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Communication

尊異求同: 다름을 인정하고 해법 찾아라

131호 (2013년 6월 Issue 2)

 

 

DBR 129호에서 갈등이 생기는 원인을 크게 4가지, 1)다름의 충돌 2)구조의 충돌 3)이해관계의 충돌 4)해석의 충돌로 나눠 설명했다. 앞으로 각각의 갈등에 대한 원인별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 DBR에서 소개하려는 문제는 다름의 충돌이다.

 

강의를 진행하다가 참가자들과 간단한 테스트를 할 때가 있다. 두 손가락을 모아 손깍지를 껴보라고 말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시라. 그럼 두 개의 엄지 손가락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덮게 된다. 필자의 경우 왼손 엄지가 오른손 엄지 위로 올라온다. 혹시 필자와 다르게 오른손 엄지가 위로 올라온 독자가 있는가?

 

그럼 반대로 한번 해 보자. 느낌이 어떤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내가 불편한 손을 위로 올려 놓고 지낸다. 왜일까? 그들이 괴로움을 즐기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아니다. 그들에겐 그것이 익숙하고 편해서다.

 

이 작은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나에겐 너무 불편한 것이 상대에겐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우리는성향의 문제라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기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성향이다. 성향이란짜장면을 좋아하다가짬뽕을 좋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상대의 성향이 나와 다르다고 그를 비난할 순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맞춰나가야 한다.

 

상대의 성향에 따른 갈등 해결의 궁합을 맞춰라

 

사람의 성향은 다양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 그 모습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갈등 상황에서의 성향별 대처 유형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가 토마스(Kenneth W. Thomas)와 킬만(Ralph H. Kilmann) 박사가 제안한 5가지 갈등 대처 유형이다. 이들은 사람들의 갈등 대처 방식을상대에 대한 협력 정도내 목표 달성 의지라는 2가지 축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림1) 회피형, 호의형, 타협형, 경쟁형, 협력형이 그것이다.

 

회피형은 갈등 상황 자체를 피하려고 한다. 부부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간단한 예로 풀어보자. 일주일 내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 불만이 머리 끝까지 쌓인 부인. 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난 남편에게 부인이 쏘아붙인다. “당신한텐 여기가 하숙집이야?” 부인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할 때, 회피형 남편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일어나 집을 나선다. 그가 향하는 곳은 사우나. 회피형은 갈등이 생기면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한 안식처를 찾는다. 조직에선 회의 시간에 첨예한 의견 갈등이 생기면 슬며시 자리를 피하는 사람이 이런 유형이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갈등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갈등 이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중요한 일이 아닐 때는 이런 유형의 접근이 의미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끌어들여야만 한다. 그렇다고 강제로 갈등 상황에 집어 넣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회피형의 사람과 만났을 때엔동굴 속에 숨어 있는 곰을 생각하면 된다. 곰을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하겠다고 밖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물을 뿌리면 그 곰은 더 깊이 숨는다. 회피형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시간정보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정보 제공과 기다림, 그래서 스스로움직이겠다고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호의형은 이른바예스맨(Yes man)’ 같은 사람이다. 앞에서 살펴본 부부 사이의 예로 빗대 설명해 본다면 호의형 남편의 경우 부인에게미안해, 다신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라고 곧장 사과한다. 이유는? 호의형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 내기보다 상대와 내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또한 호의형은 남들에게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길 원한다.만약 당신의 부하직원이 호의형이라면 함께 일하기는 참 편할 것이다. 어떤 지시를 해도,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올 테니까. 하지만 호의형에겐한 방이 있다. 밝게 열심히 일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더 이상 힘들어서 회사 못 다니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호의형이다.

 

그럼, 호의형 부하직원이 갑작스레 폭발하지 않고 꾸준히 일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이들의 “Yes”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항상 감안해야 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괜찮구나라고 짐작하는 건 위험하다는 뜻이다. 호의형 사람들의 “Yes” 뒤에는 셀 수 없는참을 인()’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꾸준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호의형과 함께 일을 할 때는 지속적인 관심과 인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상대가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겐이번 일에선 A 안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어떤 것 같아?” 같은 주관식 질문보다는 “A, B, C 세 가지 대안이 있는데 어떤 게 좋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객관식의 보기를 제시하는 게 좋다. 이를 통해 업무상 간접적으로나마 부하직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혹시 당신의 배우자가 갈등 상황에서미안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그의 스트레스 지수가 안전한 수준인지.

 

 

타협형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빨리끝내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공정하게 양보해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술을 좋아하는 타협형 남편의 행동도 간단하다. “오케이, 다음 주부터는 일주일에 월, 수 이틀은 양보할게. 대신 나머지 3일은 간섭하지마!” 타협형의 대응은 제한 시간 내에 결정을 해야 할 땐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결과에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느 한쪽도온전한만족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타협형을 만났을 때에는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쉽게 양보할 수 있는 것과 꼭 얻어야만 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이들은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쟁형은 본인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유형이다. 그래서 남편이 경쟁형이라면 부인의 잔소리가 엄청난재앙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에 반대 의견을 들으면공격받았다고 느낀다.이렇게 설명하면 경쟁형은 마치독불장군인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경쟁형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11 3월 동일본 대지진 사건 당시 이와테현의 수많은 사람들이 쓰나미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이와테현에서 피해를 입지 않은 유일한 마을이 있었다. 바로 후다이마을이다. 비결은 마을 앞에 세워진 높이 15.5m의 방조제와 수문이었다. 이것은 1960년대 촌장이었던 와무라 유키에(和村幸得)가 만든 것이었다. 당시 유키에 촌장이 수문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엄청났다. 온 마을 주민들이 36억 엔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가면서까지 15m 이상의 수문을 쌓아야 하느냐며 집단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 상황에서도 유키에 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유는? 과거 이 마을에서 두 차례나 쓰나미가 발생해 439명이 목숨을 잃었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키에 촌장의 고집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1 갈등 상황을 피하거나 양보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처럼 확실한 정보가 있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면 경쟁형도 꼭 필요하다.

 

 

 

 

협력형은 아무리 갈등이 심해도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갈등 당사자 모두 참여해 의견을 조율하길 원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놓으며 갈등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풀어보려 시도한다.그럼 부인의 잔소리에 대응하는 협력형 남편의 태도는 뭘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당신은 내가 집에 일찍 오길 바라지? 좋아, 그럼 일주일에 이틀은 밖에서 술을 마시고, 나머지 3일은 당신이 술상을 차려주면 집에 와서 마실게. 어때?” 이렇게 갈등 상황에서 뭔가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협력형은 이처럼 기존에 없던, 그리고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런 유형은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낼 확률은 높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유형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문제는 상대의 갈등 대처 유형이 뭔지 모른 채 상대의 행동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판단할 때다. 예를 들어, 회피형과 타협형이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자. 회피형은 자신이준비가 다 되지 않으면 갈등 해결에 뛰어들지 않는다. 반면 타협형은 자기 것을 양보해서라도빨리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타협형은 회피형을 만나면 기분이 나쁘다. 타협형인 나는 양보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빨리’ 풀고 싶은데 회피형인 상대는 나를 외면하며시간을 끌기때문이다. 급기야 상대가 날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호의형과 협력형이 만났을 때도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다. 호의형은양보를 해서라도 빨리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런데 협력형은 양보를 얻어내는 것보다양측 모두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고자 계속 시도한다. 이 때문에 호의형은 협력형을 만나면 힘들다. 양보를 하고 또 해도 계속 뭔가 새로운 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문제 해결을 꿈꾸며 접근하는 협력형의 시도가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나쁜 행동으로 오해되는 순간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행동 유형이 있다. 그걸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 상대에게 맞출 수도 없다. 다만 상대의 유형을 알고 이해하라. 그럴 때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납득할 수 있다.기억하라,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다.

 

 

톨레랑스가 필요하다

 

상대와 나의 갈등 대처 유형이 다르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뭔가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업무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라도 급한 일을 시켜야 할 때가 있다. 어떤 리더에겐 성과를 내서 조직에서 인정을 받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일을 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을 받아서 해야 하는 어떤 팀원의 생각은 다르다. ‘주말엔 좀 쉬게 해 줘야지, 미리미리 안 시키고 왜 꼭 이런 날에 일을 시키실까?’ 이런 직원의 머릿속엔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많다. 이런 경우, 리더와 부하직원 간에 드러나진 않지만 갈등이 숨어 있게 된다. 이 두 사람,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 어느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긴 쉽지 않다.

 

이런 것을가치의 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가치의 차이도다름의 문제다. 20세기 주요 정치 이데올로기의 하나인 파시즘. 이들은 가치에 있어서도 우월한 게 있고 열등한 게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것이나치즘과 같은 형태로 변형돼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게르만 민족은 절대 선이고 유대인은 열등하고 악이라고 믿은 히틀러 때문에. 이렇게가치의 차이를 우열의 기준으로 보는 건 정말 위험하다.

 

비즈니스에서도 종종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어느 정도의 성공 경험을 쌓아놓은 분들. 이런 분들은 직원들에 대한 불만이 아주 많다. “애들 보면 항상 정신을 못 차려. 6시 땡 하면 집에 가. 열심히 일해서 성공할 생각을 해야지, 요즘 애들은 정신력이 부족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이건 누구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다를 뿐이다. 사장에게 중요한 가치는 성공과 돈이다. 그러나 부하의 가치는 돈보다는 가정, 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일 수도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칫폭군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가치의 충돌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나타난 상황이 있다. 바로 축구 경기장, 그것도 월드컵 결승전의 한 장면이다. 축구팬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팬이라면 그것만큼 강렬하게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결승전에서 벌어진사건이다. 11로 팽팽히 맞서 결국 연장전까지 가게 된 두 나라. 사건은 연장전 후반 3분에 벌어졌다. 프랑스의 주장 완장을 차고 결승전에서 선제골까지 넣는 등 맹활약을 보이던 지단 선수가 공이 아닌 상대 팀인 마테라치 선수의 가슴에다 헤딩을 하고 퇴장 당한 것.

 

많은 사람들은 지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축구 선수에게 월드컵 결승전만큼 중요한 경기는 또 없을 텐데 그 경기를 망쳐버렸으니까. 게다가 지단은 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은퇴까지 선언한 상태였다. 많은 언론이 지단 사건의 배후를 알아봤다. 그리고 상대 선수가 지단의가족에 대한 험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 지단에겐 축구 선수로서의 영광보다 가족을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우리는 지단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 축구 선수에게 승리, 선수로서의 명예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상대도 중시할 거라 생각한다. 이를 조직심리학에선 비양립성 오류라고 한다. 이런 오류에 자주 빠지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은 리더, 특히 성공 경험이 많은 리더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이들은 자신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저 사람은 진짜 중요한 걸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대한 확신이 크면 클수록, 상대보다 지식이나 경험이 많다고 자신하는 경우 더 심해진다. 그래서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진 알겠는데 그건 당신이 진짜 중요한 게 아직 뭔지 몰라서 그래라며 상대를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제각기 다르다.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지단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건 고상한 것, 성공 지향적인 태도는 속물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개념이 톨레랑스(tolerance). 홍세화 씨가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일본을 지배하는 사회 정신이 사무라이 정신, 영국을 지배하는 정신이 기사도 정신이라면 프랑스는 톨레랑스다라고 이야기하며 부각된 개념이다.

 

그럼, 톨레랑스를 실천한다는 것은 뭘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떤 이들은 나와 상대의 다름을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조금 부족하다. 진정한 톨레랑스는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의 모습 자체를받아들이는 것이다.박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지단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당신이 리더라면 부하직원들에게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그 다음, 그것들 중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 그리고 그냥 받아들여라. 비록 당신이 중시하는 것과 정반대의 것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 그것이 조직 전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다르다면? 그래서 능력이 뛰어남에도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면? 그래도 그 가치를 바꾸려 애쓰지 마라. 부하직원은 현재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도 당신도 틀린 게 아니다. 그냥 다른 것이다.

 

다름의 충돌, 존이구동(尊異求同)하라

 

톨레랑스의 철학을 통해 상대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아쉽다. 다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존이구동(尊異求同)’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서로의 차이는 인정하되 공통점을 찾아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쉬운 예로 존이구동을 적용시켜 보자.

 

7살짜리 아이가 있는 당신. 금요일 저녁,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퇴근했다. 그런데 아이가 당신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얘기한다. “이번 주말엔 어디 놀러 갈 거예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은 복잡해 진다. 야근을 하느라 지쳐 주말엔 좀 쉬면서 내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간절하게 쳐다보는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드니까.

 

놀러 가고 싶은 아이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부모. 어떻게 존이구동이 가능할까? <키즈카페>

같은 곳엘 가면 어떨까? 그곳에서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부모는? 다치진 않는지 한 번씩 보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게 아주 쉬운존이’, 서로 원하는 것을 인정하고, ‘구동’,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례다.

 

이번엔 조금 더 심각한 갈등 상황을 존이구동으로 풀어보자. DBR 129호에서도 언급한 종교의 차이에 따른 제사 문제다. 종교적 신념이 달라 제사 음식을 만들고 절을 하는 게 못마땅한 기독교 신자. 하지만 돌아가신 선친에게 예를 갖추는 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은 먼저존이’, 제사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을 인정해야 한다. 제사상에 올라갈 음식을 만들고 절을 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뜻. 그럼,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할 것, ‘구동은 뭘까? 선친이 돌아가신 날 가족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건 모두에게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제사 음식을 만들진 않아도 친지들이 식사를 하고 나온 설거지와 뒷정리는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결국 제삿날에 같이 가느냐, 안 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릴 수도 있다.

 

어떤가? 이런 간단한 원리가 미국의 대표적 사회 갈등인 낙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2  폭력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살벌하게 대립하고 있던 낙태 허용론자와 금지론자. 낙태를 허용하는 측은 여성의 선택권을 중시한다.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낙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낙태 반대 측은 태아의 생명권을 말한다. 낙태 행위는 살인과 같다는 입장이다.

 

팽팽히 맞선 두 진영의 갈등은존이구동을 통해 실마리가 풀렸다. 낙태 허용론자와 반대론자의 대표자가 만난 자리에서 공통점 찾기, 구동을 했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여성과 태아)의 존엄성과 행복에 대한 존중이었다. 이를 알게 된 두 진영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기 시작했다. 낙태 예방 운동을 함께했다. 성교육과 피임도구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양 장려 캠페인, 미혼모 자녀 지원사업에도 힘을 모았다. 낙태 찬성과 반대라는 각자의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셈이다. 물론 이것으로 낙태와 관련한 양측의 갈등이 100% 해결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본격화된 1997년 이후 낙태 찬반을 둘러싼 양측의 폭력 충돌은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성과가 나타났다.

 

존이구동.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하지만 상대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때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자기 파트만 완벽하게 연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를 깨뜨려서도 곤란하다. 그러면 음악은 아주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갈등도 마찬가지다. 상대와 맞추기 위해 나를 버릴 필요는 없다. 나를 세우면서도 튀지 않는 것, 그것이 다름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최철규 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 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김한솔 수석연구원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 R&D 팀장을 지냈다. 현재 HSG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를 이끌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