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The Sandberg effect: why women are asking mor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08년 초 페이스북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구글(Google)의 부사장이며 전 미국 재무부 수석 보좌관이었던 세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를 페이스북의 새로운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거의 두 달 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페이스북의 사명과 미래를 논의했다.
마침내 저커버그가 샌드버그에게 COO 자리를 제안했다. 그녀는 그 제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그녀의 자서전 <린 인(Lean In: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에 쓴 것처럼 그녀는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제안을 바로 수락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망설였다. 도도하게 굴다가 저커버그에게 반감을 사면 어떻게 하지?
샌드버그가 제안을 수락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매제가 한 말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이런, 세릴! 왜 남자와 똑같은 일을 하고 돈은 적게 받으려고 하죠?
샌드버그는 저커버그에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저커버그가 그녀에게 협상 팀을 맡기려 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번이 당신과 내가 테이블의 서로 다른 편에 앉아 있는 유일한 경우가 될 겁니다”라고 말하며 샌드버그는 그녀가 원하는 바를 설명했다. 다음날 저커버그는 훨씬 더 좋은 조건을 들고 그녀를 찾아왔다.
여성들이 리더의 자리를 열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인 샌드버그 자서전에 소개된 것과 같은 이런 이야기들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회를 거절하는 여성들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새로운 역할이나 정당성을 찾아간다.
‘성공한 여성은 미움을 받는다’라는 챕터에서 샌드버그는 뉴욕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프랭크 플린(Frank Flynn)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캐머런 앤더슨(Cameron Anderson)의 실험을 예로 들며 전문직 여성들이 만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소개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외향적이고, 넓은 인맥을 가졌으며, 성공한 벤처투자가에 대한 소개글을 읽는다. 참가자 중 일부는 그 투자가의 이름이 하워드(Howard)라고 듣고 나머지는 하이디(Heidi)라고 소개받는다.
하워드나 하이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참가자들은 동일한 소개를 바탕으로 그 둘을 똑같이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하워드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평가한 반면 하이디는 이기적이며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런 연구는 우리가 성공한 여성에 비해 성공한 남성에게 좀 더 호의를 갖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왜일까? 남성이 업무에 집중할 때 그들은 투지와 결단력이 있는 부양자로서 남성의 전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직장에서 추진력과 결단력을 보이면 이는 섬세한 모습으로 무리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성에 대한 전형을 깨뜨린다.
이런 딜레마를 안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이 곧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직감한다. 자신을 위해 협상한 대가로 동료들로부터 미움을 사는 형태로 말이다. 연구는 이 예상이 참임을 증명한다. 하버드대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Kennedy School of Government)의 해나 라일리 보울스(Hannah Riley Bowles)와 동료들은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이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여성과 같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던 여성들에 대해서 호감을 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때문에 여성들이 높은 연봉과 승진, 누구나 맡고 싶어 하는 일을 두고 남성이 비해 소극적으로 협상한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스럽지 않은 행동이 가져올 역풍을 두려워한다.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여성들이 스스로를 옹호하도록 하는 샌드버그의 탐구가 어쩌면 이미 일터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울스는 수많은 여성들이 <린 인>을 읽고 난 뒤 더 높은 보수와 커리어상 목표를 두고 협상할 새로운 에너지를 느낀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보울스와 그녀의 동료들이 공동체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부르는 것을 사용할 때 임금 인상이나 직장 내 혜택을 얻어낼 수 있다. 정당한 것처럼 보이는 요구를 설명하고 공동체적 관계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보수의 인상을 요구할 때 여성은 현재 역할에 비해 보상이 너무 낮기 때문에 상사가 더 높은 보상을 협상해보도록 조언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협상을 할 때 ‘생각은 개인적으로, 행동은 공동체적으로’ 할 것을 조언한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올해 제가 올린 실적이 좋았습니다”보다는 “올해 우리가 올린 실적이 좋았습니다”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임금 면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해 온 성차별을 모두를 위한 주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샌드버그는 여성이 전통적으로 남성보다 보수를 적게 받아왔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위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해보도록 조언한다. 이렇게 하면 여성들은 단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보울스는 <린 인> 자체가 임금이나 기타 업무와 연관된 목표를 향한 강한 주장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샌드버그의 주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여성들은 샌드버그 사례를 인용해서 잘 알려진 권위를 참고로 그들 주장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다.
샌드버그는 또한 여성 협상가들에게 ‘자기 이익을 주장하면서도 친절함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앤 아버의 미시간대 총장인 매리 수 콜맨(Mary Sue Coleman)은 이를 가리켜 ‘치열하면서도 상냥한’ 태도라고 표현한다. 관심과 감사를 표현하고 공통의 이익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샌드버그의 조언 대부분은 더 광범위한 협상 이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서로 협력하려는 태도야말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왜 여성만이 호감을 주고 공동체적으로 보이려는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는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샌드버그는 불공평한 것이 맞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불공평한 규칙과 기대를 고수하는 편이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는 하다. <린 인>은 여성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남녀 불문하고 관리자들이 채용이나 승진 과정에 성(性)적인 편견이 없는지 찾아보도록 권한다.
보울스는 여성을 고용할 의지가 있는데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첨단기술 기업의 남성 경영자 사례를 소개한다. 샌드버그의 메시지를 접한 후 그는 회사의 채용 자료를 꼼꼼히 검토했고 스타크래프트(Starcraft)와 같은 비디오게임 등 수많은 문구들이 회사를 ‘소년 단체’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을 발견했다.
보울스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 바꾸는 중이죠.”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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