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Strategy

따뜻한 봄날 같은 중국 진출은 없다 ‘마당쓸기’ 전략, 들어는 봤나?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중국이 생각하는합작의 의미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자신들도 살아남기 힘든 자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덥석 손을 잡겠다는 것은서로 협력해 함께 발전하겠다라기보다는상대방이 대는 자금을 받겠다는 의미와 같다. 정글과도 같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면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성공이 아닌 생존의 개념으로 접근하라. 둘째,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재투자한다고 생각하라. 셋째, 외국기업을 불러들여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겠다는 소위마당 쓸기 전략에 말려들지 말라.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다 되는 회사가 왜 그랬을까?

 

작년 어느 날 기가 막힌 소식 한 통이 날아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주재원이 근무하던 기업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불행한 소식이었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다 되는 회사가 왜 그랬을까? 초기에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흑자 기업으로 성공을 이뤄낸 기업이 아닌 밤의 홍두깨식으로 덜컥 문을 닫았다니 이게 될 말인가? 얼마 지나서 대충의 소식을 들어보니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합작 상대인 중국 측이 말 그대로 회사를 통째로 말아먹은 사건이었다. 내막은 이랬다. 한국 회사는 10여 년 전에 중국에 진출하기로 하고 중국 지방정부에서 추천해준 기업과 합작을 체결한 후 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진행하면서 보니 중방(중국 측 합작회사)은 투자 여유 자본이 별로 없는 기업이었다. 조금 보태 말하면 빈털터리 기업이나 다름없었다. 공장이 완성된 후에도 영업을 담당한 중방은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약속한 거래선의 영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한국 측에서 조르고 달래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합작 파트너를 소개해 놓고 다른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서 거래선을 잠시 막아버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렇게 아예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은 인내를 갖고 다른 거래선을 뚫으며 매달 불어나는 적자와 치열하게 씨름을 했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 상태는 엉망이 되고 있었다. 중방의 수수방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급기야 한국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을 주재원으로 파견해서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하게 했고 새로 부임한 사람은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구조조정, 그리고 중방을 확실하게 다그치는 전략을 구사해 가까스로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직원들은 감격했고 본사의 오너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방도 적자 탈출 과정에서 아주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합작 기업은 순풍에 돛을 달고 거침없이 전진하는 일만 남은 듯했다.

 

죽도록 고생한 한국 주재원은 본사로 금의환향했다. 새로운 주재원이 부임했다. 회사는 새 주재원의 임무를보다 높은 품질 관리라고 정의했다. 경영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했다. 품질만 제대로 유지하거나 끌어올린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선택한 사람이 전문 엔지니어였다.

 

중국인을 모르고 중국 문화도 몰랐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새로 부임한 주재원은 중국을 몰랐다. 중국인을 모르고 중국 문화도 몰랐다. 단순히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몰라도 너무 몰랐던수준이었다. 중국 측 대표는 오랫동안 구상했던 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주재원 부인에게 법인카드를 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 주재원의 영업활동비 또한 아주 풍족하게 지급했다. 그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은 중방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아래 일사불란하게 해결됐다.

 

남들은 주재원 생활의 애로를 이야기하는데 이 주재원 부인은 그런 고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 측에서 이렇게 친절하고 세심하게 보살펴주는데 왜 저렇게 불만이 많을까? 중국 생활은 편하고 좋았다. 중국 측 대표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든 것이다. 중국인이 던지는 그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상대 먹잇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

 

순진한 주재원은 이 그물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재무팀이 매월 올리는 공장의 재무 상황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방심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본사 역시 긴장의 끈을 풀고 중국 사업이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재원의 봄날은 대개 부임하고 1년까지가 전부다. 봄날은 말 그대로 햇빛이 따사로우면서 푸른색 초원과 만발하는 꽃들로 즐거운 기간이다. 한국 측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초기, 중방이 적극적으로 보살피고 지원하는 기간이야말로 주재원의 봄날이다. 막대한 자본이 흘러들어오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한국 측이 갑이다. 갑의 입장에서 중방을 야단치기도 하고 결제를 늦추기도 한다. 중방이 내민 여러 소요자금 명목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엄연히 50% 지분을 가진 대주주요, 주재원은 그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봄날은 자본 투자가 끝나는 시점과 동시에 막을 내린다. 주재원 대표의 고민과 혹독한 겨울이 그때부터 시작된다.

 

 

 

봄날이 끝난 겨울은 춥고 배고프며 등이 시린 법이다. 중방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고 계약은 자꾸 변경된다. 크고 작은 사고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본사에서는 재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말은 아직 더듬거리는 수준이고 통역도 별로 신통치 않다. 돌아보니 지난 1년을 너무 맹탕으로 소비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늦었다. 웬만한 것은 중방 손에 넘어갔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중국을 몰랐고 중국인을 몰랐기에 그들이 베푸는 향연에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문을 닫았다는 한국 회사 주재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세워지고 갖은 고생을 하며 흑자로 돌아섰으니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되겠다 싶었을 것이다. 그 방심의 시간에 중방은 거리낌 없이 그들의 작업을 시작했다. 주재원이 누렸던 봄날의 대가는 엄청났다. 중방은 재무 담당자를 매수해서 이중장부를 만들고 은행 대출이라는 명목으로 무려 수백억 가까운 돈을 빼먹었다. 공장이 무엇이고 자산과 부채가 무엇인지 몰랐던 주재원은 회사의 공동 결제 도장을 중방에 맡긴 채 매월 흑자를 기록하는 자신에게 기특한 자부심을 가지며 세월을 보냈다.

 

작업을 끝낸 중방은 폼페이 최후의 날처럼 디데이를 정해놓고 문제를 터트렸다.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와 날아든 공문은 아연실색 할 정도의 엄청난 부채를 보여줬다. 소설처럼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본사에서 부랴부랴 감사팀을 보내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와중에 중방 대표가 한국 주재원에게 전화를 걸어 와 한 말은 이랬다. “한국에서 감사팀이 왔는데 저녁을 뭘로 접대하는 것이 좋을까?”

 

합작 파트너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탐색,

그리고 검증이 필요하다

앞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한중 합작 문제와 조심해야 할 점 몇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우선 합작 파트너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탐색, 그리고 일정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한국, 특히 자본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투자 단계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중국 전문가의 조언과 협력을 얻어야 한다. 물론 중국 진출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든 중국 전문가를 자체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필수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성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그나마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프로젝트가 그들에게만 적합해서가 아니다. 중국 주재원은 회사의 법적 대표로서 마음만 먹으면 회사의 양도도 가능하다. 이런 대표를 파견하는 데 중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낸다면 어린아이를 정글에 보내놓고 살아오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안 된다. 될 일이 아니다. 이래서 주재원을 한 명만 보내는 것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주재원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다. 하지만 적은 돈을 아끼다가 전체를 날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중국을 모르면서, 더구나 경영관리 분야의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회사 대표로 보낸다면 중국 측에는 너무나 쉬운 작업 상대가 된다. 중국과의 합작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중국이 말하는 합작은 우리의 합작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합작은 우선 한국 측의 돈을 자기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향후 상호 협력해서 공통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는 계약 문구는 모두 부질없다. 중국 측이 말하는 공통의 발전은 자기가 90%를 먹고 한국 측이 10% 정도만 가져간다는 의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한국 측이 자본을 꾸준히 증액해서 투자한다는 조건이 붙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위의 사건처럼 한 번에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살벌하고 무서운가? 아니다. 중국 시장은 원래 그런 곳인데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이다. 중국인의 속성을 우리는 너무 모른다. 망하고 나서 중국인 욕을 해댄다. 중국인이 정말 나쁜 사람인가? 이 또한 아니다. 중국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이 아주 정상적인 것이다.

 

<삼국지> <손자병법>을 보면 상대를 죽이는 전술과 전략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 우리가 오로지 중국 합작사를 믿고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라면 중국인들의 돈을 버는 전략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그 전략 중에는 상대 합작회사를 먼저 공략할 수 있다는 전략도 있다. 중국인도 안다. 중국 내수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그 정글에서 이익을 남기면서 회사가 발전해 가는 일 또한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런 사정을 아는 중방이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들며 긴 시간을 요하는 싸움에서 우리를 도우려고 할까? 중방의 목표는 우리와 함께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그냥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라는 개념은 형식적이고 계약서에 적힌 내용일 뿐이다. 이래서 우리는 중국인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내면에 깊숙이 간직한 오랜 전통의 습성과 속성을 알아야 한다.

 

중국 진출은 성공이 아니라 생존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중국 합작전략은 무엇인가? 어려운 이야기다. 중국이 어렵고 중국인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이에 대한 대답도 아주 어렵다. 다만 우리가 조심하거나 유념해야 하는 요소는 있다. 첫 번째가 생존의 원칙이다. 우리에게는 급하게 서두르는 습관이 있다. 성공도 빨라야 하고 중국 진출도 마음먹은 대로 일정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추진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성공을 목표로 일을 진행하는 반면 중국 진출의 기회는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성공이 아니라 생존의 개념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좁은 시장을 놓고 아귀다툼을 하느니 차라리 중국 넓은 땅으로 가자는 것은 우리가 안고 있는 숙명 같은 일이다. 중국 시장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온 현실이자 기회이며 도전이다.

 

그렇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가깝고 많은 유사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특별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난다 긴다 하는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성공하면 좋지만 일단 생존해야 한다. 성공을 눈앞에 둔 것처럼 날뛰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전략은 중국에서 번 돈의 50%를 중국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쓴 책을 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중국에서 돈을 벌었다면 그 돈 모두가 내 돈이 아니다. 최소한 50%는 중국 땅에서 소비해야 한다. 사회 공헌을 하든, 투자를 계속하든, 직원들의 복지 후생에 써야 한다. 한국 회사의 이익이 자꾸 한국으로 들어오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 돈은 맞지만 전부 우리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번 돈은 중국에 투자해야 한다. 이래야 중국 정부도, 직원도 마침내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상생할 수 있다. 적극 협조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다른 좋은 투자조건이 있으면 먼저 달려올 것이다. 인지상정인 셈이다.

 

받으면 갚으려고 하는 것이 중국인의 습성이다. 수년 전, 중국대사관에 있는 고위층 한 사람이 와서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는중국에서 절대 돈을 많이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외교관이 한국 기업가들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못할망정 돈을 많이 벌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도대체 왜 그럴까?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세월이 가고 중국에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필자는 그 사람의 생각이 100%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중국 땅에서 크게 성공했다가 망한 개인과 회사를 많이 봤다. 경험이 없고 조직이 부실해서 망가진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개선된 바가 없고 봉급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회사는 10여 년간 24시간 가동됐다고 하자. 직원과 그들이 사는 지역사회 및 정부에서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오랜 기간 두고 보다가 정부의 칼날이 기업을 향해 정조준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사회 공헌도, 봉사도 없다. 많은 이익금은 전부 한국으로 간다. 돈 되는 핵심 부품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다. 중국 지방정부가 봤을 때 이 기업은 정말 웃기는 기업이 된다. 도대체 한국 기업이 내 나라 내 땅에 들어와서 돈 벌며 한 일이 뭐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휘두르는 칼은 대충 손가락 정도 다치고 마는 게 아니다. 아무리 관시(인맥)를 동원해도 이미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정한 최고지도자의 명령에는 법과 규칙을 뛰어넘는 절대 권위가 있다. 정부의 칼은 공산당에서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 사회주의 중국의 현실이다. 한국 기업이 평소에 맺어둔 작은 관시 또는 비교적 큰 관시도 이런 상황에서는 맥을 못 춘다. 외국인이 중국에 와서 맺은 관시는 이렇게 결정적인 사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관시는 그저 우리가 감기 같은 작은 병에 걸렸을 때 응급처방으로 먹는 임시방편의 도구일 뿐이다. 아무리 높은 인맥을 동원하고 평소에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을 찾아봐도 공산당에서 내린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관시는 우리에게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중국 사회 공헌도에 대한 그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다행히 그 평가가 좋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른 후에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공헌의 흔적이 없다면 결과는 뻔하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인의마당 쓸기전략

세 번째는 중국 회사의 소위마당 쓸기전략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이 중국인과 합작할 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야기 하나를 더 해 보자. 수년 전 한 한국인이 필자에게 만나자는 요청을 해 왔다. 조금 안면이 있는 사이라 별 생각 없이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필자를 데리고 엄청난 상가 건설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향후 계획하고 있는한국 전문 상가건립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닌 듯했지만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불안함은 그 사람이 지금 중국인이 세워 놓은 전략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쉽게 말해 한국인이 현재 중국인이 벌려놓은 공사판에서 열심히 마당을 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인이 낯선 한국인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 자존심이 강한

중국 사람의 그런 행동은

상대에게 자신의 온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방에서 제시한 조건은 아주 좋았다. 분양과 임대만 되면 자신에게 아주 특별한 혜택이 돌아오는 것은 물론 자기 돈은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이런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투자해도 좋다는 투자금은 수억 원으로 늘었고 혼자 열심히 여러 대도시를 뛰어다니며 입주할 사람들을 물색했다. 조건을 들은 한국 상인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1년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거대한 한국 상가 점포는 거의 임대가 됐다. 이제부터는 관리만 잘하면, 그리고 거저 받다시피 한 커피숍만 운영하면 그동안 중국에서 고생한 보람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합작한 사람의 부인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나가라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한국인은 중국 남자와 계약을 하고 모든 자금을 당연히 남자에게 건네곤 했다. 중국인 부인은 한국인에게우리 부부는 이혼했다. 여기 상가 계약은 모두 법적으로 내 이름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신과 전 남편이 한 계약에 대해서 난 알 바 아니다. 빨리 나가달라고 말했다.

 

개인 간 거래에서 이런 사건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 파트너는 우리를 잠시 이용해서 그들이 벌려놓은 현장을 정리하는 전략을 쓴다. 지저분하고 치우기 힘든 마당을 치우는 용도다. 마당을 다 쓸고 난 후에는 태도가 달라진다. 마당을 다 쓸었으면 역할이 끝난 것이다. 마당 한편에 빌붙어 사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외국 사람이 자기를 계속 귀찮게 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법적 소송이니, 계약 위반이니,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느니, 이런 불만을 끊임없이 제기하면 골치가 아프다. 가차 없이 내쳐야 한다.

 

합작 기업의 경우에도 이런마당 쓸기식 패배는 흔하다. 우리 기업이 중국과의 합작을 단순히 동반자적인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중국 측은 그런 전술을 금방 사용하지 않는다. 위에서 예를 든 기업처럼 10년 만에, 적어도 5∼6년 정도 있다가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마당을 쓴 깨끗한 집에서 그들만의 잔치가 시작된다. 그래서 합작 기업은 지금 중국 측의 마당을 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주의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 공짜나 쉬운 돈벌이는 없다. 설령 운이 좋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중국에서 성공한 사람은

중국 땅에서 생존하는 일은 이처럼 어려운 고비와 숱한 시련의 언덕을 넘어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성공이 아주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중국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장사와 사업의 원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다만 미리 알고 준비해서 진출해야 하고, 설사 모르고 들어갔다고 해도 분명한 원칙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어느 곳이나 인간이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곳에는 나름의 공통 원리가 존재한다. 중국은 그런 면에서 우리와 문화 및 전통, 여러 관습이 비슷한 곳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와 중국을 떼어 놓고 말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여 년 전, 작은 지방도시에 50대 초로의 한국인이 들어왔다. 한국에서 한때 잘나가던 건설회사의 고위임원을 지냈던 이 사람은 회사를 나와 무역업을 하다가 소련이 붕괴되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날렸다. 낙심한 마음으로 홍콩의 친구를 찾아왔다가 그에게 사업 제안을 받는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의 사방을 돌아 다녔다. 중국이라는 나라와 각 지방 및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경험을 해볼 심산이었다.

 

마침내 이곳으로 온 그는 정부에서 소개하는 사람을 만나고 국영기업을 한 곳 소개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3일이 지나도록 공장 최고책임자가 공장으로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이 사람은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최후 통첩을 했다. 그러자 다음날 공장 책임자인 중국인이 아침 일찍 찾아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 사람의 말은 이랬다. 사실 공장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낡은 재봉틀과 잡다한 설비뿐이다. 주문이 없어 현재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당신이 투자해준다면 열심히 일하겠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

 

중국인이 낯선 한국인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 자존심이 강한 중국 사람의 그런 행동은 상대에게 자신의 온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는 국영기업의 책임자로서 정부의 국장급 직책을 겸하던 인사였다. 한국인이 보기에 그 사람의 언행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한때 3000명이 근무했다는 공장은 그런대로 쓸 만했다. 몇 달째 봉급을 못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이 안타깝기도 했다. 자기를 열렬히 환영하는 그들의 눈빛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바로 결심하고 우선 종업원들의 월급을 해결해줬다.

 

설비를 보강해가며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제품 단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 바이어에게는향후 2년간 공장과 내 이익은 없다. 대신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을 보장하겠으니 먼저 시장을 확대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1년 반이 지나며 종업원은 다시 2000명으로 늘었고 바이어들은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종업원들은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을 받으며 행복했다. 회사는 24시간 가동되고 일찍이 부인을 잃었던 한국인 대표는 정부에서 일하는 여자와 결혼했다. 오로지 불철주야로 회사에 나와 일만 하는 대표의 모습에서, 공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에서, 자기 나라 여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사는 모습에서 중국의 해당 지방정부와 전 직원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회사 이익 중 단돈 10원도 다른 곳으로 새는 법이 없었다. 한국인 대표는이 공장은 여러분의 공장이지 결코 내 공장이 아니다. 나는 이 땅에서 죽을 사람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통행금지가 있던 그 시절, 지방정부의 공안국(경찰국)에서는 특별히 그 사람에게 야간 통행증을 발급해줬다. 중국의 일개 현()이었던 그 지방정부의 당시 세수는 매우 적었다. 그중 절반은 이 회사가 내는 세금이었다. 지방정부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 사람과 회사를 소개했다.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기업이었으니 정부 입장에서 얼마나 좋았겠는가?

 

 

 

 

5년이 지나고 다시 10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은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아무리 털어 봐도 돈을 한국으로 보낸 흔적이 없다. 나이를 먹어서 이제는 물량을 많이 줄였지만 바이어는 매번 좀 더 많이 생산해 달라고 성화다. 물론 그에게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연과 고통이 왜 없었겠는가? 처음 1년은 공안국에서 그를 미행하기도 했고, 공장의 이전 채무 때문에 갑자기 조폭 같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차를 빼앗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원칙은 분명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중국인들에게 신용과 믿음을 얻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사업의 기본 원칙은 세상 어디를 가나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제조업에서는 종업원들과의 상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 사람은 알았다. 그래서 아낌없이 넘기고 줬다.

 

아무리 전략을 세우고 깊이 있게 고민을 해도 실전이라는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풍부한 실전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당히 내밀 수 있는 경쟁력과 기술과 인재가 필요하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기업이 성공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중국은 남의 땅이다. 수십억 인구 중에는 수억의 고수들이 득실거린다.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야채 파는 아저씨, 아줌마가 아니다. 중원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의 고수들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사람과 기업들이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이병우상양 국신광전실업유한공사 대표 dw6784@hanmail.net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역임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무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재 후베이성 상양에 위치한 국신광전실업유한공사의 CEO로 재직 중이다. ‘중국 관시에 대한 칼럼을 중국흑룡강신문재외동포신문등에 기고하고 있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 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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