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분석비법을 말하다
당황스럽다. 데이터 분석의 비법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질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분석으로 옮겨가고 있다. GIS 분석가라는 특이한 이름 때문일까. 뭔가 특별한 분석비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부나 경영의 비법을 묻는 것처럼 대답하기 막막하다. 하긴 질문자의 심정도 이해된다. 곳곳에서 빅데이터, 분석역량, 창의적 해석에 대한 요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질문에 거장들은 무엇이라 대답할까? 소설가 조정래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어본다. 작가생활 40년을 맞아 청년들을 위한 책을 썼다. 그간 젊은 독자들이 던진 질문은 500여 가지. 가장 많이 반복되는 질문은 짐작대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작가의 40년 경험과 명성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독자들이 “에계∼” 할 거란 작가의 예상처럼 비법은 따로 없었다. 한국은 ‘비법’과 ‘족집게’, ‘단기완성’에 중독된 사회다. 기본기를 오래 쌓아가는 정상적인 방법론이 외면당하기 일쑤다.
글쓰기에 관한 기본기를 들어보자. 첫째는 작가로 성장하는 4단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인 구양수의 제안을 재해석한 것이다. 조정래는 소설가의 생애를 ① 소설가가 되는 입문의 단계 ②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는 입신의 단계 ③ 새 작품을 기다려주는 확고한 독자층이 구축된 성숙의 단계 ④ 부동의 사회적 위 치가 굳어진 결실의 단계로 구분한다. “이 네 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대강 4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리며 작품도 중·단편, 장편을 합해 200여 편 이상 써야 합니다.”1 40년 세월에 작품 수 200편이라니 “에계∼”가 아니라 “아이쿠!” 하며 뒤로 넘어질 지경이다.
삼다(三多), 다독·다작·다상량은 중국 시인 구양수의 노하우다. 조정래는 순서와 비율을 재해석했다. 순서를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다작(多作)으로 바꾸고 각각의 비율을 40대40대20으로 제안했다. 이미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을 많이 읽는 데 40%, 읽은 시간만큼 그 작품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는 데 40%, 합계 80을 먼저 하란다. 그런 후에 마지막 단계로 글쓰기에 20%를 할애해 보라고 권한다. 80만큼 채워가며 20만큼 쓰라는 조언이다.
데이터 분석에도 같은 기본기를 적용하면 어떨까? 분석역량도 입문, 입신, 성숙, 결실의 단계를 밟아 나가리라 본다. 분석도 단편, 중편, 장편을 두루두루 오래오래 실행하는 여정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훌륭한 분석자료를 다독하고, 분석내용을 다상량하며, 자신의 생각으로 다작하는 것이다. 꾸준히 80만큼 채우는 바탕 위에 20만큼 분석해볼 일이다.
분석의 입문단계
영화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그림 1) 그가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2010년 <포브스>지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행성 높은 스타 1위로 윌 스미스를 선정했다. 프로듀서, 감독 포함 150여 명의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영향력을 측정한 ‘스타 커런시(Star Currency)’ 리스트를 발표했다. 투자 매력도, 박스오피스 성공률, 다양한 관객통계를 기초로 스타들의 종합평점을 매겼다.
윌 스미스는 10점 만점을 얻어 ‘흥행 보증수표’ 1위로 인정받았다. 그 뒤를 이어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가 9.89점으로 나란히 공동 2위를 기록했다. 6위 톰 행크스, 7위 조지 클루니, 8위 덴젤 워싱턴, 9위 맷 데이먼, 10위 잭 니콜슨순이었다. 포브스 미디어의 존 버만 이사는 “윌 스미스는 ‘알리’ ‘세븐 파운즈’ ‘행복을 찾아서’ 등 어떠한 장르의 영화도 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저 운이 좋았을까. 윌 스미스가 비법을 공개했다. 그가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슈퍼스타가 됐는지 말이다. 원래 그는 래퍼(rapper)였다. 1980년대 말 랩뮤직으로 주목을 받아 TV 시트콤에 우연히 출연하게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은 1990년이다. 무명배우였던 시절, 윌 스미스는 매니저와 마주 앉아 질문을 던졌다. 미국 영화관객들은 어떤 영화를 좋아하지? 질문만 던진 것이 아니라 직접 분석을 시도했다.
패턴을 찾았다. 먼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0년 동안 상위 10위권에 오른 영화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모두 100편이다. 그는 매니저와 마주 앉아 리스트를 유심히 분석했다. “나는 패턴을 연구했다. 가장 흥행한 영화 10편 중의 9편은 특수효과가 나왔다. 10편 중 8편에 외계인이나 특이한 생명체가 나왔고, 7편에 러브스토리가 있었다. 당연히 흥행작에 출연하고 싶으면 특수효과, 외계인, 러브스토리가 섞여 있는 영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영화를 찾아 출연하려고 노력했다.”2
패턴연구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가 ‘인디펜던스데이’ ‘맨인블랙’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나는 전설이다’ ‘아이 로봇’ ‘핸콕’ ‘애프터 어스’에 출연한 이유다. 대부분의 출연작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패턴연구가 관람객 수로 증명된 셈이다. 예외도 있다. ‘알리’ ‘행복을 찾아서’ ‘세븐 파운즈’ ‘Mr. 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는 특수효과나 외계인과 거리가 멀다. 이것은 그저 예외적인 작품들인가.
윌 스미스는 두 번째 패턴 연구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슈퍼스타들을 연구한 것이다. 톰 행크스와 톰 크루즈가 연구대상이었다. 그들에게도 패턴이 있었다. 그들이 계속 흥행작에만 출연한 것이 아니었다. 때론 흥행과 무관하지만 예술성 높은 작품,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 인생의 근본문제를 다루는 화제작이나 유쾌한 코미디 작품, 가족애를 다루는 감동적인 작품에 꾸준히 출연한 것이다. 윌 스미스가 작품성 높은 영화에 출연한 배경이다.
훌륭한 분석에 반드시 복잡한 수학이나 고난도의 통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훌륭하고 적절한 질문 하나가 분석결과를 근본적으로 좌우한다. 윌 스미스는 옳은 질문을 던졌고 옳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했다. 최고 흥행작과 최고 배우에게 어떤 패턴이 숨어 있는지를 분석해냈다.3 그는 직관 대신 목적의식적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윌 스미스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교훈은 그가 자신의 열망만으로 영화시장을 본 것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영화와 어떤 배우를 보고 싶어 하는지 탐구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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