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데이터,아는 만큼 보인다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분석비법을 말하다

 

당황스럽다. 데이터 분석의 비법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질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분석으로 옮겨가고 있다. GIS 분석가라는 특이한 이름 때문일까. 뭔가 특별한 분석비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부나 경영의 비법을 묻는 것처럼 대답하기 막막하다. 하긴 질문자의 심정도 이해된다. 곳곳에서 빅데이터, 분석역량, 창의적 해석에 대한 요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질문에 거장들은 무엇이라 대답할까? 소설가 조정래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어본다. 작가생활 40년을 맞아 청년들을 위한 책을 썼다. 그간 젊은 독자들이 던진 질문은 500여 가지. 가장 많이 반복되는 질문은 짐작대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작가의 40년 경험과 명성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독자들이에계∼” 할 거란 작가의 예상처럼 비법은 따로 없었다. 한국은비법족집게’, ‘단기완성에 중독된 사회다. 기본기를 오래 쌓아가는 정상적인 방법론이 외면당하기 일쑤다.

 

글쓰기에 관한 기본기를 들어보자. 첫째는 작가로 성장하는 4단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인 구양수의 제안을 재해석한 것이다. 조정래는 소설가의 생애를소설가가 되는 입문의 단계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는 입신의 단계새 작품을 기다려주는 확고한 독자층이 구축된 성숙의 단계부동의 사회적 위 치가 굳어진 결실의 단계로 구분한다. “이 네 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대강 4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리며 작품도 중·단편, 장편을 합해 200여 편 이상 써야 합니다.”1  40년 세월에 작품 수 200편이라니에계∼”가 아니라아이쿠!” 하며 뒤로 넘어질 지경이다.

 

삼다(三多), 다독·다작·다상량은 중국 시인 구양수의 노하우다. 조정래는 순서와 비율을 재해석했다. 순서를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다작(多作)으로 바꾸고 각각의 비율을 404020으로 제안했다. 이미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을 많이 읽는 데 40%, 읽은 시간만큼 그 작품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는 데 40%, 합계 80을 먼저 하란다. 그런 후에 마지막 단계로 글쓰기에 20%를 할애해 보라고 권한다. 80만큼 채워가며 20만큼 쓰라는 조언이다.

 

데이터 분석에도 같은 기본기를 적용하면 어떨까? 분석역량도 입문, 입신, 성숙, 결실의 단계를 밟아 나가리라 본다. 분석도 단편, 중편, 장편을 두루두루 오래오래 실행하는 여정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훌륭한 분석자료를 다독하고, 분석내용을 다상량하며, 자신의 생각으로 다작하는 것이다. 꾸준히 80만큼 채우는 바탕 위에 20만큼 분석해볼 일이다.

 

 

분석의 입문단계

 

영화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그림 1) 그가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2010 <포브스>지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행성 높은 스타 1위로 윌 스미스를 선정했다. 프로듀서, 감독 포함 150여 명의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영향력을 측정한스타 커런시(Star Currency)’ 리스트를 발표했다. 투자 매력도, 박스오피스 성공률, 다양한 관객통계를 기초로 스타들의 종합평점을 매겼다.

 

윌 스미스는 10점 만점을 얻어흥행 보증수표’ 1위로 인정받았다. 그 뒤를 이어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가 9.89점으로 나란히 공동 2위를 기록했다. 6위 톰 행크스, 7위 조지 클루니, 8위 덴젤 워싱턴, 9위 맷 데이먼, 10위 잭 니콜슨순이었다. 포브스 미디어의 존 버만 이사는윌 스미스는알리’ ‘세븐 파운즈’ ‘행복을 찾아서등 어떠한 장르의 영화도 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저 운이 좋았을까. 윌 스미스가 비법을 공개했다. 그가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슈퍼스타가 됐는지 말이다. 원래 그는 래퍼(rapper)였다. 1980년대 말 랩뮤직으로 주목을 받아 TV 시트콤에 우연히 출연하게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은 1990년이다. 무명배우였던 시절, 윌 스미스는 매니저와 마주 앉아 질문을 던졌다. 미국 영화관객들은 어떤 영화를 좋아하지? 질문만 던진 것이 아니라 직접 분석을 시도했다.

 

패턴을 찾았다. 먼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0년 동안 상위 10위권에 오른 영화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모두 100편이다. 그는 매니저와 마주 앉아 리스트를 유심히 분석했다. “나는 패턴을 연구했다. 가장 흥행한 영화 10편 중의 9편은 특수효과가 나왔다. 10편 중 8편에 외계인이나 특이한 생명체가 나왔고, 7편에 러브스토리가 있었다. 당연히 흥행작에 출연하고 싶으면 특수효과, 외계인, 러브스토리가 섞여 있는 영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영화를 찾아 출연하려고 노력했다.”2

 

패턴연구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가인디펜던스데이’ ‘맨인블랙’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나는 전설이다’ ‘아이 로봇’ ‘핸콕’ ‘애프터 어스에 출연한 이유다. 대부분의 출연작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패턴연구가 관람객 수로 증명된 셈이다. 예외도 있다. ‘알리’ ‘행복을 찾아서’ ‘세븐 파운즈’ ‘Mr. 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는 특수효과나 외계인과 거리가 멀다. 이것은 그저 예외적인 작품들인가.

 

윌 스미스는 두 번째 패턴 연구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슈퍼스타들을 연구한 것이다. 톰 행크스와 톰 크루즈가 연구대상이었다. 그들에게도 패턴이 있었다. 그들이 계속 흥행작에만 출연한 것이 아니었다. 때론 흥행과 무관하지만 예술성 높은 작품,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 인생의 근본문제를 다루는 화제작이나 유쾌한 코미디 작품, 가족애를 다루는 감동적인 작품에 꾸준히 출연한 것이다. 윌 스미스가 작품성 높은 영화에 출연한 배경이다.

 

훌륭한 분석에 반드시 복잡한 수학이나 고난도의 통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훌륭하고 적절한 질문 하나가 분석결과를 근본적으로 좌우한다. 윌 스미스는 옳은 질문을 던졌고 옳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했다. 최고 흥행작과 최고 배우에게 어떤 패턴이 숨어 있는지를 분석해냈다.3  그는 직관 대신 목적의식적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윌 스미스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교훈은 그가 자신의 열망만으로 영화시장을 본 것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영화와 어떤 배우를 보고 싶어 하는지 탐구한 점이다.

  

 

분석의 입신단계

 

배우의 성패를 관객이 정한다면 사업의 성패는 고객이 정한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오경란 대표는 한동안 울고 또 울었다. 경남 김해시 동상동 구도심지의 전통시장에 가게를 냈다. 동상시장에 스무 평 남짓유성정육점을 열어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지만 2008년 이후로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김해시는 2004 40만 명이던 인구가 2013 52만 명으로 10년 동안 22%가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인구는 5% 증가했다. 전국 평균의 다섯 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왜 동상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걸까?

 

 

<지도 1>은 김해시의 2000년 기준 인구밀도를 보여준다. 지도 중앙에 동상동이 있다. 동상동은 김해시의 구도심이다. 이미 2000년에 동상동의 인구밀도는 외동, 어방동, 삼방동, 구산동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지도 2>는 김해시의 2010년 인구밀도를 보여준다. 10년 사이 김해시의 인구밀도는 삼계동이 크게 부상하며 외동과 더불어 양대 밀도축을 형성하고 있다. 아파트가 밀집한 곳을 중심으로 대형마트들이 출점했다. <지도 2>에서 동상동은 다섯 개의 대형마트에 둘러 쌓인 형국이다. 동상동에 위치한 유성정육점의 운명이 엇갈리게 되는 배경지도인 셈이다.

 

 

김해의 중심상권이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옮겨가고 신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동상시장의 100여 개 점포가 집단적으로 위기에 빠졌다. 유성정육점의 매출은 반토막 나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빚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왔다. 속상해 눈물도 많이 흘리던 어느 날, 오 대표는 대형마트가 얼마나 좋은지 한번 가보기로 했다. 대형마트에 가봤더니 눈이 번쩍 뜨이더란다. “나 같아도 우리 가게에서 고기를 안 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오 대표는 조그만 노트를 들고 다시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점포의 조명, 상품 진열, 직원들의 옷 매무새와 표정까지 꼼꼼히 메모했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이나 장사가 잘된다는 시장까지 답사했다. 김해시와 인제대 등을 돌며상인대학강좌를 듣고 교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오 대표는 빚을 5000만 원 내 가게를 완전히 리모델링했다. 조명을 환하게 하고 원산지·가격 표시판도 설치하고 손님의 눈으로 가게를 완전히 바꾸려 했다.

 

오 대표가 가게를 리모델링했지만 김해공단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손님이 조금 늘었을 뿐 옛 고객들이 돌아오진 않았다. 당시는 외국인 근로자라고 업신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 대표는 똑같은 손님으로 대접했다. 오 대표가 정성을 쏟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오 대표는 아예 외국인 근로자 시장을 파고들자고 맘먹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를 직접 찾아가 전통시장을 돌아봤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신국별로 무슨 고기를 좋아하는지 현지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나라별로 선호 부위가 다르다는 걸 알아냈다. 중국인은 돼지고기의 잡뼈··기름 등을 좋아하고,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인은 소창·대창 등을 필요한 양만큼만 사더란다. 우즈베키스탄인은 소의 염통이나 밥통 같은 내장과 소기름을 좋아한다. 오 대표는 돼지나 소의 부위별 상품을 준비해 별도의 진열대를 마련했다.

 

오 대표는 공짜를 좋아하는 중국인에겐 돼지기름을 덤으로 주고 알뜰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1000, 2000원 하는 식으로 포장 판매를 시작했다. 오 대표는 김해시나 가까운 도시에서 개최하는 각종 상인 관련 워크숍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또 중국·베트남·캄보디아어 등 5∼6개 외국어로 간단한 인사말이나 계산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4

 

2008년 대비 2013년 김해시 전체 인구는 47만 명에서 52만 명으로 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김해시 거주 외국인은 11772명에서 15662명으로 무려 33%가 증가했다. 2008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몽골의 근로자들이 대폭 늘어났다. 김해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만 명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인구 52만 명과 비교하면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3%의 외국인을 새로운 고객으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자 유성정육점의 운명이 달라졌다.

 

숲도 보고 나무도 봐야 한다. 김해시 유성정육점 사례는 도시 전체와 작은 인구집단의 변화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도시 전체 52만 인구의 변화를이라고 한다면 그중 3%에 해당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미세한 변화는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김해시 신도시 신상권은 구도심 전통시장의 운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 변한 것이다. ‘의 변화는 유성정육점에 위기를 불러왔지만 동시에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줬다. 이제 유성정육점 오경란 대표는 변화의 파도를 타고 넘는 노련한 선장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변화가 오더라도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입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분석의 성숙단계

 

추신수는 홈런을 2009년에 20, 2013년에는 21개 쳤다. 홈런 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홈런의 방향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다. <그림 2>에서 45°∼60° 구간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2009년 추신수는 45°∼60° 구간에서 6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2013년에는 1개도 없다. 두 번째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곳은 110°∼135° 구간으로 3개에서 7개로 늘었다. 60°∼75° 구간은 5개에서 8개로 늘었다. 타석에서 바라볼 때 우측 담장에서 좌측 담장으로 홈런 수가 크게 이동했다. 2009년 좌측 담장(90°∼135°) 홈런 6개가 2013년에는 11개로 약 2배가 늘었다.

 

좌타자 추신수가 몸쪽 공을 당겨 칠 때 45°∼60° 구간의 홈런은 늘어난다. 2011년 몸쪽 공에 손가락이 골절되면서 추신수는 한동안 몸쪽 승부에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몸쪽 공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 정도다. 2013년 추신수는 왼손 투수의 몸쪽 공에 매우 약한 기록을 보였다. 이런 콤플렉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김성근 감독의 조언을 들어보자. “이건 콤플렉스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죠. 기술적으로 모자라니까 자기 스스로가 몰려들어가죠. 아무래도 연습밖에 없겠죠. 몸에 맞더라도 볼 자체를 피하지 않고 덤벼 들어가는 자세는 잘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5

 

김성근 감독은 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초대회장을 맡았다. “스포츠를 깊고 크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프로라고 생각됩니다. 스포츠는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힘은 실력과 기술, 보이지 않는 힘은 전력분석입니다.” 김 감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소들을 찾아내어 분석에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분석형 인재라고 강조한다. 경기를 분석하고 보이는 힘으로 그 다음 승부에 임해야 승리할 수 있는데 그것이 진정한 전력분석이라고 했다.

 

김성근과 김인식을 초대해야구 감독론에 관한 대담이 열렸다. “데이터는 무조건 다 보게 돼 있다. 데이터 없이는 한 경기를 치르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이 야구의 전부라면 야구는 쉬울 것이다. 숫자와는 상관없이이때다’ ‘이것이다싶을 때가 있다. 그게 바로 경험에 의한 직관이 아닌가 싶다.” 김인식 감독이 말하자 김성근 감독은데이터가 머릿속에 있으니까, 직감으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다. 가끔 홈런 치는 타자는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다. 기준으로 삼을 것이 없다.” 데이터의 지속적인 패턴분석이 중요함을 강조한다.6

 

 

 

2010년 한국시리즈 이야기다. 김성근 감독은 양 팀 선수들의 1년치 데이터를 분석했다. 상대팀과의 1년치 경기영상만 해도 54경기였다. 모든 경기에 대한 확인작업을 전력분석팀에 지시했다. 한 경기당 평균 3시간을 적용하면 162시간으로 24시간 내내 영상만 본다 해도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분량이다. 영상분석은 그저 쳐다 보기만 한다고 저절로 이뤄질 수 없다. 중간중간 기록하고 멈추고 다시 보고 또 다시 보며 패턴을 찾아야 한다. 부분부분 분석자료를 편집하면 네다섯 배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상대팀과 맞붙었던 영상자료에서 답을 얻지 못하면 다른 팀과의 경기영상이나 자료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프로야구는 팀당 1년에 약 130경기를 치른다. 그중에서 필요한 자료를 골라내야 한다. 한국시리즈 준비기간에는 며칠 밤을 새워도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1년간의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가장 최신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경기 내용을 일일이 확인한다. 과거의 데이터로 기둥을 세우고 오늘의 데이터로 바닥을 다져 내일의 승리로 가는 다리를 만든다. 분석결과와 선수들의 플레이가 맞아떨어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SK는 전적 4-0으로 군더더기 없이 무패 4연승으로 완벽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분석과 플레이가 만나 압승을 만들어 냈다. 이는 김성근 감독이 실시한 전력분석이 실전에서 거의 100% 적중했다는 뜻이다. 김성근 감독이 2007∼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세 차례 우승한 비결은 상대와 자기팀을 속속들이 해부한 전력분석에 있었다. 프로페셔널 중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김 감독이 오른 배경이다.7

 

분석의 결실단계

 

그가 돌아왔다. P&G 10년 동안 이끌다 물러난 지 4년 만이다. 책을 쓰고 강의를 다니던 A.G. 래플리가 2013년 다시 CEO로 돌아왔다. 첫 번째 CEO 재임기간 매출 2, 순이익 4, 매출 1조 원 규모 브랜드는 10개에서 25개로 늘어났다. 래플리는 에디슨 혁신상, 워렌베니스 리더십 대상, 제조업 명예의 전당, 경영자 명예의 전당 등에 헌정됨으로써 2010년대 들어 가장 주목받는 경영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래플리는 로저 마틴(Roger Martin)과 기념비적인 저작을 출간했다. <승리의 경영전략(Playing to Win)>은 경영현장에서 변화와 성과를 일궈낸 생생한 전략이 담겨 있다. (그림 3) 첫 장을 넘기자 헌정문구가 또렷하게 박혀 있다. “이 책은 멘토이자 친구였던 피터 드러커(1909∼2005)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A.G. 래플리는 서슴없이 스스로를 드러커의 광팬이라고 말한다. 1999 P&G의 소수 임원들과의 비공식적인 브레인스토밍 자리에 참석한 피터 드러커에게 한마디 언급해달라고 요청했다.

 

P&G 조직혁신 2005’를 묵묵히 듣고 있던 피터 드러커가 입을 뗐다. “P&G 같은 회사가 다음 10년 혹은 15년 후 부딪힐 가장 큰 기회와 위험은 인구구조, 소비자 세분화, 유통채널의 변화입니다. 그렇게 되면 항상 새로운 고객이 필요해질 텐데 P&G는 여전히 내부에서 외부를 보고 있어요. P&G가 보는 것은 어제의 풍경입니다. 외부에서 내부를 쳐다보면 변한 것은 P&G가 아닙니다. 변한 것은 풍경입니다.”8

 

P&G의 전략에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 채워진 채 외부시장과 고객변화에 대한 분석이 취약하다고 드러커는 우려를 표했다.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뒤따랐다. 래플리는 매일매일 출근하며우리의 보스는 누구인가묻고 또 물었다고 회고한다. ‘고객이 보스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모든 전략논의의 상석에 고객을 앉히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중심으로 P&G 전략을 재정립했다고 강조한다.

 

뛰어난 분석의 출발점은 목표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시간, 예산, 데이터는 언제나 부족하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분석결과도 모호하다. 분석목표를 정하는 것과 동시에 분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최대한 데이터를 모아 최대한 분석하려는 과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목표가 정해지면 버릴 데이터와 반드시 확보해야만 할 데이터의 목록이 확정된다. 래플리는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에 분석의 초점을 맞췄다.

 

훌륭한 분석가는 고정관념의 반대편에서 세상을 본다. 래플리의 전략 프레임처럼 조직 내부의 전통적인 고정관념의 반대편인 고객의 관점에서 다시 현상을 재해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비본질적인 것들을 걷어 내고 핵심을 장악해야 한다. 드러커의 질문법으로 돌아가보자. 외부의 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며 무엇을 바꿀 것인가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의해 P&G는 당장 식품 부문을 매각하고 미용 부문을 강화했다.

 

 

탁월한 분석의 네 바퀴

 

21세기 경영학의 창시자(포브스), 경영이론의 개척자(뉴욕타임스), 경영구루들의 스승(McKinsey Quarterly),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월스트리트저널). 피터 드러커를 일컫는 표현들이다. 국제법을 전공한 드러커는 어떻게 경영 분야에서 최고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을까?

 

“자기계발의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사 과정 학생이 강의 도중 드러커에게 질문했다. 드러커가 들려주는 비법에 대해 또다시에계∼’ 할지 모른다. 그는 네 가지 자기계발 수단을 사용했다고 대답했다. 읽고, 쓰고, 듣고, 가르치는 것이다.9  드러커는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읽고 쓰고 강의하고 컨설팅을 했다. 그는 자신의 분야를 막론하고 관심사와 학문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의 원천으로 폭넓은 독서를 강조했다. (그림 4)

 

“나는 3년 또는 4년마다 다른 주제를 선택한다. 그 주제는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 매우 다양하다. 3년 정도 공부한다고 해서 그 분야를 완전히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 그 분야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나는 60여 년 이상 동안 3년 내지 4년마다 주제를 바꿔 공부를 계속해 오고 있다.”10  드러커가 저술한 39권의 책들 중 3분의 2는 그가 65세를 넘긴 후에 출판됐다.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통합되면서 더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다독’과다작만으로 거장이 될 수 있을까? 드러커는 경영 분야에서 어떤 전문가가 될 것인지 전략적다상량도 빠뜨리지 않았다. “내가 경영학 분야에서 혁신가로서 성공한 것은 (경영학 전반에 대해) 분석을 한 데 기인한다. 경영학과 관련된 필요한 지식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드러커의 분석에 의하면 1940∼1950년대에 경영학에 관한 분야별 지식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으며 절반가량은 다른 학문 분야에 속해 있었다.

 

드러커는 분석을 통해 경영학에 어떤 핵심지식이 빠져 있는지를 파악했다. “예컨대 기업의 목적, CEO의 과업과 구조, 경영전략, 부문별 목표, 그 외에도 많다. 나는 그와 같은 지식들을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이런 분석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분석이 이토록 중요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자신이 참여한 분야에 대해 총체적으로 분석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도 언급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만함이야말로 분석의 최대의 적인 셈이다.11

 

빅데이터 시대의 분석법

 

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그 데이터들은 전략의 일부분이 돼야 하고, 가정들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비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빅데이터의 특징으로 언급되는 데이터의 규모, 생성속도, 다양한 형태에 분석의 본질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나요? 빅데이터를 잘못 이해하면 CRM 유행처럼 시스템 도입만 강조되고 활용은 경시되던 거품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CRM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에 관한 통찰이 중요하고, 데이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과 적용이 중요합니다.” 송상영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빅데이터에 관한 논의가 단지 시스템 발주나 관련 소프트웨어 도입으로 왜소해지는 것을 우려한다. 한때 유행처럼 논의만 무성하다가 정작 제대로 실험도 하지 않고별거 아닌 거품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데이터만큼 오래된 데이터도 중요하다. 빅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작은 데이터도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툴만큼 수작업의 메모도 중요하다.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만큼 현장의 생생함도 중요하다. 빅데이터에 관한 논의만큼 직접 분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분석을 수행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현장으로 나가서 직접 보고, 질문하고, 경청해야 한다. 때로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도서관의 서가를 둘러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성공적인 분석을 하려면 자신의 좌뇌와 우뇌 모두를 이용해야 한다. 숫자를 살펴봄과 동시에 사람도 관찰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문장은 조선시대에서 왔다.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보는 자, 모으는 자가 있다. 한갓 쌓아두는 것이라면 잘 본다고 할 수 없다. (…) 그림의 묘()란 사랑하는 것, 보는 것,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잘 안다는 데 있다.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하는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 내가 석농과 가까이 지내게 된 것은 그림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사랑하는 그의 태도에 있었다.”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유한준의 발문에서도 분석에 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단지 쌓아둘 것이 아니라 잘 이해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발굴해서 의미 있는 분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분석이란 쉽고, 짧고, 간단하고, 흥미로운 구성을 가져야 한다. 멋 내려고 어려운 단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분석방법을 나열하는 것은 하수의 분석일 것이다. 좋은 분석은 시사점이 저절로 우러나와 실행력으로 전환돼야 한다. 치장한 분석은 사람들이 먼저 알아 본다. 별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