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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틱 기술 대응전략

스마트셔츠가 마사지해주는 시대 경험컴퓨팅으로 리더가 되자

유영진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사례 1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CAD 작업을 하는 건축가 김태형 씨는 항상 어깨 통증으로 고생했다.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써 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물리치료와 진통제, 사무실 책상 옆에 항상 놓고 있는 마사지용 방망이에 의존하면서 살고 있었다. 집에 가면 아들이 가끔씩 해주는 어깨 안마가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새로 나온 어깨 통증 해소를 위한 스마트 셔츠를 입고부터는 어깨의 통증이 없어졌다. 이 옷은 최신 3차원 방직기계를 이용해서 반도체의 역할을 하는 conductive plastic(도전導電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 옷감과 나노스케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자석모터들로 이뤄져 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을 해서 내가 원하는 스케줄에 따라, 원하는 곳에 자기장과 약한 진동을 통한 자극으로 어깨의 통증을 없애주는 첨단 햅틱1  셔츠다. 어떤 날은 왼쪽 어깨 밑이, 다른 날은 오른쪽 어깨 위가 아프곤 하지만 이 햅틱 스마트 셔츠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진동을 보내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먼 미래가 아닌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일이다.

 

사례 2

 

골프를 좋아하는 황재진 씨는 언제나 그립이 문제라고 지적을 받아왔다. 아무리 코치를 받고 연습을 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골프실력은 항상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소개로 구입한 스마트 햅틱 골프클럽은구세주였다. 먼저 스마트 햅틱 클럽과 함께 따라 오는 앱을 자신의 스마트 폰에 설치했다. 이 스마트 햅틱 클럽을 이용해서 골프 스윙을 하면 골프 클럽을 잡는 그립의 교정을 진동으로 도와준다. 자신의 스윙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가장 적절한 그립을 찾은 뒤 그 위치를 작은 선으로 표시를 해 준다. 사람이 그 그립을 적절한 힘으로 잡았을 때 바로 기분 좋은 진동과 경쾌한 소리로 그립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여러 유명한 골프의 스윙과 그립을 클럽에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비디오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그들의 스윙을 본 뒤 그 스윙을 흉내내면 그립과 스윙의 결과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오고,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서 어느 부분을 고칠 수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유명한 프로골퍼의 스윙뿐 아니라 친한 친구들 간에도 여러 가지 스윙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컴퓨터에서 일상용품으로, 업무에서 삶으로, 그리고 전산에서 경험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디지털 기술은 조직 안에서 단순히 업무의 향상을 위해서 사용되는 기술이 아니고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 우리들 삶의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사용자들의 일상생활과 접목되면서 이를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기업들과 디자이너들은 사용자들이 컴퓨터와 상호작용 인터랙션(interaction)하는 방법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1980년대 초 애플의 맥킨토시를 통해 컴퓨터가 전문 프로그래머의 영역에서 일반 사용자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자 그때까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딱딱한 키보드와 명령어를 이용한 유저인터페이스는 아이콘과 마우스를 이용한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에 밀려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이 일상 삶의 제품 속에 녹아 들어가는 ‘internet of the things’ 혹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근본적인 기술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 기술 중 하나가 바로 햅틱 기술(haptic technology)이다. 햅틱 기술은 인간의 오감 중의 하나인 촉감을 통해서 컴퓨터를 통한 사용자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터치를 빼고는 현재 진행되는 변화와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현재까지는 무선전화기나 컴퓨터 조이스틱에 기초적인 햅틱 기술이 부분적으로 적용된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햅틱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의 창조 가능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술의 변화는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다루는 정보기술 업체뿐 아니라 이제까지는 디지털 기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전통기업들에도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햅틱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의복과 운동도구, 자동차 기술, 그리고 게임 및 그 외의 엔터테인먼트 장비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많은프로토 타입2 들이 디자인되고 시험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변화를 미리 생각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방향의 근간을 먼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이해를 토대로 향후 햅틱 기술의 발전의 방향을 추측해 보고 그것을 이용한 새로운 경험 디자인 전략의 틀을 생각해 봐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7가지 속성

 

디지털 기술의 바탕을 이루는 부품기술이 계속 발달하면서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은 보다 작아지고, 보다 강력해지고, 보다 적은 전원을 사용하면서, 보다 많은 데이터 양을 전송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원천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모양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혁신이 상용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컴퓨터와 통신장비에만 주로 사용되던 디지털 기술이 점차적으로 디지털 기술과는 관계가 없던비디지털상품 속에 녹아 들어 가고 있고 이와 같은디지털화(digitalization)’는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제품의 속성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디지털화된 제품은 다음과 같은 7가지 속성을 가진다.

 

1.프로그램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 -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

 

기존 제품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하면서 일어나는 첫 번째 변화는 그 제품이 프로그래머블해 진다는 것이다.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폰 노이만 박사는 디지털 기술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CPU에 데이터와 응용프로그램을 모두 임시적으로 저장해야 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그의 이론은 오늘날 컴퓨터 디자인의 기본바탕이 됐다. 오늘날 컴퓨터는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에 따라서 계산기도 되고, 타자기도 되고,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도 되고,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미디어 플레이어도 되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기도 되고, 혹은 책을 읽을 수 있는 e-book(전자책) 리더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 기존 제품들도 이전에 가질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기능을 가지게 된다.

 

2.자체 주소를 가진다 - 어드레서블(addressable)

 

현대 디지털 기술의 또 다른 특성은 모든 디지털 기기가 각각의 독특한 주소를 가진다는 것이다. 모든 컴퓨터에는 MAC address라는 것이 있다. MAC address를 통해서 네트워크상에서 컴퓨터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 스크린도 수없이 작은 픽셀(pixel·화소)들의 결합체다. 각각의 픽셀들은 각자만의 독특한 주소가 있고, 컴퓨터는 그 주소를 이용해서 온갖 이미지를 컴퓨터 스크린 위에 만들어 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집적도란 다르게 표현하면 제한된 공간 가운데 얼마나 많은 독특한 주소를 집어넣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스크린의 집적도가 올라가게 되면 같은 사이즈의 스크린에 그 만큼 더 많은 픽셀이 들어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이 비디지털 기술과 결합을 하게 되면 구분이 되지 않던 것들이 구분된다. 종이로 된 노트북은 한 페이지 전체가 하나로 결합이 돼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페이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작은 점을 프린트하고 각각의 점에 독특한 주소를 부여하게 되면 자외선을 이용해서 종이로 만든 노트북을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3.감지할 수 있다 - 센서블(sensible)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서 다양한 주변의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을 기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로 스마트폰에는 십여 가지의 센서가 장착돼 있다. GPS를 통한 위치정보, ‘액셀러미터(중력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자이로스코프(회전각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한 움직임 정보, 고도 정보, 온도 정보, 주변의 밝기 정보, 배경 소음 등을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기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핸들에 압력센서가 적용되면 운전자가 졸음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압력이 떨어짐을 감지하고 진동이나 음성으로 졸음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이미 고급 자동차에는 적용되고 있다.

  

4.소통할 수 있다 - 커뮤니커블(communicable)

 

디지털 기술은 모든 신호를 0 1로 변환함으로써 동일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종 신호를 교환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화된 제품은 주변에 있는 다른 디지털 제품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원격지에 있는 다른 디지털 자원 또는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만일 뒷마당 화단에 습도와 온도 센서를 장착하게 되면 화단의 상태를 끊임없이 스마트폰과 연동된 앱으로 사용자에게 현재 화단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5.기록할 수 있다 - 메모러블(memorable)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센싱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기록하고 영구 보관할 수 있다. 전통적인 비디지털 제품은 사용자가 경험한 체험을 기록할 수가 없다. 한 번 경험한 체험은 그냥 시간과 공간 속에 과거의 기억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누가 언제 무엇을 사용했는지 영구적으로 기록이 가능하다. 그리고 디지털화된 제품이 인터넷과 연결되면 기록을 클라우드에 저장을 하고 또한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원하는 사람들과 공유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안경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구글 글라스를 사용하면 내가 현재 보고 있는 시각의 경험을 그대로 기록을 할 수 있고 그것을 구글 클라우드에 영구적으로 보관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를 할 수 있다.

 

6.추적할 수 있다 - 트레이서블(traceable)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기억과 저장을 할 뿐 아니라 현재의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어떻게 그 내용이 변화했는지를 재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위키피디아에 가면 현재 내용이 영구적으로 저장돼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언제 어느 문장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추적이 가능하며, 원하면 그것을 복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기술과 물리적 메모장이 결합한 스크라이브(Scribe)라는 기술은 사용자가 적은 메모의 내용을 디지털 형태로 영구적으로 기록해 줄 뿐 만 아니라 메모를 하는 과정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사용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메모의 최종 결과물을 저장할 뿐 아니라 최종 결과물을 구성하는 과정을 다시 추적해서 볼 수 있다.

 

7.결합할 수 있다 - 어소셔블(associable)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은 기존에는 서로 쉽게 연결될 수 없었던 활동과 경험들을 데이터를 통해서 새로운 복합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특정 식당에 사용자가 방문을 했다는 정보가 사용자의 소셜네트워크의 정보와 결합을 하면 사용자의 친구들 중에 비슷한 음식을 주문한 친구는 누구인가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어소셔블 기능을 기존의 물리적 상품과 결합을 하면 그 물리적 상품과 사용자와의 11 관계가 사용자-상품-사용자의 네트워크로 변화하게 된다.

 

이와 같은 디자인 기술의 일곱 가지 속성은 디지털 기술을 일반 상품의 디자인에 접목하는 기본 전략의 요소가 된다. 햅틱 기술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이와 같은 일곱 가지 기본 디자인 요소를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경험 컴퓨팅의 다섯 가지 경험변수

 

햅틱 기술을 통한 경험디자인의 근간은 경험 컴퓨팅(experiential computing)이다. 경험 컴퓨팅은 컴퓨터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을 가상의 공간 속에 재구성(re-presentation)하는 것을 넘어서 컴퓨터가 우리의 경험 가운데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컴퓨터가 나의 삶과 분리된 다른 하나의 별개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체험하는 실질적인 삶의 경험 속에 존재론적으로 결합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자. 실제 세상에는 고객이 있다. 그 고객을 컴퓨터상에서 표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고객정보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고고객관리를 한다. 실제로 책을 컴퓨터상에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e-book을 만들었다. 혹은 자동차 설계를 위해서 디자이너들은 컴퓨터 안에서 3차원으로 자동차의 모형을 구현한다. 실제로 만든 물리적 모델로 충돌실험을 하기 이전에 이와 같은 3차원 모델로 여러 형태의 충돌로 인한 피해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또 집에 설치해 놓은 디지털 온도계는 현재 집 밖의 온도를 숫자로 표시해서 알려준다. 이 모든 예의 공통점은 디지털 기술이 실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사람, 혹은 그 물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컴퓨터라고 하는 가상의 공간 속에 재구성한다는 데 있다.

 

이와 반대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상상 속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게임들은 실제 물리적 세상에 있는 사물, 사람, 혹은 사건을 재구성하기보다는 실제 세상과 완전 동떨어진 별개의 사물, 사람, 혹은 사건을 이용해서 사용자들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기존의 컴퓨터 기술은 가상의 세계 속에 사건, 사물, 사람을 구현하고 스크린을 통해서 그 가상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경험 컴퓨팅은 기존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가상 세계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 세계 속에 존재하는 디지털 정보를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물리적 세상 속 경험에 추가함으로써 나의 물리적 경험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더 이상 닌텐도 게임 속에 있는 캐릭터를 움직여서 가상의 테니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테니스 라켓을 들고 테니스 게임을 하는데 내가 치는 공의 가속도, 압력, 방향들을 하나하나 기록해서 데이터화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내가 쓰고 있는 구글 글라스에 업데이트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험 컴퓨팅의 핵심은 컴퓨터를 통해서 가상 현실 속에 있는 또 다른 별개의 경험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나의 삶 속에 녹아 들어와서 나의 물리적 경험을 향상시켜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물리적 경험을 변화시키는 경험 컴퓨팅의 디자인은 5가지로 이뤄진 경험변수에 어떻게 7가지의 디지털 기술의 속성을 접목시키는가로 결정된다. 경험 디자인의 5가지 경험변수는 시간 - 공간 - 사물 - 사람 - 동작이다. (그림 1) 사람의 모든 경험은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특정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행동의 축적을 통해서 일어난다. 순간순간의 모든 경험은 바로 이 다섯 가지 변수로 규정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가지고,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사용자의 그 순간의 경험을 만들어 내는 기본 재료가 된다.

 

예를 들면, 주중 퇴근 후(시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공간), 직장 동료들과(사람), 술과 안주를 겸해서(사물), 회식을 함으로써(동작), 동료 간의 우애를 다지는 사회적, 감정적인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주말에 사랑하는 아내와 컨버터블 자동차를 몰고 캘리포니아 국도 1번을 따라서 와인 여행을 떠나는 경험과 주중에 혼자서 소형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경험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 기본적인 다섯 가지 경험변수들이 어떻게 결합됐는가로 결정이 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한다고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경험 변수에 위에서 살펴본 7가지 디지털 기술의 속성을 어떻게 얼마만큼 연결하는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디지털 경험 디자인은 7×5의 디자인 공간이라고 하는 캔버스에서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이 이 다섯 가지 경험 변수에 다 도입될 필요도 없고, 7가지의 디지털 기술의 속성이 모두 다 적용이 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의도하고 있는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전략적인 경험 변수에 적용을 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요즘 유행을 하는 나이키 퓨얼밴드(Fuel Band)를 생각해 보자. 이 기술은 디지털 기술의 속성 중 센서블(sensible), 커뮤니커블(communicable), 메모러블(memorable), 그리고 어소셔블(associable)을 이용해 동작과 사물에 적용을 함으로써 운동이라고 하는 활동의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연동시키고 스마트폰에 있는 GPS 신호와 퓨얼밴드에 나오는 데이터를 결합하면 동작과 사물이라고 하는 두 가지 기본 경험 변수에 시간과 공간이라고 하는 변수가 추가된다. 만일 여기에 퓨얼밴드 앱을 통해서 새로운 기능(주소록, 만보기, 손목 시계, 손전등 등)을 첨가한다면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이라고 하는 디지털 기술의 속성이 추가되는 것이다. 끝으로 만일 스마트폰을 통해서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나의 운동 데이터를 공유를 하게 된다면 이것은 사람이라고 하는 경험 변수와 어드레서블(addressable)이라고 하는 디자인 기술의 속성이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금 현재의 경험을 이제까지 사용자가 체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의 단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단순한 물리적인 경험이었던 운동이 개인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을 통해 인지적 경험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또한 소셜미디어와의 연동을 통해서는 단순한 개인의 물리적인 체험이 공통체의 사회적 경험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또한 데이터 공유를 바탕으로 한 게임화(gamification)가 이뤄진다면 이것은 협조적인 사회적 경험을 경쟁적인 사회적 경험으로 변환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경험 디자인의 최종 종착점은 이제까지 살펴본 7가지의 디지털 기술의 속성과 5가지 경험 변수를 적절히 결합함으로써 이제까지 사용자가 체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햅틱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도 이와 같은 디지털 경험 디자인의 큰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전략적으로 햅틱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사용자가 경험하고 있는 우리 제품의 경험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개인적이고 물리적인 경험인지, 아니면 보다 복잡한 공동의 사회적 감성적 경험인지, 무엇이 우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경험인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그 분석을 바탕으로 햅틱 기술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이용해서 디지털 기술의 7가지 속성과 5가지 경험 변수의 결합을 이루고 그것으로 어떻게 현재의 사용자 경험을 변화시키려고 하는지를 미리 그려 낼 필요가 있다.

 

햅틱 기술을 이용한 경험 디자인과 미래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고의 주제인터치기술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해볼 수 있다. 과제는 햅틱 기술을 이용해서 어떻게 경험의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제품 디자인에 적용이 되는 햅틱 기술은 크게 6가지의 디자인 요소로 이뤄져 있다. 디지털 기술의 7가지 속성과 경험변수 5가지가 최상급의 디자인 전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햅틱 기술의 6가지 디자인 요소는 전술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경험 전략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1.물리적 소재

 

햅틱 기술 디자인의 첫 번째 요소는 물리적 소재, 특별히 사용자와 직접 접촉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요소의 물리적 소재가 가지고 있는 감각적 특성이다. 예를 들어 고급 가죽과 인조가죽, 플라스틱과 금형은 모두 다른 느낌을 전달해 준다. 금속으로 만든 스마트폰과 플라스틱을 위주로 만들어 낸 스마트폰이 완전히 다른 그립감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금속이 아무래도 더 고급스럽고 견고한 느낌을 주는 반면에 플라스틱은 조금은 값싼 느낌과 불안한 감정을 갖게 한다. 금속은 그러나 제품을 잡았을 때 아주 차다는 느낌, 표면처리에 따라 지나치게 미끄러운 느낌을 준다. 같은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표면에 카본융합 재료를 사용하거나 인조 고무 융합재료를 사용하게 되면 이제까지는 사용해보지 못한 새로운 촉각 경험을 줄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첫인상을 결정해주는 것과 같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중요한 전략적인 부분을 아무렇게나 결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감성경험이 중요해지는 지금 시대에 이 부분을 놓친다면 기업에는 큰 타격이 된다. 제품 소재 선택에서부터 판매할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 콘셉트가 소재가 잘 어울리는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는 얘기다.

 

물리적 소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두 번째 측면은어떤 기능성을 표면에 첨가할 것인가. 단순히 장식을 위한 것인지, 접촉을 통한 물리적 감각을 전달하기 위한 소재인지, 쉽게 프로그램이 가능한 광섬유(fiber optic)나 도전(導電)성 플라스틱(conductive plastic)과 같은 반도체적 소재를 사용할 것인지, 태양열이나 그 외의 에너지원을 모을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첨가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물리적 소재의 선택은 다른 햅틱 기술 디자인 요소를 제한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프로그래머블한 표면을 가진 햅틱 기술을 위해서는 반도체적인 소재의 사용이 중요한 선택이 된다.

 

 

2.센서

 

햅틱 기술에 들어가는 디지털 기술의 두 번째 요소이자 핵심소재는 센서다. 어떤 센서를 적용하는가에 따라서 햅틱 기술이 센서블한 속성을 가지는가 결정이 된다. 가장 기초적인 센서는 압력 센서다. 어느 정도의 압력을 가지고 사용자가 표면을 누르는가를 감지하고 이에 반응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온도, 습도, 근접성(proximity), 소음, 진동 센서 등이 결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센서는 햅틱 기술 그 자체에 바로 적용될 수도 있고 햅틱 기술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다른 제반 기술 속에 장착될 수도 있다.

 

어떤 센서를 사용하는가는 햅틱 기술을 통해서 제품에 어떤 기능을 부여하는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센서 기술 중의 하나는 사람들 몸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감지하고 전자신호로 바꾸는바이오메틱센서들이다. 심장 박동 수 혹은 체온, 체지방, 각종 분비물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을 침대와 결합하게 되면 침대 표면의 온도와 딱딱한 정도를 우리 수면상태와 몸의 휴식상태에 맞춰 끊임없이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수면상태를 장기적으로 점검해서 건강검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염두에 둔 제품들을 기획하는 것이 앞으로터치기술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3.액추에이터(actuator)3

 

센서와 더불어서 햅틱 기술의 핵심은 바로 액추에이터 기술이다. 사용자의 반응에 따라 미리 저장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액추에이터가 작동을 함으로써 물리적 접촉을 통한 감각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액추에이터다. 기본적으로 외부에서의 자극에 물리적으로 반응을 함으로써 원하는 효과를 얻도록 하는 장치다. 과거에는 유압·기압장치를 통해 물리적으로 작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자기력·정전기·압전력, 그리고 탄소나노튜브4  혹은 폴리머 하이드로젤5 과 같은 신소재를 이용해 초박형 액추에이터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햅틱 기술 전략을 짜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의 액추에이터를 얼마나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액추에이터는 초박형 바이브레이터이다. 이것은 미세한 진동을 통해 사용자에게 접촉을 통한 물리적인 피드백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액추에이터를 이용해서 사용자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접촉을 통한 감각(예를 들어서 압박, 진동, 미세한 충격, 문지름 등)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표면 소재의 선택에 따라서 이와 같은 접촉 감각을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다른 감각과 연동해서 전달함으로써 그 감각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복강경 수술에 로봇기술이 결합되고 있는데 현재 외과의사가 직접 환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 로봇팔을 원격으로 조정해서 수술을 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이와 같은 로봇 시술은 과거에는 절대 불가능했던 초정밀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 로봇시술의 경우 인터넷과 연결해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을 후방으로 이송하지 않고 바로 현지에서 수술을 하려는 시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때 가장 큰 문제가 외과의사들이 직접 수술을 하면서 느끼는 미세한 촉감을 로봇수술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다는 점인데 액추에이터를 활용하면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 필자는 햅틱 기술을 통해 시술을 하면서 느끼는 촉감을 초고속 인터넷과 햅틱 기술로 구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일이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외과수술뿐만 아니라 미장원이나 악기 연주와 같이 미세한 반응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햅틱 기술을 통한 원격조정이 가능한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4.소프트웨어

 

햅틱 기술에 있어서 소프트웨어는 센서와 엑추에이터를 연결하는 논리적인 고리가 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일차원적인 소프트웨어는 센서와 엑추에이터를 제한된 경우의 수로 연결해 놓은 경우다. 예를 들어 표면을 짧게 누르면한 번 진동으로 하고 길게 누르면두 번 진동을 하는 식이다. 보다 발전된 2차원적인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센서와 엑추에이터를 연결하는 조건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센서와 액추에이터의 동작은 사전에 제한돼 있지만 이 둘을 연결하는 방법 자체를 사용자가 조작할 수 있다.

 

가장 발전한 3차원 햅틱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새로운 앱을 통해 센서와 엑추에이터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즉 사용자의 의도와 개입에 따라 터치의 방식이 바뀌고 바뀐 터치 방식이 결합해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3차원 햅틱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가터치를 통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햅틱 기술을 통해 터치의 경험을 바꿔주는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의 표면이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터치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하나의 오퍼레이팅 시스템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기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터치 베이스제품들은 2차원 햅틱 소프트웨어에 머물러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스스로의 터치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터치기술 혁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5.데이터

 

다른 디지털 기술과 마찬가지로 햅틱 기술은 무수히 많은 분량의 데이터를 생산해 낸다. 사용자가 끊임없이 햅틱 기술과 접촉하고 사용하고 이로 인해 엑추에이터가 작동을 한다. 또 거기에 사용자가 다시 반응을 함으로써 많은 분량의 데이터가 발생하게 된다. 햅틱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경험 디자인을 할 때는 과연 이 많은 데이터 중에 어떤 데이터를, 어떤 분량으로, 얼마나 자주 수집을 해서, 어디에 보관을 하고, 어떻게 분석을 하고, 어떤 다른 데이터와 연동을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경험을 전달해 줄 것인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현재 많은 경영자들이빅데이터 햅틱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터치의 데이터가 추가되면 기업들은 이제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안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미 앞에서 스마트 골프채 사례를 들어 지금까지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살펴본 바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터치 경험의 데이터 축적으로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을 놓치는 제조업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6.집적도

 

마지막으로 미래에 가장 중요한 햅틱 기술의 디자인 요소는 집적도가 될 것이다. 디지털 화면의 집적도는 얼마나 많은 픽셀은 제한된 화면 속에 집어넣는가를 결정하고, 이는 화질, 색깔, 해상도, 잔상 등을 통해서 사용자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는 햅틱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얼마나 미세한 단위로 센서와 엑추에이터를 구현하는가 하는 것이 미래 햅틱 기술의 기술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가장 초보적인 햅틱 기술은 제품 전체가 한 센서와 액추에이터로 이뤄져 있는 기술이다. 센서와 엑추에이터의 상태(on - off)가 제품 전체에서 결정이 된다. 전화기 진동이 바로 이 같은 초보적인 햅틱 기술의 예다.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전화기 전체가 진동을 한다. 이 보다 좀더 발전한 단계는 센서와 엑추에이터가 제품의 다른 영역에 분포해 있어서 각기 독립적으로 작동이 가능한 경우다. 예를 들어서 태블릿 PC의 가상 키보드가 있고 각각의 키가 독립적으로 따로 손가락의 터치를 인지하고 진동으로 피드백을 주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가장 발전한 단계는 이와 같은 센서와 액추에이터의 조합이 제품 전체에 골고루 흩어져 있고 각기 개별적으로 작동 가능한 경우다. 이때에는 전체 표면이 모두 프로그래머블해 지고 햅틱 기술의 해상도가 극도로 발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멀티스크린 기술을 통해서 센서기술은 상당히 높은 해상도를 이뤘다. 현재의 기술 개발 속도라면 머지않아 엑추에이터 기술도 센서기술에 버금가는 수준의 해상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그렇게 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프로그래머블한 햅틱 기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햅틱 기술만을 위한 다양한 앱이 창출될 것이다.

 

맺는 말

 

예전에는 속옷을 사면 옷 안에 상표가 붙어 있었다.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던 필자는 속옷의 상표로 인해 피부에 상처가 생겼다. 항상 가위로 상표를 잘라내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의 속옷은 상표가 옷 표면에 프린트돼 나온다. 터치가 소비자에게 주는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촉각경험은 속옷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의 경험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촉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터치의 경험을 새롭게 조명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기업에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터치를 통한 촉각경험 디자인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가능성이고 기회지만 넋 놓고 있는 기업에는 심각한 위기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경험에 국한됐던 촉감의 영역에 햅틱 기술 발달로 예전에는 전혀 불가능했던 촉각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햅틱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디지털 경험 디자인을 위한 기본적인 전략적 틀을 알아봤다. 디지털 기술의 7가지 속성을 바탕으로 경험 디자인의 5가지 변수, 그리고 햅틱 기술의 6가지 디자인 요소를 살펴봤다. 궁극적으로 햅틱 기술을 통한 경영의 성공은 기술력 하나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 다른 모든 디지털 기술이 그렇듯 햅틱 기술을 통한 새로운 경험의 디자인과 그로 인한 경쟁력의 창출은 디자이너와 경영자들의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상력에 근거한다. 햅틱 기술을 통한 경험은 결국 사용면에 유용하고(functionally useful), 감성적으로 바람직하고(emotionally desirable), 환경과 경제적으로 지속적이고(environmentally and economically sustainable), 기술적으로 가능(technologically feasible)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햅틱의 최신 기술을 무조건 좇아가기보다는 햅틱 기술을 통해서 만들고자 하는 경험이 과연 무엇이냐부터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사용자의 감성과 경험에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고 또한 새로운 경험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디자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역시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oungjin.yoo@temple.edu 홈페이지: youngjinyoo.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경영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클리브랜드 경영대에서 루이스 프로그래시브 석좌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 경영대에서 정보시스템 및 전략 교수로 디자인전략과 디지털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동 대학디자인과 혁신 센터(Center for Design+Innovation)’ 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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