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옵션 유형

비전형, 벤처형, 위기형…발상 바꿔 다각적 준비에 땀 흘려라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리얼옵션의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유형별 특성과 성공요인을 명확히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형: 장기적이다. 작은 활동들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몰입도 향상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벤처형: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하는 데서 비롯된다. 결과의 모호성을 관리해야 한다.

위기형: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투자 수준과 몰입도에 따라 전화위복을 경험할 수 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진리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다만 행동이 생각을 따르지 못하거나 결과가 기대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불확실성 상황하에서의 선택권리인 리얼옵션(Real Option)으로 해석하면 전자는 권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리얼옵션의 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리얼옵션은 미래의 잠재가치를 위한 오늘의 선택이요, 투자다. 곡물 씨앗을 심거나 과실나무 묘목을 심는 행위에도 비유할 수 있다. 내일의 희망과 가치를 위해 오늘 작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잭 투라우트와 알 리스는에서 노력마(Hard working horse)의 성공확률이 고작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심히 산다고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역으로 보면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다만 준비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리얼옵션이라는 용어는 대규모 투자나 제휴를 통해 당장 선택 권리를 확보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불확실성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리얼옵션은 장기적이거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선택권리 자체가 불투명할 때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다. 한 가지 대안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복수의 대안에 분산 투자해서 미실현 가치라도 그 가능성을 확보하는 개념이다. 협의에서 보면 투자 의사결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헤징하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광의로 해석하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권을 확보하는, 경영 전반에 걸친 전략적 선택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리얼옵션을 개념을 광의로 조명해 조직의 전략적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작은 노력이지만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장차 선택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사례를 소개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리얼옵션 전략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선택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의사결정의 합리성이 리얼옵션 성패 가른다

가치 있는 리얼옵션을 확보하는 것은 모두가 희망하는 바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의 구조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관건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다. <그림 1>은 필자가 20년간 기업 자문과 평가에 관여하면서 체험한 광의의 리얼옵션 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선택요소(Decision Attributes)들이다. 수많은 경영자들의 통찰에 근거한 상황 판단과 학계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주고받는 질의응답을 10개의 패턴으로 분류했다. 리얼옵션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에 관련된 선택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각 선택요소들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어떤 대응 요인들이 중시되는지도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옵션관리에서 착수시점은 정보(I)와 신뢰(T)가 그 성패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리얼옵션과 관련해 경영자나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 관점이나 척도/지표(Measures or Indicators)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지만 본질은 의사결정에 수렴된다. 의사결정에 요구되는 판단 기준이 다른 형식을 빌려 소통되는 것에 불과하다. 예컨대 대기업들이 외식사업 관련 프랜차이즈에 진출하는 옵션을 선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는 회사의 사활을 건 전략적 선택이 아니고 투자 규모도 작게 진행될 때가 많다. 결과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작게 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수행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실험적 의사결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리얼옵션 개념에서 어떤 선택요소들이 관련되는지 살펴보자. 먼저 <그림 1>에 제시된 요소들 중에서 옵션 전략(단기시각), 옵션 목표(기존 영역), 옵션 고객(직접 시장), 옵션 확보(영업 관점)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이들 선택요소에 대한 대응에서는 각각기민성(agility)’비교우위(comparison)’가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양적 경쟁에 강한 대규모 기업이 유리한 구조다.

 

 

 

반면 퇴직자가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작은 음식점을 준비하는 옵션은 당장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차별적 요소를 확보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옵션 구조(지역 위임), 옵션 관리(기관 제휴), 옵션 효율(효율 관리), 옵션 가치(관계 가치) 등의 요소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자신의 리얼옵션에 대한 판단 기준이 어떤 선택요소들과 강하게 연계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안목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본래 리얼옵션은 금융 분야에서 파생상품의 일환으로 설계된 개념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선택권리에 대한 옵션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금융 부문의 현안 과제를 리얼옵션 개념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작년 해외 수익 비중은 2∼6.5%를 맴돌았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과 해외사업 규모를 생각하면 아쉬운 수치다. 국제금융 매출기여도를 당장 개선하고 싶지만 국내 주요 금융계가 확보한 선택의 폭은 좁다.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별로 없다.

 

필자가 금융회사 임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는 리얼옵션 논리로 유효하게 설명된다. 과거 주요 은행들이 국제금융을 염두에 두고 해외 진출을 의욕적으로 시도했을 때다. 어렵사리 상대국 허가를 얻어 지점을 내고 영업망을 확보했다. 이런 작업은 한국 기업들이 주로 사업을 벌이는 국가를 대상으로 우선 진행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성공 실적이 국내 은행에 해외 진출이라는 리얼옵션(선택권리)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문제는 IMF 관리체제 즈음에 발생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위기를 느낀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고 관리가 어려운 국제금융을 대부분 철수한 것이다. 어렵게 허가를 내 준 상대국의 신뢰를 잃었고 미래 국제금융에 대한 잠재 권리를 포기하는 선택이었다. 이 사례에는 <그림 1> 10가지 옵션 선택요소들 중에서 적색으로 표시된 부분들이 크고 작게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금융은 옵션전략에서 볼 때 장기적 관점에서 시작됐다. 옵션 목표는 잠재영역, 옵션 고객은 간접시장, 옵션 확보는 개발 관점에서 착안됐다. 옵션 구조는 지역위임 형태로 추진됐고 옵션 관리는 기관 제휴, 옵션 효율은 효율 관리, 옵션 가치는 관계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에서 추진됐다. 사업 추진 의도가 너무나 명확한 리얼옵션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출 시점에 대한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기회를 놓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사례였다. 작은 투자로 미래의 잠재가치를 보전할 수 있었던 리얼옵션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뼈아픈 결정이었다. 누구보다도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금융계가 정작 자신들의 리스크에는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셈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미래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한다. 매 순간 나름의 합리성을 근거로 최선 혹은 차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핵심은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관점이 다각화돼야 진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익숙한 과거 패턴에 의존하면 새로운 객관성을 무시하기 쉽다. 주관 혹은 직관이 아니라 적확한 판단 기준과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결정 논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절대 우선순위(Preemptive Priority)

미래를 바꾼다

최근 국내에 첫 매장을 열고 영업을 시작한 이케아에 관심이 높다. 이케아는 한국에 앞서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을 시도한 바 있는데 분해된 가구를 집에 가져와 스스로 조립해 사용하는 방식이 품질과 신뢰를 중시하는 아시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에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장 없이도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연 200억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면서 잠재 수요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경기도 광명에 매장을 열었다.

 

이케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실용적인 이미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리얼옵션은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된 것일까. 이케아의 리얼옵션에는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저술한 <어느 가구 상인의 유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탈로그를 이용한 통신판매회사 이케아를 창업한 지 30년째, 오프라인 매장 이케아 1호점을 연 지 15년 후인 1973, 캄프라드는 본사를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옮기면서 직원들에게 미래 비전과 가치를 전수하고 싶었다. 창업자로서의 성공담이 아니라 기업가로서 가졌던 구두쇠 정신과 저가 정책을 전파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 타기, 기차 이등석 타기, 생활용품은 동네 가게 가서 사기, 청과 시장은 떨이 시간에 가기, 티백 여러 번 사용하기 등 치밀하면서도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이 이 책의 핵심이다. 캄프라드는 자신의 비전을 전수하며 이케아의 DNA를 확보할 수 있는 리얼옵션의 실천적 매개체로 책을 선택한 셈이다.1

 

캄프라드는무엇을 거둬들이고 얼마를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쓰느냐다. 네가 가난하더라도 필요 없는 일에 쓰지 않는다면 너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즐겨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절제된 소비 정신을 이케아의 직원들 및 소비자와 나누고 싶었다. 이케아의 가장 위대한 리얼옵션은 그 정신을 공감하는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을 한군데 모으는 것이었다. 이케아는최선을 다해서 가치 극대화에 몰입하는 조직이라는 평판을 확보하는 데 도전했다. 그리고 근검절약 정신으로 무장된 구성원에 절대 우선순위를 뒀다. 관리효율과 가치관리, 양적 성장 등 차별적인 비교 우위를 발휘해서 검소한 소비자와 함께 하는 기업을 표방했다. 고객은 이케아 제품의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바로 그러한 이케아 문화를 구매한다. 이런 사실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이케아 리얼옵션의 본질은 조직의 공통된 목소리(즉 문화)였으며 최고경영자가 구성원의 실행(execution) 습관으로 전파하려고 결단한 순간부터 준비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장기적이면서도 불확실한 옵션을 미리 준비하고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직문화가 시장 확보의 핵심이라고 믿고 꾸준히 실천한 창업자의 철학이 있었다. 사업 추진 초기의 작은 선택이 훗날 이케아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립된 가치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한 셈이다.

 

 

 

비전형은 조직의 비전을 추구하는 데 기여할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반면 벤처형과

위기형은 다양한 시도를 즐겼거나 현실 문제

해결에 집중한 것이 리얼옵션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케아의 리얼옵션 선택요소를 요약하면 <그림 2>처럼 정리할 수 있다. 사업 초반부터 국제적인 관점을 가졌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증된 개념들을 전파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절약형 고객층에 초점을 맞춰 DIY(Do It Yourself) 제품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질적 차원에서는 조직문화, 프로세스 혁신, 기민한 지역특화, 고객가치 관리 등으로 저가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갖고 단계적으로 확대한 전략 또한 배울 만한 점이다.

 

이케아 사례가 리얼옵션 활용에 주는 교훈은 렉시코그래픽한(lexicographic)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조직문화와 같이 비중이 큰 의사결정 요소들이 절대 우선순위 개념으로 미래 결과에 관여한다. 리더는 바로 그런 절대 우선순위(경영철학 혹은 신조)에 근거해 장기적인 선택 권리를 구성하는 사람이다.

 

리얼옵션 유형

: 투자가치와 불확실성에 근거한 분류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 형태를 구분하고 정리하는 것은 아직 학문 연구의 주제로 남아 있다. 여기서는 필자가 구분한 개념에 근거해 비전형, 벤처형, 위기형 리얼옵션을 살펴본다. 비전형은 조직의 비전을 추구하는 데 기여할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반면 벤처형과 위기형은 다양한 시도를 즐겼거나 현실 문제 해결에 집중한 것이 리얼옵션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들 유형은 투자가치와 불확실성이라는 이원적 관점에서 미래의 선택권리를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 비전형 옵션: 외곽을 강화한다

비전은 언제나 장기적이다. 작은 활동들이 연결돼 큰 결과로 이어지며 작은 활동들의 집합이 바로 전략과제다. 미래를 일련의 전략과제로 연결시키는 역량이 비전 경영의 핵심 경쟁력에 해당된다. 비전형 리얼옵션은 전략적 판단하에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과제를 추진하면서 확보할 수 있다. 여기서는 얼마나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연구개발이나 신사업에 투자하는가가 관건이다. 비전형 리얼옵션을 준비하다가 실패한 사례를 하나 살펴본다.

 

사례 A

“우리가 아주 재미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국내 유명 가구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회사의 비전은 물론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창업주인 회장은 흥미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별 연구소를 보여줬다. 정부 연구개발비를 일부 받고 회사도 투자해서 디젤 자동차 배기통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소였다. 건물의 2개 층을 연구실로 쓰고 있었으며 연구소장은 미래 가능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홍보했다. 가구회사와는 전혀 무관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려는 과감한 시도였으나 결론적으로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신규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했지만 실패한 사례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낯선 업종에 대한 리얼옵션을 준비하려고 선택하고 행동에 옮겼지만 실패로 끝났다. 만약 자동차 부품사업에 대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지식이 미래의 과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전형 리얼옵션의 가능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회장이나 연구 책임자의 개인적인 흥미로 추진된 일이라면 벤처형 리얼옵션에 도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같은 미래 준비지만 의도에 의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특징은 제품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이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소, 장비와 시설, 기술, 인력이 필요하며 하드웨어적 기능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준비물이 많다는 것은 리얼옵션 준비에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시설이 있는 기업은 R&D를 통해 리얼옵션을 확보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연구개발 인력이 많은 법이다. 이들의 연구개발이 미래의 리얼옵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M&A나 지분투자를 통해 리얼옵션을 준비하기도 한다. 아예 제품의 생산역량 자체를 사들이는 선택이다. 투자 규모가 부담이긴 하지만 가장 신속하게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2차 전지 부문에서 글로벌 강자인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소형과 중대형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M&A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대기업들이 유망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결정은 리얼옵션 차원에서 유력한 선택이다. 리얼옵션을 단기적 관리 형태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 미래의

리얼옵션을 만들 최적의 시점을 맞이한 셈이다.

장차 그 결실이 위기형 리얼옵션으로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DBR Mini Box

 

 

리얼옵션의 선택기준과 가치산출 산식

리얼옵션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투자가치와 불확실성으로 구분된다. 투자가 과연 효율적인가 여부와 실현 시점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 가변성이 최대 관건이다. 이들 두 가지 기준은 세부적으로 6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투자, 예상 성과, 목표시점, 학습률, 환경변화(불확실성), 몰입도가 그것으로 이들 요소에 근거해 리얼옵션 프로젝트를 판단할 수 있다. 투자는 리얼옵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소요되는 노력의 수준을 의미한다. 금전, 시간, 기회비용 등이 종합적으로 여기에 포함된다. 이자율을 따져서 현실적인 가치로 평가한다면 더욱 정교한 분석방법이 될 수 있다.i  예상 성과는 리얼옵션이 실제로 실현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최종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 결과를 포함하는 지표로 개인적인 만족감도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목표시점은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시기로부터 실제 발생시기와의 차이를 의미한다. 5년 후를 보고 리얼옵션을 준비한다면 5년이라는 시기적 차이가 옵션에 영향을 준다. 학습률은 리얼옵션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향상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래 리얼옵션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예컨대 과거 리얼옵션에서 경험한 학습효과를 통해 투자를 조금만 하고도 원하는 수준의 효과를 성취할 수 있다. 환경변화는 상황 변화에 대한 척도다. 현재 상황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목표시점까지 어떻게 변하는가를 의미한다. 변화 가능성이 클수록 미래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불투명해진다. 몰입도는 투자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유효율이다. 몰입도가 높아야 실질적인 투자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몰입도가 낮으면 아무리 장시간 투자해도 자신의 옵션으로 만들어가기 어렵다.

 

 

6가지 리얼옵션 구성요소에 따라 두 가지 판단 기준, 즉 투자가치와 불확실성을 계산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 제시된 리얼옵션 산식을 응용하면 투자가치와 불확실성에 대한 개략적인 구조는 < 1>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투자가치는 투자 대비 성과와 학습률이 클수록 커지는데 예상 성과나 학습률은 물론 투자와 몰입도의 함수이기도 하다. 반면 불확실성은 환경변화와 목표시점의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 목표로 하는 시점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커지지만 제곱근 함수로 장기간에 대한 민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리얼옵션을 투자가치와 불확실성에 근거해 구분하면 비전형, 위기형, 벤처형, 취미형, 파트너형, 대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성향에 근거해 리얼옵션을 구분하는 구조다. 이 글에서는 비전형, 위기형, 벤처형만 다루는데 다루지 않는 취미형과 파트너형, 대리형은 각각 취미활동, 멘토의 조언,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패턴을 나타내는 리얼옵션 유형이다.

 

 

<그림3>은 리얼옵션 유형을 구분하고 투자가치와 불확실성 사이의 관련성을 도출하기 위해 의사결정자 800명의 의사결정 사례를 조사한 결과다. 이들 중 리얼옵션 선택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든 사례 121개를 추려 이를 6개 유형을 분류했다. 개인별 사례이므로 불확실성과 투자가치의 양적 혹은 질적 수준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제시된 표는 필자가 분석한 내용에 근거한 대강의 경향을 나타낸다. 개별 리얼옵션의 포지셔닝은 불확실성과 투자가치 사이의 무수히 많은 조합에 의한 상호종속형 선택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비전형 리얼옵션의 최대 관건은 몰입도에 달려 있다. 투자할 시간, , 에너지만으로는 비전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3년 혹은 5년 후 발생할 일이므로 장기간 몰입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숙고해야 한다. 대신 비전형 리얼옵션으로 성공하는 기업은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확보되며 새로운 투자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에 기대를 거는 회사, 그런 회사가 비전형 리얼옵션을 즐기는 곳이다.

 

(2) 벤처형 리얼옵션: 새로운 발상에 도전한다

대부분의 행동은 선택을 전제로 한다. 무의식적인 반응도 있지만 체험이라고 할 정도의 반복적인 행위는 결과 예측 및 의사결정을 통해 내려진다. 결과가 거의 확정적이면 선택은 쉽다. 호불호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우는 리스크 크기가 선택 의지를 위협한다. 마음이 거슬리는 리스크 때문에 아예 선택 가능성을 생각도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훗날 이런 후회를 하곤 한다. ‘왜 그때 그 선택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까하고 말이다.

 

사례 B

‘신 교수님, 반갑습니다. 오랜 만에 전화 드립니다.’ 이란에서 전화가 왔다. 30년 전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난 전기과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현재 이란에 정착해 전기회사 중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수소문을 해서 전화를 걸어 온 이유는 경기도 발안에 있는 변압기 부품 회사의 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제품을 확인했고 연결만 해주면 당장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계약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즉시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가능성을 문의했다. 그러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해외 수출 경험이 없으며 국내 수요로 많이 바빠서 별로 관심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란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시장에 무성의하게 답변하는 것을 듣고 어쩔 도리 없이 코트라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만약 그 회사의 경영진이 진취적으로 생각했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어떤 직원 또는 절차가 필요한지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작은 노력으로 미래의 선택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들은 설명조차 들으려 하지 않았다. 수출량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경우에 대한 리얼옵션을 열어두는 것이 절대적이다. 역량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체험되든, 아니면 지식을 통해 습득된다. 체험은 머리가 아닌 행동을 통해 지혜를 더하며 직관과 통찰력에 자신감을 더해준다. 사람들과 더불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과정에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실수나 실패의 가능성에 노출되지만 미래의 잠재 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여준다.

 

벤처형 리얼옵션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물론 실패확률이 높다. 실제 자신의 리얼옵션으로 선택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방향성이 뚜렷하지 못하므로 성과나 환경 변화에도 취약하다. 게다가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다음에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벤처형 리얼옵션은 결과의 모호성을 관리해서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3) 위기형 리얼옵션: 불 끄고 나니 보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위기는 주로 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유가, 환율, 곡물가격 등의 등락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에게는 위기가 된다. 위기는 불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불안감은 일시적인 불확실성에 근거를 둔다. 대부분 상상 속에서 심리적 동요를 거치고 마무리되곤 한다. 반면 위기는 현실이다. 실제 커다란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걱정하며 불안해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사례 C

쿠쿠가 코끼리밥솥을 쓰러뜨린 성공담은 잘 알려져 있다. 쿠쿠가 자이언트를 넘어선 위업은 절망적인 위기에서 시작됐다. 쿠쿠의 성광전자 시절, 대기업 OEM 사업 3년 차에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한 가정집에서 화재의 원인으로 회사가 납품한 밥솥이 지목된 것이다.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단지 유일한 OEM 제품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모면하지 못했고성광전자 제품에 불량이 많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시중에 나간 6000여 대의 제품을 회수하기에 이르렀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확대됐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시기, 경영진은 회수한 제품을 3년간 공장 마당에 그대로 쌓아둔 채 새로운 결단을 내린다. 성광전자의 선택은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었다. 한때 매출의 20% R&D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매진했고, 지금까지 평균 7%가 넘는 연구개발비를 유지하고 있다.중소기업들이 평균 2.5%를 연구개발에 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극단적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결국 그때의 선택과 3년간의 몰입이 훗날 쿠쿠의 기적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쿠쿠의 연구개발력은 다른 회사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2

 

평범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중심형으로 발돋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쿠쿠의 전환은 사고라는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몰입하는 과정이 만들어 낸 새로운 리얼옵션이다. 위기가 아니었다면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20%를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생존을 담보하려는 절실함이 R&D 최우선 조직을 리얼옵션으로 남겨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기 모면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미래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몰입하면 새로운 차원에 이르게 된다.

 

위기형 리얼옵션의 성공률은 투자 수준과 몰입력에 의해 결정된다. 위기의식 덕분에 온 몸이 긴장하고 있으므로 방심의 여지가 없다. 완벽한 몰입력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다. 바로 그 몰입도에 의해 학습효과가 극대화되고 리얼옵션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 신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구한 옵션이므로 타인에게 추천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위기가 기회로 변모하는 전화위복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위기라는 단어는 미래를 경계하게 만든다. 독특한 시도를 추진한 개인이나 조직의 이면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종의 위기의식이 차원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게 만든다. 필자는 학부생 시절, 교수님 세 분을 찾아다니며 많이 배웠다. 명절이면 항상 그분들의 댁에 찾아가 인사를 드렸는데 학교가 아닌 집에서 듣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각인되곤 했다. 언젠가 주간지 인터뷰에서 기자가 물었다. “왜 다른 학생들과 달리 교수님들을 직접 찾아뵈었습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안 계셨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줄 분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위기형 리얼옵션은 이런 식이다. 현실에 집중하는 데서 새로운 시각이 만들어지곤 한다.

 

위기는 다양하다. 회사 경쟁전략의 변화, 인수합병, 사업 구조조정, 컴퓨터 시스템 구축, 공급망 구축 등 모두 기회인 동시에 자칫 위기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위기를 통해 겪은 아픔의 크기가 미래를 향한 선택과 결단의 크기가 되곤 한다. , 만약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 미래의 리얼옵션을 만들 최적의 시점을 맞이한 셈이다. 장차 그 결실이 위기형 리얼옵션으로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땀의 색은 같지만 결실의 색은 다르다

런던 올림픽을 마친 후 방송인 김제동은 말했다. “메달의 색은 다르지만 땀의 색은 같다.” 음미할 만한 좋은 표현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과정 역시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려고 다들 나름대로의 선택을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요, 일상이다.

 

미래를 향한 의사결정은 근원적인 차원에서 모호함(ambigu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한 선택이다. 리얼옵션 전략의 유형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모호함을 좁혀보려는 노력이다. 전략적 구성이 있든 없든 우리들 노력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노력이 점점이 이어져 어떤 리얼옵션으로 형성돼 가는가를 예측하고 인지하는 행위는 가치 있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정이 변해야 결과 또한 달라지는 법이다.

 

 

신완선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wsshin@skku.ac.kr

필자는 TQM&BE의 편집위원으로 한백상, 네모시그만 논문상, 국제표준시스템 연구상을 수상했다. 저서에 <리얼옵션> <굿 타이밍 1:10:100 의사결정> <한국처럼 품질하라> <테크노 리더십> <컬러 리더십> 등이 있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