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성공요인
모든 선입견 없앤 ‘제로베이스’ 설계, 적정기술 사업화의 출발점
Article at a Glance –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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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해당 기술을 사용할 때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고 기술의 사용이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최소화된 기술로서 기술의 진보가 아닌 인간의 진보를 우선시하는 사고 체계 또는 철학
적정기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요건 시작부터 사용자의 필요(desirability), 기술적인 구현 가능성(feasibility), 적절한 비즈니스 플랜(viability)의 삼박자가 맞아야 함. 이 중에서도 사용자의 필요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특히 중요함. 기존 제품이나 생산 과정에 대한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한 채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접근하는 ‘제로베이스 설계’가 요구됨 |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 대한 재발견이 한참이다. 물론 용어는 ‘따뜻한 기술’ ‘Humanitarian Technology’ ‘국민편익증진기술’ ‘사회적 기술’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소수의 시민사회 운동가나 지역사회 활동가들에게만 관심의 대상이었던 적정기술이 이제는 엔지니어, 대학생, 기업인, 정부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지는 대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적정기술’의 본질에 대해서 다소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적정기술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적정기술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인재는 어떻게 양성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적정기술의 시작
영국의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에른스트 슈마허는 1955년부터 유엔경제자문가로서 미얀마에서 근무했다. 그는 당시 미얀마 사람들이 소득은 낮지만 행복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경제학의 문제는 다양한 해결책을 갖는데 이는 그것이 인간의 문제이고 오직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환경 안에서만 해결되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러한 미얀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슈마허는 1965년에 열린 유네스코회의에서의 연설 등을 통해 선진국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도국의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바로 도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 중심의 기술인 ‘중간 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의 도입을 주장했다. 선진국의 첨단 기술과 저개발국 토착 기술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의미로 쓰인 ‘중간 기술’은 그것이 사용되는 저개발국 현지 사람들의 직접적인 필요를 만족시키는 기술,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하는 저렴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했다.슈마허에 의하면 기술을 적용함에 있어서 해당 지역의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또는 공감)가 자리잡고 있다.
중간 기술이란 개념은 1973년에 그가 저술한 기념비적인 책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이후 중간 기술이라는 이름이 열등하거나 저급한 기술인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고 발전의 사회적, 정치적인 요인에서 분리돼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게 적정기술이다. 왜냐하면 중간기술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기술은 그 시간과 장소에 ‘적정한(appropriate)’ 기술이라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면 바커 한스는 적정기술을 ‘인간의 기본적 필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미국 국립적정기술센터(NCAT)에서는 적정기술을 ‘활용되는 상황에 비춰 비용과 규모 면에서 적합한 도구 또는 전략’이라고 상대적으로 넓은 개념으로 정의했다. 또한 피터 듄은 “적정기술은 특정 커뮤니티의 소망, 문화, 전통과 양립 가능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파괴적 영향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적정기술은 ‘해당 기술을 사용할 때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고 기술의 사용이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최소화된 기술로서 기술의 진보가 아닌 인간의 진보를 우선시하는 사고 체계 또는 철학’으로 이해돼야 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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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의 사상에 영향을 준 사람은 인도의 비폭력 무저항주의자인 마하트마 간디다. 영국에서 개발된 방적기계를 사용한 대규모의 공장들이 도시에 들어서면서 여기서 제조된 저가의 제품들이 농촌으로 유입돼 농촌 직물 경제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이에 간디는 직접 물레를 사용해 실을 뽑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농촌의 가내 직물업을 소생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때 간디의 이러한 첨단 과학기술 경시 때문에 인도의 발전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이는 간디의 사상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간디는 자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과학기술 개발을 반대한 것이지 과학기술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간디의 생각은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게 제공하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까지 채워주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개발된 모든 과학적인 발명을 높이 평가한다”라는 두 문장에 잘 요약돼 있다.
최근 인도 기업의 혁신 사례를 연구한 프라할라드와 마셀카는 이러한 현상을 ‘간디식 혁신(Ghandian Innovation)’이라고 명명했다.2 이들은 ‘적정한 가격(affordabil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이미 60년 전에 간디가 제시한 기준이었지만 인도의 기업들은 이것의 능력을 최근에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신은 후에 ‘적정기술’ 운동을 전개할 때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
적정기술의 역사3
슈마허가 중간 기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 중간 기술은 개도국의 상황과 필요에 적합한 소규모이고 간단하며 자본이 적게 드는 기술을 의미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그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곧 대두됐다. 유가 인상과 환경 파괴, 비인간적인 노동에 대한 저항, 실업 등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전 세계는 중간 기술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경제적인 기술이 중요시된 것이다. 이러한 여파로 1973년에는 웨일스에 대안기술센터(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CAT)가 설립됐고, 미국에서는 1976년 몬태나 주에 국립적정기술센터(National Center for Appropriate Technology·NCAT)를 설립하는 계획이 제출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민간 차원에도 시장에 기반한 적정기술 운동이 시작됐는데 그 중심에 미국의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정신과 병원을 개업하고 있던 폴 폴락이 있었다. 1981년에 아내의 교회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폴 폴락은 극심한 빈곤을 목격했으며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국제개발회사(International Development Enterprises·IDE)를 설립했다. IDE의 설립 목적은 빈곤층의 수입을 증대시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IDE는 주로 소작농에게 초점을 맞춰 ‘관개(灌漑)와 소규모 시장을 통한 빈곤감소(PRISM)’라는 독특한 모델을 사용했다. 그가 관개에 주목한 이유는 저개발국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적정기술은 논과 밭에 물을 대는 관개 시설이었기 때문이었다. 폴 폴락이 제시한 빈곤을 없애는 실용적인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4
1. 현장으로 가라
2.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와 대화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
3. 문제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라
4. 크게 생각하고 크게 행동하라
5. 아이처럼 생각하라
6. 뻔한 방법을 찾고 실행하라
7. 누군가 이미 발명했으면 다시 할 필요가 없다
8. 측정과 확장이 가능한 접근법을 취하라
9. 구체적인 목표 원가 및 가격을 설정하라
10. 실용적인 3개년 계획을 따르라
11.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워라
12.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라
폴 폴락이 12가지 해결책을 통해 핵심적으로 주장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적정기술이 적용될 현지의 상황과 사용자의 필요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적정한 가격(affordabil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폴 폴락은 2010년에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적정기술은 사망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는 그 이유를 피라미드 저변(Bottom of Pyramid·BOP)5 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적정기술이 무턱대고 개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은 비단 그만의 견해는 아니다. 1991년에 아프로텍(현재는 Kick Start)을 설립한 마틴 피셔 역시 “이전의 적정기술 운동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학의 기본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프로텍은 처음부터 개발된 제품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지 않고 일정 액수의 돈을 받고 판매해왔다. 그 이유는 이것이 지속가능한 빈곤 해결책이며 비용 효율적이고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프로텍의 디자인 원칙은 ① 소득 발생 ② 1년 이내에 투자액 회수 ③ 100달러 미만의 저렴한 가격 ④ 에너지-효율성 ⑤ 인체공학의 고려 및 안전 ⑥ 이동성 ⑦ 설치와 사용의 용이성 ⑧ 강도와 내구성 ⑨ 생산 능력에 맞춘 디자인 ⑩ 문화적인 수용성 ⑪ 환경적인 지속성의 11가지다. 이러한 디자인 원칙은 이후에 적정기술 제품을 디자인하는 기본 원칙이 된다.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basic human needs) 또는 긴급 재난과 관련된 적정기술 제품의 경우에는 필요 시 무상 지원이 될 수도 있다.6
적정기술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적정기술 프로젝트를 통해 현지인들의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우리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정기술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사용자의 필요(desirability), 기술적인 구현 가능성(feasibility), 적절한 비즈니스 플랜(viability)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7 이 중에서도 사용자의 필요에 대해 공감(empathy)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우리가 아는 상식의 범위에서 개도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폴 폴락은 그의 최근 저서에서 이러한 경향에 경종을 울리면서 ‘제로베이스 설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제로베이스 설계란 ‘기존의 제품이나 생산 과정에 대한 일체의 선입견을 모두 지우고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설계’를 의미한다.8 개도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적정기술 제품 개발에서 현지의 상황과 현지인의 필요에 대한 공감(empathy)이 중요하다는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자.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D-School, 공식 명칭은 하소플래트너디자인연구소)에는 ‘Entrepreneurial 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라는 적정기술 과목이 있다. 이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네팔에 조산아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없어서 유아들이 저체온증으로 많이 사망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9 이들은 처음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인큐베이터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서 네팔의 종합병원에 적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를 설치하기 위해 네팔을 방문한 학생들은 네팔의 조산아들이 대부분 전기가 없는 시골 마을에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으로 돌아온 학생들은 왁스 형태의 물질을 데워 온도를 유지하는, 전기가 필요 없는 ‘Embrace’라는 워머를 개발했다. 또한 현지인들이 디지털 온도계를 잘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워머가 적정 온도에 도달하면 ‘OK’ 사인이 뜨도록 설계했다.
현지의 사정과 현지인의 필요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이유로 적정기술을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한국의 기업에 개도국 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빈다라잔과 트림블은 그들의 저서 <리버스 이노베이션>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10 그들에 따르면 개도국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은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만든 제품의 성능을 다소 떨어뜨리고 가격을 낮춘 제품이 아니라 처음부터 개도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린 제품이다.그들은 또한 글로벌 기업에 개도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개도국 시장을 놓치면 이 시장을 정복한 개도국의 신흥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 시장도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러한 혁신을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고 명명했다. 그들은 개도국 시장에서의 혁신을 바탕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성공한 글로벌 기업으로 GE헬스케어를 예로 들었다. GE헬스케어는 2001년부터 인도 시장을 위해 고성능 심전도기(EGG)를 개발했지만 판매가 잘되지 않았다. GE헬스케어는 백지상태에서 실시한 고객 니즈 평가를 바탕으로 인도에서 필요한 심전도기는 최고의 성능을 지닌 고가의 제품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는 초저가 제품이란 것을 깨닫고 2007년에 저렴한 가격의 MAC 400을 인도 시장에 출시,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인도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능을 약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선진국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GE 외에도 펩시코, 로지텍, P&G 등 유수한 글로벌 기업들이 역혁신에 성공했다.
2013년 12월 한밭대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 인간중심 문제해결 경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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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대회에서 발표된 해결책.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전한 과일 껍질 깎기, 개량된 가방, 여름철 취사장 더위 해결을 위한 앞치마, 개량된 물 분필, 개량된 식판
인간중심 문제해결 교육 모습
청소년 적정기술 프로젝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지 사정에 적합한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처한 상황과 필요에 공감할 수 있는 숙련된 개발자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적정기술은 인간중심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적정기술에 대한 교육이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인성 등의 함양에 매우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2012년 8월 한밭대에서 ‘제1회 청소년 적정기술 캠프’를 개최했다. 여기서 적정기술에 대한 강의, 적정기술 골든벨 대회, 아프리카 학생들과 함께 태양열 조리기 제작, 각 학교의 적정기술 동아리 소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적정기술 개발의 첫 단계인 ‘공감하기’ 부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개도국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실패를 교훈 삼아 2013년 7월에는 ‘인간중심의 문제 해결자 되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제2회 청소년 적정기술 캠프’를 개최, 학생들이 주위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들이 인간중심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한 단계는 ‘공감하기-문제정의-아이디어 내기-프로토타입-시험하기’의
5단계다.11 이를 바탕으로 2013년 12월에 한밭대에서 ‘제1회 청소년 인간중심 문제해결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도출, 이를 해결한 경험을 공유하게 했다.12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여름철 조리실 복장 개선, 책가방 개선, 식당 식판 개선 등의 문제를 스스로 도출하고 이를 해결했다.13 현재는 2014년 8월30일 최종 결선을 목표로 ‘제2회 청소년 인간중심 문제해결 경진대회’가 전국에서 51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 중이다.
적정기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출된 해결책이 현지인의 필요-기술적 구현 가능성-효율적인 비즈니스 플랜의 삼박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된다. 이 중에서도 현지의 사정과 현지인의 필요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이유로 적정기술을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공감하는 능력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는 게 아니다. 청소년기부터 타인이 처한 상황과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는 훈련을 해야만 이런 능력이 계발될 수 있다. 이런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면 현지 사정을 감안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제로베이스 설계’가 가능해지며 이는 기업의 역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모든 문제 또는 해결책의 중요한 관점은 인간이다.
홍성욱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suhong@hanbat.ac.kr
필자는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학사 및 석사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고분자공학 전공으로 박사를 받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거쳤다. 현재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장과 적정기술미래포럼 대표, 적정기술 관련 국내 유일의 논문집인 <적정기술>의 발행인 겸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공저)> <인간중심의 기술 적정기술과의 만남(공저)>, 역서에 <공학은 인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