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MG적정기술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소외된 90%를 위한 기술, ‘적정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구호단체나 자선단체에서 베푸는 일방적인 기여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지역도 성장하고 기업도 돈을 버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적정기술 개발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현지에서 현지인과 함께 시장 상황을 조사해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선행 기술 개발, 사업 모델 발굴, 적정기술 보급 단계가 뒤따른다. 마지막은 적정기술에서 나온 성과를 통해 현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장기적 성장 모델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빈곤 때문에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적정기술’이 만들어졌다. ‘착한기술’로도 불리는 이것은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싼값으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세계 구호단체를 중심으로 기부, 호혜의 목적으로 시작했던 적정기술이 최근에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에도 10여 개가 넘는 적정기술 사회적 기업이 있다. 그중에서도 MG적정기술네트워크는 국내에서 적정기술 디자인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적정기술 기업과 달리 개도국에 센터를 설립해 주민들과 교류하고 현지에서 고용을 창출한다. MG적정기술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이정훈 MG적정기술네트워크 대표를 만났다.
동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정훈 MG적정기술네트워크 대표는 금융 IT 솔루션 기업 핑거의 미래전략본부장을 지냈다. 재능기부를 위해 캄보디아를 찾았다가 깊은 인상을 받고 올해 4월 적정기술 사회적 기업을 만들게 됐다. 평소 IT산업, 기업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여전히 적정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MG적정기술네트워크는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가.
MG적정기술네트워크는 적정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으로 주로 개도국에서 활동한다. 적정기술 보급과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 주요 업무다. 전반적인 업무는 국내 다른 적정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에 직접 적정기술센터를 운영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적정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10월 라오스에서도 새 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센터의 운영원칙은 현지에서 현지인과 함께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지 고용을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으며 제품 개발에서도 현지화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만갑 MG적정기술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캄보디아에 상주하며 센터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몽골 국립과학기술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G-세이버’라는 축열 난방 장치를 개발한 ‘국내 적정기술 1호 개발자’다. 2011년부터 김 대표 중심으로 운영되던 현지센터는 올해 4월 MG네트워크적정기술 법인 설립과 함께 정식으로 주식회사가 됐다. 김 대표 외에 직원 35명은 모두 현지인이다.
MG적정기술네트워크의 경쟁력은 적정기술을 활용해서 농산가공품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적정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주로 현지 주민이 적정기술 제품을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생산성을 향상시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적정기술 단체인 IDE나 킥스타터의 사업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적정기술을 개발해 구호단체나 자선단체의 지원을 받아 싼 값에 제품을 보급한다. 반면 MG적정기술네트워크는 현지에서 생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적정기술로 처리한 농산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환경친화적 방식으로 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현지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델은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다른 개도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보니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는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기여 형태를 띠었던 기존의 적정기술 방법론보다 체계화된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MG적정기술네트워크의 방법론은 외부의 원조 없이 자체 수익을 통해 지속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MG적정기술센터는 올해부터 정부나 외부 단체의 지원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센터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 운영된다. 적정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도 여전히 자선단체나 구호단체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비교하면 괄목한 만한 성과다.
MG적정기술센터가 외부 지원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 과정은.
캄보디아에 있는 MG적정기술센터는 100여 가구, 1400여 명이 사는 껀달주 비니에르으군 비히어투멍면이라는 곳에 있다. 수도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캄보디아에서도 낙후된 지역 중 하나다. MG적정기술센터가 지금에야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2011년 처음 이곳에 센터 문을 열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센터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 모델을 완성하기까지 들어간 비용도 수억 원이 넘는다.
센터의 시작은 정부의 ODA 사업이었다. 캄보디아에서 ODA 사업을 하던 정부 쪽에서 먼저 당시 캄보디아 과학국립기술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김 대표에게 자문을 부탁했다. 처음은 주로 소각장을 만드는 일을 했다. 현지에서는 사탕수수 찌꺼기나 쌀을 수확하고 남은 쌀겨 등이 아무 곳에나 버려져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켰기 때문에 소각장이 꼭 필요했다. 단순 자문 역할이었지만 김 대표는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초창기 손에 꼽을 정도였던 소각장 수가 크게 늘어났고 직원들의 수도 많아졌다.
지난해부터는 모링가도 재배해 포장, 판매한다. 세계 각지에서 모링가가 응급처치약이나 건강식품으로 쓰인다는 것을 안 김 대표는 모링가 재배를 제안했다. 모링가는 열대·아열대 기후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잘 자라는데, 캄보디아만큼 적합한 생산지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나지 않는 것, 현지에서 많이 생산되지만 처리가 어려운 것, 건강에 유익한 것이냐를 고려해 모링가를 재배하기로 선택했다. 같은 이유에서 여주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식물성 인슐린이 많아 ‘천연 인슐린’으로 유명한 여주는 당뇨와 성인병에 좋은 식품이다.
상품화를 결정했지만 그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생산된 모링가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햇볕이 강한 동남아 국가에서 건조가 왜 문제가 되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건조가 가장 큰 문제다. 우기 때는 비가 와서, 건기 때는 미세먼지 때문에 좋은 건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도 않아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2모작을 한다고 해도 건조문제로 제대로 된 상품을 내놓기가 힘든 형편이었다. 이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민 끝에 김 대표는 한국식 온돌을 생각해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소각장의 열을 이용해 모링가를 건조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건조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연건조나 기계건조 방식을 택했을 때보다 훨씬 질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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