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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김남국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사람들은 죽음이나 실패 같은 부정적인 이벤트를 싫어합니다. 대신 영원한 젊음이나 완벽한 성공을 꿈꿉니다. 과학계에서 이런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시도된 대표적인 것이 영구기관입니다. 하지만 자석이나 중력 등을 활용한 다양한 영구기관 개발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일부 과학자는 영구기관을 개발했다며 큰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지만 모두 사기극으로 판명됐습니다. 열역학 법칙에 따라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입니다.

 

영구기관처럼 실패나 죽음, 중단이 없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정상적인 세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죽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고 번창하는 세포가 있습니다. 바로 암세포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유기체 전체를 죽이는 큰 비극을 가져옵니다. 구소련 경제체제에서는 어떤 기업도 죽지 않았지만 국가 경제 전체는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만약 진시황의 바람대로 불로초(不老草)가 발견돼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살아 있다면 인류 전체는 멸망했을 것입니다. 무려 98%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가 R&D도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앞의 논의와 유사한 특징을 갖습니다.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공장이나 설비 같은 유형자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아이디어입니다. 혁신 경쟁 시대에 아이디어는 가치 창출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성공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올까요?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에서 나옵니다.

 

스타트업 가운데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넷플릭스의 스토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넷플릭스는 창업자의 경험에서 나온 순간적 아이디어 덕분에 큰 성공을 한 것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회사 창업자가 영화아폴로 13’ 비디오를 빌렸는데 연체료로 40달러나 물어야 했으며, 이에 불만을 품고 헬스장처럼 일정액을 내면 연체료 없이 월 1회든, 10회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DVD 대여 모델을 개발했다는 게 창업 스토리의 핵심입니다.

 

뛰어난 창업자의 순간적 통찰이 빛을 발한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 이게 완전히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지나 키팅 지음, 한빛비즈, 2015)>이란 책을 통해서입니다. ‘아폴로 13’ 이야기는 창업 후 최대 경쟁사인블록버스터와의 차별화를 위해 가짜로 만든 것인데 미디어를 통해 정설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연체료 부담 없는 월정액 모델이란 기막힌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실제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넷플릭스 창업자들은 인터넷이 부상하고 아마존 같은 회사가 등장하자 인터넷으로 무엇이라도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많은 아이템을 검토하다가 부피가 작다는 장점이 있는 DVD를 선택했습니다. 성장의 발판이 된 월정액 요금제는 절박한 상황과 실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초기에 사업을 알리기 위해 DVD 플레이어 구매자들에게 DVD 대여 무료 쿠폰을 넣어줬는데 소비자들은 무료 체험이 끝난 후 유료 결제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모이지만 사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절박한 상황에서 유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모델을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하다가 고객들의 관심을 모았던 한 모델을 확대한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단박에 떠오르는 게 아닙니다. 절박함, 치열한 고민,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전제돼야 합니다. 그런데 항상 의례적이고 멋있는 이야기만 해야 하고,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조직 문화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도 비판하지 않고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개방적 문화에서 아이디어가 샘솟아 납니다.

 

DBR은 아이디어에 대해 집중 탐구했습니다. 이번 호에 소개된 여러 논의 가운데 아무리 이상해 보이더라도 절대 비판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확산시키도록 유도하라는 교훈이 큰 울림을 줍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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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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