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in practice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미국 사람들은 흔히 ‘초등학교 교육 기부’란 말을 들으면 유통업체 타깃(Target)을 떠올린다. 타깃은 1997년 ‘교육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타깃 레드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이 타깃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구매 금액의 1%를 적립해 고객이 지정한 초등학교에 기부해 주는 캠페인이다. 기부금 사용처가 명확한데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부 목적으로 별도의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 참여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프로그램 도입 후 2014년까지 타깃은 총 31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고 이는 8만여 초등학교에 분배됐다. |
편집자주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CSR을 기업 전략과 융합했을까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CSR 활동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어린시절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한 CM송 중에 ‘영창피아노’가 있다.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영창 피아노, 영창” 하는 CM송인데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중독성이 높다. 피아노 중에는 영창피아노 외에 삼익피아노도 유명했다. 피아노 소리를 구별할 능력은 없지만 막연히 영창피아노가 더 맑고 고운 소리를 내리라고 생각했다. 삼익피아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이만큼 광고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어디 영창피아노뿐일까? ‘고향의 맛’ 하면 탤런트 김혜자 씨의 친근한 얼굴과 함께 ‘다시다’라는 브랜드가 떠오른다. ‘우리의 날개’라는 단어를 들으면 특정 항공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 모두가 브랜드의 힘이다.
사회공헌도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
브랜드 파워는 사회공헌 분야에도 존재한다. 1984년에 시작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30년 이상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외국에도 특정 분야 하면 어느 회사의 이름이 떠오르는 성공사례가 있을까? 물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타깃(Target)이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초등학교 교육 기부’라는 단어에서 타깃을 떠올린다.
타깃은 어떤 회사인가. 1902년에 미네아폴리스에서 출발한 할인점이다. 경영학 사례 연구를 보면 월마트, K마트, 타깃의 3파전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월마트와 경쟁했던 K마트는 몰락했고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타깃은 차별화에 성공해서 살아남았다는 게 핵심 줄거리다. 어떻게 차별화했을까? 월마트는 ‘EDLP’, 즉 ‘매일매일 최저가(Every Day Low Price)’를 강조했다. 가격에 관한 한 따라올 자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타깃은 ‘기대는 조금 많이, 지불은 조금 낮게(Expect more Pay less)’라는 자세를 취했다. 같은 할인점 계열이어도 조금은 다른 제품을 팔고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 건축계의 거장인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디자인한 주전자, 토스터기 등 40여 제품 등을 판매했다.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캘빈클라인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아이작 미즈라이가 디자인한 20∼50달러의 저렴한 의류도 큰 환영을 받았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타깃은 어떻게 ‘초등학교 교육 기부’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여러 사회공헌 분야 중 타깃이 초등학교 교육 분야에 주력하기로 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향후 어떤 사회공헌을 하면 좋을지 고객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교육 분야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는 답을 얻었다. 둘째, 학생들이 고교 교육과정을 무사히 끝마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봤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읽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고교 중퇴 확률이 4배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셋째, 타깃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초등학교 교육이야말로 타깃의 신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사회공헌 분야라고 생각했다. 아직 이쪽에 주력하는 기업은 없었다. 여유 있게 초등학교 교육 분야를 선점했다.
美 유통업체 타깃, 카드 구매금액의 1%를 고객이 지정한 초등학교에 기부
타깃은 1997년 ‘교육을 책임지겠습니다(Take charge of education)’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브랜드에서부터 교육에 대한 헌신 의지가 엿보인다. 사회공헌 구조를 살펴보자. 타깃의 고객은 별도의 ‘타깃 레드카드’를 만든다. 타깃 매장에서 이 카드를 사용하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구매한 금액의 1%가 적립된다. 적립된 돈은 1년에 한 번씩 본인이 지정한 초등학교에 기부된다. 초등학교는 어느 학교든 상관없다. 본인의 모교여도 좋고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여도 상관없다. 이익의 1%가 아니고 구매금액의 1%라는 게 중요하다. 내가 10만 원어치 물건을 구매하면 내가 지정한 학교에 1000원이 기부되는 구조다.
대부분 기업에선 이익의 1%를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하는 게 통례다. 이익의 1%를 매출의 1%로 바꾸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제조업체에서는 종업원들의 반발이 커진다. 매출 이익률이 10%인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매출의 1%면 이익의 10%다. 이 정도 비율이면 사회공헌보다는 인건비를 올려달라는 종업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실제 국내 모 기업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타깃에서는 어떻게 매출의 1%를 기부하는 일이 가능할까? 유통업의 속성을 따져보면 수긍이 간다. 백화점카드를 사용하면 매장에서 5% 정도 더 할인받는 경우도 있다. 이것과 비교하면 1%는 부담스럽지 않다.
타깃의 사회공헌 모델에서는 나의 기부금이 쓰이는 곳이 명확하다.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월마트 가는 횟수를 줄이고 타깃을 방문한다. 타깃의 매출액이 그만큼 올라감은 물론이다. 1997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까지 4억 달러 넘는 돈이 쌓였다. 2014년에만 총 3100만 달러가 모였다. 레드카드로 쓴 금액이 31억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이 금액이 8만여 초등학교에 분배됐다.
홍보 관점에서 바라보자. 사회공헌의 홍보는 정말 어렵다. 어떤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알리고는 싶다. 문제는 알리는 순간에 진정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되, 다 알게 하라’는 말처럼 홍보는 사회공헌의 꽃이다. 사회공헌을 할 때 파트너로서 비영리기관과 종종 함께한다. 전문성, 투명성 등을 고려하면 비영리기관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비영리기관이 알게 모르게 홍보를 해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타깃의 사례는 어떠한가? 비영리기관과 함께하지 않는다. 누가 홍보하는가? 기부를 받는 초등학교에서 알아서 해준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초등학교들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학부모들이 가세하기도 했다. 어느 학교는 현재까지 전달받은 기부액이 담긴 e메일을 학부모에게 보내 프로그램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해당 웹사이트에 링크하든지 무료 전화를 이용해 프로그램에 가입하길 부탁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수혜대상으로 지명해 달라고도 권유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추가로 자기 돈을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굳이 안 할 이유가 없다.당연히 레드카드 발급자가 늘어난다. 타깃의 매출액도 따라서 증가한다. 2000년에는 미국 국립학부모 교사협회(NPTA·The National Parent Teacher Association)로부터 학교 교육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기도 했다.
타깃은 2003년에 ‘매칭 펀드’ 개념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1000달러가 보스턴 초등학교에 기부됐다고 하자. 그 돈으로 학생 급식을 늘리든, 기자재를 사든 그건 학교 마음이다. 타깃은 제안을 했다. 특정 교육 자재 공급업체로부터 교육 자재를 구매하면, 그 금액만큼 매칭 펀드로 지불해 주겠다는 것이다. 즉, 1000달러 중 500달러를 타깃이 지정한 곳으로부터 구매하면 타깃이 추가로 500달러를 보스턴 초등학교에 주는 모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특별히 거절한 명분이 없다. 타깃은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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