의 실전 장소다.

 

중국에서 접대 자리는 최고의 비즈니스 실전 장소다. 그래서 중국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한다. 학식이 없는 부자보다도 청빈한 학자를 존경하는 마음은 아직은 중국이나 우리나 같다. 비록 내가 돈이 많다는 것을 상대가 알아도 쉽게 존경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풍부한 학식을 겸비하고 있다면 그들의 인식은 달라진다. 중국의 유명한 고사 몇 대목과 당나라 시인의 시 한 수 정도를 안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냥 건성으로 아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도 능력이고 접대의 기술이다. 누가 대신할 수도 없다. 우리가 상대의 인격을 술자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상대도 우리를 알 수 있다. 접대를 받고 접대를 하는 장소가 중국 최고의 실전 장소다. 계약을 철저하게 한다고 계약대로 진행되는 곳이 중국이 아니다. 계약은 얼마든지 바꾸고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이다. 계약서 열 장보다도 접대 자리가 중요하다. 접대 자리가 바로 그 실전의 자리고 계약이 진행되고 바뀌는 자리이기도 하다. 상대가 계약을 안 지킨다고 법정에서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중국에서 중국 법으로 그들을 이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2) 접대가 곧 관시고, 관시는 결정적 순간에 힘이 된다.

 

현재 많은 주재원들이 중국에서 근무 중이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들어온 자들도 있고 갑자기 들어와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주재원들의 생활은 극명하게 갈린다. 적응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접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파트너 또는 중국 직원들과 소통상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중국 직원들과 소통한다면 아마도 중국 생활은 괴로움이 될 것이다. 반면, 중국의 접대 문화를 이해한다면 그 주재원은 중국 생활이 즐거울 것이다. 자기 밑의 직원이라고 접대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인들의 접대문화는 어떤 특정한 계층만의 특권적인 문화가 아니다. 접대의 개념이 우리와는 다르다. 필자가 아는 어느 주재원은 중국 생활 10년 차의 노련한 고수다. 중국의 접대 문화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내가 소개한 정부 고위직의 사람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했는데, 역시 고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험난한 정글에서 무사히 승진을 거듭하며 버틸 수 있었던 원인이 분명히 있었다. 유창한 중국어와 중국인들이 잘 써 먹는배려와 정성스런 접대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기와 당장은 사업과 거래 면에서 상관이 없어 보여도 그 사람에게 미리 투자를 할 줄 알았다. 임대한 사무실 주인에게 명절이면 선물로 접대할 줄 알았고 정부 관계자와의 우연한 만남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때로는 항공사 지점장을 접대하면서 훗날 본사 고위층의 방문 시 의전에 차질이 없게 만들 줄 알았으며, 그래서 남들이 모두 임대료 인상 여파로 사무실을 비워줘야 할 때도 50층 건물의 주인은 이 사람에게 최고의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도 했다. 적재적소에 접대를 할 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접대가 곧 관시의 형성이고 관시는 무형의 자산임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결정적 순간에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접대를 할 줄 모르거나 접대 문화의 성격을 모르는 주재원들은 거의 모두가 쓴맛을 보고 귀국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3) 접대 자리는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자리임을 명심하자.

 

중국 사람들에게 접대를 받는 것은 그 사람이 오로지 나를 대접하고자 하는 행동만이 아니다. 비싼 술과 담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공짜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동네가 중국이다.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단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 숨어 있는 사람들이다. 중국 땅에서의 접대는 전쟁터고 치열한 두뇌 싸움의 장이다. 상대가 나를 관찰한다면 나 또한 상대의 전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모르면 지는 것이고 접대 자리의 성격을 단순히 밥 먹고 술 마시는 자리로 알았다면 백전백패하는 것이다. 가급적 중국인과의 접대 자리에서는 대만(臺灣)과 관련된 정치 이야기를 삼가고, 한류열풍으로 자존심이 상한 중국 남자들의 심기를 건들지 말아야 하며, 우리처럼 술잔을 예의상 뒤로 돌려서 마시는 것이 실례가 되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야 한다.

 

 

선물을 준비할 때는 가능한 짝수로 준비하고, 중간에 밥을 먼저 달라고 해서는 안 되며, 물고기를 먹을 때는 뒤집어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이 접대 자리다. 중국 사람들이 대충 차려 입고 나왔다고 우리도 평상복 수준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단정하고 조금은 고급스런 외출 복장을 갖춰야 하며 품위와 권위가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또한 함부로 옆에 앉은 여자에게 아름답다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도 많은 한국인들은 접대 자리의 진정한 의미는 고사하고 이런 상식적인 사실조차 모르고 전쟁터에 들어온다. 몰라도 이 정도로 모르면 곤란하다. 어떤 경우가 됐든 중국 사람과의 접대 자리는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디 중국 시장에서의 건승을 빈다.

 

이병우 KOTRA 수출전문 위원 dw6784@hanmail.net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지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재 후베이성 상양에 위치한 국신광전실업유한공사 CEO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 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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