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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딥러닝

엄청난 데이터+딥러닝 기술 한국, 의료영상 진단의 성지 될 수 있다

백승욱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의료 영상 장비를 쓰는 의사는 최소한의 방사선량으로 최대한의 진단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방사선량이 적은 X-Ray 장비는 MRI CT보다 덜 위험하지만 그만큼 정보량이 적다. 또 의사의 컨디션이나 숙련도에 따라 판독 결과가 달라진다. 컴퓨터를 이용한 보조 진단(CAD) 기술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확도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2012년부터딥 러닝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하며 진단의학계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사람보다 더 잘 구별해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이를 진단의학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의료 데이터가 풍부한 한국은 딥러닝 영상 진단 분야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IBM이 의료 영상 처리 전문 기업인 Merge Healthcare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연어 처리 능력을 이용한 텍스트 의료 데이터 분석에 특화됐던 자사의 왓슨(Watson) 헬스 플랫폼 위에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의료 영상 분석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015 7월 권위 있는 인공지능 학회인 ICML(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의 딥러닝 워크숍에서는 의료 영상 분야가 딥러닝의 유망한 응용 분야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딥러닝 기술로 의료 영상 분석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4 9월에 설립된 미국의 Enlitic사는 1년 만에 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누구나 알 만한 거대 기업부터 학계,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인공지능 기술과 영상의학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지난 1∼2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딥러닝 기술 덕분에 영상의학은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두게 됐다. 본 글에서는 이런 혁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의학과 딥러닝에 대해 설명하고, 이 두 분야가 만나서 이뤄지는 영상의학의 혁신 포인트, 그리고 최근 사례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영상의학의 목표

 

빌헬름 뢴트겐이 X-Ray를 발견하면서 시작된 영상의학은 현재 의료 진단 및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초기에는 골절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진단에만 이용됐으나 촬영 장비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질병의 진단이 가능해졌으며 특히 각종 암의 조기 진단에 활발하게 이용된다.

 

영상의학의 목표는 최소한의 방사선량으로 최대한의 진단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다. 방사선 조사량이 많을수록 더 좋은 품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에서는 방사선량이 가장 적은 X-Ray나 초음파가 많이 쓰인다. 이런 영상들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CT MRI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정보량이 부족한 X-Ray에서 빈틈 없이 완벽한 진단을 하는 것은 아직 어렵고 의사의 컨디션이나 숙련도에 따라 판독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 주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 암인 유방암을 예로 들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유방암의 경우 특화된 X-Ray 영상인 유방촬영술(Mammography)을 이용해 조기 진단을 수행한다. 유방촬영술은 198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의사마다 판독 기준 및 결과 작성 방법이 제각각이었다. 그러다 1986 BI-RADS(Breast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라 불리는 표준이 미국에서 제정된다. 이 표준은 2013년에 개정된 5판까지 발전하면서 객관적인 유방암 조기진단을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아직 유방촬영술을 통한 유방암의 조기 진단은 완벽하지 않다. 미국 BCSC(Breast Cancer Surveillance Consortium) 자료에 따르면 유방촬영술은 실제 암을 찾아내는 비율인 민감도(Sensitivity) 84.4%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비싸거나 방사선 노출이 많은 MRI, CT를 조기 검진용으로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위험하다. 결국 추가적인 방사선 노출 없이 현재 얻어지고 있는 영상에서 더 많은 암의 흔적을 찾아내는 방법이 고안돼야 한다.

 

 

컴퓨터 비전:

인간의 시각 인지 능력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

 

의료 영상은 인체의 내부를 시각화한 데이터이고, 영상의학은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데이터에서 질병과 상관 관계가 높은 특징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유방암의 경우 종괴, 미세석회화, 구조 왜곡, 그리고 비대칭 음영 등의 특징들이 BI-RADS 표준에 정의돼 있다. 일반 사진과는 다르게 의미 있는 특징을 정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의료 영상에서 이렇게 체계적인 판독 체계를 수립한 것은 더 나은 의료 진단을 위해 밤낮으로 연구한 의사들의 빛나는 결과물이다.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암의 그림자를 수없이 관찰하고 병리 진단과 대조해 일반화된 지식의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영상의학이라는 학문이 완성돼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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