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Highlight
지난 5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마크 클레이머 FSG 대표 주최로 APS(Affiliated Professional Services) Networks와 글로벌 CSV(Creating Shared Value) 리더십 서밋 포럼이 열렸다.
25개 컨설팅 회사들이 참여한 APS Networks 토론에서 확인한 하나의 사실은 최근 글로벌 현상의 하나로 Green Washing(친환경 세탁)에 이어 CSV Washing(공유가치창출 세탁)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과 생산과정을 숨긴 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일부 제품과 생산 과정을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포장하는 Green Washing을 해왔다. 이제 ‘공유가치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업들이 저마다 공유가치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CSV Washing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가 동아비지니스포럼에서 강연하면서 공유가치론이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한 논의가 소개되기도 했다. 종종 무분별하게 개념이 사용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CSV 공유가치전략이 많은 기업들과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개념상 혼돈이 심하고 심지어는 이미 사장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공유가치전략은 기업의 전문적인 자원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이익도 충족시킬 수 있는, 한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하는 전략이다. 공유가치전략에서 핵심내용 중의 하나는 ‘기업의 이윤’이다. 기업의 이윤은 기업이 특정한 사회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큰 스케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동력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CSV를 기업의 단기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CSR)과 구분 짓는 핵심이다. 기업이 적정한 이윤을 내지 못하면 사회적 책임 활동과 관련된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하지만 공유가치전략은 기업의 이윤 활동이 사회 문제 해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또한 기업의 규모확대능력(scalability)은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과 클러스터(cluster)에 속해 있거나 관련 있는 많은 경제적 행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통해 보다 큰 규모로 낙후된 시장의 산업화를 시도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유가치전략을 얼핏 보면 이해하기 쉽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할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CSV Washing도 공유가치 개념을 적용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다. 각 기업의 책임이기보다는 논의단계 초기에서 나타나는 미성숙함에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APS Networks에서 진행된 토론을 비롯해 최근에 진행된 공유가치전략에 대한 몇 가지 논의를 공유하고자 한다.
1.CSV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자
기업의 경제적 활동은 사회적 가치 창출의 과정이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업은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는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배가 고프면 식당을 찾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며 해외로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한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이윤창출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창출된다. 따라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졌으며 사회적 가치 역시 창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경영에 근거한 기업전략의 접근방법이다. 전통적인 경영전략 개념과 비슷하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simultaneously)’ 창출되지만 공유가치전략을 차별화하는 핵심은 사회적 가치의 창출과정을 ‘통해서(through)’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림 1) 즉 전통적인 방법과 공유가치전략의 근본적인 차이는 공유가치전략은 전통적인 기업경영전략과 달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과 공유가치전략 사이에서 혼돈을 일으키는 개념이 바로 ‘사회적 가치’다. <그림 1>에서 보듯 전통적으로 기업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소비자 가치 창출을 의미하지만 공유가치전략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는 의미가 다르다. 공유가치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란 소비자가 누리는 가치 이외에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새롭게 증대한 사회적 가치’를 의미한다.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전통적인 방법론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이다. 공유가치전략은 전통적인 소비자 가치의 증대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오는 사회적 가치의 증대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 (경제적 이익은 사회적 문제에 재투자돼 문제 해결에 ‘규모와 속도’를 덧붙인다.)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한 공유가치전략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기업의 경영전략에 더 유용한 접근방법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경영 방법에서는 품질 기준에 맞는 원유를 공급하는 축산농가를 찾아 시장에서 존재하는 가장 낮은 비용으로 원유를 조달하고 상품(우유)을 만들어 판매할 것이다. 따라서 품질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대다수의 빈곤한 축산농가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한 기업이 빈곤한 축산농가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자리 혹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영세한 축산농가에게 없던 일자리를 창출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증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이 안정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이를 바로 CSV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혹자는 이 같은 사례를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는 실제 사례다. 이번 CSV 리더십 서밋 포럼에서 leadership council로 참여한 기업 네슬레가 바로 이 모델의 실천자다. 활기찬 토론과 답변으로 환호를 이끌어낸 네슬레 회장이 바로 이런 CSV 모델을 실천한 CEO라고 할 수 있다.
2.CSV Washing을 경계하자!
전통적인 경영 전략 개념에서는 기업의 경제행위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소비자) 가치가 동시에 창출된다. 기업이 ‘자신의 기업행위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이유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제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업이 공유가치 기업이라고 말하는 소위 CSV Washing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소비자) 가치 모두를 창출한다고 공유가치전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원가절감 행위, 예를 들어 ‘전기 사용량 줄이기’ 캠페인 등을 통해 환경오염 방지와 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두는 기업을 공유가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가절감 행위를 통해 줄어든 전기량이 얼마나 기업의 핵심역량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과 경쟁력 제고와는 별반 상관없는 부분에서 행해지는 일상적인 원가절감 행위를 모두 공유가치전략이라고 한다면 공유가치전략이라는 개념은 별반 유용성을 지니지 못할 것이다. 즉,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모든 기업이 공유가치 기업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공유가치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업의 핵심역량에 근거해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공유가치전략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부단한 노력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떤 전략을 구사하든 핵심역량의 부단한 개선 혹은 업그레이드 없이는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 공유가치전략도 이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일례로 GE는 Eco-imagination이라는 기치 아래 자신의 본업인 발전기 사업에서 석탄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혁신을 이뤘다. CO2 감소와 더불어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개선하면서 높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한 전형적인 공유가치전략 성공 사례다.
3.CSV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토양에서 자란다
기업이 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인지하고 법을 준수하면서 기업의 다양한 사회적 혹은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의지의 발로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도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굳건한 토양에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기업,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하는 기업이 공유가치전략을 잘 수행하기는 힘들다. 이런 점에서 공유가치전략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과 상호보완적이다. CSR과 CSV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CSV는 CSR의 굳건한 토양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전제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CSR과 CSV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론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공유가치전략은 기업의 ‘이윤’을 확보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윤을 획득하지 않고서는 규모를 키울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윤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을 지출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에 우리는 이러한 기업 행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고 부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핵심역량에 근거한 공유가치전략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사회공헌비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GE가 실행 중인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20조 원 이상의 연구투자비는 일상적인 사회공헌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가 규모가 크다.
그렇다면 한 기업이 부단한 혁신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중장기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매우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공유가치전략의 입장에서 보면 그 프로젝트를 보다 나은 기술혁신 혹은 경영혁신을 통해 경제적 이익이 담보되는 시기까지 잠시 보류하거나 다른 대안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공유가치전략 사업을 위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CSR은 CSV에 기본적인 토양을 제공한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방향에서 진행되는 기업 활동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유가치전략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함께 담보할 공유가치전략의 로직(logic)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경쟁사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통해 공유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간에 공유가치 실현을 위한 경쟁 역시 공유가치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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