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비즈니스 마스터 클래스(KBM) 지상중계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중년의 위기’에 빠진 한국에 필요한 것 성장 전략. 더 이상 벤치마킹할 선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시점. 잘못된 전략이라도 아예 전략이 없는 것보다 나음. 일단 무언가 시도하면서 수정해 나가는 편이 불확실성을 핑계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바람직. 성공적인 M&A를 위한 제언 재무적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연 M&A가 최적의 대안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 M&A, 전략적 제휴, 내부 성장 등 다각화 방법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CDT(Corporate Development Team) 필요. 손쉬운 체크리스트에 의존하지 말고 성공적 M&A 사례를 모델로 삼아 자기 기업과 산업에 맞춰 수정. 과거 M&A 경험에서 나온 교훈을 정리하고 매뉴얼화해 추후 인수합병에 활용.
편집자주
KAIST 경영대학 경영자과정(www.business.kaist.ac.kr/executive)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영자과정(Executive Education) 경영대학원 순위’에서 4년 연속 아시아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부터 △성장전략 △CRM·옴니채널 △모바일 커머스 등 주요 경영 이슈를 단기간(3일) 동안 집중 교육하는 ‘KAIST 비즈니스 마스터 클래스(KBM)’를 운영합니다. 첫번째 프로그램 주제인 ‘저성장시대의 성장전략’과 관련한 장세진 KAIST 경영대학 교수의 강연내용을 요약합니다. ※ 이 강연의 정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준수(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 불확실성하의 성장전략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는 말이 있다. 40대로 접어든 이들이 불안안과 걱정에 시달리며 내면의 갈등을 겪고, 이로 인해 여러 행동 패턴에 변화가 생기는 현상을 가리킨다. 중년의 위기에 빠진 이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인생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재평가하면서 미래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중년의 위기에 빠진 한국
현재 한국도 국가 전체적으로 중년의 위기에 빠져 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다. 아무리 외부 여건이 좋아진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다시 기대하기란 어렵다. 글로벌화의 진척으로 청년 실업률, 이른바 ‘비숙련 노동자’들의 실업률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저성장·고실업 상황에서 한국은 중간소득국(middle income country)에서 고소득국(high income country)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과거 눈부신 경제 성장을 통해 개도국 지위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선진국으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은 우리나라, 우리 기업이 중년의 위기라는 덫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을 만큼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시스템이나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국내 기업들도 많지만 ‘땅콩 회항’ 사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두 사례 모두 중년의 위기 가운데 벌어지는 내면의 갈등이 표출된 결과다. 겉으로는 선진국,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내부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간극이 너무 크다.
대부분 한국 기업들이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의 가격이나 포지셔닝을 보면 애플을 경쟁사로 두고 있지만 현실에선 샤오미 취급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품질은 도요타, BMW 수준으로 올라섰고 가격도 합리적이지만 현대차만의 개성이 부족하다. ‘볼보=안전’ ‘벤츠=럭셔리’처럼 ‘현대’라는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성장전략이 필요한 때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어느 때보다 성장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에는 전략이 필요치 않았다. 팔로어(follower)로서 선도기업을 벤치마킹할 때에는 전략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소위 ‘무서운 회장님’만 있으면 된다.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은 이미 선도 기업이 제시했으므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 시간을 단축하는 노력만 기울이면 됐다. 삼성전자가 그랬다. TV는 소니를, 반도체는 인텔을, 휴대폰은 모토로라를 벤치마킹해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삼성전자는 과거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던 소니를 제치고 ‘생산성 프런티어(productivity frontier)’ 선상에 올라 서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림1)
지금 당장 삼성전자가 프런티어 선상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다시 말해 업계 최고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펼치고 있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한때 세계 가전시장을 선도했던 소니의 쇠락을 기억해야 한다. 소니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급속하게 쇠퇴했다. 기술 진보(아날로그→디지털)로 외연이 확대된 새로운 생산성 프런티어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생산성 프런티어는 고정돼 있지 않다.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그 경계를 우상향(右上向)으로 끊임없이 이동시켜 나간다. 프런티어가 계속 움직인다는 건 현실에 안주해 있다가는 금세 확장된 프런티어의 안쪽으로 떨어져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기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현재 애플과 같은 프런티어 선상에 올라 서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차별화 우위를 늘려 애플과 유사한 전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비용우위에 보다 더 집중해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것인가를 놓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의사결정은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년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에 공히 적용되는 문제다. 어느 방향이 옳다고 100% 단정하기란 힘들다. 다만 어느 길로 갈 것인지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배분하는 것, 이른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에는 이론을 달 수 없다. 그리고 전략은, 아무리 잘못된 전략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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