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Thinking -2
“우리 회사의 부장님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잘나가는 전자회사의 영업 담당 ‘나잘해’ 차장은 업계의 선도적 자동차 회사로부터 위와 같은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월급은 얼마나 오를까’ ‘집에서 거리가 가까워질까’ 등 단편적인 질문 몇 가지를 떠올릴 것이다. 나잘해 차장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하고 책상에 앉아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제안 자체가 객관적으로 괜찮은 것인지 판단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우가 어떤지’ ‘제안한 회사에서 더 큰 비전을 가질 수 있는지’ ‘더 나은 기회가 올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아무리 제안이 좋아도 스스로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있는지’ ‘내가 자동차 산업에서 잘할 수 있을지’도 기준으로 세웠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관련 있는 것끼리 묶고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으로 구분해 순서대로 다시 배치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나 차장은 <그림 1>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방법(이슈 트리)
이처럼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이슈를 구조화한다’고 한다. 이렇게 정리된 결과물을 ‘이슈트리(Issue Tree)’라고 부른다. 나뭇가지처럼 생각들이 뻗어나가는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주요 질문(Key Question)을 해결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주요 요소들을 논리적/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나뭇가지가 하나씩 뻗어갈 때마다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생각들로 발전한다. 이를 각각 레벨1, 레벨2, 레벨3이라고 부른다.
이런 이슈트리를 만들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개념이 있는데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가 그것이다. 퍼즐 맞추기 할 때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MECE하게 전체를 분해(break-down)하는 모습은 완성된 퍼즐 모음에서 퍼즐 조각들이 서로 겹치지 않고 각각 모여 빠짐없이 전체를 완성하는 형태와 유사하다. 이슈트리를 작성할 때는 이런 MECE 개념을 적용해서 주요 요소들이 중복되지 않고 빠짐없이 포함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요 질문에서 출발해서 레벨1, 레벨2순으로 하나씩 정리하면서 내려가는 방식으로 작성한다. 상위 레벨에서 하위 레벨로 내려갈 때는 ‘왜 그런가(Why so)’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을 쪼개야 한다. 이때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치지 않게 분해해야 한다. 이렇게 분해한 주요 하위 이슈들은 MECE하게 상위 이슈를 완성해야 한다. 하위 레벨에서 상위 레벨로 올라가면서 ’이것들을 모으면 상위 단계가 도출되는가(So What)’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MECE하게 생각을 구분했는지 검증하는 단계다.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자. ‘나무거워’ 부장은 요즘 체중이 많이 늘어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다. 다이어트에 앞서 이슈트리를 작성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이슈트리를 어떻게 작성할 수 있을까? 독자들도 종이와 연필을 들고 ‘살을 어떻게 뺄 것인가’에 대한 이슈트리를 한번 작성해보자. 결과는 어떤가. 대부분 레벨1에 ‘운동을 한다’ ‘적게 먹는다’를 두고 ‘운동을 한다’와 연결된 레벨2에 ‘조깅을 한다’ ‘헬스를 한다’ ‘적게 먹는다’와 연결된 레벨2에 ‘식사량을 줄인다’ ‘야식을 먹지 않는다’ 정도로 작성했을 것이다. 이것은 MECE한가? 빠진 것은 없는가? 여기에는 지방흡입 등 인위적으로 살을 빼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빠져 있다. 즉 MECE하지 않다. 자, 그러면 예시 답안을 확인해보자. (그림 2)
단순히 즉흥적인 생각을 나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좀 더 크고 넓게 생각해서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작성됐다. 즉 좀 더 MECE하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일반적으로 기업 실무진은 관성 때문에 곧바로 ‘하우 투(How to)’로 넘어가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부 방법 위주로만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고, 넓게 보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MECE하지 않게 된다. 이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어트 이슈트리 연습을 하며 깨달을 수 있는 점이 두 가지 있다. 일단 이슈트리로 생각을 구조화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반복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점차 쉬워질 것이다. 두 번째는 레벨1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슈트리는 생김새 자체가 레벨이 내려가면서 점점 벌어지는 모양이기 때문에 레벨1을 잘 잡는 것이 핵심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뒷 단추들이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레벨1을 잘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부장의 다이어트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운동을 한다’ ‘적게 먹는다’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곧바로 뛰어들기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상위 수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람 몸의 양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어때야 하는가. 상위 수준의 답은 ‘몸에 들어가는 것을 줄이고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늘린다’가 된다. 따라서 ‘인풋(input)을 줄이고 아웃풋(output)을 늘린다’가 각각 레벨1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하면 각각의 영역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지방흡입이나 관장 같은 인위적인 방법들도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다.
하나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에게 맞는 또는 본인이 원하는 다이어트 방법만 정리하면서 이슈트리를 작성하려고 한다. 즉 답을 본인에게 맞게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하려고 한다. 하지만 2단계 이슈 구조화는 아직 답을 찾는 단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답이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좀 더 큰 그림에서 이슈트리를 만들어야 한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다음 단계인 3단계에서부터 하면 된다.
정량적인 이슈트리
생각을 구조화하는 이슈트리에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이슈트리에는 크게 정량적인 것과 정성적인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정량적인 이슈트리는 +, -, ×, ÷로 구성될 수 있다. 이슈트리 또는 MECE를 설명하는 책이나 강의 대부분이 정량적인 이슈트리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네 김밥집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이슈트리를 작성한다고 하자. 동네 김밥집의 수익성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다. 매출은 김밥집에 와서 김밥을 먹는 손님들이 지불하는 금액과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지불하는 금액으로 구분할 수 있다(배달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자). 김밥집에 와서 먹고 가는 손님의 매출은 최대한 많이 와서 비싼 것을 많이 시켜먹고 되도록 빨리 자리를 떠서 회전율이 높을 때 커지므로 각각을 곱해서 구할 수 있다. 매출을 평균가격 × 판매량으로 생각해서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이슈트리는 +, -, ×, ÷를 염두에 두면서 구성 요소들을 찾아가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다. (그림 3)
정성적인 이슈트리
정성적인 이슈트리에는 +, -, ×, ÷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어려워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이런 이슈다. 자동차 회사의 R&D 담당 직원에게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핵심 기술 확보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슈트리를 작성해보라는 식이다. 공식과 같은 +, -, ×, ÷가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이슈를 제대로 구조화하려면 정성적인 이슈트리도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4)
정성적인 이슈트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슈트리 또는 MECE를 설명하는 책이나 강의들은 이 종류의 이슈트리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 부분에 좀 더 집중해보자. 나 부장의 다이어트 예시에서 봤듯 레벨1을 잡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므로 이 단계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겠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생각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대로 상위 수준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핵심 기술 확보 예제에서 위에서 아래로 화살표를 따라 내려올 때 어떤 흐름이 느껴지는가. ‘요구되는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확보해야겠군. 그리고 이 기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해야겠군.’ 즉, 생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생각의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레벨1을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요 질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니 MECE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의 흐름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할 때도 쉽게 공유하고 설명할 수 있다. 레벨2와 레벨3 역시 각각 생각의 흐름을 화살표 방향대로 반영하면서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결국 ‘생각하면서 일하자’의 핵심은 ‘나와 상대방의 생각의 흐름 또는 의식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일하자’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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