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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는 마르크스의 부활 아닌 불평등한 자본에 고민을 요구한 것이다

이왕휘 | 167호 (201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자기계발

올봄 미국에서 시작된피케티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미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1세기 자본>은 매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역본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관련 세미나가 열리고 비판적인 서적이 출간되기도 했다. 방대한 내용들과 거시역사적 통계 분석 때문에 이 책을 꼼꼼하게 읽는 것은 물론 핵심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피케티의 급진적인 정책 제안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평가가 학문적 기준보다는 정치적 성향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즉 우파에게는 증세 논리를 제공하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의 아류로 폄하되는 반면 좌파에게는 평등한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의 복음서로 칭송받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핵심은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불평등의 축소다. 피케티의 주장과 논거 모두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피케티가 부각시킨 불평등 문제는 이제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부상했다. 따라서 이제는 이 책 자체에 대한 논란을 넘어피케티 열풍에 반영된 규제환경의 정치경제적 변화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올해 초 미국에서 발원한피케티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21세기 자본>은 국역본 출간 직후부터 각종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책 홍보 차 방한한 저자 토마 피케티는 록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실감하고 돌아갔다.

 

물론 모두가피케티 열풍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자본>에 대해서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역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애매한 개념과 부정확한 통계를 얼버무린 칼 마르크스의 <자본>의 아류라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평가는 피케티가 제시한 정책 제안에 대한 정치적 반응에 의해 증폭됐다고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글로벌 부유세를 둘러싸고 좌파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지하지만 우파는 당장 실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을 제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에 대한 재계의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유례없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산업화의 주역에게는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CEO 입장에서 글로벌 부유세를 신설하자는 피케티의 제안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피케티 열풍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이 성장에서 분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재계의 우려 대상이다. 이러한 재계의 부정적 인식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세미나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라는 책에 잘 반영돼 있다.

 

우리나라 재계와 달리 미국 재계의 반응은 아주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놀랍게도 세계 최대 IT 기업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대 부호인 빌 게이츠가 피케티의 세 가지 핵심적 주장들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공표했다.1

 

● 높은 수준의 불평등은 문제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엉망으로 만들고, 민주주의를 강력한 이익집단 편으로 기울게 만들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이상을 약화시킨다.

 

● 자본주의는 더 평등한 방향으로 자정하지 않는다. 즉 과도한 부의 집중은 견제되지 않을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가 있다.

 

● 정부는 이 같은 눈덩이 효과를 상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게이츠가 피케티의 모든 주장과 논거에 찬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피케티가 경제성장에서 기술의 중요성과 부유세에 내재된 문제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피케티에 공감하는 이유는 불평등이 계속 심화되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의 토대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더 나아가 게이츠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학술서적이 아니다. 또한피케티 열풍은 어느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의 규제·조세정책에 대한 논의에서도 피케티의 주장이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평가에 앞서 이 책의 문제의식과 실천적 함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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