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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 & Practice

숨막히는 랭킹 경쟁시대, 언더독의 반란

김태영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김태영 교수의 ‘Theory and Practice’ 코너를 연재합니다. 김 교수는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입니다.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내 비즈니스와 실생활에 적용한 김 교수의 글은 많은 통찰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랭킹의 사회적 의미

 

한국 사회에 오디션 열풍이 꽤 오랫동안 불고 있다. ‘슈퍼스타K’ ‘K팝스타’ ‘위대한 탄생나는 가수다등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과 혁신, 그리고 그로 인한 랭킹에 대한 많은 화두를 낳고 있다. 여기에 개인적인 감동스토리도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차별화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소울, 재즈, 발라드, 힙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무자비하게(?) 평가하고 랭킹을 부여한 후 탈락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비판마저 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랭킹에 따른 서열화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성적에 따른 랭킹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자라왔으며 빌보드차트의 순위를 보면서 음악을 고르곤 했다. 정부는국가경쟁력지표를 중심으로 나라별 랭킹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심지어 이기적인 경쟁을 자제하고 사회와 공동체에서의 기업의 긍적적인 역할을 강조하는지속성장 가능성 분야에서도 기업에 랭킹을 부여한다. 랭킹에 관해서는 정치적 색채도 별반 중요치 않은 듯하다. 모두가 랭킹게임에 발벗고 나서며 랭킹을 통해 우리 현재 위치를 재확인하고 나가야 할 방향을 세우곤 한다.

 

정체성과 랭킹

 

조직 정체성 이론1 에 의하면 한 기업의 정체성은 핵심가치, 문화와 성과 등을 포함하는 지속적이고 중심적인 특징을 반영하며 구성원들은 기업의 평판, 지위와 비교집단을 포함해 그러한 특징들에 걸맞은 합리화된 인식을 지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매출이 높은 기업, 혁신을 잘하는 기업, 고객충성도가 높은 기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 종업원 복지를 우선시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그에 걸맞은 정체성을 갖고 있다. ,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은 봉사와 기부 등을 자신의개인 정체성의 주된 일부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구능력이 매우 우수한 대학에 소속된 교수는 연구혁신능력을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둘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은 조직 내부성원의 정체성(members’ perceived organizational identity)과 해석된 외부 정체성(construed external identity)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조직 내부의 성원들이 자신들의 조직에 대해 지각한 정체성이며, 두번째는 조직 내부의 성원들이 생각하기에 외부인이 믿는다고 여겨지는 조직의 정체성이다. 이러한 성원들의 정체성은 매우 견고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오랫동안 명성을 쌓은 기업들에 조직의 정체성은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업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각종 사회적 지표가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바로 객관성과 보편성을 무기로 한랭킹이다. 랭킹은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쌓은 기업에 유리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랭킹은 그 기업에 종사하는 성원들의 기업정체성에 큰 위협을 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유는 매스미디어 등과 같은 외부 기관에서 실시된 평가내용과 기준이 이미 잘 정립된 정체성과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오랫동안 구축한 자신들의 내부정체성을 고수하려는 내부적 관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변화하는 랭킹내용과 기준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그 틈을 타고 랭킹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도전자들이 꿈을 꾼다.

 

랭킹의 조건과 양면성

 

랭킹은 오디션, 기업평가, 국가경쟁력 지표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매우 깊숙히 들어와 있다. ‘랭킹의 특징을 간단하게 집어보자. 첫째, 랭킹은 상대적인 비교(relative comparison)를 바탕으로 한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우수하고 행복해도 다른 사람들이 더 우수하고 행복하면 랭킹에서는 하위를 차지할 것이다. , 랭킹은 주관적인 능력이나 행복감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인 위치를 확인시켜준다. ‘객관적인 평가라는 이름하에 모든 피평가자들을 한 줄로 세운다. 통상적으로 피평가자의 자질과 품질은 숫자로 정량화되고 그들 간의 차이점은 단순히 숫자들 간의 간격으로 환원된다. 둘째, 랭킹은 위계(hierarchy)를 만든다.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나오는 결과가 바로 위계질서다. 위계질서 내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개인 혹은 기업은 신입사원을 충원할 때, 제품을 판매할 때, 마케팅적 효과를 극대화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상위랭킹의 효과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랭킹은 동질성(homogenization)을 강조한다. 랭킹은객관성을 무기로 피평가자들을 수치화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높은 랭킹을 받기 위해서는 평가기관의 평가기준에 맞춰야 한다. 맞추지 않으면 하위랭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른 미션과 가치를 지닌 다양한 피평가자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평가기준에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피평가자들 간의 유사한 동질화가 급속하게 추구된다. 넷째, 랭킹은 포용(inclusion)과 배제(exclusion)를 동시에 낳는다. 평가기관이 부여하는 랭킹 100등 혹은 50등으로 제한되는 일정한 랭킹 카테고리에 포함되면 언론 및 이해관계자들의 축복을 듬뿍 받는다. 반대로 그 카테고리의 성원이 되지 못하면 철저하게 배제된다. 미디어의 노출은 매우 제한적이거나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랭킹의 영향력은 언제 극대화되는가? 랭킹은 정보를 유통하고 구입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와 간에 비대칭성이 높아 소비자의 구매불확실성이 높을 때 그 영향력이 높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개인들이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과 그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일일이 얻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특성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증폭되면 그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랭킹의 효과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테스트하고 효과를 바로 알 수 있는 시장상품의 세계, 특히 일상재 시장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 상품의 랭킹에 굳이 의존하지 않아도 제품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진행하는 투자은행의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능력과 신뢰도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으며 컨설팅회사의 전략기획능력과 프로젝트 결과 역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기업의 평판 혹은 상품 브랜드의 효과가 중시되며 따라서 랭킹의 효과도 극대화된다., 언론매체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 특정한 정보를 수집해 점수화하고 이를 랭킹으로 공표한다면 소비자는 상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곳 중의 하나가 바로교육분야다. 교육의 효과는 학생, 교수, 직원, 시설, 그리고 수업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로 파악하기 힘들고 더욱이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인 MBA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도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

 

랭킹에 대한 반응들

 

<비니지스위크> 1980년대 말에 MBA 랭킹을 발표했을때 미국 대학 MBA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대부분 불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다.2 조직정체성 이론적 관점에서 이런 반응들을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협소한비교기준에 대한 불만이다. 기본적으로 랭킹의 본질은 평가기관이 랭킹에 미치는 변수들을 어떻게 선정하는가의 문제와 각각의 변수에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주느냐에 있다. 기대보다 낮은 랭킹을 받은 프로그램들의 관계자는

<비즈니스위크>의 평가기준이 자신들의 장점과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각 대학의 MBA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체성에는 친근함, 공동체, 국제화, 혁신, 개방성, 다양성, 공공성, 균형감, 창업정신, 소수자 우대, 학생의 자질, 교수의 연구능력 등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스탠퍼드대와 시카고대 등 최고의 교수연구능력을 보유한 프로그램은 평가기준이 교수연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카네기멜론대는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했으며, 버클리캘리포니아주립대는 창업정신을 강조하면서 <비즈니스위크>의 랭킹점수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반영하지 못해 랭킹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사과와 오렌지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폭넓은비교대상에 대한 불만이다. 모든 MBA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전부 비교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비판론자들은 버클리대와 텍사스주립대는 주립대로서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립대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마다 존재하는 전통 혹은 특징 또한 존중해줘야 하며, 따라서 비교집단은 그 주에 있는 비슷한 성격의 MBA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연구중심의 MBA 프로그램은 연구중심대학이 비교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정신을 중시하는 대학은 비교대상을 창업정신을 중시하는 다른 경쟁대학이기를 바란다. 물론 비교집단을 좁게 선정하면 랭크가 자연히 상승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첫번째 문제제기는 아마 모든 MBA 프로그램이 하나의 기준에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두번째 문제제기는 각 프로그램마다 고유의 성격을 인정하다 보면평가의 무용론에 직면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해결방법은평가기준의 보편성평가대상 특수성에 대한 적절한 조화에 있겠지만 이것마저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3

 

랭킹과 대응전략

 

이런 랭킹기준에서 나온 랭킹결과에 대한 대학들의 반응과 대응전술은 매우 다양하지만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랭킹은 지위상승 욕구를 부채질해 대학들은 낮은 랭킹을 올리기 위해, 혹은 높은 랭킹을 지키기 위해 안감힘을 쓰게 된다. 랭킹은 불확실하고 작은 지표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때문에 랭킹게임을 하는 많은 대학들은 각각의 지표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민감성은 수많은 대학들이 경쟁한다는 사실에서 더욱 증폭된다. 대학의 행정을 모두 랭킹점수에 맞추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료까지 꼼꼼히 챙기는숫자에 대한 관심이 일상화된다.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강제된 랭킹은 이제 학생들의 선발조건, 수업내용, 논문발표저널 문제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기준으로 대학 행정 내에 깊숙히 들어오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랭킹지표 중에는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학생들의 졸업 후 연봉, 교수들의 연구실적 등은 직접적인 통제 밖에 있다. 또한 다른 대학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전술에 일일히 대응하기 어려운 점도 랭킹게임을 어렵게 만든다. 대학 관계자는 랭킹으로 인해 다양한 이해관계자(학생, 졸업생, 지역사회 등)에게 오히려 통제당한다. 기존에는 드러나지 않는 대학 내부의 문제가 점수화돼 서열화되고 공표된다. 이를 통해 일반 대중도 대학 내부의 문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대학행정은 운영자의 손을 떠나 다수 이해관계자의 관심사가 됐다. 둘째, 랭킹을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저항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랭킹에 대한 MBA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반응은 매우 싸늘하다. 최근에도 랭킹에 대한 대학들의 개별적인, 혹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4 최근 2011년 유럽대학협회(EUA)국제대학랭킹과 그 영향(global university rankings and their impact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학의 정체성과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랭킹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U.S. News & World Report(USN)가 로스쿨 랭킹을 발표했을 때 역시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몇몇 로스쿨은 조직적인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으며 미국로스쿨협회(AALS) 역시 평가기준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반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저항하면 할수록 대학은 언론사가 진행하는 랭킹게임의 일부가 됐다. 저항은 랭킹에 대한 영향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듯하다. 언론사에서는 대중의 알권리를 중시한다. 랭킹평가라는 대학의 요구에 적절히 반응하면서 대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통해 언론사는 자신의 위상을 보다 튼튼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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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영

    김태영mnkim@skku.edu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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