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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d Based Innovation

신선하고 자극적인 아이디어 원한다면 군중과 함께 창조하고 공유하라

김경훈 | 171호 (2015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어떻게 기존 사업의 구권력 모델을 신권력 모델로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군중 혁신 방법론(crowd innovation methodology)은 군중 참여도에 따라 3가지 혁신안을 제시한다.

1) 군중과의 공동창조(Crowd Co-creation): 군중을 잠시 초대하기

2)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군중을 지속적으로 참여 시키기

3) 크라우드 이노베이션(Crowd Innovation): 군중의 창조물을 군중과 공유하기

신권력 모델로 가는 방법론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기업이 처한 환경에 가장 잘 맞는 방법론을 선택하고 작은 영역에서부터 적용하기 시작해 반복적인 테스트와 파일럿 운영을 통해 점차 자신만의 신권력 모델로 정착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P2P(Peer to Peer, 개인과 개인이 다른 매개 없이 연결되는 방식)협업과 군중(crowd)의 신권력에 기반한 신흥 기업들이 전통 기업들을 위협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을 멸종시켰고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상하이에서도 알리바바가 설립한 위어바오(额宝) 등 신흥 P2P 금융 서비스들이 온라인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를 직접 연결해 주며 대형 국영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번거롭고 이자율도 낮은 예금 통장 대신 이자율이 높고 송금과 인터넷쇼핑도 편리한 위어바오에 저금을 하는 중국인이 늘어나자 텐센트와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일부 은행들도 P2P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군중의 힘이 신권력으로 떠오르며 세상은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4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2월 호에서 제레미 하이먼즈와 헨리 팀즈는 구권력에서 신권력으로의 권력 이동이라는 화두를 던졌다.1) 이제 기업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어떻게 기업의 전략을 수정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해서 신권력 매트릭스상에서 현재 기업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래의 지향점을 향해 이동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신권력 매트릭스상의 혁신축

신권력 매트릭스는 가치와 모델의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그림 1) 수평축인 가치축상에서의 위치는 전적으로 최고경영진의 철학과 가치관, 세월을 통해 쌓인 기업 문화에 달려 있다. 이때 신권력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구권력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는 옳고 그름이 아닌 선택의 문제다. 모든 기업이 반드시 신권력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권력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변화에 맞게 각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2)

 

이처럼 수평축에서의 움직임이 최고경영진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른 선택인 데 비해 수직축인 모델 축에서의 움직임은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신권력 모델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신권력 모델에 입각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해 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전략가와 혁신가의 역할은 최고경영진이 이끄는 수평축의 변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수직축상에서 의미 있는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권력 모델에서 신권력 모델로 가는 길

이제 수직축상에서의 혁신에 주목해 보자.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은 구권력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가정할 때 기업이 신권력 모델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모델을 구권력 모델에서 신권력 모델로 진화시켜야 한다. 어쩌면 이러한 혁신보다는 차라리 신권력 모델에 입각한 신사업을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쉬울 수 있다. 매트릭스상에서 하단에 위치한 점을 상단으로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상단에 새롭게 점을 찍는 것이 간단하다는 얘기다. 운영 중인 사업의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임직원과 주주, 고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제레미 하이먼즈 외신권력 이해하기: 군중론?’ 2014 12월 호.

2)<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HBR Korea)> 12월 호에 실린신권력 이해하기아티클에서 제레미 하이먼즈 등은 신권력 모델에 구권력 가치를 가진 기업이나 조직을커넥터’(그림1 좌측 상단)로 규정하고 우버, 페이스북, 티파티 등을 위치시켰다. 신권력 모델에 신권력 가치가 더해진 조직이나 행동, 기업으로는 오바마 선거캠페인, 허핑턴 포스트, 구글, 킥스타터, 링크트인 등을 꼽고군중’(그림 1 우측 상단)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구권력 가치를 추구하는 구권력 모델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대통령으로서의 오바마와 그 행정부, 애플 등을 예로 들며캐슬’(그림 1 좌측 하단)이라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자포스, 파타고니아 등은 신권력 가치를 추구하는 구권력 모델치어리더’(그림 1 우측 하단)에 속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맥주를 만드는 회사가 신권력 모델로 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소비자들을 새로운 맥주 제품 개발에 동참시키고 지역의 마이크로 브루어리(Micro Brewery, 소규모 맥주양조장)나 심지어 아마추어 브루 마스터가 개발한 맥주를 선별해서 유통하고 수익을 이들과 공유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품개발팀과 연구소는 자신들의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할 수 있고 공급망 관리자는 늘어나는 제품 수와 공급처에 따라 급격히 복잡해질 유통망과 재고 관리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한편으로는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맥주의 품질과 맛, 가격이 나쁘게 변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다. 주주들은 사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사업 모델의 진화가 가져올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한다면 신권력 모델로의 진화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기존 사업의 구권력 모델을 신권력 모델로 바꿔 나갈 것인가?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와 필자가 개발한 군중 혁신 방법론(crowd innovation methodology)은 군중 참여도에 따라 3가지 혁신안을 제시한다. (그림 2)

그럼, 가장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혁신안부터 차례차례 살펴보자.

 

 

 

혁신안 1군중과의 공동 창조(Crowd Co-creation) - 군중을 잠시 초대하기

군중과의 공동 창조는 1) 군중의 의견이 중요한 창조 활동에 2) 군중을 한시적으로 선별, 초대해서 그들이 3) 창조적으로 활동하도록 장려하고 4)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혁신안은 기존 사업 모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권력의 장점을 경험해 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 세부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1) 군중의 의견이 중요한 창조 활동에 군중을 초대한다:군중이 참여하기 쉽고, 참여 시 효과가 좋을 창조 활동을 선별한다. 고려해 볼 수 있는 영역은 제품 개선, 서비스 개선, 마케팅 방안 발전 등 군중의 의견과 반응이 중요한 영역들이다.

 

2) 한시적으로 선별, 초대한다:군중을 한시적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군중과 협업하거나 기한을 정해놓고 군중을 초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군중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임직원과 주주들이 군중의 참여 영역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돼 불필요한 오해나 걱정이 생기지 않게 된다. 이때 적합한 역량과 열정을 가진 군중을 잘 선별해 초대해야 한다. 이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할당(quota)을 정해 놓고 무작위로 설문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3) 창조적으로 활동하도록 한다: 여러 기업들이 고객과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고 설문 조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 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과 멀리 떨어져 있다. 혁신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기업의 임직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고객에 대해 무지할 수 있는지 놀라는 일이 많다.) 창조적으로 활동하도록 한다는 것은 군중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대중들은 단순한 소비 행위 이상의 방식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하며, 또한 그러한 역량을 가졌다는 믿음에 기반해 군중에게 보다 큰 권한을 주고, 간섭은 가급적 하지 않으면서, 군중을 핵심 활동의 한가운데로 과감히 끌어들이는 것이다.

 

4) 성과를 공유한다:초대에 응한 군중이 진정으로 얻기 원하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는보람등의 내적 보상(intrinsic rewards)이다. 군중들은 자신이 기여한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을 보는 것(그리고내가 저 제품을 만들었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과 프로젝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창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원한다. 따라서 기업은 참여한 군중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해서 새로운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다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창조 활동에 참여한 시간에 대한 약간의 수당을 군중에게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례글로벌 통신사인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아일랜드의 18세에서 22세 사이 젊은 고객들을 새롭게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임직원들이 젊은 고객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적게는 10, 많게는 40살이 넘게 차이 나는 고객과의 세대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텔레포니카는 필자의 런던 사무소 동료들과 함께창의적인 젊은 군중과의 공동 창조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전문 직원들이 수행하던 신상품 개발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개발 업무에 18∼22세의 젊은이들을 초청하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그러나 이 젊은이들은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개발해 내는 것이 아니라 단 일주일 동안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모였다가 흩어질 군중이었다. 이때 텔레포니카는 젊은이들을 아무나 초청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목표를 짧은 시간에 완수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창의적인 18∼22세 젊은이들을 선별해 초청했다. 이들 젊은 군중은 카피를 쓸 수 있는 역량, 연극 대본을 쓸 수 있는 역량, 연기를 할 수 있는 역량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더욱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텔레포니카는 치밀하게 계획된 혼돈의 일주일을주도적으로, 그러나 눈에 띄지 않게이끌었다. 개략적인 계획을 가진 두 명의 컨설턴트가 마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PD처럼 이 젊은이들을 이끌고 자극해 새로운 상품 콘셉트를 만들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도록 도왔다. 여기에는 상품의 이름, 가격, 광고 문구는 물론이고 심지어 콜센터의 응대 방식까지 포함이 됐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간단한 연극으로 구성해 보고, 연극을 함께 보면서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룸은 점점 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찼다.

 

일주일 만에 텔레포니카는 “18세가 된 너의 앞에는 최고의 48개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캠페인 아이디어와 한 달 사용료 10유로에 타깃 고객들의 사용 패턴에 맞는 데이터와 음성통화를 충분히 제공하는 서비스 콘셉트, ‘48’이라는 상품명을 비롯한 구체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텔레포니카는 참여자 중 몇 명과 계약을 연장해 브랜드 앰버서더(brand ambassador, 홍보 요원)로 활동하게 했다. 그들은 2주 동안 자신의 친구들과 논의하면서 TV 및 라디오 광고 대본과 문구를 작성했다. 그리고 텔레포니카는 “‘48’이 출시와 함께 약 70%의 인지도를 얻었다는 성과를 참여했던 젊은 군중과 공유했다.

 

적용점군중과의 공동 창조는 매우 단순하며 그다지 어렵지 않다. 중요한 창조 활동을 군중과 함께하겠다는 결단력과 좋은 군중을 가려낼 수 있는 눈, 그리고 혼란 속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용기, 결국에는 군중의 열정과 역량(그리고 우리 임직원의 열정과 역량)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현실에 기반한 낙관론만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다.

 

혁신안 2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 군중을 지속적으로 참여 시키기

오픈 이노베이션을 정의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는 군중과의 공동 창조의 연장선상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정의하는 것이다. , 군중의 창조 활동이 보조적이고 일회성의 한시적인 것에서 주도적, 영구적인 것으로 확장된 것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1) 군중의 창조력이 필요한 활동에 2) 군중을 영구적,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되 3) 그들이 창조적으로 활동할 영역을 정해주고, 4)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사업의 일부를 신권력 모델로 조심스럽게 바꿔 보는 것에 의의가 있다. 세부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1) 군중의 창조력이 필요한 활동에 참여시킨다:공동 창조에서는 군중이 제시할의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여기서는 군중의 창조적인성과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군중이 역량을 한 번 발휘하고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영구적으로 핵심 활동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 제품 제작, 서비스 제공 (예를 들어, 우버에서 자신의 차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핵심 활동들이 주요 대상이다.

 

2) 군중을 영구적, 자발적으로 참여시킨다:군중의 역량과 열정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군중을 특정 프로젝트가 아닌 창조 활동에 계속해서 참여시킨다. 예를 들어, 제품 개발에 군중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면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군중이 언제든지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개진할 수 있게끔 업무를 개방하는 것이다. 또한 공동 창조를 위해 기업이 군중을 선별했던 것과 다르게 오픈 이노베이션에서는 개방을 통해 다양한 군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장려하고 군중 간의 경쟁을 통해 우수한 군중들이 자연 선택되도록 한다.

 

 

 

 

3) 창조적으로 활동할 영역을 정한다:앞서 맥주회사의 예시를 통해 군중이 영구적으로 핵심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기존 직원, 고객, 주주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살펴봤다. 따라서 기존 사업에 영향과 혼란을 주지 않도록 군중이 활동할 영역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군중이 개발한 제품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하고 판매 방식도 기존 제품과 다르게 함으로써 기존 사업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후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을 거두면 여기서 얻은 교훈과 시사점을 기존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

 

4) 수익을 공유한다: 군중이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공헌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수익이나 매출의 일정 부분을 군중의 몫으로 배정하고 뛰어난 성과에 대해서는 특별 성과급을 준비하는 식의 세심하고 공평한 수익 공유 모델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사례열성적인 군중을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를 꼽는다면 블록 완구 브랜드인 레고(Lego)를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레고의 열성적인 군중 중에는 블록들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레고를 만들어 전시하거나 온라인 상점에서 판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군중의 역량과 열성을 활용하기 위해 레고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출시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crowdsourcing platform)인 쿠수(CUUSOO)와 손 잡고 레고 쿠수(Lego CUUSOO)를 열었다. 2008년에 쿠수가 개장된 이래 수많은 군중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샘플 레고 모델을 등록했고 1만 명 이상의 회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모델은 레고의 심사를 거쳐 신제품으로 생산, 출시됐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유저는 생산된 최종 제품 5개와 판매 대금의 1%를 로열티로 받는다. 다년간 레고 쿠수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여러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레고는 2014년부터 레고 쿠수를레고 아이디어라는 이름으로 확장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레고의 블록 사업은 기존 사업 모델하에서 수년 전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 레고 전략팀은 마블이나 포르셰 같은 브랜드와의 콜레보레이션을 비롯해 어떠한세계, 어떠한 연령대의 고객에게 제공할지 고민하고 레고 개발팀은 제품을 디자인하고 필요한 부품을 구성한다. 레고 아이디어는 이러한 기존 사업 모델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새로운 방식의 부가적인 제품 개발 창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레고가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고객과 직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한 것을 눈여겨보자. 처음에는 상당히 이국적이었던쿠수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성공 이후에는레고 아이디어로 이름을 쉽게 바꾼 것에도 시사점이 있다.

 

혹자는 레고는 기존 블록의 조합으로 신제품을 쉽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레고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쉽게 이룰 수 있었을 뿐이며 다른 완구 업체에는 이러한 혁신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고의 오랜 라이벌인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라는 조랑말 인형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하스브로(Hasbro)는 최근 레고 아이디어에 대항할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축해 냈다.

 

레고의 고객과 마찬가지로 인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혹은 아이들만큼 인형을 좋아하는 어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만들고 싶어 하고내가 만든 인형을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논다면 세상이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손재주가 매우 뛰어난 엄마를 둔 소수의 아이들과 손재주가 아주 뛰어난 어른들만 이러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것도 기껏해야 몇 개의 인형을 만드는 것이지 인형을 많이 만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3D 프린팅의 발전 덕분에 하스브로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셰이프웨이스(Shapeways)라는 3D 프린팅 스타트업과 손잡고슈퍼 팬 아트(Super Fan Art)’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마이 리틀 포니의슈퍼 팬인 디자이너들이 마이 리틀 포니를 이용해 새로운 포즈와 색상의 조랑말 인형을 만들어 슈퍼 팬 아트에 등록하면 소비자들은 맘에 드는 인형을 주문하고 셰이프웨이스는 이를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수익은 디자이너와 하스브로, 셰이프웨이스가 정해진 비율로 나눠 갖는다.

 

레고 쿠스와 유사하게 이 사업은 슈퍼 팬 아트라는 별도의 사이트에서 새로운 제작 방식인 3D 프린팅을 통해 운영된다. 따라서 기존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능력 있는 디자이너 군중을 발굴하고, 열성적인 팬의 충성도를 높이며, 3D 프린팅이라는 신기술을 테스트해보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초기 파일럿이 성공하자 이에 고무된 하스브로는 셰이프웨이스와의 협력 범위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곧 마이 리틀 포니의 뒤를 이어 트랜스포머, G.I. , 모노폴리 등의 완구도 군중의 참여에 의해 새롭게 디자인돼 3D 프린팅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적용점오픈 이노베이션은 열성적이고 역량 있는 군중(여기에는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도 포함된다)을 보유한 브랜드와 기업이라면 시도할 가치가 있는 방법론이다. 기존 사업 운영 방식은 그대로 두고 별도의 브랜드와 이름하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작게 시작해 보라. 작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군중이 개입하지 않는 영역(예를 들면, 원재료 구매나 배송 등)에서는 최대한 기존 조직을 공유해 활용한다. 레고의 쿠수나 하스브로의 셰이프웨이스 같은 외부 파트너를 찾아서 단기적, 조건부 제휴를 통해 함께 시작해 보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혁신안 3크라우드 이노베이션 (Crowd Innovation)- 군중의 창조물을 군중과 공유하기

마지막 혁신안은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이노베이션의 산출물을 내가 독점하지 않고 군중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 1) 창조 활동에 군중을 영구적, 자발적으로 참여시킬 뿐 아니라 2) 그들이 창조한 가치를 다른 종류의 군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크라우드 이노베이션은 하나의 기업이 중심이 되는 기존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P2P 방식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모델로 발전시킨 것이다.

 

세부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1) 창조 활동에 군중을 영구적, 자발적으로 참여시킨다:오픈 이노베이션과 동일하게 제품 개발, 제품 제작, 서비스 제공 등의 영역에 창조적인 군중을 참여시킨다.

 

2) 창조한 가치를 다른 종류의 군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오픈 이노베이션이나 공동 창조를 통해 군중이 창조한 결과물은 혁신을 주도한 해당 기업에게 귀속되는 특징이 있다. 로열티의 일부를 군중과 공유할 수는 있지만 결과물은 해당 기업의 전략과 브랜드하에서 상품화돼 고객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반면 크라우드 이노베이션에서는 결과물을 해당 기업이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군중들, 즉 협력사나 스타트업, 일반 소비자, 심지어는 경쟁사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양방향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마치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는 집을 에어비앤비 직원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호텔 임직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군중이 창조한 가치를 어느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함으로써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이때 군중이 창조한 가치에 대해 가장 큰 보상을 제시한 자가 이를 사용할 권한을 갖는다.

 

사례앞서 살펴본 오픈 이노베이션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첨단기술 및 가전 산업이다. 삼성전자, LG 등 가전 업체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신기술, 신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있다.

 

 

 

 

해당 산업 내 글로벌 업체인 A사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수년간 활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는 장점뿐만 아니라 한계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한계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좁은 영역이었다. A사가 주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서는 A사의 현 사업과 관련성은 낮지만 미래에 활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 또는 현 사업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영감 있는 아이디어는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

 

필자의 팀으로부터신선하고 자극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배운 A사는 어떻게 하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우리는 A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하고 있거나 앞으로 참여해야 할 다양한 군중들을 만났다. 다양한 연구소와 기술개발 업체, 관련 학과 교수, 산업디자인 업체, 재료 생산 업체, 부품 제조 업체 등을 만나 그들의 사업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혁신하는 방식을 살펴봤다. 그 결과, 우리는 A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창조 활동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활동들은 A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연결되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여러 영역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하지 않아 혁신의 속도도 매우 느린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A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폐쇄성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을 A사가 혼자서 소유하고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A사와 상관 없어 보이는 창조 활동은 자연히 배제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폐쇄성을 없애고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을 다른 연구소, 학계, 디자인 업체, 재료 생산 업체, 부품 제조 업체도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더 많은 군중들이 뒤섞이고,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 모일 것이다. 거기서 나온 결과물이 단기적으로는 A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예를 들면, 부품 제조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부품 제조사는 더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고 A사는 이러한 기술 진화 과정을 보면서 새 부품을 활용한 신제품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A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적어도 해당 부품 업체와 A사 사이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를 A사가 독점하던 기존 플랫폼을 개선해 결과물을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주체가 결과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크라우드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개발했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검토하던 중경쟁사가 들어와서 결과물을 사용하기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우리는 “A사보다 경쟁사에 더 가치가 있는 결과물이라면 경쟁사가 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발전과 A사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하에 경쟁사(주로 후발 업체들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에도 새로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현재 이 플랫폼은 웹사이트와 앱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에는 기존 플랫폼을 대체할 예정이다.

 

적용점신권력은 공유와 참여, 급진적 투명성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모델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기존 경쟁자들은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파괴적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광범위한 군중들을 아군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신권력 모델로의 진화를 위한 마지막 조언

신권력 모델로 가는 방법론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기업이 처한 환경에 가장 잘 맞는 방법론을 선택하고 방법론을 작게 적용하기 시작해서 반복적인 테스트와 파일럿 운영을 통해 점차 자신만의 신권력 모델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권력 모델은 모바일/온라인 사업, 첨단기술 기업 혹은 스타트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완구 업체가 해냈듯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들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군중과 협력 파트너들을 찾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신권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김경훈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혁신 컨설턴트 linkedin.com/in/HarrisonKim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한 뒤 현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왓이프는 1992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혁신 전문 기업으로 새로운 사업과 브랜드, 제품,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워크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네슬레, 펩시코 등 다국적 기업 등이 주요 고객사다.

 

  • 김경훈 김경훈 | - (현)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 근무
    -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 근무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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