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마이클 포터 교수 기조연설

기업?정부?NGO의 파트너십이 열쇠, 한국 CSV, 놀랍게 빠른 성장 이뤘다

이방실 | 168호 (201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공유가치 창출(CSV)의 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공동창출을 뜻하는 CSV는 창의성과 혁신,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의 원천.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 가면서 솔루션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사회 문제도 더 잘 해결할 수 있음.

CSV 실행 방법

제품 개발이나 가치사슬상의 변화, 환경 개선을 통해 가능. 최고의 CSV는 제품, 가치사슬, 환경 세 가지 층위 모두에서 공유가치를 실현하는 것. 인도 농촌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저소득층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고현지 상황에 적합한 세일즈팀을 구성하며현지인들에게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노바티스가 대표적 예.

CSV 성공을 위한 관건

기업이 공유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NGO와의 파트너십이 중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법·규제 개선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음.

 

 

2011년 제1회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공유가치 창출(CSV)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만 하더라도 당시 논의 주제였던 CSV가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엄청난 이야기가 돼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유독 한국에서 여러 기업들이 CSV 실천을 위해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CSV 개념을 수용해 큰 진전을 이룬 나라는 없다. 단기간 동안 엄청난 CSV 활동을 펼쳐 온 한국 기업들에 ‘CSV 포터상을 수여할 수 있게 된 것도 매우 기쁘다. 한국에서 CSV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동아비즈니스포럼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올해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선 공유가치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CSV 사례들을 여러분과 공유함으로써 CSV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 활동에 CSV를 보다 더 잘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1. CSV-창의성, 혁신, 차별화의 원천

창의성, 혁신, 차별화. 이 세 가지는 모든 나라, 모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성배(聖杯)와도 같은 개념이다.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떻게 혁신할 것이며,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새로운 사고 방식을 도출해 낼 것인가는 늘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창의성과 혁신, 차별화를 위한 가장 큰 기회는 어디에서 나올까? 전통적인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회 문제 간의 융합을 통해서 가능하다.

 

공유가치라는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기업과 사회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과거에 기업과 사회는 서로 분리돼 있었다. 기업은 오로지 경제 영역에 속해 있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각종 투자활동을 펼치고,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기업이 하는 일이었다. 반면 사회 문제는 경제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취급됐다. , 건강, 환경 등 사회 문제들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정부와 공공 단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기업들은 경제적 이슈만 신경을 썼을 뿐 사회적 이슈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회적 문제는 정부나 공공단체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구모델은 통하지 않는다. 기존 모델만 고집해서는 발전이 없다. 진전을 만들어 내려면 기업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도 제 몫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게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자선활동(philanthropy)을 목적으로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왔다. , 영업 수익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벌임으로써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일부 기여했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자선활동만 가지고는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이나 윤리적 문제, 각종 우려사항을 잠재우지 못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자선활동의 다음 단계로 등장한 CSR은 단순히 도움을주는(giving)’ 수준을 넘어 법을 지키고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서 행동하는준수(compliance)’ 활동을 펼치는 게 핵심이다. 이런 CSR 활동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의 행동 양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CSR 역시 온전한 해법이 아니다. 애초부터 기업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악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물론 CSR을 통해 비즈니스의 스탠더드를 높이는 건 필요하지만 기준을 높이는 그 자체가 해결책은 아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바로 그 다음 단계가 CSV.

 

공유가치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효익도 함께 만드는 것이다. CSV는 자본주의 그 자체다.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데 있어 굉장히 유용한 도구인 자본주의를 활용해 이윤을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자선활동이나 정부의 과세 정책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수많은 기회를 통해 솔루션을 확장(scale)할 수 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문제는 대부분 확장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부활동이나 정부 예산만으로는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들이 주도하는 CSV는 보건, 환경, 빈곤 퇴치, 주택난 해결 등 어떤 문제든지 상관없이 대단위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CSV의 힘이다.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수많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면서 확장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기에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사회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 이 사실이야말로 공유가치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동아일보 박영대)

 

공유가치는 사실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단지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을 갖고 오로지 전통적인 경제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니즈는 현재 엄청난 규모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런 니즈를 비즈니스를 통해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지역사회에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결국엔 그 같은 결핍으로 인해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숙련된 노동자를 기업이 고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이라는 지역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에도 손실이다.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지 못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역 공동체 시민들이 허약한 건강상태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는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사회적 니즈와 기업의 니즈는 서로 분리할 수 없다. 두 가지 니즈는 서로 연결돼 있다. 단지 우리가 이 사실을 간과해왔을 뿐이다. 과거 기업들은 사회적 니즈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전통적인 기업의 정의에 매몰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유가치 시각을 갖게 되면 엄청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기업들이 주도하는 CSV는 보건, 환경,

빈곤 퇴치, 주택난 해결 등 어떤 문제든지 상관없이

대단위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CSV의 힘이다.

 

 

2. CSV 실행 방법

공유가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첫째, 제품을 통해 공유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어떤 방식으로 가치사슬을 관리하느냐에 따라서도 공유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 어떻게 원재료를 조달하고 물류를 관리하며 자원을 활용하는지, 생산 프로세스 관점에서 공유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셋째, 기업이 처한 주변 환경과 공동체를 발전시켜나는 방법이다. , 지역 커뮤니티의 발전을 꾀하면서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임으로써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각각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1) 제품을 통한 CSV 사례(제품과 시장의 재구상)

글로벌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은 원래 공유가치에 대해선 별다른 생각이 없던 회사였다. 매일 연구실에서 전통적 방식에 따라 더 많은 제품을 만들 생각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최고경영자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존재하는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우케미컬의 전문성과 기술을 적용해볼 수는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존하는 사회적 니즈가 무엇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우케미컬은 UN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1 에 주목했다. , 새천년개발목표를 보고 세부 의제 가운데 다우케미컬이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파고들었다. 각 사업부마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다우케미컬 농업 부문은 유통기한을 기존보다 훨씬 늘린 오메가9 캐놀라 및 해바라기씨를 생산해 2012년 한 해에만 7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등 혁신적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는 기존 니즈에만 집착하지 않고 새천년개발목표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다우케미컬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였다.

 

한국 기업 가운데 제품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는 KT. KT는 통신과 인터넷 인프라를 단순히 사회기반시설이라고만 보지 않고 다양한 ICT 솔루션을 도서 벽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도구로 봤다. 이런 시각의 전환을 통해 KT는 기가 인프라 기반 솔루션을 적용해 외딴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걸 목표로 하는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전화 통화를 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소외된 지역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2) 가치사슬을 통한 CSV 사례(가치사슬의 생산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

호텔은 업종 특성상 에너지와 물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IHG)은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고객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통해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2009년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인그린에너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 세계 1900여 개 이상의 IHG 산하 호텔들이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무려 25%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IHG 역사상 가장 많이 비용 절감을 이뤄낸 이니셔티브였다.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IHG가 전통적인 호텔업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니즈와 염려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고, 그 덕택에 혁신이 가능했다.

 

존슨앤존슨의 사례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존슨앤존슨은 임직원들의 건강 상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면 회사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질병예방과 건강관리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 심지어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직원 건강 증진을 위한 회사 측의 투자는 존슨앤존슨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높은 ROI(투자대비수익률)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CJ를 꼽을 만하다. CJ는 코이카(KOICA)와 손잡고 베트남 닌투언성에 농업소득 증대와 자생력 강화를 목표로()새마을운동을 전파하고 있다. CJ는 닌투언성의 현지 농가에 한국산 고추 파종을 지원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농업 기술 역시 전파하고 있다. 베트남 농가 입장에선 선진 농업 기술을 익혀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고, CJ는 신뢰할 수 있는 해외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 서로에게윈윈이 되는 사업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농산물 구매처인 농가와 지역사회가 처해 있는 문제를 기업이 나서서 해결해 준다면 양질의 원료 수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도출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3) 환경 개선을 통한 CSV 사례(지역 클러스터 개발)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을 개선함으로써도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여느 완성차 업체답게 자동차를 만들어 전 세계 유통망을 통해 판매해 왔다. 하지만 최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사업하는 지역에 그들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나,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향후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시장을 탐색해본 결과 해당 지역 사회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게 향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코이카와 협력해 가나 현지인에게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인드림센터를 세웠고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로도 드림센터 설립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드림센터는 지역 사회의 소득 수준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현지 경제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현대차가 향후 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향후 현지에 진출할 때 현지에서 자동차 기술 전문 인력을 조달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에서 기술자를 파견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차는 드림센터에 대한 사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바로 공유가치를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다 보니 얻게 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 가지 층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품, 가치사슬, 환경 등 각각의 층위에서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최고의 기업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활용해 공유가치를 만들어 낸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바티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바티스는 과거엔 전혀 공략하지 않았던 인도의 농촌 지역을 타깃으로 잡았다. 해당 지역에 수십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도 과거 노바티스가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지역사회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바티스의 기존 약품은 가난한 농촌 거주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세일즈 조직도 농촌 주민들을 공략하기엔 적절하지 못했다. 인도는 다문화,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다. 따라서 인도의 농촌 지역을 공략하려면 해당 지역의 문화와 방언을 잘 알아야 한다. 기존 영업조직으로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지식 수준도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노바티스는 인도 농촌지역 사정에 맞춰 저소득층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싼 제품을 새롭게 개발했다. 동시에 해당 지역의 문화를 잘 알고 방언도 할 줄 아는 현지화된 세일즈팀을 구성함으로써 가치사슬상의 변화를 꾀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직접 의료진을 파견해 현지 지역민들의 건강을 보살펴주는 건강캠프를 기획하는 등 지역사회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했다. 이처럼 세 가지 층위 모두에서 공유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노바티스는 엄청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경쟁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접근법을 택함으로써 혁신과 창의성이 발현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3. 정부·NGO와의 파트너십 - CSV 성공을 위한 관건

공유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부 및 NGO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공유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정부와 NGO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파트너십은 특히 한국 기업 사례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비즈니스에 엄청난 성장 기회를 줄 수 있는 이니셔티브라도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즉, 정부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지 못하고 법·규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실현되기가 어렵다. 전통적으로 기업과 정부는 서로 의심하고 대립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점점 양자 간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사회 가치 창출은 양자 간 강점을 한데 아우를 때 일어날 수 있다.

 

자선활동과 CSR, CSV는 서로 다른 활동이다. 하지만 CSV를 정말로 잘하는 기업들은 자선활동이나 CSR 활동을 CSV 비즈니스 모델과 일관된 방식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성과를 증폭시켜 나간다. 예를 들어 위에 언급한 노바티스는 인도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인들에게 건강과 건강한 삶의 방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힘썼다. 일종의 자선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노바티스는 이를 자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시킴으로써 진정한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그 성과를 증폭시켰다.

 

진정으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려면 우선 기업의 모든 자산을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방향으로 정렬(aligned)해야 한다. 또한 최고의 CSV 기업은 자사가 속해 있는 지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섣불리 덤비지 않고 자사가 집중해야 할 특정 영역에 집중한다. 네슬레가 대표적 사례다. 네슬레는 영양과 물, 농촌 개발(nutrition, water, rural development)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 집중해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사의 사업 구조와 역량에 비춰봤을 때 이 세 가지 영역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유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부 및

NGO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공유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정부와 NGO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에 기반해 자사 목표를 설정해 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음식 회사다” “우리는 출판 회사다등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그에 따라 비전 선언문과 기업 강령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들은 자사의 목표를 그들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근본적인 사회적 니즈에 기반해 정의한다. 예를 들어 네슬레는 더 이상 스스로를 식음료 회사라고 정의내리지 않고 영양과 보건, 웰니스(wellness)를 중시하는 기업이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정의가 바뀌는 순간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도 달라진다. 수많은 신사업 기회를 생각해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참석한 모든 기업들이 자사의 비전 선언문과 기업 강령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를 제안한다. 왜 기업이 존재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사회적 근본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옛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공유가치에 대한 수많은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기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개념이 변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이 정부나 NGO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기업들에 큰 기회다. 이 기회를 잡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장과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정리: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